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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올리는 게 타당한가

국민연금에 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누구는 고갈론을 설파하고, 사적 연금 강화를 주장합니다. 또 다른 이는 국민연금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걱정하지 말라 합니다. 슬로우뉴스는 국민연금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수용해 공론장을 키우고자 합니다.

국민연금에 관한 다양한 의견과 기고를 환영합니다. (편집자)

국민연금의 역사와 미래

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에 도입되었습니다. 목표 소득대체율은 70%였고 초기 가입자는 납부금보다 훨씬 많은 금액 – 실제로 납부금의 서너 배 이상을 수령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 상황은 지금도 계속되어 국민연금의 초기 가입자는 본인 가입금은 물론 나중 가입자의 납부금 일부를 받아가는 구조입니다.

현재 구조를 따르면 2060년 이후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사람은 본인의 납부금이 연금 기금에 전혀 남아 있지 않고 본인의 납부금만큼 혹은 미래세대가 낸 보험료까지 받아가게 됩니다.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새정연의 자가당착: 소득대체율 낮춘 건 참여정부

정부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7월 국민연금법을 개정하여 기존의 소득대체율 50%를 향후 2008년부터 2028년까지 매년 0.5%씩 내려 최종적으로 소득대체율을 40%까지 낮추기로 했습니다. (2015년 현재의 소득대체율은 46.5%입니다.) 2007년에 이루어진 이 개정으로 국민연금의 고갈 예상 연도는 2046년에서 2060년으로 연장되었습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결정

인구가 급속히 고령화되는 이 시점에 오히려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책임의식과 일관성이 부족한 모습입니다.

빨라지는 국민연금 고갈 시점: 2060년 아닌 2045년

올해 감사원이 국민연금을 감사한 결과 국민연금의 고갈 예상 시점은 국민연금이 자체 추산한 2060년보다 더 빠른 2045년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이유는 국민연금은 향후 보유 자산의 수익률을 연평균 7.2%로 가정하고 있는데, 현재의 시장 수익률을 볼 때 그보다 훨씬 낮은 연평균 약 3% 정도의 수익률을 가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그렇다면 국민연금의 고갈 시점은 2045년으로 당겨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수익률 추정치와 실제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추정치를 너무 높게 잡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수익률 추정치와 실제 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추정치를 너무 높게 잡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선행세대와 미래세대의 수익과 부담 구조상의 차별

선행세대는 더 적은 금액을 부담하고도 더 많은 금액을 받아가게 되어 있는데, 이것은 필연적으로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납부금액, 지급금액의 차이 말고도 불평등한 부분이 있습니다. 지급개시 연령입니다. 선행세대는 1953년 이전 출생자의 경우 만 60세부터 받지만 지급개시 연령은 차츰 높아져서 1969년 이후 세대는 만 65세부터 받습니다.

만약 국민연금이 점점 고갈되고 미래세대의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등의 이유로 미래세대의 지급개시 연령이 더 올라가서 “70세부터 지급”으로 늦춰질 수도 있습니다. 해외의 사례를 보면 이미 독일은 지급연령을 만 67세로 높이기로 하였습니다.

소득대체율 해외 사례: 독일의 경우

복지 선진국으로 자주 언급되는 독일의 경우도 최근 소득대체율은 41.8%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독일은 가입자의 평균 가입 기간이 우리보다 길고 평균 소득 자체가 높으므로 실제 지급 금액은 우리의 경우보다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도 가입자의 가입 기간은 차츰 늘어나게 되기 때문에 소득대체율의 인상 없이도 가입자의 평균 지급금액은 향후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됩니다.

독일의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

남성의 경우

  • 구 서독인: 1,052유로 (약 132만 원)
  • 구 동독인: 1,006유로 (약 126만 원)

여성의 경우

  • 구 서독인: 521유로 (약 65만 원)
  • 구 동독인: 705유로 (약 89만 원)

남성과 여성의 금액 차이가 큰 이유는 근무년수와 월급의 차이 때문이다.

참고로 2012년 기준 독일의 연금생활자 중 370만 명은 매달 300유로(약 38만 원) 미만의 연금을 받고 있다. 그리고 1,300만 명이 약 1,000유로(약 126만 원)를 받고 있다. (이상 출처: 독일 위키백과)

2014년 국민연금공단 가입자 통계를 따르면 한국의 국민연금 월 수령액 평균은 32만 원이다. (편집자)

2060년 시나리오: 미래세대 부담과 재정 문제

국민연금연구원은 2060년 국민연금 수급 가입자를 1,448만 명으로, 납부 가입자는 1,357만 명으로 예상합니다. (출처: 국민연금연구원 – 인구구조변화가 국민연금재정에 미치는 영향)

