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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톤의 지식보다 1그램의 실천 – 네티즌 수사대 자로 인터뷰

자로. 그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그의 타이틀은 자칭타칭 ‘네티즌 수사대’. 네티즌 수사대? 사실 ‘신상털이’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자로 님이 하는 일도 사실은 신상털이죠. 하지만 그 신상털이가 향하는 대상은 ‘무시무시한’ 권력입니다.

국정원 댓글 사건(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관한 뉴스타파의 보도를 접하고, 국정원이 운영한 핵심 계정 10개를 하나하나 찾아 헤맸습니다. 그리고 결국 성과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뉴스타파에 중요한 제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자로는 오늘도 여전히 네티즌 수사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네티즌 수사대 자로

실제 인터뷰가 이루어진 것은 지난 4월입니다. 슬로우뉴스 사정상 발행이 늦어졌습니다. 이점 양해를 구합니다. (편집자)

– 처음 네티즌 수사대 활동을 시작한 동기는?

뉴스타파에서 국정원 사건에 관한 기초 자료들을 공개했다. 조금만 더 검색을 해보면 좀 더 자세한 자료들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기자들이 별로 조사하는 것 같지 않았다. 검찰 수사도 흐지부지였다. 그래서 나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 그래서 어떻게 했나.

검색하고, 자료 모아서 기자들과 언론사에 제보했다. ‘좀 봐라!’ 이런 마음이었다. 그런데 보도는 되지 않았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차라리 내가 쓰자.’고 했고, 블로그를 운영하게 됐다.

– 그래서 사람들은 관심을 좀 가졌나?

처음 자료를 모아서 발행할 때는 인지도가 하나도 없으니까 유명인 트위터 계정으로 한분 한분 모두 보냈다. 좀 봐주십시오, 봐주십시오 하면서. 그러면서 이상호 기자도 알게 됐다.

– 불굴의 의지다.

어쨌든 그렇게 하니까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은 리트윗을 많이 해주시더라. 요즘은 내가 먼저 보내지 않아도 알아서 해주시기도 하고 그런다.

뉴스타파와의 인연

– 뉴스타파와의 인연에 관해 좀 듣고 싶다.

뉴스타파에서 국정원 핵심 계정 발표를 했었지 않나. 당시 보도는 했지만,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의혹은 있었지만 확인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었달까?

– 심증은 있는데 좀 더 구체적인 물증이 없다?

맞다. 그래서 그 당시 보도를 보고 거기서 발표한 아이디를 바탕으로 같은 계정을 사용하는 다음, 네이버, 네이트를 조사하면 해당 계정을 쓰는 장본인을 추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글을 올렸다. 그 글을 읽고 뉴스타파 최기용 기자에게 바로 연락이 왔다. 결국 뉴스타파가 내 글에서 힌트를 얻어 ‘누들누들'(@nudlenudle)을 잡았다. 그리고 뉴스타파와 인터뷰를 했다. 음성변조해서. (하하)

– 상대가 국정원이다. 좀 무섭지 않았나.

나야 상관없지만,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 봐 걱정이 됐다. 영화 [변호인]을 보면 송우석 변호사 부인이 남편에게 ‘어디서 전화가 왔는데 우리 애가 누군지 다 알더라’라고 말하는 장면 있잖나. 그 장면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더라.

– 심적 부담이 상당할 것 같다.

자료를 찾아서 글을 올리면 댓글도 많이 달린다. 그걸 또 누가 일베에 퍼가서 나에 대한 험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그래도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댓글을 많이 달아주시니까 위안이 된다.

– 통신사가 수사기관에 넘긴 이용자 자료가 2011년 기준 788만 건이다. 불안하지 않나.

솔직히 내가 누군지는 국정원에서 다 알 거라고 생각한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댓글로 ‘밤길 조심하세요’ 이런 댓글을 쓰니까 더 불안하다. (웃음) 내가 이런 걸 조사해 올리지 않아도 검찰이나 언론에서 알아서 수사하고, 조사하면 얼마나 좋겠나.

– 가족들은 이런 활동하는 걸 아나.

알긴 하는데 잘 이야기를 하진 않는다. 가족은 나를 움직이는 힘이다.

