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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공포가 점점 더 확산하고 있습니다. 노환규 박사(전 의사협회장)가 메르스에 관한 과학적 접근법과 최신 정보를 전합니다. (편집자)

  1. 노환규 전 의협회장이 말하는 메르스
  2. 감추는 것이 불안을 키운다
  3. 떠도는 소문의 진실 
  4. 박원순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에 대해
  5. 환자와 의료진에게 응원이 필요하다
  6. 중동과 한국의 차이
  7. 임산부 감염과 ‘메르스 룰렛’
  8. 사이토카인 폭풍, 젊으면 더 위험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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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노환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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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10일 오후 3시 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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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현황

메르스 감염 확진환자가 어제 95명에서 오늘 아침 발표에 13명 추가되어 108명이 되었습니다. 사망 환자는 2명이 늘어 총 9명이 메르스로 사망했습니다. (현재 사망률 = 9/108 = 8.3%). 추가된 확진환자 13명 중 10명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되었고, 3명은 각각 건양대병원, 대청병원, 그리고 한림대 동탄 성심병원에서 감염되었습니다.

Nesster, viewing back, CC BY SA https://flic.kr/p/yFbw8
Nesster, viewing back, CC BY SA

13명 추가환자 발생의 의미

어제 6/9 오전의 발표에서는 8명의 신규환자가 발생했고 그중 3명의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함으로써 14번 환자에 의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된 환자가 크게 줄어드는 것 아닌가 조심스럽게 낙관론이 대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하루 만에 다시 10명으로 늘었습니다.

의미 1. 중동보다 확연히 높은 전파력, 기존 상식을 깨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에게 노출된 환자와 의료진은 총 9백여 명입니다. 그중 현재까지 45명이 메르스 감염에 확진 판정을 받음으로써 확인된 분만 바이러스 노출자의 5%에서 확진되었습니다. 예상보다 높은 수치이며, 더욱이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감염의 단계가 넘어갈 때마다 감염력과 독성이 약해진다는 기존의 상식을 깨고 있습니다.

이것은 곧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사람이 또 다른 곳에서 4차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의미 2. 타 병원에서 발생 감소, 3차 확산근거지 병원 발생 가능성 줄어:

13명의 신규 확진환자 중 삼성서울병원 발생환자가 10명이고, 타 병원 발생환자가 3명입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신규환자가 발생하지 않고 평택성모병원에서 발생한 2차 감염환자로부터의 3차 감염도 주춤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1차 근원지의 발생추세가 현저히 줄었고 현재 모든 의료기관 관련 정보가 공개되고 있기 때문에 평택성모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처럼 또다시 확산의 근거지 역할을 하는 새로운 병원의 발생 가능성이 작아지고 있습니다.

의미3. 낙관도 비관도 적절하지 않은 수치

삼성서울병원에 내원했다가 감염된 환자들의 경우 아직 잠복기에 있기 때문에 감염 여부가 다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타 병원의 3차 감염의 발생여부와 삼성서울병원에서 시작될지 모르는 4차 감염자의 발생 여부도 더 지켜봐야 합니다.

삼성병원 질병관리본부

임산부 감염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에 입원했던 임산부 한 분이 응급실에 내원한 시어머니를 면회하고 병실로 돌아왔는데 1차 검사에서 양성, 2차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습니다. 2차 검사가 더욱 정밀한 검사이므로 3차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올 가능성이 더 큽니다. 3차 검사는 꼭 음성으로 나오길 기대합니다. (추가: 보건복지부는 6월 11일 “메르스 의심자였던 40대 임산부 A씨에 대한 3차 검사 결과 최종 양성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 편집자) (2차 추가: 6월 21일 현재 임산부 환자는 검사결과 음성으로 전환되었고, 전신 양호한 상태로 다음 주 분만 예정이라고 합니다. – 필자)

