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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유지 – 창작자 파란만장 생존기

2015년 1월 17일, 예술 분야 창작자의 ‘작업과 밥벌이’를 주제로 열린 ‘접속유지’ 좌담회를 총 5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

1. 신호들의 교차점에 멈춰 서서
2. 문학 창작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3. 미술 창작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4. 무용 음악 영상 여성학 창작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5. 창작자 파란만장 생존기

창작자의 밥벌이와 작업에 관한 고민을 공유한 좌담회, '접속유지' (사진 제공: 정언)

창작자의 밥벌이와 작업에 관한 고민을 공유한 좌담회, ‘접속유지’ (사진 제공: 정언)

예술 분야 창작자들의 부업

리밍: 용돈 벌이로 지인들 기념일에 캐리커처를 만 원에 팔아보기도 했다. 귀걸이나 반지를 좋아해서 세공 쪽도 공부해 만들어보기도 했는데 일단 마켓에 나가도 경기가 어려워서인지 잘 팔리지 않는다. 딱 쓸모 있는 것들만 팔리지, 예술적인 가치가 고려된 것들은 잘 안 팔린다.

이세준: 내가 친구와 쇼핑몰을 열려고 삼청동과 대학로 등지의 플리마켓을 돌아다니며 상인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5천 원 이하 상품이 잘 팔린다. 5천 원은 마음의 한계이다. 그 이상으로는 정말 퀄리티가 좋지 않은 한 잘 안 사간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사가는 상품의 질이 되게 안 좋을 수밖에 없다.

백수정: 나는 지금 캔들을 만들어 판 지 삼 개월 정도 됐다. 그동안 플리마켓에 두 번 나갔고, 트위터로 삼사백 개 가량 팔았다. 캔들 위에 생화를 올려 예쁘게 디자인을 하는데, 그것도 내가 생업으로 하는 디자인 일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퀄리티 있는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사람들이 잘 썼다고 후기를 보낼 때마다 뿌듯함이 화수분처럼 올라온다. 캔들을 시즌 상품이라고 여기기 쉬운데, 여름에도 습기를 말려주기 위해 캔들이 필요하고, 가령 목욕 후 욕실에 십분 정도 켜 놓으면 습기가 제거되고, 이런 걸 열심히 홍보해야 한다.

Matt Biddulph, Mauerpark Fleamarket CC BY-SA 2.0

Matt Biddulph, Mauerpark Fleamarket CC BY-SA 2.0

책 만들기: ‘금치산자레시피’ ‘젖은 잡지’ 경우

김미루: 나는 ‘금치산자레시피’라는 이름으로 책을 낸다. 사실 백수정 씨 같은 케이스를 많이 봐서 적용해보려고 애썼지만, 회사에 있을 때는 트위터를 안 하기 때문에 적재적소에 떡밥을 던지고, 타임라인에 계속 꽂고 하질 못한다.

회사에서 SNS를 하지 않는 건 칼퇴를 하기 위해 야수의 심정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SNS 마케팅은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내겐 메리트가 없다.

– 책은 어떤 과정을 통해 내는가? 

김미루: 책은 서점을 통해서 판매한다. 2008년 이후에 독립출판서점이 폭발적으로 생겨났는데, 나는 많은 서점의 리스트를 확보하고 있다. 웹사이트나 페이스북 페이지가 따로 없는 채로, 독립출판물 관련 부스만 설치하고 있는 카페들도 상당히 많이 있다. 그런 곳의 리스트까지도 만들어 놓았으니 필요한 사람에게는 언제든 공유할 수 있다.

책을 입고하고 싶으면 이런저런 조건들을 모두 리서치한 후 문서로 정리해서 서점들에 한꺼번에 뿌린다. 메일 주소가 있는 곳들은 다 뿌렸다. 그렇게 해서 그분들이 답신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 전화를 한다, 메일 보냈는데 받으셨느냐고. 그렇게 입고된 곳이 이제 열 군데가 좀 안 되는 것 같다. 보도자료도 냈다, 나는! 근데 아무도 보도를 안 해줬어.

하여튼 서점에 입고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올해 말쯤에는 출판사를 차려서 지마켓에서 판매할까 싶다. 내가 서점에 입고하려고 했던 건 인터넷 배송 업무 대행이나, 서점들이 하나의 채널로서 기능하면서 독자들과 만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인데, 결과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아예 내가 직접 판매하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하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차라리 지마켓에 입점하는 게 여러 가지를 따져봤을 때 훨씬 경제적이다. 사람들이 책을 구매할 때 내가 주소만 보여주면 그쪽에서 알아서 결제하면 되니까. 결제 모듈을 따로 구매하면 돈이 들고, 귀찮고, 피곤하고.

