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 미디어 » ‘신뢰도 평가’에 대한 김재환 PD 반박에 답한다

‘신뢰도 평가’에 대한 김재환 PD 반박에 답한다

미각스캔들 (출처: jTBC)

“싸이월드 댓글 달다 기자가 됐나?”
“무식한 필자여, 미디어 비평을 하려면 적어도 그 비평 대상만큼은 치열하게 공부하고 취재해야 제대로 된 공격이 가능하다”
“그냥 네티즌으로, 기사에 댓글 쓰는걸로 만족해라”
미디어오늘 기사에 대한 반론. (김재환 PD) 중에서

믿어지지 않았다.

지상파TV 맛집 프로그램의 문제점을 용기 있게 폭로한 <트루맛쇼>를 만든 훌륭한 감독이, 인신공격으로 가득한 글을 ‘반박문’이라고 썼다는 것이. 더군다나 권위에 기대며 네티즌 일반을 열등한 존재로 폄하하고 있다. 슬로우뉴스 편집팀 내부에선 논의를 진전시키기는커녕, 싸움하자는 글에 대해 논박하는 건 가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공격에 대해 입장 표명이 없을 경우 김 PD 측 반박에 수긍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지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몇 가지 사항을 바로잡는다.

1. 캡콜드는 슬로우뉴스 ‘신뢰도 평가’ 해당 글(이하 ‘원문’)을 통해 (1)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부조건 통제와 대조군 설정 등에서 애초 실험의 설계가 잘못됐으며 (2) ‘썩지 않는 것은 현상일 뿐이고 (3) 알려진 보존제가 검출되지 않았는데 검증되지 않은 다른 보존제의 존재부터 의심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PD의 반박문(이하 ‘반박문’)은 원문에 대해 전혀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있지 않다.

2. <미각스캔들: 썩지 않는 햄버거 편>에 대한 우리의 문제의식을 다시 간략하게 정리한다.

2-1. 가장 심각한 것은 실험 설계의 문제다. <미각스캔들>의 실험 설계에서는 “우리가 실험한 패스트푸드 햄버거가 썩지 않았다.” 이외의 그 어떤 결론도 얻을 수 없다. 최초 상온 보관 실험에서는 어떤 변인이 어떻게 통제되었는지도 전혀 알 수 없고, ‘수제 햄버거’라고는 하지만 대체 어떻게 ‘수제’로 만들어진 것인지도 전혀 알 수 없다. 이후 후속 실험 역시 대조군조차 없는 등 실험 설계가 미비하여, 그로부터 알 수 있는 사실은 “일반세균수 0cfu”라는 건조한 사실 하나뿐이며 그 이상의 가설은 실험에서 증명되지 못했다.

우리는 햄버거를 썩지 않게 만드는 무언가가 들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진의 실험이 그 가능성을 확신으로 바꾸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2-2. <미각스캔들>에서 “수분이 없으면 미생물도 살 수 없다. 햄버거가 마치 육포 같은 상태가 되어서 세균이 검출되지 않은 것일 수 있다”는 출연 교수 의견에 대해 육포 공장을 찾아 정말 그러냐고 질문한 장면은 코미디에 가깝다. 방송에서 교수의 코멘트는 수분이 없어져 미생물이 살기 어렵게 된 식품으로 육포를 예시한 것인데, 시중에 유통되는 육포는 일반적으로 맛과 질감을 위해 수분을 완전히 건조시키지 않은 일종의 반건조 식품이다. 육포라 불린다 해서 교수가 지적한 ‘수분 함량’이 모두 같을 리 없다. 비유적으로 사용된 단어를 악용해 무리한 논리를 펴고 있는 부분이다.

2-3. 위 ‘2-1’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미각스캔들>의 실험 자체는 “패스트푸드 햄버거가 썩지 않았다.” 외에 그 어떤 결론도 낼 수 없는 실험이다. 5종의 보존제 검출 실험에서도 불검출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제작진은 “틀림없이 (다른) 보존제를 사용한 것”이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수상하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는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발언한 <미각스캔들> 측의 전문가들은 ‘前식품조리과 교수(現제과제빵학원 원장)’, ‘요리연구가’, ‘초등학교 영양교사’, ‘청소년과 의사’다. 정작 세균이나 미생물과 관련해 전문적인 견해를 갖춘 사람이 아닌 엉뚱한 전문가들의 권위에 기댄, 전형적인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를 범했다 할 만하다.