국정원 댓글 파헤치기

이 사건은 어떻게 명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처음에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국정원 게이트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게 국정원만 한 게 아니다. 사이버사령부도 했고 보훈처, 안행부, 재향군인회 등 여러 곳에서 했다. 그냥 ‘부정선거’다. 민관군경이 총동원된 부정선거. ‘12.19 부정선거’라고 명명해야 한다고 본다.

– 누구에게 ‘12.19 부정선거’에 대한 가장 무거운 책임이 있다고 보나. 굳이 순서를 매기면.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이 공동 1위. 그다음으로 원세훈, 그다음은 김용판.

– 국정원 댓글 작업은 어떻게 조사했나. 이제 거의 다 밝혀진 것 같나.

아직 많다. 물론 내가 찾을 수 있는 한도에서는 거의 다 나온 것 같다. 나는 무슨 첨단장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검색엔진과 상상력에 의존했다. 내가 컴퓨터 전문가인 줄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 그냥 엑셀 조금 다룰 줄 아는 정도다.

국정원 직원의 입장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식으로 작업을 했을 거다.’, ‘저런 식으로 만들었을 거다.’ 이렇게 가정적으로 사고했다. 그리고 거꾸로 이런 행위를 포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봤다. 구글과 상상력, 논리적인 추리력만 있으면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게 나온다.

– 구글을 어떻게 이용했나.

밝혀진 아이디를 구글로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주르룩 나온다. 그걸 일단 일차적인 자료로 삼았다. 그리고 해당 게시물의 제목들로 다시 구글을 돌리면 관련된 글이 나왔다. 그런 과정에서 기존에 없던 아이디도 추가로 나오는 식이다. 트위터는 국정원 측에서 삭제했더라도 구글에 ‘저장된 페이지’로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 트위터는 어떻게 조사했나.

트위터 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 사람이 과거에 어떤 트윗을 많이 했고, 누가 리트윗을 많이 했는지에 관한 것들을 볼 수 있다. 그런 걸 하나하나 찾아서 기록했다.

– ‘노가다’처럼 들린다.

뉴스타파 기자들도 ‘사막에서 바늘 찾기’라고 하더라. 그런데 결국 찾지 않았나? 돌고 돌아서 원하던 걸 찾았을 때의 그 느낌, 그건 정말 간절하게 무엇인가를 찾아본 사람만 알 거다.

– ‘근성’ 하나로 찾은 거 같다.

그렇다. 그리고 찾다 보면 그 과정에서 조금씩 단서가 생긴다. 몇 시간, 며칠씩 진전이 없을 때도 많았다. 정말 근성이 필요하다.

– 기자나 형사를 했으면 잘했을 것 같다.

내가 덩치만 컸지 마음이 약하다. (웃음)

정의로운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

– 네티즌 수사대라는 말은 ‘신상털이’ 일삼는 파렴치한 느낌도 있다.

연예인 신상털이 하는 네티즌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사회에 공헌하는 네티즌 수사대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나처럼 신상털이가 아니라 사회적인 공적 현안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네티즌 수사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네티즌 수사대라는 타이틀에 자부심이 느껴진다.

스스로 그런 명칭을 붙인 이유는 내가 조사한 걸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네티즌 수사대라고 이름을 붙이니까 좀 더 관심을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웃음)

– 활동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젠가.

표창원 교수가 강의 중에 ‘사람이 언제 가장 행복하냐면 정의로운 일을 하는 순간’이라고 하더라. 조사하고 난 뒤에 글을 올리면 물론 두렵고 무섭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하다. 내가 사는 사회를 위해 뭔가 좋은 일을 한다는 그런 느낌, 작으나마 정의로운 걸 실천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있다. 내 아이들에게 떳떳하고 당당한 아빠가 될 수 있다는 그런 느낌.

–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누들누들’이 국정원 직원 이모 씨로 정확히 밝혀졌을 때, 그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국정원 사건이 묻혀갈 때, 댓글 몇십 개에 수사가 묶여 있을 당시 내가 트위터 쪽에서 터질 거라고 예상했는데, 결국 121만 개가 나오기 시작할 때 좋았다.

– 지금까지 쓴 글 중에서 어떤 글이 가장 기억에 남나.

터지는 가슴을 움켜쥐고 올렸던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국정원추정 트위터의 진실”이라는 글이다. 아고라에서만 조회수가 약 5만뷰 정도 나왔다.