  1. 임산부는 통상 건강한 사람보다 면역력이 취약합니다.
  2. 임산부가 메르스에 감염된 경우 어떤 경과를 보이는가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습니다. 
  3. 임산부가 임신 말기라면 태아의 장기가 이미 완성되었으므로 대부분의 치료약제를 사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러나 초/중기라면 임신 주수와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약제의 선택에 많은 제한이 있을 수 있고 때에 따라 태아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4. 바이러스가 혈액을 통해 전파되는 것이 아니므로 산모의 감염이 반드시 태아의 감염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태아의 감염확률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임신 임산부

의료기관은 ‘메르스 룰렛’ 

요즘 동네의원 의사들은 ‘메르스 룰렛’이라는 말을 씁니다. 권총의 탄창에 총알 하나를 넣고 돌린 후 방아쇠를 당겨 언제 죽을지 모르는 러시안룰렛 게임처럼, 진료하는 환자 중에 언제 메르스 환자를 맞게 될지 몰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사실 누구보다 메르스가 두려운 사람들은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들입니다. 끊임 없이 메르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감기 환자들을 진료해야 하고, 그중에는 메르스 감염 의심환자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 환자 옆 침대 환자를 진료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35번 의사는 상태가 악화되어 인공호흡기를 달고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그분의 쾌유를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그런데 의사들은 환자로부터 감염만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닙니다. 메르스 환자가 확진되면, 문을 닫아야 하고 의원 명이 공개되어서 다시 문을 연 후에도 시민의 오해가 풀리기 전까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합니다. 정부로부터 한 푼의 보조도 받지 않는 민간의료기관들이 이런 고민 속에 진료를 계속하고 있는데, 정작 공공의료기관들은 오히려 환자를 떠넘기고 있습니다. 정부의 보조를 받아 운영되는 공공의료기관이 감당해야 할 일을, 정부가 민간의료기관에 떠넘기는 상황에 의사들이 허탈해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badjonni, CC BY SA https://flic.kr/p/BDmHR
badjonni, CC BY SA

보건소가 보건복지부의 지휘를 받지 않는 이유

지금은 전국의 모든 보건소가 일반진료를 즉시 중단하고, 메르스 방역에 힘을 보태야 할 때입니다. 그러나 보건소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보건소는 보건복지부가 아닌 안전행정부 소속으로 지자체의 지휘를 받기 때문입니다. 전국 수백 개 보건소가 위기 시에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이유는 그런 제도적 배경 때문입니다.

심리학 → 통계학 → 의학

어느 분이 “전염병은 심리학으로 시작해서 통계학을 거쳐 의학으로 끝난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메르스 환자가 늘어가고 사망자가 늘고 있지만, 퇴원자와 격리해제자들도 늘고 있습니다. 신종 질환에 대한 합리적인 경계와 두려움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나친 공포로 인한 패닉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메르스 전파 방식이 여전히 접촉감염에서 변하지 않았고, 의료기관 정보가 공개되고 환자 정보에 대한 조회가 가능한 지금 불특정 다수에게 메르스가 전파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이제 정부의 무능으로 인한 실패가 초래한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 객관적 사실을 냉철하게 받아들일 때가 되었습니다.

현 상황에서 휴교령 유지나 발령은 적절한가

우리나라에서는 병원 밖 감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발생 가능성이 0(zero)은 아니라 할지라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메르스가 진정국면에 접어든다고 해도, 확연히 감소하기까지는 아직도 여러 날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휴교령 결정은 의학적 판단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휴교령의 유지나 새로운 발령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교실

강아지가 메르스에 감염될 수 있는가

개는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과 전혀 무관하며 감염 사례가 보고된 적 없습니다. 개도 메르스 바이러스가 속한 코로나바이러스(corona virus)에 감염될 수는 있지만, 이것은 메르스와는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입니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연구를 위해 쥐와 기니피그에 메르스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실험이 시도된 바 있으나 감염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영장류인 원숭이에게서는 인위적 감염 후 감염증세가 발현된 바 있습니다.