2-4. 제작진은 본인들의 실험에서 패스트푸드 햄버거가 썩지 않았으며 “패스트푸드 햄버거에 곰팡이가 피는 날이 올까”라는 멘트로 방송을 맺고 있다. <미각스캔들> ‘썩지 않는 햄버거’ 총 4회 중 마지막 편 방송에선 “번외 실험: 4주, 포장지가 싸여있는 채로 상온에서 관찰하기”를 통해 패스트푸드 햄버거 중 일부가 상했다고 스스로 말한다. “이건 좀 촉촉한 상태인데, 아무래도 촉촉하니깐 미생물이 곰팡이나 효모로 추정되는데…”(해당 방송 자막 인용)라고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중대한 반증 사례는 넘겨버린 채 “포장지를 벗기지 않아도 썩지 않고 그대로인 햄버거가 있다.”(자막 인용)고만 강조하고 있다. 자신들의 실험 결과조차 “번외”라고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미 슬로우뉴스가 인용한 실험에서도 적절한 조건에서 패스트푸드 햄버거는 썩었다.

2-5. 제작진은 세균수가 0으로 나왔다며 이것은 ‘비상식적인 결과’라는 논리를 세우는데, 기존 실험에서도 상온에서 보관한 수제 모닝빵 등에서 세균수가 백 자리 이하, 0으로 나온 경우도 있었다. “0이라니 비상식적인 숫자 아닌가”라는 주장을 반복하기보다는, 반복 실험과 같은 조건 하에서 다른 식품들과의 비교를 통해 더 합리적인 의견을 내세웠다면 이를 충분히 경청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제작진은 패스트푸드사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데, 제작진 역시 ‘고도의 과학 장비를 썼다’는 해명보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기준에 의해 어떻게 실험 설계가 이루어진 것인지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어떨까.

2-6. ‘식약청 인증을 받은 기관’이라는 권위보다 중요한 건 실험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설계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장비를 쓴다 한들 실험 설계가 엉망이라면 제대로 된 결과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권위 있는 기관이라면, 결과치 자체는 신뢰할 만할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치가 대체 ‘어떤 과정을 통해’ 나온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다. 어떻게 설계된 실험인지를 알 수조차 없는 이상, 홀로 동떨어져 굴러다니는 그 숫자 자체만으로는 그 어떤 신뢰도 부여할 수 없다.

2-7. 다시 강조하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과학적 실험 설계, 즉 대안 설명들을 기각해나가는 방식이다. 전 과정에서 패스트푸드점 제품과 수제품을 빵, 고기, 감자 단위로 대조군을 놓고 사전 사후 측정을 하고, 그렇게 확보한 데이터로 검증된 것 이상의 주장은 삼가는 기본에 충실한 후속 방송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3. 반박문은 원문에서 지적한 논점에 답하는 대신 “10명의 전문가와 전문가의 견해, 식약청 허가를 받은 연구기관의 실험 설계와 결과를 믿지 않고, 한 미국 블로거를 믿었다.”라며 논점과는 전혀 상관없는 전문가의 권위에 기대고 있다.

단순히 권위에 기대고 싶다면, Serious Eats에서 해당 실험을 한 블로거 J.Kenji Lopez-Alt 역시 MIT 졸업 후 주방장 경력을 쌓고, 식품 과학 칼럼으로 상당한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더불어 굳이 전문가들을 찾는다면 슬로우뉴스의 취지에 동의하는 전문가나 교수 역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오상석 교수는 “패스트푸드에 들어가는 재료(빵, 고기, 토마토, 상추)와 즉석에서 조리하는 과정 등을 고려하면 굳이 햄버거에 방부제를 넣을 필요가 없다”면서 “검출되지 않았는데 썩지 않는다는 현상만으로 방부제가 들어갔다고 추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패스트푸드의 진짜 문제는 지방과 나트륨이 너무 많아 비만을 유발한다는 점과 고기를 덜 익혔을 경우 미생물 번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미국에서는 학교 급식용 햄버거 패티에 대해서는 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방사선 검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 전문가의 의견 또한 추론의 영역을 일부 지니는 만큼, 권위에 기대어 이들 의견을 무제한으로 신뢰하기보다는 검증된 부분에 대한 비판적 수용이 필요하다.

4. 우리가 제시한 “막연한 공포 퍼포먼스 대신 영양 균형보다 자극에 맞춰진 배합, 포만감에 비해 과도한 칼로리 같은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에 대해 반박문은 “유치원생용 홍보 영상에나 나올 법한 내용”이라며 폄하한다. 담배가 나쁘다는 것은 유아부터 온 세상 사람이 다 안다. 그런 논리라면 담배가 구체적으로 어떤 작용을 통해서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다루는 프로그램은 아예 만들 필요조차 없다는 주장인가.

