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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사를 위한 인지언어학 3: 메타포적 의미를 함께 생각하라

인지언어학(Cognitive Linguistics)과 언어교육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인지언어학적 세계관과 방법론이 언어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가르치는 데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영어교육 관계자 그리고 이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와 함께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필자)

(영어)교사를 위한 인지언어학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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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지난 연재에 이어 영어에 나타나는 다양한 메타포에 관해 살펴보고, 언어의 메타포성을 활용한 어휘교수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해 봅니다.

사고와 언어를 통합하는 어휘교육

[Metaphors We Live By]지난 글 “언어는 기본적으로 비유적이다”에서는 비유, 은유 등의 메타포가 언어의 기본적인 속성이라는 점을 말씀드리면서, “메타포는 단순히 언어를 다채롭게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사고의 패턴”이라는 [Metaphors We Live By]의 핵심 주장을 살펴보았습니다.

저자 레이코프(Lakoff)와 존슨(Johnson)은 이점을 강조하기 위해 많은 지면을 할애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 예문들을 봅시다.

He ran out of ideas.

Don’t waste your thoughts on small projects.

We’ve used up all our ideas.

He’s a resourceful man.

저자들은 이러한 언어적 표현들에 “Ideas are resources”(아이디어는 자원이다)라는 사고가 내재해 있다고 주장합니다. “아이디어가 떨어졌다.”, “사소한 프로젝트에 네 생각을 낭비하지 마라.”, “우리 아이디어를 다 써버렸다.”는 표현들이 이를 보여주지요.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을 “자원이 풍부한 (resourceful)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이들의 주장에 더욱 무게가 실립니다.

아이디어를 묘사하는 표현 몇 가지를 추가로 살펴보시죠.

That’s an incisive idea. (날카로운 생각이다.)

That cuts right to the heart of the matter. (정확히 문제의 중심을 가르는 생각이다.)

That was a cutting remark. (정곡을 찌르는 발언이다.)

이 예문들을 읽으면서 마음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으신가요? 저는 ‘날카롭다’, ‘가르다’, ‘찌르다’ 등의 표현들 때문에 칼이 생각났습니다. 저자들은 이들 예문에 흐르는 사고를 “Ideas are cutting instruments”(아이디어는 자르는 도구다)라는 명제로 표현하였고요. 칼과 같은 물리적 도구의 성격이 아이디어라는 추상적 개념을 설명하는 데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디어는 문제를 가르는 도구다

아이디어는 문제를 가르는 도구다

아이디어를 칼에 빗대는 것은 자원에 빗대는 경우보다 조금 생소하지만, “He’s sharp” (그 사람은 예리하다.)라는 표현은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우리말로도 “그 사람 참 샤프해”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그런지 의미가 쉽게 이해됩니다.

그간의 인지언어학 관련 연구들은 사고패턴을 이용한 어휘교수가 개별적인 어휘교수에 비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즉, incisive, cut right to, sharp 등의 표현을 독립적으로 학습하기 보다는 “아이디어를 칼과 같이 자르는 도구에 빗대어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라는 개념하에 여러 개의 표현을 묶어서 학습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최근 사고패턴과 언어표현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교수학습 방법론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영어에서 blind 할 수 있는 것은?

언어의 메타포성을 어휘교육에 적용한 예를 하나 더 살펴보기 위해 제 경험담을 들려드릴까 합니다.

몇 해 전 영작문 수업에서 “blind 다음에 나올 수 있는 명사를 모두 나열해 보세요.”라는 과제로 학생들과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학생들은 “a blind man”, “a blind beggar”, “a blind girl” 등과 같이 “눈이 보이지 않는”이라는 의미로 blind를 사용한 예문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외에 가장 많이 나온 예문은 예상할 수 있듯 “a blind date” 였구요.

“A blind date”를 제외했을 때 이 예문들의 공통점은 blind를 문자 그대로의 의미 즉, 생물학적인 의미로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blind에는 “맹목적인”이라는 뜻도 있지요.

예를 들어, “blind love”는 “맹목적이며 앞뒤 안 가리는 사랑”이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이 표현을 학생들에게 제시하자, “아하!”하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에서 나왔습니다. ‘전혀 몰랐던 표현을 배웠다’기 보다는, ‘왜 그걸 생각 못 했지?’라는 안타까움의 표현이었습니다.

사랑

학생들에게 시간을 조금 더 주었더니, friendship, hatred, faith 등의 단어가 추가로 제시되었습니다. blind love라는 메타포적 표현이 다른 표현들을 생각나게 한 촉매 역할을 한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blind 다음에 올 수 있는 다양한 단어들이 있습니다. “blind trust”같이 맹목적인 믿음이 있을 수 있고, “blind loyalty”, “blind obedience” 등과 같이 생각 없이 충성하거나 복종하는 행위도 있습니다. 신중한 고려 없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blind acceptance”,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야망을 추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blind ambition” 등의 표현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메타포적 의미를 함께 생각하라

이상의 예를 통해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휘를 공부할 때 문자 그대로의 의미와 메타포적 의미를 같이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자.”

예를 들어, 우리말에서 “다리”가 기본적으로 교량을 의미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놔 주었어.”와 같이 비유적으로 사용될 수 있듯이 영어단어 bridge도 그렇게 사용할 수 있음을 기억하세요. head가 머리뿐 아니라 기관의 대표, 행렬의 앞부분 등을 의미하고, hand가 팔에 붙어 있는 신체기관일 뿐 아니라 일손이나 도움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는 것에 주목하세요.

이렇게 물리적 의미와 비유적 의미를 연결하는 습관을 들이면 어휘를 더욱 풍부하게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참고문헌

Lakoff, G. & Johnson, M. (2003). Metaphors we live by. (2nd Ed.) University of Chicago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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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김성우
초대필자, 응용언어학자

성찰과 소통, 성장의 언어 교육을 꿈꾸는 리터러시 연구자입니다. "삶을 위한 영어공부"라는 관점에서 영어교육을 새롭게 정의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산문집 [어머니와 나]를 썼고, ‘영어논문쓰기 특강’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작성 기사 수 : 7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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