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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 공룡은 언제나 많은 이들의 관심사입니다. 그 중에서도 스피노사우루스의 화석은 1912년 처음 발견됐지만, 2차 세계대전 중에 폭격으로 소실됐죠. 하지만 2014 년 9 월 11 일 사이언스 지에 발표된 새로운 논문으로 스피노사우루스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수영하는 공룡’ 스피노사우루스의 이모저모를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

화석과 고생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창조론과 진화론이다. 창조론자들이 진화론을 공격해 온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들의 공격은 다윈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색창연한 질문, “당신은 원숭이의 자손이란 말인가” 에서부터 시작해 얼핏 들으면 솔깃해 보이는 “환원불가능한 복잡성” 에 대한 주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뉴를 가지고 있다.

이런 주장들은 대개 진화론, 혹은 분류학에 대한 무지를 바탕으로 하기 떄문에 종종 희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2007 년 레이 콤포트와 커크 카메론이 ABC 방송의 나이트라인에 출연해 진화론자들과 논쟁을 벌이면서 “진화론이 맞다면 존재해야 하는 동물” 로 제시한 “악어오리 (crocoduck)”가 있다.

ABC 나이트라인에서 악어오리의 그림을 보여주고 있는 커크 카메론 (왼쪽) 과 레이 콤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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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오리의 모습 (합성이네?)

이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진화론이 맞다면 한 동물에서 다른 동물로 진화하는 도중에 생기는 중간형태의 동물이 무수히 많아야만 한다. 예를 들면, 악어의 머리와 오리의 몸통을 지닌 “악어오리”, 황소의 머리와 개구리의 몸통을 지닌 “황소개구리”, 개의 머리와 양의 몸통을 지닌 “양개” 등등.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중간형태의 동물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진화론은 틀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은 존재한다! (응?)

과학적인 관점에서 이런 동물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설명은 간단하다. 악어가 오리로 (혹은 그 반대로) 진화한 적이 없으므로 그 둘을 합성한 악어오리가 존재할 리 없고, 양이 개로 진화한 것이 아니니 양개가 있을 리 없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의 이론이 틀렸다고 말하려면 그 이론이 정확히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지는 알아보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일텐데 진화론을 공격하는 창조론자 중에 그런 사람은 잘 못 봤다. 어쨌든, 이 토론이 방송을 타고 난 후, “악어오리” 는 창조론자들의 무지를 풍자하는 일종의 밈(meme)이 되었고, 리차드 도킨스의 책 [지상 최대의 쇼]의 한 부분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그런데… 악어의 머리에 오리의 몸통을 가진, 글자 그대로의 “악어오리”는 존재하지 않지만, 한 생물의 독특한 모습이 전혀 관계 없는 다른 생물에서 비슷한 형태로 발견되는 일은 꽤 흔하다. 돌고래와 어룡은 전혀 다른 동물이지만 이들의 몸은 물 속의 움직임에 유리한 매끄러운 유선형으로 매우 비슷하다. 하늘을 날 수 있는 척추동물은 역사상 세 번 진화했는데, 익룡, 새, 그리고 박쥐다. 이들의 날개는 그 구성원리는 서로 다르지만 모두 하늘을 날 수 있게 해주는 변형된 앞다리라는 점에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지상생활을 하는 네발동물 중 다리를 완전히 잃어버린 종류는 뱀이 대표적이지만, 도마뱀 중에서도 발없는 장지도마뱀이 있고 양서류 중에도 무족영원류가 있다. 그렇다면 악어가 오리로 진화하는 중간단계는 아니더라도, 악어의 특징과 오리의 특징을 함께 가지고 있는 동물도 어딘가에는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악어오리? 오리악어?

이번에 발표된 스피노사우루스 논문의 공동저자이기도 한 시카고대학의 척추고생물학자 폴 세레노는 많은 수의 공룡 및 악어류 화석을 발견한 사람이다. “수퍼악어” 로 알려진 추정 몸길이 12 미터의 사르코수쿠스(Sarcosuchus imperator)가 폴 세레노의 대표적인 발견이다.

세레노가 2003 년과 2009 년에 아프리카 니제르의 백악기 지층에서 발견하여 보고한 것 중에 주둥이의 모습이 오리를 닮았다고 해서 오리를 뜻하는 라틴어인 아나토(anato)와 악어를 뜻하는 그리스어 소우코스(souchos)를 합쳐 아나토수쿠스(Anatosuchus)라는 이름을 붙여준 악어 화석이 있다. 다 자란 개체의 머리 길이가 10 센티미터 조금 넘는 정도이니 악어 치고는 작은 축에 속한다.

아나토수쿠스의 두개골. 오리주둥이 같아 보이는지? 세레노와 라슨 (2009).
아나토수쿠스의 두개골. 오리주둥이 같아 보이는지? (사진 출처: 세레노와 라슨, 2009).

