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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신영 관세사 뭐길래

경제 관련 기사를 보다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OLED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설비기자재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는 물품의 과세표준(물품 가격)에 관세율을 곱해 산출한다. 간단해 보이지만 같은 물품이라고 하더라도 수출국이 어디인지, 수입사유와 용도가 어떻게 되는지 등에 따라 적용 관세율이 달라질 수 있다.

1. 원칙 – 조세법률주의와 기본세율

우리나라 세법은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서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써 정하고 있다. 관세 또한 관세법 별표 관세율표상에 모든 수입물품에 대한 기본세율을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시계는 기본관세율이 8%이고, 티셔츠는 13%이다.

최근 몇 년 전부터 해외 직구가 활성화되어 있어 웬만한 생활품목에 대해선 일반소비자들이 관세율까지도 잘 안다. 하지만 정작 수입통관 이후 납세자에게 관세 고지서를 발송하면 애초에 계산기 두들긴 거랑 안 맞는다는 문의를 받곤 한다.

내가 근무하는 관세법인만 해도 하루에 해외 직구로 수입통관되는 물품 수가 적어도 1,000건 이상은 되니 이런 전화가 업무상 반갑지는 않지만,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선 바람직한 현상이다.

2. 잠정세율 

또 다른 세율 종류의 하나로서 기본세율과의 세율 차를 좁히도록 인상 또는 인하할 수 있는 잠정세율이 있다. 기본세율은 국회에서 입법과정을 거쳐 결정하기 때문에 유동적이지 못하나 잠정세율은 대통령령에 따라 변경이 가능해 국내외 관세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3. 덤핑방지관세 

또한 관세법상 조세법률주의의 예외로 법률의 위임 범위 내에서 행정부가 관세율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제도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덤핑방지관세’로서 외국 물품이 정상가격 이하로 수입되어 국내 산업이 실질적인 피해를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 정상가격과 덤핑가격과의 차액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관세를 추가하여 부과할 수 있다.

덤핑방지관세는 무분별하게 부과할 경우 자칫 무역상대국과의 분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국내 산업 발전이 실질적으로 지연되고 국내 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 충분한 조사를 통해 확인했을 때에만 제한적으로 부과한다.

무역

4. 할당관세 

글머리에 소개한 할당관세 또한 탄력관세 종류의 하나로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가격안정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세율을 인하할 수 있다(특정 물품의 수입억제가 필요할 경우 인상도 가능).

국내 설비산업의 경우 도입 설비에 대한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국산화되지 않은 일부 장비들에 대해서는 할당관세 등을 통해 한시적으로 세금 절감 효과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곤 한다. 국가 차원의 해당 산업에 대한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이지만, 관련 업계와 협회 차원의 노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5. 양허관세와 스마트워치 관세논쟁 

국제기구 혹은 특정 국가와의 협정에 따른 양허관세를 적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WTO 일반협정관세로서 WTO 회원국(전 세계 약 160개국)간에 관세의 양허를 공여하는 제도이다.

스마트워치 관세논쟁 

얼마 전에 스마트워치를 관세율표상 ‘시계’로 볼 것인지 ‘통신기기’로 분류할 것인지에 대한 관세 논쟁이 있었다. 관세율표상 시계와 통신기기는 둘 다 기본세율이 8%로 같다. 하지만 스마트워치를 통신기기로 보면 WTO 협정관세를 적용하게 되면 관세율이 0%로 인하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관련한 국내 수입업체의 경우 수입부대비용의 8% 상당액을 절감하게 되어 비용 감소 및 경쟁력 강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smartwatchnews.org
이미지 출처: smartwatchnews.org

[box type=”info” head=”스마트워치 관세논쟁: 시계인가 통신기기인가”]

스마트워치의 품목분류에 대한 명확한 국제 기준이 없어 국가별로 달라서 WTO 정보무역협정(ITA)의 무관세품목에 통신기기가 포함됨에 따라 스마트워치 수출 강국인 우리 정부는 품목 분류상 통신기기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WCO 품목분류위원회에 의제로 제출하였다.

