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내란재판 12호] 124일만에 재구속된 내란 수괴의 출정 거부. (⌚6분)
2025년 7월 2주차(7.7~7.11)
지난주 윤석열 재판에서는 계엄 당일 선관위를 점령하기 위해 출동했던 현장 지휘관 고동희가 증인으로 출석, 당시 상황을 증언했습니다. 한편 내란특검이 윤석열정부의 주요국무위원들과 대통령비서실 소속 공직자들, 경호처 간부들을 대거 소환했고, 이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결국 윤석열을 다시 구속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계엄 선포 122일만에 파면된 12.3 내란 수괴 윤석열은, 구속취소로 풀려난지 124일 만에 재구속된 것입니다. 이번 주에는 윤석열의 재구속 이후 첫 윤석열 공판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공판이 있었는데요. 짧게 둘러봅니다.
1. 총을 든 군인의 “협조 요청”
- 윤석열 재판(2025고합129)
윤석열의 10차 공판은 윤석열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10일(목)에 열렸습니다. 통상 윤석열은 재판이 있는 날이면 아크로비스타의 자택에서 법원으로 출발했는데요. 이날 새벽에 영장이 발부되어 서울구치소에 다시 수감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공판에 윤석열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전날 밤 영장실질심사를 끝내고 왼손을 바지주머니에 넣은채 걸어나왔던 윤석열은 다음날 아침 구치소에서 “건강 상의 사유”를 대며 출정을 거부한 것입니다.

변호인들은 처음엔 새벽 2시에 구속된 만큼 교도관 호송 절차가 시간상 불가능했을 거라고 재판부에게 주장했지만, 지귀연 재판장이 출정 거부 사유서가 와있다고 하자 판사에게 사유서를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변호인들조차 윤석열의 출정 거부를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내란수괴 없는 내란 재판이 진행되었습니다. 오전에는 지난주에 나왔던 선관위 점거 작전의 현장책임자, 고동희 정보사령부 계획처장이 나와 변호인 측 반대 신문을 계속 받았습니다. 변호인들은 지난주 공판 당시 고동희가 윤석열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부터는, 특별히 날카로운 질문 없이 조서 내용만 확인하는 수준의 질문만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거기서 더 나아가, 아예 군사재판 피고인인 고동희가 자기변론을 할 기회를 주는 질문을 했습니다.
당시 정보사 군인들이 선관위 직원들의 휴대폰 전원을 끄고 한 곳에 모아둔 행위가 강압으로 뺏거나 압수한 것은 아니지 않냐고 물은 것입니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할 것은 당시 선관위에 출동한 군인들은 모두 권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특검도 당시 선관위 직원들이 당시 계엄군들이 총기를 소지하고 상부 보고를 통제하며 폰을 제출하라고 해서 매우 공포스러웠고 지금까지도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진술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는데요, 그러나 고동희는 변호인들의 의도에 부합하게 자신들이 강압적인 행위를 한 적 없다고 답했습니다.

오후에는 정성우 방첩사령부 1처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는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최측근으로, 여인형은 얼마전까지 부인했었지만 선관위에 출동해서 전산실을 통제하고 서버를 확보해 복사 혹은 반출하라는 임무를 받은 사람입니다. 다만 정 처장은 부하들과 상의한 끝에 해당 지시가 위법하다고 생각했고, 출동하기는 했으나 부대원들을 선관위에 진입하지 않게 하고 인근에서 대기하라고만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고동희 처장 역시 당시 선관위에서 철수할 때까지 방첩사 인원을 보지 못했다고 증언한 것을 보면 이는 사실로 보입니다. 정성우는 상관인 여인형이 지난해 8~10월 경 국회에서 계엄 의혹을 제기했을 때 ‘무슨 계엄인지 말도안되는 소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면서, 이후 여인형이 계엄에 깊숙히 연루된 것을 알고 배신감을 느꼈다고도 증언했습니다.
한편 내란특검의 박억수 특검보가 재판 휴정기인 7월 28일부터 8월 8일 사이에도 추가 공판 기일을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이에 대해 윤석열 변호인단은 일정상 불가능하다, 특검의 공소유지 자체가 위헌이라며 반대했습니다. 다음 재판은 7월 17일(목)로 예정되어있습니다. 정성우 처장이 다시 나와 피고인측 반대신문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2. 법정에서 팬미팅?
- 김용현, 노상원, 김용군 등 재판(2024고합1522)
김용현 등의 10차 공판에는 지난 공판에 이어 12월 3일 롯데리아 회동 참석자인 방정환 국방부 전작권전환TF장이 다시 출석했습니다. 방정환 증인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당시 회동에서 자신과 관련 없는 말들은 흘려들었다며 당시 상황의 디테일에 대해선 대부분 기억 안난다고 답했습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들을 메모해놓은 노트가 있었지만, 국방부 사무실로 돌아와 해당부분을 찢어서 폐기했다고 답했습니다.
검사가 증인의 기억을 환기하기위해 증인이 작성한 조서를 증인에게만 제시하겠다고 하자, 변호인들이 증거능력이 없는 조서를 제시하면 안된다며 거세게 항의하면서 재판이 20여분간 정지되기도 했습니다. 재판 내내 변호인들은 검찰 측에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는데요. 검사들에게 존칭을 생략하거나 반말을 하기도 하고, 특검보는 왜 한마디도 하지않냐며 재판부가 석명을 요청해달라고 공개적으로 망신주려는 의도로 보이는 요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방청석에는 김용현의 지지자들로 보이는 방청객들이 다수 들어와 있었는데요. 이들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 내란 중요임무 수행자인 김용현이 법정에 들어오자 마치 도열하듯 제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경호관들이 일어나지 말라고 제지해 다시 앉긴 했지만, 법정에 들어온 김용현은 그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습니다. 김용현은 재판 중간중간에도 고개를 방청석 쪽으로 돌려 지지자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곤 했습니다. 흡사 팬들과 아이컨택하는 연예인을 보는것 같습니다.