인구구조 변화가 국민연금 재정에 미치는 영향

이때 평균 소득 연 2천만 원을 가정하고 국민연금 수급자가 1인당 평균 소득의 50%인 연 1천만 원을 받는다면, 필요한 지급 재원은 연간 약 145조 원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나 이때는 남아있는 기금이 없으므로 납부 가입자 1,357만 명이 각자 소득의 55%인 연 1,100만 원을 납부하거나, 혹은 국가 재정에서 연간 145조 원을 지원해야 합니다. 가령 납부자의 부담과 국가 재정 부담을 반반으로 나눈다면, 개별 노동자는 소득의 27.5%를 은퇴자의 연금으로 내고, 국가는 연 72조 5천억 원을 국민연금 가입 은퇴자의 연금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이는 2015년 국가 예산 375조 원의 약 19%에 해당합니다. 대다수 가입자인 임금 노동자들이 지금보다 18.5%나 더 많은 ‘준조세’를 부담할지도 의문이고, 국가가 연간 72조 5천억 원의 세금을 도대체 어디서 더 걷을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독일의 국민연금 보험료율

독일 노동자의 경우 월급에서 떼어가는 보험료율은 2015년 현재 18.7%다.

  • 1928년: 5.5%
  • 1949~1955년: 10%
  • 1968년: 15%
  • 1973~1980년: 18%
  • 1994년: 19.2%
  • 2007~2011년: 19.9%
  • 2015년~: 18.7%

이 보험료율의 변화는 인구학적인 요인 때문이다. (출처: 독일 위키백과) (편집자)

부담 불평등의 문제

국가 재정으로 2060년 가입자의 국민연금 전부인 145조 원을 국가재정으로 부담하는 것도 상당히 불평등하다고 여겨지는 대목이지만, 현재 세대의 노후 연금을 국민연금 가입자가 전부 부담하는 것도 조세 평등의 문제를 유발합니다.

소수의 임의가입자를 제외한 국민연금의 가입자 대다수는 임금 노동자인데, 임금 노동자라는 특정 집단이 국민 전체의 노후 빈곤을 재정적으로 감당해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가령 국가 재정을 이루는 조세는 단지 임금 노동자가 낸 근로소득세뿐 아니라, 법인과 부동산과 금융, 유통 등 국가 전체의 각종 재화와 서비스에 부과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애초에 노령 빈곤과 같은 사회적 문제는 국가가 공평한 조세를 바탕으로 감당해야 할 책무가 아닐까요.

노인 빈곤의 문제: 소득대체율 인상과 무관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을 49.6%로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OECD평균의 4배에 이릅니다. 혼자 사는 노인의 빈곤율은 무려 76.6%입니다.

노인빈곤율이란

한국 중위 가구 소득(전체 가구를 소득순으로 일렬로 세웠을 때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이 연 2,000만 원이라면, 연 소득이 1,000만 원 미달이면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노인빈곤율은 이 중위 가구 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는 소득을 올리는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비율을 뜻한다.

그러나 노인빈곤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여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노인빈곤층 다수는 1988년 임금 노동자를 대상으로 처음 도입된 국민연금의 가입자가 아니기도 합니다.

노인 빈곤 문제는 빈곤 해결의 문제로 봐야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빈곤 해결을 위한 전체 예산은 약 20조 원에 이릅니다. 기초노령연금 예산이 약 500만 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약 7조 원, 기초수급예산이 약 130만 명의 최빈곤층을 대상으로 약 12조 원입니다.

빈곤 노령층을 포함하여 전체 빈곤계층을 약 5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연 500만 원을 지급한다면 약 27조 원의 예산으로 노령층을 비롯한 전 인구의 빈곤 문제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2015년 국가 예산 규모는 연 375조 원으로 그중 10% 이내를 빈곤 대응에 쓰는 것은 결코 재정상 무리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국민연금, 이대로 가면 폰지 사기인가?

물론 국민연금이 파산하지 않으면 폰지 사기가 아닙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파산하지 않을 거란 근거는 그저 막연한 믿음일 뿐입니다. 만약 국민연금과 같은 구조로 민간 보험 상품을 구성했다면 해당 보험의 파산은 당연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보험 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한 사람은 사기죄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국민연금이 폰지 사기가 아닌 근거는 상품 구조가 폰지 사기와 달라서가 아니라, 국민연금의 운영 주체가 국가이기 때문에 돈을 떼먹을 근거가 적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역사적으로 보면 연금을 지급할 수 없었던 국가가 종종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요. 한국도 미래에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되면 국민연금은 폰지 사기로 결말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국민연금은 폰지 사기처럼 특정 개인이 대중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국민연금은 폰지 사기처럼 특정 개인이 대중을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가는 단지 “내가 곧 법이니라, 나를 믿어라. 내가 설마 떼먹겠느냐?”라고만 할 게 아니라, 가급적 국민연금 자체를 누가 보더라도 지속 가능한 구조로 만들고 외부의 금융 충격이나 인구 구조의 변동에도 견딜 수 있을 만한 장치를 갖춰야 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가 “2060년에 어쨌든 145조 원을 낼 것이니 무조건 믿으라”고만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하자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자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국민연금의 장기적인 안정성에 관한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오히려 추가적인 재정 안전장치와 운용의 투명성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 기사는 팟캐스트 [두루미기행]에서 소개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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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sylafite
초대필자. 잡설가

생업도 바쁘지만 세상 이슈에 종종 끼어드는 아마추어 잡설가. → @sylaf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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