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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승리의 기록: 애플 수리약관은 아직 불공정하다

짧지 않은 싸움이었습니다.
쉽지 않은 싸움이었습니다.

오원국 씨는 2013년 11월 중순 ‘부분 수리’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아이폰5를 맡겼습니다. 아이폰5를 산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하지만 애플 서비스센터는 물건을 맡긴 지 5일 만에 연락해, 수리가 어렵다며 34만 원을 내고 ‘리퍼폰’으로 찾아가라고 ‘통보’했습니다.

오원국 씨는 맡긴 원래 물건을 다시 돌려달라고 했습니다. 애플 서비스센터는 일단 수리가 들어간 물건은 되돌려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물건 주인이 자기 물건을 돌려달라는 데 물건을 잠시 맡아둔 서비스센터에서 돌려줄 수 없다고 버티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이폰5 주인은 오원국 씨였지만, 애플과 애플 서비스센터(위탁업체)는 자신이 주인인 양 행세했습니다. 그것이 “애플의 정책”이라고 했습니다.

아이폰 5와 한국 언론

오원국 씨는 그렇게 이 짧지 않은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슬로우뉴스는 오원국 씨와 함께 이 사건을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전 오원국 씨가 전화했습니다. 공정위가 애플 서비스센터(위탁업체)인 유베이스의 접수증 상 조항이 불공정하다는 것을 통보해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짧지 않았던 싸움.
쉽지 않았던 싸움.

그 승리를 기록하고자 합니다.

1. 공정위, 서비스센터 6곳 접수증 불공정약관조항 확인 

애플 아이폰 시정명령 서비스센터 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오원국 씨께 보낸 약관심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수신: 오원국 귀하
  • 제목: 약관심사결과 통지
  • 사건명: (주)유베이스의 접수증상 불공정약관조항에 대한 건
  • 피심인: (주)유베이스 (대표이사 허대건)

(1) 애플 위탁업체 ‘접수증’ 일부 조항은 불공정약관조항이므로 무효 

위 피심인(애플 아이폰수리 위탁업체 유베이스)의 접수증의 일부 내용(“고객님 동의 후 서비스 진행 교체된 불량 부품 또는 제품은 Apple의 소유가 되며, 서비스 진행 시 수리취소 및 기존 제품에 대한 출고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은 법률의 규정에 의한 고객의 해제권을 제한하는 약관조항으로 인정되므로 이는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이라고 함) 제9조 제1호에 위반되는 불공정 약관조항으로서 ‘무효’이다.

제9조 (계약의 해제·해지)

계약의 해제·해지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약관의 내용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내용을 정하고 있는 조항은 무효로 한다.

1. 법률에 따른 고객의 해제권 또는 해지권을 배제하거나 그 행사를 제한하는 조항

(2) 시정권고: 60일 내로 불공정약관 수정 또는 삭제할 것 

약관법 제17조의2 제1항 규정에 의하여 이 시정권고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수정 또는 삭제할 것을 ‘시정권고’한다.

제17조의2 (시정 조치)

①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가 제17조(불공정약관조항의 사용금지)를 위반한 경우에는 사업자에게 해당 불공정약관조항의 삭제·수정 등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3) 권고 따르지 않으면 시정명령, 명령도 따르지 않으면 검찰 고발 예정 

참고로 피심인이 60일 이내에 위 시정권고를 따르지 아니한 경우 우리 위원회는 약관법 제17조의2 제2항 제6호에 따라 시정명령을 할 수 있으며, 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약관법 제32조에 따라 검찰에 고발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제17조의2 (시정 조치)

② 공정거래위원회는 제17조를 위반한 사업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사업자에게 해당 불공정약관조항의 삭제·수정,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의 공표, 그 밖에 약관을 시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

6. 사업자가 제1항에 따른 권고를 정당한 사유 없이 따르지 아니하여 여러 고객에게 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현저한 경우

제32조 (벌칙)

제17조의2제2항에 따른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애플, 오원국에 대한 항소 포기

애플코리아는 오원국 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오원국 1심 승소)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습니다. 이로써 오원국 씨의 1심 승소는 확정됐습니다.

소송액은 크지 않습니다(약 150만 원 = 아이폰5 기계값 + 손해배상금 50만 원). 하지만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고, 거대 기업 앞에서는 힘없는 소비자에 불과하지만, 자신의 양식과 상식에 바탕해 ‘승리하는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오원국 씨는 줄곧 말해왔습니다.