오리와 비슷한 머리에 악어의 몸을 가졌고 이름도 그에 걸맞게 붙여졌으니 사람들은 아나토수쿠스를 “오리악어 (duckcroc)” 라고 부르게 되었다. 창조론자들이 주장한 악어오리는 아니지만 오리악어 정도면 충분히 비슷하지 않을까?

아나토수쿠스의 복원도. 세레노와 라슨 (2009)
아나토수쿠스의 복원도. (그림 출처: 세레노와 라슨, 2009)

악어와 오리는 모두 분류학상 지배파충류(Archosauria)에 속한다. 과거에는 공룡과 익룡을 포함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 수의 지배파충류들이 땅 위, 바다, 하늘을 가릴 것 없이 지구를 호령했다. 지금 남아 있는 지배파충류로는 악어류 20 여종과 수각류 공룡의 일종인 조류 약 10000 여종이 있다. 그런데, 악어 쪽에 오리를 닮은 악어가 있었다면 혹시 조류 쪽에도 악어를 닮은 새, 범위를 좀 넓혀서 악어를 닮은 공룡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봄직도 하다.

스피노사우루스와 악어오리

현재 살아 있는 새들 중에서는 주로 물가에 사는 종류들도 있고, 헤엄을 치거나 물 속으로 다이빙을 해서 물고기를 잡는 종류도 많다. 하지만 중생대에 살았던 공룡들 중에서 수중생활을 했던 종류는 알려져 있지 않다. 중생대 당시의 바다에 이미 어룡이나 수장룡, 모사사우루스, 바다악어 등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비조류 공룡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을 수도 있지만 정확한 이유를 알기는 힘들다.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알려져 있는 대부분의 공룡이 육상생활을 했을 것으로 보이고, 발자국 화석들을 보아도 수각류 공룡이 물 속에서 까치발을 한 채 걸었던 것으로 보이는 흔적을 제외하면 수중생활의 흔적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앞서 설명했듯이 스피노사우루스는 특이한 두개골 및 턱 모양, 그리고 돛처럼 높이 솟아 있는 신경배돌기가 달린 척추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는 공룡이다. 길고 좁은 턱과 원뿔 모양의 이빨은 길고 좁은 주둥이를 가진 가비알처럼 스피노사우루스가 물고기를 주로 먹었다는 것을 알려 주고, 다리뼈의 길이와 근육이 붙어있었던 부위의 형태, 그리고 발가락과 발톱의 모양 등을 보면 뒷다리를 이용해 수영을 할 수 있었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http://www.nytimes.com/2014/09/12/science/a-nomads-find-helps-solve-the-mystery-of-the-spinosaurus.html 다비데 보나도나의 그림.
다비데 보나도나의 그림. (그림 출처: 뉴욕타임스) 

이브라힘과 공동연구자들은 스피노사우루스의 발가락이 물가에 사는 새들의 발가락 모양과 유사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이런 새들은 물갈퀴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만일 스피노사우루스가 정말 오리처럼 물갈퀴가 달린 뒷다리를 가지고 수영을 했다면, 그리고 악어와 비슷한 모양의 주둥이를 가지고 있었다면, 오리와 함께 수각류 공룡에 속하는 스피노사우루스야말로 “악어오리” 라는 이름에 걸맞는 동물이 아니었을까?

물론, 아나토수쿠스나 스피노사우루스가 악어오리에 대한 창조론자들의 주장을 정당화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진화의 힘이 재미있게 작용해 창조론자들의 터무니없는 상상과 비슷한 모습을 지닌 동물을 수천만 년 전에 이미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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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 Bailey, J. B. (1997). Neural spine elongation in dinosaurs: Sailbacks or buffalo-backs?. Journal of Paleontology, 1124-1146.
  • Sasso, C. D., Maganuco, S., Buffetaut, E., & Mendez, M. A. (2005). New information on the skull of the enigmatic theropod Spinosaurus, with remarks on its size and affinities.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25(4), 888-896.
  • Sereno, P., & Larsson, H. (2009). Cretaceous crocodyliforms from the Sahara.ZooKeys, 28, 1-143.
  • Sereno, P. C., Sidor, C. A., Larsson, H. C. E., & Gado, B. (2003). A new notosuchian from the Early Cretaceous of Niger.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23(2), 477-482.
  • Smith, J. B., Lamanna, M. C., Mayr, H., & Lacovara, K. J. (2006). New information regarding the holotype of Spinosaurus aegyptiacus Stromer, 1915.Journal of Paleontology, 80(2), 400-406.
  • Stromer, E. (1915). Ergebnisse der Forschungsreisen Prof. E. Stromers in den Wüsten Ägyptens. II. Wirbeltier-Reste der Bahariye-Stufe (unterstes Cenoman). 3. Das Original des Theropodes Spinosaurus aegyptiacus nov. Gen., nov. Spec. Abhandlungen der Königlich Bayerischen Akademie der Wissenschaften, Mathematisch-Physikalische Klasse, München 28:1–28.
  • Stromer, E. (1926). Ergebnisse der Forschungsreisen Prof. E. Stromers in den Wüsten Ägyptens. II. Wirbeltier-Reste der Baharîje-Stufe (unterstes Cenoman). 7. Stomatosuchus inermis Stromer, ein schwach bezahnter Krokodilier. 8. Ein Skelettrest des Pristiden Onchoprisitis numidus Haug sp. Abhandlungen der Bayerischen Akademie der Wissenschaften, Mathematisch-naturwissenschaftliche Abteilung, 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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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이 기사는 먼가.. 확실한 진화론을 믿고 지지하며 창조론은 잘못됐다 비판하는글 같네요.
    먼가 온갖 책을 인용해서 그게 진실인듯..