의학적으로 식품첨가물 유해성에 못지않게 심각한 게 영양소 불균형이다. 패스트푸드의 과도한 열량이나 나트륨 함량은 물론, 많은 사람들의 식생활에서 발견되는 영양소 불균형은 만성 질환과 생활습관병을 발생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의사조차도 고혈압, 당뇨, 아울러 뇌졸중 등의 질병 예방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없으며, 사실 의사들이 늘 강조하는 것은 바로 그 ‘유치원생 홍보 동영상에나 나올 내용’이다. 영양소의 균형과 적절한 운동. 이제는 그 많은 의료인들을 전부 ‘유치원생들한테나 얘기하라’며 폄하할 것인가.

더불어 어떤 음식집들이 맛에 비해 턱없이 미디어에 긍정적으로 포장되고 있다는 것도 누구나 알지만, 어떻게 그런 과대포장이 가능할 수 있었는지 탐사하면 <트루맛쇼> 같은 흥미로운 다큐멘터리 영화도 나오지 않는가.

5. 반박문은 원문이 ‘다른 목적’에서 쓰인 것이 아니냐는 무책임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혹시 사람들의 의심처럼 미디어오늘이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광고가 필요해서 마케팅 기사를 실은 건가?”
“어떤 콘텐츠가 특정 채널을 통해 방송된다는 이유만으로 빌미를 잡아 공격해 보자는 심리가 깔려 있다면..” (김재환)

슬로우뉴스는 편집팀을 구성하는 10여 명 필자들이 자비를 들여 운영하고 있는 독립 매체다. 외부 필자들 역시 원고료를 전혀 받고 있지 않다. 슬로우뉴스는 광고를 싣더라도 기사 논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광고는 일절 싣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원칙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슬로우뉴스와 제휴하여 일부 콘텐츠를 전제하고 있는 상태로, 온전히 기록이 남아 있는 본 글의 구상 및 작성 과정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한 바 없다.

더불어 jTBC가 종편 채널이라는 사실과 중앙일보가 이른바 ‘조중동’으로 불리는 보수적 매체라는 사실은 이번 슬로우뉴스 기사와 무관하다. 입장을 바꿔서 우리가 “최근 종편 방송의 시청률이 너무 낮아 광고 수주가 어렵자, 채널 A에 이어 jTBC도 방송 광고를 많이 하는 식품업계를 조지는 방송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식품업계와 언론계에 파다하다”라는, 내용과 무관한 추정을 넣어 김 PD 측을 공격한다면 얼마나 모욕적이었겠는가.

슬로우뉴스의 매체 비평 코너인 ‘신뢰도 평가’는 현재까지 4회가 연재됐다. 순서대로 연합뉴스, 뷰스앤뉴스, 한겨레, 중앙(이번 기사) 순이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서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기사와 공표된 사실 진술에 대해 진실과 거짓을 분석하고 평가를 하자는 것이 이 코너의 목적이다.

6. 반박문은 “필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미각스캔들이 시청자를 병신 취급하는 걸 보고 있으니… 이게 방송권력의 꿀맛이구나 싶다’란 멘션을 리트윗해 퍼트렸다.”고 주장한다. 슬로우뉴스 해당 필자는 이런 트윗을 남긴 바 없고, 퍼뜨린 바도 없다. 문제 제기 이전에 필요한 사실관계 확인을 대하는 느슨한 자세가 아쉽다.

7. 식품과 관련한 근거가 희박한 공포 마케팅은 억제되어야 한다. 동시에 식품 위험성에 대한 합리적인 문제 제기 역시 계속되어야 한다. 양자는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모두 중요하다. 성분 공개 이슈는 법제화의 문제고, 이미 오랫동안, 대중의 무관심 속에,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는 중대한 이슈다. 이 정보 투명성 문제야말로 원문이 가장 강조한 전언들 가운데 하나다.

반박문은 원문에 대해 더 진전된 논의를 제공하고 있지 않으며, 실험 방법론에 대한 자기 성찰은 찾아볼 수 없는 단순한 시비에 불과하다. 결국, 반박문은 식품안전문제와 먹거리문화에 관한 보다 엄밀하고 건강한 논의 과정이 아닌, 제작자가 건전한 비판에 대해 모욕적 비난으로 화답한 촌극으로 남을 것이다.

 

좋은 기사 공유하고 알리기
슬로우뉴스에 커피 한잔의 여유를 후원해주세요. 필자 원고료와 최소한의 경비로 이용됩니다.

필자 소개

느리지만 한 번 더 생각하는 슬로우뉴스가 되겠습니다.

작성 기사 수 : 40개
필자의 페이스북 필자의 트위터

©슬로우뉴스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슬로우뉴스 안내 | 제보/기고하기 | 제휴/광고문의
등록번호: 경기아51089 | 등록일자: 2014년 2월 10일 | 발행일: 2012년 3월 26일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동판교로 153 802-902 | 발행인: 김상인 | 편집인: 강성모 | 청소년보호책임자: 강성모

Scroll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