만일 키우시는 강아지가 메르스에 감염된다면, 귀하의 강아지는 전 세계 최초로 메르스에 감염된 강아지가 될 것입니다.

정부의 뒤늦은 발표

  1. 정부가 뒤늦게 메르스 관련 정보홈페이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3주가 지나서야 정부가 현황판을 만들어 제공한다는 뜻입니다.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입니다.
  2. 정부가 뒤늦게 메르스 지정병원을 지정하고 알리겠다고 하였습니다. 이것도 너무 많이 늦었습니다.
  3. 총리의 담화문 발표를 보고 답답했습니다. 왜 말을 이렇게 할까요? 문형표 장관이나 최경환 총리대행이나 의료의 문외한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행정가는 행정가의 역할을 하고, 전문영역은 전문가가 직접 나서서 국민에게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으면 합니다.

그런데 대형병원과 차별화하여 ‘안전병원’이라고 이름 지었는데, 안전병원에서 환자가 1명이라도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합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안전병원’이었던 병원이 이제 무엇이 되는 건가요?

정부 발표의 이면

아래는 오늘 오후 일선 의료진이 제게 보내온 실상입니다.

“현재 1차 의료기관에서 메르스 대응은 메르스 의심되는 환자분 있으면 어제 오전까지 지침은 지역보건소나 콜센터 신고하고 자택격리 후 검사 진행”에서 어제 오후 부터 보건복지부 지침이 변경되어 전국 237개 응급실 메르스 선별진료소 운영하므로 종합병원 응급실 선별진료소로 안내하라고 받았습니다. (진료거부 시 징역과 벌금, 면허정지내용 포함) 하지만, 실제 리스트에 있는 병원에 진료의뢰센터장이나 담당자와 통화해보니 금시초문이고 응급실 앞에 천막 하나 쳐놓아서 히스토리 토킹(history taking)만 별도로 가능하다고 합니다. (검사 불가)

보건복지부에서 최근 언론이나 국민의 질타가 워낙 심하다 보니 임의로 리스트를 만든 것 같고 일선 1차 의료기관에서는 메르스 선별진료소라고 나오는 종합병원으로 보내야 하는지 기존의 보건소나 콜센터로 연락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보건복지부가 면피용 대책으로 더 헷갈리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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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저는 기간제 교사입니다. 주제 넘게 한마디 하자면 지금 언론에만 공개되지 않았지 교사나 학생들중에서 메르스 의심자들이 많고 그중에 확진자도 나왔습니다.
    격리자들도 이미 300명이 넘었습니다. 이것은 언론을 검색하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는 병원응급실보다 더 한정된 교실이라는 협소한 공간에, 수십명. 수십명이 한층에 모여 수백명의 학생들이 생활합니다. 따라서 한명의 학생이라도 메르스에 감염된다면 전파는 순식간에 이뤄지고 맙니다.
    대한민국은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 많은 우리의 아들 딸들을 잃었습니다. 그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우리의 책임으로 우리의 아들 딸들을 아프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의미에서 휴교령은 잘한 처사라고 생각됩니다.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 감염이 안 되길 눈물로 기도하는 심정입니다.
    덧붙여서 삼성병원의 감염 전파력이 사상 최대임을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궁금한 점은 그 보다 더 적게 감염자가 나온 평택성모병원은 폐쇄 조치를 취했었는데, 삼성병원은 왜 아직도 그대로이냐는 것입니다.
    물론 일개 시민이 병원의 폐쇄이야기를 하는 것은 주제 넘지만 그곳에서 계속적으로 감염환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삼성병원에서 전국적으로 감염이 빠르게 전파되고 있고, 이것은 지역사회의 4차 감염과 더불어 국가적으로도 결국 심각한 손실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오늘은 7세 초등학생도 4차 감염자로 발생했는데, 이것은 웬지 전조로 보입니다.
    삼성병원은 폐쇄 조치를 취해야만 할 것입니다. 적어도
    병원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최전방에서 국민들을 위해 메르스에 맞서고 있는 의료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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