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꺾정 61화] 한국 입시교육의 문제와 정치의 쓸모. (조영호/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4분)
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 중꺾정 필자의 견해는 참여연대 공식입장이 아니며 다를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 나는 정치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한국 교육에 대해 논의하고 정치를 연결하여 말하고자 한다. 많은 성인 유권자와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미 자녀를 대학이나 사회로 보냈거나, 혹은 대학 입시를 가까이 혹은 아직 시기를 두고 준비하거나, 마지막으로 자녀가 없는 분들이다.
왜 갑자기 ‘중꺽정’에서 교육 이야기를 하는가 의아해하실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 입시 교육만큼이나 사회경제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없고, 사회의 위계성과 불평등, 경제성장과 삶의 질, 상대적 박탈감과 부동산 서열화, 그리고 저출산과 지방소멸의 문제까지 입시 교육은 이 모든 것들의 핵심에 있다.
모두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문제, 교육
한 번이라도 자녀 혹은 친척의 대학입시 과정을 깊이 관찰해 본 사람이라면 이 문제가 우리 사회의 다른 문제점 중 핵심에 있는지,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문제가 현재 덜 논의되는지 혹은 충분한 검토가 없이 뭔가를 하려는지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어떻게 보자면 자녀의 대입입시라는 장기전에 온 힘과 에너지를 집중한 부모들은 이미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준파산 상태에 빠지고 그렇게 노후의 빈곤을 맞이한다.
이미 자본과 에너지를 소진한 대다수의 학부모는 대학교육의 발전에 자원을 지출할 여력이 없고, 이러한 유권자의 눈치를 보는 정부와 교육부는 대학의 입시에는 최대한 관여하면서도 대학의 등록금은 최대한 낮게 규제한다. 아울러 정부는 적은 예산지원사업에 대학 간 경쟁을 붙여 대학서열화를 조장한다.
교육 과정에서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도 소외되고, 교사와 학생도 소외되는 현실이 이미 도래하였다. 학생자녀의 일시적 문제이기보다는 자녀와 부모 모두의 삶이 달려 있는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깊이 있는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등록금 동결을 한 이후 그냥 있는 상태에서 최소한으로 문제를 봉합하고, 넘어가 해보자는 식의 접근이 한 20여 년은 된 것 같다.

교육 ‘문제’를 대하는 정치의 태도
한국 입시교육의 문제와 그 심각성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는 데에는 크게 네 가지 큰 걸림돌이 있다.
첫째는 ‘해봤자 안될 것’이라는 비관주의이고, 둘째는 ‘잘못 건드렸다간 본전도 못 찾는다’라는 소극주의이다. 앞의 것은 사회문화적 차원의 저항이고, 두 번째 것은 정치적 혹은 정권의 입장과 연관되어 있다.
셋째는 아마추어적 정책을 권위주의적으로 추진하는 관행이다. 대학입시를 개혁할 경우 그 폭과 파장은 크기 때문에 충분히 숙의되지 않은 정책 실행의 결과는 문제에 대응하지도 못하고 애초의 문제를 악화시킨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뀌면 늘 급조된, 이름만 번지르르한 정책들이 개혁의 이름으로 실행된다. 그것이 정권의 홍보와 장관 개인의 성공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러설 수 없는 것이고, 뭔가는 보여줘야 한다는 식이다. 민주적 반응성의 이름으로 준비 없이 과하게 반응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은 늘 눈앞의 문제에 집중하기에 바쁘고, 특히 한국 정치는 정치 갈등 그 자체에 매몰되어 있다.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 및 경제 성장과 안보의 문제가 늘 중요하지만, 그것이 안되는 이유와 그것을 개선할 할 구체적 방법론에서 교육은 빠져 있다.
지금 한국정치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양극화가 우려 수준을 넘어섰다고 이야기하지만, 성인 유권자와 정치인의 행동으로 초래된 문제들은 어쩌면 결과적인 것이고, 그 원인은 과거의 어딘가에 있을 수 있다. 대입입시 위주의 교육 과정에서 한국의 아이들은 거의 인권유린에 가까운 압박을 겪은 다음 성인이 되고, 정치에 참여하고 일부는 정치인이 된다. 정치교육, 시민교육은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설 자리가 없다. 그렇게 성인이 된 유권자에게 민주적 덕성을 기대한다는 것,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미래가 밝을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5년마다 반복된 땜질식 처방
교육개혁에 대한 논의는 한국정치의 세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 첫째는 한국에서 훌륭한 시민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 하는 교육적 차원이고, 둘째는 입시교육을 중심으로 연계된 한국사회의 문제들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하는 사회경제적 차원이며, 셋째는 정치가 정치적 논의에서 벗어나 사회의 문제를 정치의 중심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정치적 차원이다. 어쩌면 이러한 접근이 정치를 사회적으로 유용하게 만드는 과정이 될 수 있다.