당시만 해도 누들누들(@nudlenudle)이라는 아이디가 국정원 아이디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핵심 계정 10개와 십알단 윤정훈 목사를 두 개씩 구글로 돌려봤다. 그랬더니 서로 리트윗 주고 받은 것들이 쫙 나오더라. 그렇게 하나씩 정리했다. 그 글로 조금씩 알려졌다.

어떻게 국가기관에서 이런 짓을 할 수가 있나

– 조사 과정에서 인상적인 (국정원) 계정이 있었을 것 같다.

어떤 계정은 5.18을 왜곡하는 정황만을 모아서 올리더라. 인혁당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내용이 장난이 아니었다. 국가기관에서,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곳에서 이런 더러운 짓을 할 수 있나 싶었다.

– 국정원 직원 입장이 아니라 ‘개인 의견’으로 올렸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보나.

도저히 상식적으로 ‘내 의견은 이렇다’ 이렇게 올린 글들이 아니다. 온갖 더러운 욕설과 지저분한 표현들을 총동원한 글들이다. 내가 이 일에 그토록 빠져든 이유도 그런 이유다. 심해도 너무 심하다.

– 닉네임 ‘망치부인’의 딸에게 욕설을 퍼붓고 그런 게시물을 본 적 있다.

‘좌익효수’도 그렇고, ‘김하영’도 그렇고…… 아무도 잡혀들어간 사람 없이 국정원에서 일하고 있지 않나? 게다가 국정원은 ‘댓글은 정당하다’고 주장하지 않나. 한 번 걸려봤기 때문에 내성이 생겨서 더 할 것 같다는 불안이 있다. 다음에는 다음이나 네이버에 똑같은 아이디는 절대 안 쓸 거고, 비밀번호도 다르게 쓸 거고, 더 치밀해지겠지.

– 김용판 무죄(1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항소심도 무죄가 나왔다. 편집자)

말도 안 된다. 왜 말이 안 되느냐면, 그 당시 CCTV도 공개됐지 않나. 보면 경찰들끼리 ‘걸리면 다 죽는다’ 그런 얘기까지 뻔히 증거로 다 있는데 권은희 수사과장(현 권은희 국회의원)과 반대되는 입장으로 입을 맞추고 증거들은 깡그리 무시되면서 무죄가 됐다. 김용판 무죄는 이 정도로 해선 부정선거가 아니라는 지침을 발표한 것과 마찬가지다. 최악의 선례다.

김하영은 자기가 노트북을 제출하면서 ‘3개월치만 보세요’ 이렇게 하는 게 말이 되는가. 내가 법조인도 아니고, 법은 잘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잘못됐다고 보고 2심에서는 유죄가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

– ‘댓통령’이라는 말이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책임은 어디까지라고 보나.

개인적으론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물론 사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이 정도면 인정할 수 있어.’라는 선은 있나.

심정적으로는 사퇴가 아니면 안 된다. 정의롭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 현실적으로 재발 방지, 관련자 처벌 정도가 최선일 것 같다.

만약에 박 대통령이 관련자 제대로 처벌하고 재발 방지 의지를 보여줬다면 인정했을 거다. 하지만 봐라. 수사팀장은 잘리고, 수사팀은 다 와해하고. 김용판 재판도 처음엔 1심 판결이 2013년 안에 나온다고 했다. 그런데 질질 끌고 수사팀 잘려나가고 정작 발표한다는 시점은 올림픽 개막 하루 전날이다.

–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몰랐다고 하고, 관련해 언급도 거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 트위터 몇백만 건 이라지만, 트위터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한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을 관리했다던 심리전단 2팀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통해 넣으려고 했다던데 트위터 규모가 커지면서 그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오늘의 유머, 뽐뿌, 보배드림, SLR클럽과 같은 사이트를 담당하는 팀에 대해서도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이버사령부 관련 트위터 계정은 지워진 것도 있지만 지금도 남아있는 것들이 있는데 내용이 엄청난 게 많다.

– 해당 계정이 사이버사령부라는 건 어떻게 알 수 있나.

뉴스타파가 31개의 계정을 공개했었다. 김XX, 이XX 군무원 이런 식으로. 이석현 의원이 이 아이디가 사이버사령부 관련 아이디가 맞느냐 해서 공개가 됐던 정보다. 아까 이야기한 조사 방법을 이용해 같은 아이디를 검토했다. 의심 아이디로 회원가입을 시도해 봐서 중복이라고 나오면 그 아이디가 존재한다는 거다. 그런 식으로 모든 커뮤니티, 포털을 대조해봤다. 그랬더니 동일한 아이디가 보배드림, 디펜스21 등 온갖 사이트에 다 등록이 되어 있었다.