– 팔리고 싶은 책을 써보고 싶지는 않나? 

김미루: 팔리는 책을 쓰고 싶으면 독립출판하면 안된다. 그리고 팔린다고 해도 난 문제다. 그 업무들을 다 처리하느라 매여 있어야 할 거다.

– 책이 많이 팔리면 회사를 그만둬도 먹고 살 수 있지 않나? 

김미루: 그래서 내가 희망을 갖고 계산을 한 번 해봤다. 몇 부를 팔아야 최소한 세무사와 거래를 하면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근데, 그냥 안 되는 걸로 나왔다. 그렇다고 해서 비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는 적게 내면 되는 거다. 굉장히 단순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규리: 내가 에디터로 참여하고 있는 [젖은잡지]는 모델 정두리 씨가 사비로 제작하는 잡지인데, 생각보다 굉장히 잘 팔린다. 이 잡지를 통해 나도 처음으로 독립출판을 경험했다.

그전에는 [가가 페미니즘]을 친구들과 함께 공역해 이매진 출판사를 통해 낸 적이 있는데, 화제가 되어서 초반에는 조금 팔렸다. 근데, 그것보다 [젖은잡지]가 짧은 기간 동안 더 많이 팔렸다.

사실 요즘은 메이저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책을 혼자 만들어볼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트위터를 통해 책을 팔려면 그만큼 공을 들여야 한다. 사진도 계속 올리고, 사생활도 노출하면서. 이 씬에서 어떤 인물로 자리매김하는 것 자체가 독립출판의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니까.

내가 궁극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레즈비언 포르노는 수익성은 없겠지만, 영화를 만드는 친구들이나, 여성주의 영상 작업을 하는 친구들과 여성운동을 함께한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나 혼자 레즈비언 포르노 만들어 돈을 벌 거야!’

이런 게 아니라 동의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같이 운동을 해나가고 싶다. 이 좌담회에 온 것 자체도 그런 과정이다.

미술이론가 장우진의 고군분투기 

장우진: 나는 [미술, 만화로 읽다]라는 책을 쓴 미술 이론가다. 대학원 다닐 때 번역 일을 하면서, 내가 쓰고 싶었던 미술에 대한 얘기를 원고 초안으로 정리해 무작정 출판사를 찾아갔다.

미술책을 발간했던 편집자들의 연락처를 몇 개가 내가 가진 전부였다. 한 다섯 번째인가 찾아갔는데, 한 편집자가 내 초안을 보고 “아, 정말 반짝반짝하다.”라고 말해서 계약해 나오게 된 책이 [미술, 만화로 읽다]였다.

책을 쓰는 일은 나 자신에게 굉장한 동력이 되었다. 미술사적인 예를 거의 총망라했고, 직접 그림까지 그리고, 교정, 편집 디자인도 다 해서 책을 넘겼기 때문에 발간되기까지 오 년 정도 걸렸다. 지금도 이 책의 인세로, 큰 액수는 아니지만, 일 년 평균 삼백만 원 정도 들어온다. 지금까지 다섯 권 정도 책을 냈다.

– 5년 동안 무슨 일로 생계를 유지했나? 

장우진: 그 사이 이런저런 알바를 많이 했다. 논문 대필, 교정, 초역, 번역. 주로 번역 일을 많이 했다. 대학원생이었기 때문에 주로 교수님들이나 학교의 인맥을 통해 일을 구했다.

노트북으로 글쓰기

– 어떤 연대를 꿈꾸고 있나? 

장우진: 이런 만남,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의 접촉이 주는 계기들, 기회들, 그런 것들이 아이디어를 자극하거나 소소한 정보 교환을 가능하게 하거나 내 안에 잠든 에너지를 깨우지 않나. 내 삶에 활력을 채워주는 어떤 것이 되는 거다.

오늘 모인 이런 자리도 한 권의 책이나 하나의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 이런 자리를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오늘 온 패널 분들의 인터뷰 등을 모아 잘 편집만 해도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

이 책이 팔린다면 적게나마 인세가 들어오고, 그걸로 어떤 공공 공간을 운영할 수도 있고. 그러니 고정된 자아로 정체되어 있기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확장해나갈 수 있는, 다양한 변이 가능성을 염두에 둔 예술가가 되고, 연대를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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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정언
초대필자. 자유기고가

만나고 쓰는 일이 즐거운 사람. 대학에서 미술이론을 공부한 후 월간지 객원기자, 드라마 홍보, 칼럼 기고 등 여러 일을 하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작성 기사 수 :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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