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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허범욱(HUR) 作, 르네 마그리트 – The Son of Man(1946) 패러디
슬로우뉴스에 연재된 “나는 시간강사다” 칼럼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특히 지방대 시간강사의 월급 80만 원을 산출한 일주일 4학점, 시급 5만 원이라는 임금 기준이 눈에 밟혔습니다. 이것은 대학 내 존재하는 ‘바깥세상’과는 다른 임금 기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학내에서는 지식노동자라는 명예를 앞세워 불안정한 고용형태를 합리화하며, 이렇다 할 기준 없는 임금을 제시해왔습니다. 대학에 적을 두고 연구와 노동의 구분이 없는 삶을 사는 지식노동자 역시, 애매한 그들의 삶만큼이나 불분명한 임금을 기꺼이 감내하도록 종용 되어 왔을 것입니다.

어느 시간강사의 용기 있는 자기 고백에 고무된 우리는 시간강사와 계약직 교수 등 대학 내 존재하는 계약직 지식노동자의 임금 실태를 좀 더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사례 1.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미미함, 나는 시간강사

시간강사는 말 그대로 대학에서 시간제로 강의를 담당하는 계약직 강사를 가리키며, 이들의 임금은 시간당 단가와 주당 강의 학점에 따라 매겨집니다. 시간당 단가에 대해서는 공통된 기준이 없이 (교내근로장학생과 마찬가지로) 대학별로 자체적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 대학에서 최고 수준의 시간당 강의료를 받는 1등급을 기준으로 전국 일반대학 197개 학교의 2014년 시급을 조사한 결과, 가장 낮은 곳이 시간당 2.5만 원, 높은 곳은 15만 원으로 그 차이가 무려 6배에 달했습니다(아래 표 참조). 같은 시간 강의를 한다고 하더라도 대학에 따라서 시간강사가 받을 수 있는 임금의 차이가 상당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간강사 1등급 강의 단가 상위/하위 5개 대학

위 조사에 따른 시간강사의 평균 시급은 5.8만 원으로, 일주일에 4학점 강의를 한다고 가정하면 월 평균 임금은 약 93만 원, 방학을 제외하고 1년에 7개월 정도 강의를 진행한다고 했을 때 대략적인 연봉은 651만 원 선이 될 것입니다. 채 백만 원이 안 되는 월급을 받는 셈인 것입니다.

  • 월평균 임금: 5.8만 원 * 4학점(시간) * 4주 ≒ 93만 원
  • 연봉: 93만 원 * 7개월(방학 제외) = 651만 원

아래 그림은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2013년도 전국 4년제 대학의 정교수와 1등급 시간강사의 평균 시급 및 한 학기 강의 시간을 비교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1등급 시간강사의 평균 시급 5.8만 원은 정교수의 평균 시급 19.8만 원의 29.2%에 불과했습니다. 즉, 정교수의 시급이 시간강사보다 무려 3.4배 높았습니다. 게다가 노동시간 차이 대비 시급의 차이가 더 크기 때문에, 시간강사가 받는 임금이 상대적으로 훨씬 적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교수와 1등급 시간강사의 평균 시급 및 한 학기 강의 시간

물론 여기에 나타난 노동시간은 학생지도나 학과행정 등의 업무는 제외한 순수 강의 시간입니다. 시간강사가 대학에서 강의 외에 얼마나 더 근무하는지는 통계적으로 밝혀낸 바가 없으나, 짐작하건대 강의는 그들이 담당하는 업무의 극히 일부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교내에서 많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연구실이나 연구비 지원은 물론 교원으로서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미약하고 불안한 존재감일 것입니다.

실제로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지속해서 있었습니다. 지난 2010년 시간강사들의 생활고와 낮은 처우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면서, 이듬해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주 9시간 이상 강의를 전담하는 강사에 대한 공개채용, 재임용 기회, 4대 보험 적용 등의 내용을 담은 ‘시간강사법’을 발의해 통과한 바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학과 강사 양측의 거센 반발 때문에 개선방안을 찾지 못하고 국회에서 계속 표류를 거듭하다, 2016년 1월 1일 마침내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강사법 시행을 향한 대학과 강사단체, 국회 측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고 있어 이 법의 시행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합니다.

사례 2. 교수계급사회의 하층민, 나는 계약직 교수

시간강사를 졸업하고 교수사회에 발을 들이면 엄격한 계급제도와 맞닥뜨리게 됩니다. 교수는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이라는 제도로 구분하고 있는데, 정년트랙은 일단 채용이 되면 조교수-부교수를 지나 정교수가 될 때까지 고용을 보장해 줍니다. 반면 이름조차 생소한 비정년트랙은 전임교원과 처우는 비슷하지만, 정년 보장이나 재임용 횟수 등에서 제한을 받는 계약직 전임교원을 말합니다.