비공개재판이 진행되던 때만 해도 재판공개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던 피고인 변호사들의 반응은 어느덧 ‘방청석 프렌들리’로 바뀌었습니다. 한 변호사는 재판 말미에 법정 내 질서를 유지하는 경호관들이 왜 긴시간 내내 서있어야 하냐, 방청객들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으니 앉도록 해달라고 판사에게 요청했고, 방청객들이 재판 외 시간에 법정 내에서 서있을 수 있게 해달라고도 요청했습니다. 국민의 행동의 자유가 있다며 말이죠.
방청석 지지자들은 변호인들 주장에 호응하듯 “맞아 맞아” “맞습니다” 라며 외치기도 했습니다. 위헌 위법한 계엄포고령으로 전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전국민 출국금지까지 검토했던 내란 피고인들이 한짓을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한 모습입니다. 재판이 끝나고 재판부가 퇴정하자 이번에도 지지자들은 제자리에서 일어서 “장관님 힘내세요”, “응원합니다”라며 박수치고 환호했습니다. 법정이라기보다 정치인 지지자모임같은 풍경이었습니다.
한편 오후에 출석할 예정이던 선관위 직원 증인은 개인 사정으로 출석하지 못해 신문 차후 기일로 연기되었습니다. 다음 공판 기일은 7월 21일(월)에 열릴 예정입니다.
3. 번외: 군사재판 ⑥ 태세 전환한 여인형 방첩사령관
한편 상술했던 증인 정성우 처장의 직속상관이자 군사재판의 핵심 피고인인 여인형은 자신의 재판에서 위증죄 기소 및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돌연 입장을 바꿨습니다. 그는 정성우에게 선관위 서버 탈취 관련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가 위증으로 기소됐는데요.

지난 8일(화) 열린 공판에서 “지금에 와서야 깊이 후회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다투기 위한 증인신문은 포기하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만약 여인형이 김용현이나 윤석열에게 내란 관련 지시를 받았단 사실을 인정하고 증언한다면 윤석열과 김용현에게는 치명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이번 주의 재판 동향 요약
- 124일만에 재구속된 윤석열은 공판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피고인 없이 선관위 침탈 부분에 대한 검증이 계속됐습니다.
- 김용현 등의 재판에서는 롯데리아 회동 참석자인 방정환 준장이 다시 나왔지만, 당시 상황의 디테일에 대해서는 대부분 기억 안난다고 답했습니다. 재판 종료 후에는 몰려든 김용현의 지지자들로 인해 흡사 정치인 팬미팅 같은 모습이 연출됐습니다.
- 정치인 체포 작전과 선관위 장악 작전의 총책임자였던 방첩사령관 여인형이 사실상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 입장으로 선회했습니다.

⚖ 윤석열 재판 (개요)
4월 4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파면된 이후, 현직 군인 피고인들을 제외하고 주요 내란범들에 대한 공판은 3개로, 모두 지귀연 판사가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재판들을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윤석열 재판(2025고합129) : 설명이 필요없는 내란 우두머리 입니다. 재판에 넘겨진 12.3 내란의 세가지 큰 덩어리, ①계엄군과 경찰의 국회 침탈 및 봉쇄, ②방첩사령부와 경찰 등의 주요 정치인 체포 시도, ③계엄군의 선관위 점령 모두에 대해 최종 지시자이자 책임자입니다.
2)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2025고합51) : 내란에 관여한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입니다. 내란에서 경찰은 위 세가지 덩어리에 모두 투입되었으며, 계엄군과 보조를 맞추어 국회와 선관위 주변에 배치되고, 방첩사령부 등의 정치인 체포 시도에 협조했습니다.
3)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제3야전군 사령부 헌병대장에 대한 재판(2024고합1522) : 윤석열의 명령을 받아 12.3계엄을 전체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입니다. 구체적인 계엄 계획을 설립하고 계엄군을 움직여 실행했으며, 특히 선관위를 점거해 직원들을 체포하고 서버 반출을 시도했습니다.
⚖ 주간내란재판 (연재)
시민들의 노력 끝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8:0 만장일치로 파면했고, 새로운 정부도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내란수괴 윤석열은 여전히 구속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란범들에 대한 형사재판도 아직 초반 단계입니다. 참여연대는 시민들이 내란 재판의 근황을 쉽게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한주간 재판의 흐름을 핵심만 요약해 짚어주는 ‘주간 내란재판 리포트’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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