한국교육은 기본적으로 일제강점기 근대화 교육의 틀을 계승하면서도 정권에 따라 그 기조는 크게 변화하였다. 가령 이승만 정부는 해방·독립된 나라의 민족적 정체성을 교육을 통해 확립하면서도 미국이 독일, 일본 등에서 파시즘을 뿌리 뽑겠다고 실시한 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의 일부를 수용하였다.
박정희 정부는 1968년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의 발표를 시작으로 이를 각급 학교와 교실에서 강제로 암송하게 함으로써 경제발전과 독재·지배에 순응하고 기강 잡힌 국민을 교육적으로 제조하고자 하였다. 전두환 정부는 과외 전면폐지, 고교평준화 확대 및 학력고사를 통한 대학입시 국가화 등을 실시함으로써 도시 중산층에게 유리한 교육정책으로 신군부의 정통성 위기를 만회하고자 하였다.

한편, 민주화 이후 김영삼 정부는 민주화와 세계화에 대응하는 교육을 기조로 학교운영위원회를 도입하였고, 학력고사를 대입수학능력시험으로 대체하였다. 수학능력시험은 애초에 미국의 SAT처럼 자격시험으로 고안되었지만 이후 대입성적시험으로 변질되었다. 김대중 정부의 교육개혁은 이해찬 장관에 의해서 주도되었다. IMF 경제위기를 겪는 와중에 김대중 정부는 개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판단하였고, 이해찬 장관은 야간 자율학습과 모의고사 및 특별반 폐지, 자기주도의 창의적 학습, 학생인권 및 대학의 선발권 강화 등 전방위적 개혁을 추진하였다. 2000년대 이후 교육은 정권교체에 따라 약간의 부침이 있었지만, 민주화 이후 형성된 기틀 안에서 조금씩 변화해 나갔다.
김영삼 정부를 포함하여 2000년대 전후의 개혁시도는 상당 부분 미국식 교육을 한국의 교육문제 해결에 적용한 것인데, 미국에서 작동되는 방식들이 미국의 환경과 역사에서 그렇게 된 점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한국이라는 매우 다른 환경에 이식함으로써 말과 구호는 좋았으나 현실과의 괴리 및 변질은 불가피하였다.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는 섣부른 정책적 아이디어들을 공론의 과정이 없이 위에서 관철하려는 접근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정책적 결과에서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정보다는 거부하려는 방식 또한 유사했다는 점이다.
한편 민주화 이후 한국에서 시도된 교육의 일부는 상당히 성공한 반면 입시위주의 교육문제는 여전히 큰 개선이 없다. 오히려 정권이 바뀌면서 부모의 부가 자녀의 교육으로 전이되어 교육적·사회적 불평등은 오히려 심화되고, 관련된 문제들인 서울[강남]집중, 부동산 가격의 차등적 폭등, 및 저출산 등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정치
회고적으로 보자면 입시교육의 문제는 개별정권이나 개별장관 혹은 개별정책에 관여한 개인들의 문제를 넘어서는 보다 구조적인 차원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조적인 문제에는 구조적인 대응, 정권을 넘어선 대응을 필요로 한다. 현재 한국 입시교육의 문제점은 2010년대 이후 거의 변화 없이 정권의 부침에 따라서 방치되었고, 때론 악화돼 왔다.
학령인구는 감소하고 있으나, 사교육비는 증가하여 현재 30조가 넘는데 이 거대한 비용은 모두 가정과 개인이 부담한다. 수능을 쉽게 만든다고, 킬러문항을 없애면서 난도가 낮은 문제들을 논리적으로 교묘하게 만들어 대형학원의 수업을 듣지 않으면 풀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이제 한계에 직면한 것은 분명하고, 과거와 같이 그냥 그렇게 넘어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현재 이재명 정부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거대한 교육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선거용으로 준비된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발전하고, 그것이 어떤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여 어떤 결과를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은 충분히 숙의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입시교육의 문제를 중심으로 학제 간 지혜가 모아졌을 때, 그리고 교육 주체들 간 대화가 있었을 때 정책의 준비는 물론 생각치 못했던 문제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부와 정당들이 사회경제적으로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천착하여 공론에 나설 때 정치의 쓸모는 높아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