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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2015년 6월 29일 슬로우뉴스가 “슬로우포럼: 알고리즘 사회와 노동의 미래”를 개최했습니다. 독자들을 위해 이날의 발제와 토론을 정리하여 공개합니다.

슬로우포럼: 알고리즘 사회와 노동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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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인공지능, 그리고 노동의 미래 슬라이드 1

로봇, 인공지능, 그리고 노동의 미래 슬라이드 2

미래의 인공지능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어떤 이들은 두려움, 어떤 이들은 희망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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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노동시장의 자동화 대체 물결에 대해 대비의 목소리를 높이는 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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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논의에 앞서 우리는 기술이 우리의 예상을 늘 뛰어 넘었단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20년 전만해도 정보를 찾으려면 도서관에서 책을 쌓아놓고 ‘발췌독’을 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손 안의 휴대폰으로 검색만 하면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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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세 가지를 인정하고 시작하자.

  • 첫째, 너무 먼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 둘째, 현재 기술은 변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툴이다.
  • 셋째, 그럼에도 변화가 폭증하는 특이점은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자료의 무료복사는 산술적인 정보량 증가가 아니라 기하급수적 정보의 폭증을 불러왔다. 우린 이러한 미래의 특이점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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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인공지능은 확정된 환경에서 유한 개의 솔루션을 탐색하는 일이었다. 인공지능은 곧 논리였고, 이에 따른 탐색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환경도 매우 불확정적이고, 솔루션도 미리 유한개로 정해져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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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학습은 이런 문제들을 “데이터 중심의 판단”으로 풀어간다. 여기서의 인공지능이란 곧 X와 Y의 관계 추정 또는 전반적인 패턴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A소설을 산 사람들이 B소설도 사더라”라는 경향을 파악하고 관련 소설을 추천해주는 것 역시 기계학습의 대표적 이용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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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컴퓨터에게 물어보자. 위 사람 중 누가 동일인물인가. 그럼 컴퓨터는 똑같은 뿔테안경을 쓰고, 이마도 드러낸 왼쪽과 중앙의 인물을 아마 동일인물로 볼 것이다. 이러한 일이 빚어지는 건 무조건적 유사성을 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픽셀이 비슷하다고 같은 사람일까?

이는 결국 “이해의 부족”때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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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러닝(또는 representation learning) 입장에서 이해란 기계학습하기 좋은 표현법을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윤종신과 정우성을 가려내는데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알고 있다. 그것이 픽셀간의 유사성은 아닐 것이다.

딥러닝은 ‘무엇이 이들을 구분짓게 하는가’에 대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특징(feature)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구분하여 기계학습하기 좋은 2차 표현법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런 딥(deep)한 표현법 찾기의 마지막에 최종적인 기계학습 방법을 덧붙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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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이러한 특징 추출을 사람의 아이디어에 의존했었다. 예를 들어 이미지를 인식하기 위해서 경계선을 뽑아낸다든지, 음성을 인식하기 위해서 음절을 구분한다든지, 이러한 특징을 먼저 수식으로 뽑아내고 그 다음 그 특징들을 입력으로 기계학습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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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딥러닝은 이러한 특징추출을 빅 데이터로부터 자동으로 해낸다. 그리고 놀랄만한 성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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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러닝은 정말 깡패같은 성능을 보여줬고 이내 많은 기계학습 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다. 사람의 뇌가 여러 단계를 거쳐 인식한다는 점 역시 ‘딥러닝이 옳은 방법 아니냐’는 많은 학자들의 심증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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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러닝의 뛰어난 점이라고 한다면 역시 “빅데이터에 가장 최적화된 알고리즘”이란 점일 것이다. 그리고 목표에 적합한 특징을 스스로 추출한다는 점에서 “이해”의 첫걸음을 뗐다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딥러닝은 특정 분야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여러 영역을 연결하는 재밌는 결과들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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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재미있는 결과들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딥러닝은 비디오 속의 내용을 이해하기도 하고, 실시간 번역도 가능하게 하며(text to text), 사진에 자막을 달아주기도 한다(image to 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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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로봇의 현재 모습들을 담은 동영상이다. 궁금하신 분들은 동영상을 한번씩 보면 된다.

YouTube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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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의 로봇들은 메커니즘과 제어를 강조한 로봇들이고(연역적), 두번째 로봇들은 기계학습을 접목한 로봇들이다(귀납적). 두 방법 모두 완전체 로봇을 위해선 꼭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두 로봇의 이론적 접근법이 너무도 다르다는 것이다. 결국 연역과 귀납의 강점을 동시에 지닌 인간과 같은 로봇을 만들기란 참 쉽지않은 일이다.

딥러닝이 로봇의 희망은 맞지만 그것은 DARPA 로보틱스 챌린지(DARPA Robotic Challenge)에서 쓰인 제어적 기법들과 잘 결합이 됐을 때 희망으로 불릴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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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러닝은 귀납적 접근의 끝에 가 있는데, 워낙 빅데이터를 다루기에 로봇의 실시간 이용이 쉽진 않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한 가지는 60년간 세상을 지배하던 폰 노이만 컴퓨터 구조가 드디어 바뀔 기미가 보인다는 것이다. 딥러닝은 많은 노드들의 병렬처리가 필요한데, 이에 맞게끔 많은 병렬연산이 가능한 컴퓨터 구조가 제안되고 있다.

