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 미디어 » 인권헌장, 이것이 팩트다: 서울시와 MBC는 오보를 바로잡아주십시오

인권헌장, 이것이 팩트다: 서울시와 MBC는 오보를 바로잡아주십시오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아십니까?

서울시는 각계각층 시민을 안분해 헌장 제정위원회를 구성했고, 지난 4개월 동안의 노력 끝에 제정위원회는 2014년 11월 28일 총 50개 항으로 구성된 인권헌장을 채택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인권 헌장 채택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공식 입장(2014년 12월 1일 오후 5시경 서울시 인권담당관에게 확인)은 “인권헌장은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언할 수 없다”입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인권헌장 재정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가 인권헌장 제정 과정에 관한 ‘팩트’와 이를 왜곡하는 보도, 그리고 그 오보에 관한 서울시의 방조를 비판하는 글을 슬로우뉴스에 보냈습니다.

‘이것이 팩트’라고 홍성수 교수는 말합니다. (편집자)

1. 논의 과정에서 의견수렴이 부족했다는 분들께

헌장 제정 과정에서 의견수렴 절차가 부족했다? 좀 더 많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사실 소수자를 배제하는 대표적인 논리는 “아직 분위기가 성숙하지 않았다”였죠. 한마디로 다수결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힘든 토론을 거쳐 다수결, 그것도 3분의 2라는 가중다수로 의결했습니다. 그랬더니 이제는 만장일치가 되어야 한다데요.

도대체 뭘 더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요?

서울시민 인권헌장은 시민위원 180명을 추첨으로 뽑아서 4개월 동안 6번의 회의를 하고, 두 차례의 권역별 토론회, 9번의 인권단체 분야별 간담회, 그리고 공청회까지 거쳐서 만든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이 온갖 혐오발언들을 감내하고, 물리적 폭행까지 당했지만, 하나하나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설득해가며 겨우 여기까지 왔습니다.

인류역사상(!) 이보다 더 광범위하고, 민주적이며, 숙의적(deliberative) 의견수렴절차가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시민 참여의 세계적인 모범 사례가 ‘시민참여 행정’의 아이콘, 박원순 시장에 의해 거부되다니 아직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2. 이것이 팩트다

서울 인권헌장에 관한 객관적 팩트입니다. 평가적 진술은 배제했습니다.

  1. 서울시는 시민위원회를 구성하여 헌장 제정 권한을 위임했다.
  2. 시민위원회는 6차례의 회의를 통해 시민들은 45개 조항에 완전히 합의했지만, 5개 조항에서는 일부 이견이 제시되었다.
  3. 시민위원회 의결절차는 미리 정해진 바가 없었지만, 서울시는 합의(만장일치)가 아니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마지막 6차 회의에서 발표했다.
  4. 시민위원회는 남은 5개 조항에 대한 의결을 다수결로 하기로 ‘자율적’으로 결정했다.
  5. 시민위원회가 의결절차에 돌입하자, 서울시 관계자는 사회를 보던 문경란 부위원장의 마이크를 강제로 빼앗는 등 ‘물리적’으로 의결절차를 방해했다.
  6. 그럼에도 시민위원회는 77명 중 60명, 즉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여 인권헌장을 원안(제1초안)대로 ‘의결’하였다. (정상적인 의결)
  7. 서울시는 ‘사회적 갈등’을 이유로 선포하지 않겠다고 했다. (선포 거부)

제 눈으로 직접 본 것이고, 여러 사람을 통해 재삼재사 확인한 사항입니다. 다시 요약합니다.

  •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시민위원회는 인권헌장을 의결하였다.
  • 서울시는 사회적 갈등을 이유로 선포하지 못하겠다고 거부했다.

이것이 팩트입니다.

“절반 이상이 불참하거나 퇴장” 등의 언론보도는 100% 허위라는 점을 분명히 해둡니다.

Ged Carroll, CC BY https://flic.kr/p/abUoxf

한겨레 등 일부 매체를 제외하고 다수 매체가 잘못된 사실(오보)를 유포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Ged Carroll, CC BY)

사실 77명 중 60명 찬성이라는 공식기록에도 많은 의심이 있습니다. ‘오류’가 있다는 것이죠. 일단, 마지막 표 집계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지연되었다가 겨우 발표되었습니다. 시민위원들이 발표 안 하고 뭐하냐고 소리를 칠 정도였으니까요.

나중에 당시 참석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아무리 계산해도 당시 참석인원은 77명보다 많습니다. 기권자 숫자도 제대로 집계되지 않았습니다. 확실한 것은 당시 회의장의 시민위원 숫자는 77명보다 더 많다는 것입니다.

참석자로서는 정확한 숫자를 알 길은 없으며 강한 의심을 제기할 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모든 입증 책임은 서울시에 있습니다.

3. 허위사실 보도를 바로잡습니다

도저히 인내심을 발휘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터지고 있습니다. 2014년 12월 1일 MBC 뉴스 보도입니다.

위원 18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퇴장했습니다.” (MBC 보도 중)

  • 명백한 허위입니다. 재적 시민위원은 164명이고요. 당일 출석한 위원은 110명입니다. 일부가 퇴장하긴 했지만, 절반 이상 퇴장은 말도 안 되는 얘깁니다.

 “퇴장하지 않은 73명이 표결로 1안을 선택했지만” (MBC 보도 중)

  • 명백한 허위입니다. 투표한 사람은 77명이라고 공식적으로 기록되었으니, 일단 공식기록과도 다르고요. 나중에 계산해 보니 숫자가 실제보다 적다는 의심도 있습니다. 또한, 기권자도 1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즉, 회의장 안에는 73명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있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퇴장하지 않은 73명이 표결로 1안을 선택했지만” (MBC 보도 중)

  • 표현이 적절치 못합니다. 해당 표현은 “표결에 참여한 사람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국회의원 300명 중 160명이 출석해서 120명이 찬성했으면 ‘압도적 다수가 찬성했다’고 표현하지, 누가 ‘300명 중에 과반수가 안 되는 120명이 찬성했다’고 표현합니까?

서울시는 이런 허위 보도를 계속 조장하고, 방치할 것인지 답해야 합니다. 정정보도 신청이라도 해야 하나요?

팩트 외에 보도 자체의 불공정성에 대해서는 따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이것이 시민위원회가 인권헌장을 정당한 절차에 의해 ‘채택’했지만, 서울시가 인권헌장을 ‘선포’하지 않는 현실, 그 팩트입니다.

좋은 기사 공유하고 알리기
슬로우뉴스에 커피 한잔의 여유를 후원해주세요. 필자 원고료와 최소한의 경비로 이용됩니다.

필자 소개

홍성수
초대필자.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주요 연구분야는 법철학, 법사회학, 인권이며 다양한 사회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작성 기사 수 : 3개
필자의 홈페이지 필자의 페이스북

©슬로우뉴스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슬로우뉴스 안내 | 제보/기고하기 | 제휴/광고문의
등록번호: 경기아51089 | 등록일자: 2014년 2월 10일 | 발행일: 2012년 3월 26일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동판교로 153 802-902 | 발행인: 김상인 | 편집인: 강성모 | 청소년보호책임자: 강성모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