– 공동작업은 해본 적 없나.

공동작업은 하지 않았고, 조사한 결과물을 교환한 적은 있다. 어떤 분이 당시 봇을 모두 모아서 보내 준 적도 있고. 내가 모은 자료는 항상 오픈한다.

일상에서의 자로

– 취미가 뭔가.

애들 때문에 시간이 없다. 아침에 출근하고.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학교에 보내고…… 퇴근할 때도 데리러 가고.

– 딱히 취미 생활이 없는 건가.

그렇다. 하다 보니까 취미가 사이버사령부 파는 게 됐다. (웃음) 그래도 취미라고 한다면 사람 만나고, 술 한잔 하는 거. 그리고 야구 좋아한다. 기아 타이거즈 팬이다.

– 기아 타이거즈 팬이라고 하면 또 누군가는 ‘호남’ 이야기를 꺼낼 것 같다.

내 부모님이 광주 분이다. 5.18 때 할아버지, 할머니가 모두 광주를 지키신 분들이다. 지역감정, 이런 게 아니라 그 분들이 아직도 아픔을 갖고 살아가고 계신 데, 5.18 등을 헐뜯고 왜곡하는 건 참기 힘들다. 그리고 그런 작업을 국정원이 했다는 거는 용서할 수 없다.

– ‘호남이냐 영남이냐’로 사람들은 강한 선입견을 가진다.

잘못이다. 그렇게 따지면, 나는 어릴 적엔 울산에서 컸다. 내가 하는 일은 광주 사람이라서 하는 게 아니다.

– 하지만 여전히 그런 편견을 가진 사람들은 많다.

나는 트위터에서 새정치연합 막 깐다. 아니면 아닌 거다.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새누리당든 정의당이든 깔 게 있으면 까는 거고, 칭찬할 게 있으면 하는 거다. 그런데 새누리에는 칭찬이 잘 안 나온다. 나는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문제 제기하는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한 명은 있을 줄 알았다. 당내에서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하면서 당을 뛰쳐나올 국회의원이 한두 명은 있을 줄 알았다. 없더라.

– 만약 이 사건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흐지부지된다면 어떨 것 같은가.

굉장히 무력감을 느끼겠지. 해도 안 되는구나, 이렇게 해도 안 되고, 저렇게 해도 안 되고 하면서 무력감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정치 자체에 관해 두 번 다시 쳐다보지 않을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정의로운 사람이 아니다. 그냥 한 아내의 남편이고 아이들의 아빠다. 잠 줄여가면서 작업했는데 무력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거다.

– 우리 정치에 모범이 있나.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박근혜든 누구라도 정의로운 모습, 좋은 행동의 모티브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정치를 말하면 무관심하고 짜증부터 낸다. 누군가가 사람들이 정치를 떠올릴 때 기분 좋게 바꿔줬으면 좋겠다.

–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는?

다음 아고라, 오늘의 유머, MLB파크 정도다. 그리고 트위터 정도 한다.

처음에는 아고라만 하다가 좀 더 알려야겠다 싶어서 오늘의 유머와 MLB파크도 하게 됐다. 오늘의 유머 얘기를 조금만 더 하면, 많은 이들이 오늘의 유머를 종북 사이트로 낙인을 찍는데, 오유는 그냥 평범한 사이트다. “베오베”(베스트 게시판) 올라가는 가장 쉬운 방법이 “저, 내일 입대해요”라는 글이다. 그런 글은 무조건 베오베 간다. 그런 사이트가 어떻게 종북 사이트인가? 종북 사이트라면 ‘군대를 왜 가’ 이러겠지.

오늘의 유머를 일베 반대편으로, 극좌로 몰아가는데, 그냥 상식적인 커뮤니티다.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 구별은 좀 잘못된 것 같다. 보수가 보수가 아니다. 상식과 몰상식의 싸움, 좀 더 깊이 들어가면 민족과 반민족의 구도도 일정 부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 당신의 성향은?

나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이다. 정의롭지 못한 것을 못 참는다. 나는 가족의 가치, 함께 사는 것에 관해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4대강 보라. 그게 무슨 보수의 일인가. 생명의 가치를 지켜나가야 보수지.