비정년트랙은 대학의 구조조정 평가와 함께 자리 잡은 제도로 이들은 재임용 횟수가 1~2회로 제한되어 있고, 임기가 만료되면 퇴직이 당연시되며 원칙적으로 승진도 불가능한 매우 불합리한 고용상태에 놓여있습니다. 급여 수준 역시 정년트랙 교원에 비해 좋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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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트랙

  • 정교수: 정년 보장받는 교수
  • 부교수·조교수: 승진 심사를 받을 때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교수

비정년트랙

  • 계약직 교수: 전임 교원의 일부 권리만 갖고 평가를 통한 재계약으로 연명하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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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표와 그림은 2013년도 전국 4년제 대학교 전임교원의 평균 시급을 직급별로 비교한 내용입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정교수의 평균 연봉은 약 8,533만 원으로 비정년트랙의 연봉 3,655만 원의 2.3배에 해당합니다. 비정년트랙의 평균 시급 8.5만 원은 정교수 시급 19.8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정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 출처: 박인숙 의원실, 2013 전국 4년제 대학 전임교원 직급별 평균급여현황, 2013 전국 71개 사립대학 계약직 교수 평균연봉
데이터 출처: 박인숙 의원실, 2013 전국 4년제 대학 전임교원 직급별 평균급여현황, 2013 전국 71개 사립대학 계약직 교수 평균연봉

비정년트랙 교수 연봉은 정교수 절반 수준

전임교원으로서 불분명한 위치에 대한 논란과 더불어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비정년트랙의 임용 비율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입니다. 지난 2003년 연세대가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한 후, 당시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를 전임교원확보율에 포함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비정년트랙 제도는 대학 사회에 급속도로 확산했습니다. 대학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이면서 대학평가 항목인 전임교원확보율을 높일 손쉬운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2010년 전임교원 중 9.1%였던 비정년트랙의 비율은 2013년 14.7%로 증가했고, 신규 임용 중 비정년트랙 비율도 2010년 36.0%에서 50.8%로 증가하면서 전체 신규 인원의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심지어 신규 교원을 100% 비정년트랙으로만 임용한 학교도 있습니다. 관동대와 광주대의 경우 각각 2013년 신규 전임교원 34명과 22명 전부를 비정년트랙으로 채용하기도 했습니다.

증가하는 비정년트랙 교수 비율과 비정년트랙 임용 비율 대학 순위

비록 지난 2014년 4월 전임교원의 재임용 횟수를 1~2회 제한했을 경우, 이를 전임교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교육부의 발표가 있었지만, 그 이후에도 대학 내에서 비정년트랙에 대한 처우는 크게 개선된 바가 없다는 것이 주된 여론입니다. 많은 대학이 명목상 재임용 제한 기회를 삭제하는 대신 1~2년 마다 재임용 심사를 추가하는 등의 ‘꼼수’를 부려, 오히려 다른 종류의 불안정한 지위로 이동시킨 셈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비정년트랙을 비롯하여 지금껏 살펴본 시간강사, 교내근로장학생 등 대학 내 계약직 지식노동자의 경우, 자신들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임금은 물론 당연히 누려야 할 노동자의 기본적인 법적 권리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대학이라는 그들의 고용주가 본래 이들을 보호하는 테두리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바깥세상으로부터 이들을 더욱 은폐하는 장벽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계약직 제도를 없애는 등의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원론적인 해결책보다는 대학 내 계약직 노동자들이 학교 밖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것이 더욱 필요해 보입니다. 자신이 처한 노동 상황을 직시하고 그들의 목소리로 세상을 향해 설명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물론 꾸준한 세상의 관심과 법적 보호 역시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마치며: 캠퍼스노동자의 목소리를 좀 더 듣고 싶습니다

공개된 자료에 근거해 캠퍼스 내 계약직 지식노동자의 임금 실태를 파악하는 일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에 공개된 극히 일부의 자료에서도 그들의 답답한 속내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본문에서 살펴본 시간강사와 비정년트랙, 일명 지식노동자로 지칭한 이들 외에도 캠퍼스 내에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각종 행정 잡무를 도맡아 하면서도 장학생이라는 이름 아래 정식노동자로 분류되지 못하는 교내근로장학생, 대학 내에서 해고대상 1순위로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시설관리, 청소 노동자 아주머니, 아저씨 등등. 대학이 자세를 낮추고 오늘도 캠퍼스 구석구석 주어진 자신의 자리라고 믿으며 묵묵히 지키고 있는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줬으면 합니다.

참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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