판결 법원 재판

3. 아직 애플 수리약관은 건재하다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아직 승리에 도취하기엔 이릅니다. 이번 공정위 시정권고는 애플 수리약관에 관한 것이 아니라 아이폰 수리 위탁업체인 유베이스 계약서(접수증) 조항에 관한 권고이기 때문입니다. 애플 수리약관은, 비유하면, 위탁업체 계약서(접수증)의 모법(母法)에 해당합니다. 애플 수리약관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애플은 서비스를 시작하고, 그 결과 서비스 주문을 취소할 수 없으며, 귀하는 계약을 철회할 수 없다. (애플 수리약관 5.3)”

애플 수리약관 중 일부  http://images.apple.com/legal/sales-support/terms/repair/generalservice/Service_Terms_Korean.pdf

현재 애플 수리약관 중 일부

경실련은 위 애플 수리약관 조항을 불공정약관으로 공정위에 심사청구했습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해당 약관이 국내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 심사불실시를 통지했습니다. 2015년 3월 말 경의 일입니다. 실제로 부당한 피해를 받은 사람이 뻔히 있는데 대한민국에 적용되지 않는 약관이라니요.

애플은 여전히 모법에 해당하는 애플 수리약관은 변경하지 않은 채, 유베이스와 같은 위탁업체의 “수리접수서” 문구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한 계약을 강요합니다. 경실련이 확인한바, 최근 위탁업체 수리접수서는 신청자(소비자)에게 다음 문구를 확인하게 합니다. 사실상 강요하는 셈입니다.

“수리를 의뢰한 제품에 대해 Apple 진단 수리센터를 통해 수리가 진행되며, (약 3~4일 소요/휴일 제외) 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경우 수리가 거부될 수 있고, 수리가 진행되는 중에는 취소가 불가함을 안내받고 확인하였습니다”

하나 더, 애플 수리약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보통 사람으로는 거의 해독이 불가능한 방대하고, 복잡하며, 명확하지 않은 문장으로 구성됐다는 점입니다. 애플 관계자 역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약관이니 말 다했습니다.

작지만 위대한 승리,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애플 수리약관은 불공정합니다. 오원국 씨가 지적하고, 공정위가 (적어도 위탁업체 접수증의 불공정조항 확인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했습니다. 이를 판단하는 데는 대단한 법률적 지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특별한 체험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양식과 상식을 통해 넉넉하게 그 부당함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부당함, 그 불공정함에 대항해 누구도 이렇게까지 싸우지는 못했습니다. 그 일을 오원국 씨가 해냈습니다. 진심으로 오원국 씨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정말 노고 많으셨습니다.

하지만 아직 남은 게 있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현재 시정권고를 받은 조항은 위탁업체의 ‘접수증’ 중 불공정조항입니다. 애플 수리약관의 무수한 불공정조항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애플은 불공정한 수리약관을 어서 개정해야 합니다. 풍문으로는 애플이 수리약관을 전향적으로 개정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풍문에 그쳐선 안 됩니다. 지금 당장 수리약관을 합리적으로 개정하겠다고 발표해야 합니다.

다르게 생각하라. 애플의 생각은 확실히 다르다. 대한민국에선 특히 더 다르다.

다르게 생각하라. 애플의 생각은 확실히 다르다. 대한민국에선 특히 더 다르다.

공정위 권고를 이행하지 않아도,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도, 이에 따른 벌칙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합니다. 소비자 정보를 팔아 약 232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지만, 공정위로부터 ‘고작’ 4억 원여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한참 남는 장사한 홈플러스 사건을 기억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이 벌칙은 위탁업체인 유베이스에만 해당하는 것이고, 애플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습니다.

오원국 씨는 말했습니다.

“홀가분하다.”
“이 사건으로 조금 바뀐 것 같긴 하다.”
“앞으로 더 안 좋아지진 않을 것 같다.”

오원국 씨는 자기 몫을 다했습니다. 소비자를 대신해 누구에게나 가장 소중한 ‘시간’을 들여 길고 외롭고 힘든 싸움을 버텨냈습니다. 이 싸움, 그 좌절과 슬픔, 그리고 실패와 승리를 기록하는 것은 저 같은 사람의 일입니다. 하지만 이 싸움의 체험을 더 큰 승리를 위해 기억하는 일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습니다.

승리의 오원국. 오원국 씨께서 승리의 V를 기념샷으로 보내왔다.

승리의 오원국. 오원국 씨께서 승리의 V를 기념샷으로 보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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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씨
슬로우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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