– 좀 다른 말인데, 가족이야말로 사람을 보수화하게 하는 것 같다.

맞다. (웃음) 어머님도 가끔 “아직도 글 쓰냐” 이렇게 물어보신다. 12.19. 부정선거 사건이 마무리되면 수사대라는 호칭은 떼고 그냥 네티즌으로 활동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많다. 사이버사령부 일도 그렇고.

정의란, 상식이란 무엇일까

– 정의롭다는 건 뭘까.

상식적인 것, 옳고 그름에 대한 것…… 부정 선거도 야권은 잘못됐다, 정의가 무너졌다고 이야기하는데 반대쪽에서는 다르게 이야기한다. 그래도 분명히 상식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조금씩이나마 정의를 위해서 전진하고 있다고 믿고, 바란다.

– 여전히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박근혜가 당선되고 이명박 정권을 연장하는 것이 정의고, 그게 우리 민족을 위해서 나은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영화 [변호인]에서 곽도원이 연기했던 안기부 직원이 ‘척 보면 안다’는 식의 신념이랄까. 정의가 긴 역사 속에서 보자면 상대적일 수는 있어도 당대에서는 어떤 명확한 기준으로 존재해야 하는데, 지금의 우리나라에서는 정의조차도 상대적으로 해석한다.

정말 그렇게 자기 이익에 따라 판단한다. 정의조차도 이 땅에선 상대적이다.

–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정몽준 발언을 예로 들면 ‘논란이 되는 댓글, 트위터는 한강에 물 한 바가지를 붓는 격’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맥락은 ‘상식적으로 이건 너희가 너무 억지를 부리는 거다’ 라는 거다. 그런데 자로 같은 사람은 ‘이 사건은 대통령이 하야할 수도 있는, 아주 잘못한 일이 맞는데 저 사람(정몽준)도 참 상식이 없다’라고 한다. 서로 다른 상식 위에 서 있다.

그런 걸 풀려면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대화의 기회 자체가 막혀 있다. 눈높이 대화라는 표현을 하지 않나. 서로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힘의 크기가 너무 다르다. 정치인의 힘과 시민 사회의 힘이 너무 불균형하다. 상식을 반영해야 하는 법원, 검찰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도 상식이 표류하는 이유다.

대기업 회장들 집행유예난 거 봐라. 전재용 같은 사람은 돈 없으니까 40억 원어치 노역으로 달라고 하고, 법원은 하루에 400만 원을 노역으로 쳐주겠다고 하고. 상식적으로 힘없는 서민이 같은 죄를 지었다면 어떤 처벌을 내렸을까.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하는데, 만 명에게만 평등한 것 같다. 힘 있는 만 명 정도 사람들에게만.

– 말 안 통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한 적은 있나.

몇 번 있다. 벽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얼마 가지 않아 욕부터 날라온다. “너 빨갱이냐, 종북이냐, 국가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 이런 소리가 나온다.

– 그때 심정은 어땠나.

그 사람이 안타깝더라. 그 사람들도 엄밀하게 말해서 시대가 낳은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원망하지는 않는다.

– 그 사람들은 반대로 당신을 왜곡된 사고를 가진 시대의 피해자라고 생각할 거다.

물론 그렇겠지. 이제는 욕설을 해도 잘 대응하지 않는다. 단, 신상을 위협하는 글은 우선 캡처를 하고 정중하게 ‘지워주세요’ 정도로만 대응한다. 커뮤니티 활동도 하는데, 커뮤니티에서는 좀 강하게 대응하는 편이다.

앞으로 더 밝혀야 할 것들

– 특검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수사팀도 해체됐고, 야당도 의지가 안 보인다.

야당, 특히 민주당 지도부에 정말 화가 난다. 왜 진선미 의원 같이 열심히 하는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나?

–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에 아쉬움이 많은 것 같다.

전 법무부 차관 성 접대 의혹 사건 아나? 해당 의혹을 리트윗했다고 네티즌들이 벌금낸 적 있다. 성접대 의혹 리스트를 리트윗한 사람들에게 20~200만 원 벌금형을 선고됐다. 당시 민주당이 그 사람들을 도와줘야 하는데, 다 쌩깠다.