또 한가지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구글 검색이 잘 되는 이유는 우리의 핸드폰 칩이 좋기 때문이 아니라 아마 핸드폰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로봇 역시 인터넷에 연결된다면 빅 데이터와 거대 지식의 힘을 잘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로봇이야 말로 사물인터넷의 끝판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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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두 가지 상이한 접근법은 아직 멀게만 느껴질 뿐이다. 인간과 같은 로봇의 탄생은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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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이다.

아직 인간 같은 로봇의 탄생은 멀었다. 하지만 기계학습은 서비스 분야에 있어 지금도 매우 유용한 툴이다. “자유롭게 움직인다”는 점은 로봇에겐 큰 장벽이자 인간에겐 아직 상대적 우위점이며, 연역과 귀납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점 역시 인간의 큰 장점이다.

하지만 쓸만한 로봇은 곧 나온다. 왜냐하면 아주 쓸만하지 않아도 쓸만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본에선 10년 전 산 로봇강아지가 고장이 나며 로봇강아지 장례가 치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 로봇강아지가 충분한 기술력의 산물이기 때문일까? 아니다. 인간은 감정을 전이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다마고찌에도 감정을 실어주는 존재다.

그렇기에 로봇이 기술적으로 아주 쓸만하지 않아도 이에 감정을 전이하고 매우 쓸모있게 사용하곤 한다. 그렇기에 아주 쓸만하지 않아도 곧 쓸만한 로봇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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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내용이다. 내 전공이 노동은 아니지만 최대한 미래를 예측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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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시대에 노동이슈는 늘 있어왔다. 얼마 전 “무한도전”에서 나온 인도의 빨래터 모습을 보면 세탁기의 발명이 인류와 노동자에게 정말로 큰 재앙은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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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발전하며 일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예전엔 15세만 되면 결혼하고 자식 낳고, 그러면서도 농사일하며 잘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기술수준이 높아지면서 간단한 일은 점점 기계에 내주고 우리는 그 상위에 올라가야 한다. 이에 따라 교육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실업률 또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자동화에 따른 이윤은 노동자가 아닌 자본가의 부로 집중되고 있다.

로봇이 등장하면? 교육기간 증가, 실업률 증가, 부의 집중 현상은 더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것도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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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인류멸망” 얘기를 꺼내기 앞서 정말 우리가 밥먹고 살 거리는 있는지, 그것부터 걱정해야 할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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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자본주의가 잘 굴러왔던 것은 시간과 노동 그리고 자본의 역할이 적절한 교환가치로서 돈으로 환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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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점점 그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자본의 힘은 커져만 갔고 젊은 청년들이 아무리 시간이 있고 아무리 노동을 제공해도 그것은 자본과 함께할 때만 의미있는 것이 되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본 앞에 “취직”을 조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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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어떨까. 아마 기술이 제일 중요할 것이다. 이미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권력은 한 나라의 권력을 넘어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젠 자본마저 기술의 힘 앞에 작아지는 상황에서 개인의 힘은 더욱 초라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로봇이 등장한다면? 그건 아마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일 것이다. 승자 독식은 IT를 넘어 오프라인 세상까지 넘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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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예측해본다. 미래엔 상상할 수 없는 실업률의 시대가 온다. 예전엔 길어진 교육기간으로 점점 자동화 윗단계로 올라가는 것이 가능했지만 점점 그런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실업이 기본이 되며 노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일종의 특권이 될 수도 있다.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더는 합리적인 방법이 아닐 수 있다. 이미 독점기업이 벌어들이는 부는 시간·노력·노동 투입 등에 비례하지 않으며 따라서 이 기하급수적 독점을 분배할 다른 세금 정책이 필요하다. (어쩌면 그 새로운 세금은 돈의 형태가 아닐 수도 있다.)

분명 특이점은 온다. 예전에 디지털 자료 복사가 0원이 되었던 때처럼, 이젠 노동자 대신 로봇 300대를 놓는 노동 비용 제로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이때의 급격한 변화는 상상 그 이상의 것이 될 것이다.

인간은 그동안 ‘노동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이것은 옛말이 될 지도 모른다. 노동은 기계가 하고 인간은 다른 차원의 일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무엇을 해야할지 역할론에 대해선 끊임없이 고민을 해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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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점은 온다. 인공지능이 점점 “이해”를 시작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정한 “창조”를 시작하며, 로봇이 지금의 “움직임”의 장벽을 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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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지금일지도 모른다. 이미 무인자동차를 위한 기술은 준비되어 있다. 다만 그 법적 책임과 사회적 파장이 문제일 뿐이다. 공장 자동화는 이미 옛날부터 이뤄져왔으며, 공장 노동자가 사라지는 순간 아마도 그 반발은 극심해질 것이다.

결국 기술도 문제지만, 이를 대처하는 사회 역시 고민이다.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관련 법규나 사회적 대응이 그만큼 민첩한지 반성해 볼 일이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이 전면에 나서 사회를 조금씩 바꿔가야 할 것이다.

교육 역시 더이상 “컴퓨터가 할 수 있는 것”을 가르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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