스마트워치를 시계로 봐야 한다는 국가 측에서는 외형과 품명을 중요한 분류기준으로 보고 통화, 문자 수신, 알람 등은 부수적 또는 선택적인 기능으로 판단하였으며, 우리 정부는 스마트워치의 주기능이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전화통화를 할 수 있고, 문자 수신과 GPS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통신기기에 부합한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시계는 무브먼트(시간조정장치)를 통해 시간 자체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위성에서 시간 정보를 받는 것을 단순히 표시하므로 부수적인 기능이라는 의견이었다.

2015년 3월에 벨기에에서 열린 WCO 품목분류위원회에서는 우리 정부가 올린 안건을 채택하여 스마트워치를 시계가 아닌 무선통신기기로 분류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번 결정에 따르면 스마트워치는 대부분 국가에서 수입 시 통신기기에 부과되는 세율인 0%을 적용받게 되어 국내 통신장비업체는 상당한 관세혜택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 판매 시 가격경쟁력이 상승하여 수출증대의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box]

FTA 협정관세 

협정에 따른 양허관세의 대표적인 것이 FTA 협정관세이다. FTA(Free Trade Agreement)란 특정 국가 간의 상호 무역증진을 위해 물자나 서비스 이동을 자유화시키는 자유무역협정으로 국가 간의 제반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하여 무역자유화를 실현하기 위한 현재의 가장 큰 무역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4월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1주기 추모 논란에도 과감하게(?) 콜롬비아 해외순방을 통해 들고 온 업적 중의 하나도 FTA 조기 발효를 통한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였다.

우리나라는 2004년 칠레와의 FTA 발효를 시작으로 아세안, 유럽, 미국 등 주요 국가와의 FTA가 이미 발효된 상태이며 현재 중국과의 FTA 발효도 목전에 두고 있어 이젠 무역은 FTA를 제외하곤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힘든 상황까지 온 느낌이다.

무역

6. 간이세율 

세율의 종류에 간이세율이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여행자휴대품이나 우편물 등 소액물품에 대하여 신속한 통관을 위하여 해당 물품에 부과되는 관세 및 내국세 등 제세율을 통합한 하나의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이다.

예를 들면 여행자가 휴대 수입하는 물품으로 1인당 과세대상 물품 가격의 합산총액이 미화 1천 달러 이하인 경우(일부 품목 제외) 간이세율 20%를 적용한다. 국내로 입국하는 비행기에서 여행자 휴대품신고서에 자신이 구입한 물품 목록을 기재하여 자진 신고할 경우 이와 같은 간이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내가 직접 수입신고서 작성해서 세관 신고할 경우보다 세율은 조금 더 세지만 절차가 간편한 장점이 있다.

세율 적용의 우선순위 

한편 하나의 수입물품에도 여러 가지 세율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관세법에서는 세율 적용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앞서 말한 덤핑방지관세 등의 탄력관세는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목적성을 감안해 해당할 경우 최우선으로 적용된다. FTA 협정관세, WTO 협정관세 등의 양허관세는 다른 세율보다 낮은 경우에 한하여 우선 적용되며 그다음이 잠정관세, 기본관세 순으로 적용된다. 다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덤핑방지관세 (등의 탄력관세)
  2. FTA 협정관세, WTO 협정관세 등의 양허관세 (다른 세율보다 낮은 경우)
  3. 잠정관세
  4. 기본관세

종가세와 종량세 

참고로 관세율의 종류는 크게 종가세와 종량세가 있는데 종가세는 수입물품의 가격을 과세표준으로 하며 현재 우리나라는 대부분 물품이 종가세를 적용하고 있으나 영화용 필름, 비디오 테이프 등 일부 물품에 대해서는 종량세가 적용된다. 따라서 영화용 테이프이나 비디오 테이프은 그 가격에 상관없이 필름의 길이(195원/m)와 녹화시간(20원/분)에 따라 관세액이 결정된다.

영화용 필름은 종가세가 적용된다
영화용 필름은 종가세가 적용되어 그 길이에 따라 관세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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