유일하게 도움을 준 의원이 김광진이다. 법률 자문해주고, 이야기 들어줬다. 그때 도움 받은 사람들은 김광진 팬이 됐다. 민주당에도 도움을 요청하고, 김한길에게도 도움 요청 보내고, 유력한 의원들에게 도와달라고 멘션 보냈는데…… 그때 응답한 의원은 김광진 의원뿐이다. 직접 도와주진 않더라도 말 한마디가 어렵나. 서민 편에 서고 함께 하려는 의지가 너무 부족해 보인다.

– 정치인 성 접대 의혹 사건에서 단순 리트윗만으로 처벌했다는 말인가?

그렇다. 약식 기소돼서 벌금 고지서 날라왔다. 언론에서 관심도 안 가져주고…… 기가 막힌 일이다. 지금도 나에게 도움 요청하고 그랬던 문자가 남아 있다. 이 사건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개인의 단순 리트윗만으로도 이렇게 벌금을 때렸는데, 국정원의 그 수많은 리트윗, 욕설, 역사를 왜곡한 것들은 왜 처벌이 안 되느냐는 걸 말하고 싶어서다. 같은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 다시 사건으로 돌아와서, 어떤 일들이 먼저 밝혀져야 한다고 보나.

어떤 사이트에서 어떻게 활동을 했는지, 어떤 내용을 썼는지, 그런 내용이 모두 드러나야 한다. ‘좌익효수가 나쁜 표현을 썼더라’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그 실체를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서 더 밝혀야 하는 것이 있다면?

트위터에서 삭제된 계정, 빅데이터 업체로부터 자료를 받아서 분석해야 한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들에서의 활동도 수사해야 한다. 포털에 정식으로 수사 협조를 요청해서 하나하나 조사해야 한다. 그걸 하려면 수사권을 가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특검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특검이 안 된다고 하고 있으니…

– 대선 개입 댓글 활동과 관련해 더 밝혀지면 좋을 국가기관이 있다면?

우선 국가보훈처. 이승만 찬양하는 트윗을 국가보훈처 계정을 이용해 날린 적 있다. 재향군인회도 정치 개입 트윗들을 했다. 그런데 관련 기사가 미디어오늘을 통해서 나가니까, 그 트윗들을 삭제하더라. 삭제되기 전에 다 캡쳐했놨다.

– 업무와 관련 있는 ‘공무’ 외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합의로 얼마든지 가능하고 법을 변경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데 국정원 댓글 사건은 조직적으로, 근무시간에, 국민 혈세로 이루어졌다는 게 문제다. 그러면서도 개인적 일탈로 치부하고 꼬리짜르기를 한다는 것이 문제다. 생각해 보면 공무원도 사람인데 정치적 목소리도 내고 싶고, 내야 건강한 거다. 하지만 국정원 건은 업무 관련성이 너무 뚜렷하다. 봇(bot)이라는 자동생성 프로그램까지 동원하고.

국정원 댓글이 개인적 일탈?

– 봇(bot)은  IT를 잘 모르는 ‘개인’이라면 동원하기 힘든 건데…

일반 댓글을 삽질로 비유하면, 댓글 프로그램은 포크레인이다. 국정원장(원세훈)의 지시, 어떤 사안에 대해 댓글을 달라는 지시가 있었다. 그게 바로 ‘조직적’이라는 거다. 관련한 양심선언도 있고, 국정원 내부 인트라넷에서 증거도 계속 발견되는데 원세훈 측은 그게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걸 정확하게 확인하려면 국정원 인트라넷을 압수수색해야 하는데, 그걸 했나? 안 했다.

마무리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대해 이야기했던 건 오늘이 처음이다. 말하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소박하지만 개인이 사회적인 정의를 추구하는 일이  개인적인 불이익을 걱정하는 일이 아니라 자긍심을 갖게 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 그런 사회는 어떤 사횐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나는 사실 겁쟁이다. 겁쟁이라도 걱정할 필요 없는 사회. 함부로 빨간 딱지 붙이지 않고, 직장에서 피해를 걱정하지 않는 사회.

–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은 혹시 없나.

항상 미안하고, 가끔은 시답지 않게 네티즌 수사대 한다고 가정에 소홀한 적도 있는 것 같다. 아내가 걱정을 많이 한다.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아이들에겐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고, 언젠가는 대화할 수는 나이가 됐을 때,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좋겠다.”

– 정말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천 톤의 지식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1그램의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꿉니다.”

내가 삶의 모토로 삼고 있는 말이다. 할 수 있는 걸, 할 수 있다면, 뭐가 됐든 움직여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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