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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에 반대하는 방법: "전 아무튼 반댑니다"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아십니까?

지난 4개월 동안 서울시는 각계각층 시민의 뜻을 모아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함께 인권헌장을 만들고 싶다는 시민들 가운데 지역과 연령, 성별을 고려해 헌장 제정위원을 구성하고, 많은 토론과 대화 끝에 지난 2014년 11월 28일 총 50개 조항으로 구성된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채택했습니다.

50개 조항 중 45개 조항은 만장일치로 채택되었습니다. 논란이 있는 5개 조항에 관해서는 헌장 제정위원회가 그 절차와 방식을 자율적이고, 민주적으로 마련했습니다. 만장일치는 아니지만, 압도적인 다수로 해당 5개 조항을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인권헌장이 채택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서울시에 공식 입장을 확인한 결과(2014년 12월 1일 오후 5시경 서울시 인권담당관에게 확인) “인권헌장은 채택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언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현재 “서울시의 공식 입장”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이유를 묻자 담당자가 없다며 답변을 회피합니다. (다시 확인합니다. 슬로우뉴스와 전화한 분은 서울시 ‘인권담당관’이십니다.) “언론을 참고하라”는 말도 합니다. 하지만 다수의 제정위원(30명의 전문위원 포함)들은 기존에 인권헌장 채택에 관한 보도들이 제정위원회의 활동을 왜곡하고, 헌장 채택의 정당성을 왜곡하는 ‘오보’라고 말합니다.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요? 왜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로 채택한 서울시 인권헌장을 서울시는 채택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걸까요? 그동안 인권헌장 재정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가 그 속사정을 알만한 사연을 슬로우뉴스에 보냈습니다. 인권헌장 제정과정에서 반복적으로 겪은 “차별 금지 조항”에 관한 어떤 대화입니다. (편집자)  

제가 직접 체험한 인권헌장 제정과정에서 나눈 대화를 재구성합니다. 시민회의, 간담회, 토론회 등 여러 회의에서 여러 사람과 나눈 대화들입니다. 이 대화에서 등장하는 ‘시민’은 특히 ‘동성애 차별 금지’를 규정하는 ‘차별 금지 조항'(현재 인권헌장 제4조)에 반대하는 시민을 특히 대표해서 지칭합니다.

제4조 서울시민은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출산, 가족형태 상황, 인종, 피부색, 양심과 사상,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학력, 병력 헌법과 법률이 금지하는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1장 일반원칙, 제4조.

시민: 차별금지 조항에 반대합니다.

나(홍성수): 차별에 찬성하세요?

시민: 그건 아닙니다. 차별해도 괜찮다는 건 아닙니다. 차별하면 안 되죠.

나: 그래서 “차별하면 안 된다”고 헌장에 규정하자는 거에요.

시민: 차별사유 중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요. 성적 지향 이건 빼요.

나: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은 해도 된다는 건가요?

시민: 음… 그런 건 아니고요. 성 소수자도 차별하면 안 되긴 하죠.

나: 그래서 “성 소수자를 차별하면 안 된다” 이렇게 적자는 거에요. 뭐가 문제에요?

시민: 어쨌든 반대합니다.

나: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것을 다시 한 번 반복하는 것에 불과한데 왜 자꾸 반대만 하시는 건가요?

시민: 법률에 있는데 왜 또 만들어요?

나: 인권헌장은 시민들이 이런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는 거니까 법률에 있는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죠.

시민: 어쨌든 법률에 있으니까 다 뺍시다.

나: 네. 말씀하신 취지를 살려봅시다. 법률에 있는 대로 적지 말고요, 새로운 차별사유를 추가하거나, 기존의 차별사유를 더 자세하게 표현하면 어때요? 예를 들면,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금지”라고 법률에 적혀 있으니까, 우리는 “이성애, 양성애, 동성애 등 다양한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금지” 이렇게 헌장에 적으면 어떨까요?

시민: 그건 더 싫은데요.

나: 법률에 있으니까 빼자고 했잖아요. 그래서 법률에 없는 내용을 제가 자세하게 제시한 겁니다. ^ ^

시민: 그나저나 그런 법률이 도대체 어디 있어요?

나: 대한민국헌법 11조 1항,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의 3,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5조, 군에서의 형의 집행 및 군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6조에 아주 자세하게 나열되어 있습니다. 보여 드릴까요? 아니면 읽어드릴까요?

시민: 전 그 법에 찬성 안 했는데요?

나: 찬성하건 말건 현행법입니다. 시에서 헌장 만드는데 법에 따라서 해야죠.

시민: 전 아무튼 반댑니다.

나: 네 좋습니다. 그러면 여기 말고, 국회 가서 입법로비활동을 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형집행법 주무 부서인 법무부나, 군형집행법 주무부서인 국방방부에 가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시민: 차별 사유를 나열하면, 나열되지 않은 사람들이 소외될 수 있으니, 그냥 나열하지 않아야 합니다.

나: 그래서 “~~등”이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열거한 것이 아니라 예시를 한 겁니다. 헌법에도 차별사유가 예시되어 있는데, 그럼 헌법은 나열되지 않은 다른 소수자들을 소외시키는 겁니까?

시민: 어쨌든 다 나열 할 수 없으니 아예 적지 말자는 겁니다.

나: 그러면 일단 최대한 자세히 나열하고요. 헌법 37조 1항을 응용해서, “여기서 제시된 차별사유는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두면 어때요?

시민: 전 아무튼 반댑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제가 지난 4달 동안 수없이 나눈 대화입니다. 그래도 ‘민주주의가 어디 쉬운 일이냐?’는 생각에 인내심을 발휘해서 수차례 토론을 했습니다.

시민회의를 6차에 걸쳐 했습니다. 이건 일종의 배심제 개념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배심제는 9명의 시민을 모아 놓고 하루에 다 끝내잖아요. 근데 180명을 모아 놓고 4개월 동안 6번이나 회의를 한 겁니다.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에요.

두 차례의 권역별 토론회, 9번의 인권단체 분야별 간담회도 했습니다. (예정에 없던) 성 소수자 반대 단체들만 모아 놓고 간담회도 했습니다. 공청회도 했습니다.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의견수렴 방법을 총동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부 시민들을 여전히 설득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 과정을 지켜본 다른 시민들께도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최종 표결에서 논란이 있었던 조항들에도 압도적으로 가결된 것은 처음에는 분명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던 분들이 대부분 찬성 쪽에 표를 던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반대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인권헌장을 선포할 수 없다면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요?

누가 좀 그럴듯한 설명을 해주시길 부탁합니다.

이 글은 다음 글(아래 링크)로 직접 이어집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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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홍성수
초대필자.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주요 연구분야는 법철학, 법사회학, 인권이며 다양한 사회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작성 기사 수 :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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