    추측이네 가정이네 자기 생각이네 주장이네 복원도이니..
    수백만년전? 100년도 살지 못하면서 너무 확실하다는 듯이 좀 웃겨서 글 남깁니다.
    그리고 기사가 재미없네요 정보가 들어있는것도 아니고;;

  2. 마지막에 논문들 Reference한거 안보이시나요.. 이런글이 정말 좋은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류 지식의 정수는 인터넷 좆문가의 의견도아니고, 조상님들의 지혜도아니고 심지어 책도아닌 바로 논문이죠. 정확한 지식과 대규모실험, 수많은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치게 되니까요.
    진화론을 믿고 지지하고 창조론은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글 같이 느껴지셨을수 있습니다. 진화론은 수많은 연구들이 쌓이면서 말그대로 ‘진화’하고 있지만(초창기의 원숭이가 진화해서 인간이되었다 라는 중고딩 교과서에 소개되는 이론을 믿으시는건 아니겠죠^^) 창조론은 아무런 근거도 없고 제자리를 걷고있으니까요.. 그러니 괜한 자격지심이 느껴지는거겠죠
    그러나 그런 자격지심을 인터넷에서 잘 찾아볼수없는 이런 fact를 기반으로 한 글에 부리는건 좀 아니라고 봅니다. 창조론 믿으시려면 혼자믿으시고, 남을 설득하고 싶다면, 진화론을 비판하려면 글쓴이처럼 좀 사실적인 근거를 들고와서 비판하세요

  3. 언제나 이런 과학적 게시물에 과학이란 이름하에 진화론이 자칫 불변하는 객관성을 띄는 반면 아무런 변화없이 일정히 제자리를 지키는 창조론을 시대착오적이며 입증할 수 없다는 무한히 반복되며 단순한 또한 감정을 숨길래야 숨길 수 없이 드러나는 감정적 반박의 덧글이 나타나곤 하죠. 그저 어느 한편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취지에서 이렇게 덧글을 작성하는게 아니라 얕은 감정이 드러나는 지루한 레파토리만 반복되는 것이 우스워 지나가다 한번 적어봅니다 ^^ 사실상 진화론도 이론의 일부로서 ‘진실’을 표방할 위치가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이미 이 게시글의 필자도 밝혔듯이 어떤 종류의 과학이론도 최종적일 수 없으며 기존이론과 부합하지 않는 관측결과가 생기면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창조)내는 상황에서 창조론과 차별화를 추구하며 마냥 객관적이고 ‘과학적’이라는 불변하는 동일한 단순주장은 스스로의 안면에 침을 뱉은 곧 자승자박의 꼴우스운 상황을 낳게 되죠 ^^ 또한 진화론은 말그대로 진화중이라는 대목에서 직접 연구하는 연구자의 입장이 아닌 그저 연구자가 다 차려놓은 밥상의 극히 일부를 틈틈히 수용하는 ‘수용자’의 어쩔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을 재확인 할 수 있는 이유가 연구자들이 세워놓은 가설이 반박을 만나면 새로운 가설을 만들고 또 이러한 레파토리가 반복되고.. 사실상 이동네 저동네 괜히 왔다갔다 한뒤 제자리 걸음하는 셈인데 그렇게 발전없다며 부인하는 창조론과 근본적으로 차이를 보이지 못하지 못하고 있죠 ㅎ
    아 그리고 너무 과학만 중시하다 보니 인문학적 사고가 결여되고 감정이 글에 무의식적으로 실려있는데~ 부유층들이 기독교에 집중되어있고(물론 그렇지 않는 신자도 있다만^^) 그들이 주장하는 이상세계는 현재 사회 변두리의 정의를 잘 보여주는 자신의 처지와 대조되고 극히 상반되어 거부감을 느끼는 것을 넘어 그저 유연히 넘기지 못하고 언제나 ‘과학적 주장’이란 명분뒤에 숨어 진정한 ‘자격지심’의 추함을 보여주는 모습이 동정심을 야기하네요 ㅎㅎ 이 한마디로만 마무리할게요~진화론이 정설인마냥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모습이 재밌어서 웃고갑니다. 그러나 진화론이 정설인 마냥 일종의 믿음을 갖는 것도 열등의식을 그나마 잠재울 수 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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