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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라" 용혜인 인터뷰

“가만히 있으라!” 그들은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답합니다.

“가만히 있으라!”

침묵 행진을 제안한 용혜인 씨는 한창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교 4학년생입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해 자취하기 전까지 혜인 씨는 20년을 안산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세월호가 잠긴 깊은 바닷속, 거기에 중학교 때 선생님이 친구의 동생이 함께 잠겨 있다고 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깊은 슬픔 속에서 며칠을 보냈는지 몰랐습니다. 사람들이 세월호 이야기를 할 때마다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보고 나서 그 슬픔은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무능한 정부는 유족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러 가겠다는 길을 막아서는 데는 유능했습니다. 세월호의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선장과 승무원들처럼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명령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용기 내서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용혜인 씨는 말합니다.

민노씨: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용혜인: 스물다섯 살. 이번에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가만히 있어도 될까 의문이 들어, 침묵 행진을 제안한 대학 4학년 학생이다.

용혜인, "가만히 있으라" 침묵 행진 제안자

“가만히 있으라” 침묵 행진 제안한 계기

– 왜 이런 행동을 제안했나? 청와대 게시물을 올린 구체적인 계기가 있나?

20년을 안산에서 살았다. 거기서 자랐다. 부모님은 여전히 안산에 계신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분 중에 중학교 때 선생님도 있고, 친구의 동생도 있다.

세월호 일이 터지고 계속 우울했다. 모든 사람이 세월호 이야기를 하니 괴로웠다. 그러면서 정부가 이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무능한 정부, 무능한 공권력은 학부모들이 청와대에 가서 박근혜 대통령 만나겠다고 했을 때는 사고 이후 최고로 유능하고 빨랐다. 문제라고 생각했다.

– 제안은 어떻게 진행했나?

월요일(4월 28일)에 주변 친구들에게 이런 걸 해보자고 이야기했다. 4월 29일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그런데 내 글이 삭제됐다. 어제 새로 올린 게 두 번째다.

– “가만히 있으라”는 말은 중층적으로 울린다. 어떤 취지로 떠올린 말인가?

“가만히 있으라” 이 한마디가 이 사건에서 많은 이들을 희생시킨 한마디라고 생각했다. 선장도 그랬고, 승무원도 아이들에게 그랬다.

정부도 국민들에게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바닷속에 있는데 정부가 국민에게 던진 메시지는 ‘가만히 있어’였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보여준 건 무능과 무책임뿐이다.

그런 생각을 곱씹다가 대자보도 붙이고, 침묵 행진을 제안하게 됐다.

가만히 있으라, 4월 30일 모임 공지

– 침묵 행진을 하다가 채증을 당했고, 형사가 행진을 막았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다.

사복경찰…… 남대문서의 형사라는 분이 침묵 행진은 집회고, 신고하지 않아서 불법이라고 했다. 당시 250명 정도가 침묵 행진을 하는 상황이었다. 명동에서 출발해서 시청광장을 지나 보신각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시청 광장에서 사람이 많아졌다.

침묵 행진을 하는데 “이것은 추모가 아니라, 집회다.”라고 했다. 구호를 외치지도 않고, 침묵하는 추모 행진인데. 인도에서 행진하는 추모인데. 구호를 외치는 것도 아닌데. 침묵 행진인데 무슨 구호를 하겠나. 손 피켓을 들고 가만히 걸었을 뿐이다.

추모는 법률상 사전신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안다. (추모행사가 집시법상 집회인지 여부는 사례마다 법원 판단이 갈리지만, 원칙적으로 추모행사는 집시법상 사전신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 편집자. ‘추모행사’ 부분 인터뷰 녹음에서 보충 퇴고. 입력 시각: 2014년 5월 3일 오후 11:43.)

침묵 행진, 추모인가 정치투쟁인가

– 모든 행위는 정치적이라 생각한다. 그 전제에서 이 제안과 행동은 추모 자체에 무게 중심이 있나 아니면 정치 운동으로서 반정부 투쟁 성격이 강한가?

반정부 투쟁인지는 모르겠다. 사회 시스템을 바꿔야겠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 그런 점에서는 운동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가만히 있지 말자고 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지 말자는 건지는 나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5월 3일에 오신 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 행진하면서 대화가 가능한가?

시작 전과 끝난 뒤에 자유발언을 한다. 그때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영감을 얻는다. 지난 행진에선 20명 이상이 자유롭게 발언했다. 2~3분씩 짧게 자기 이야기를 했다.

컨퍼런스의 이그나잇(Ignite; 5분간 20장의 슬라이드를 15초씩 자동으로 넘기며 발표하는 것) 같은 형식으로.

– 그 발언들을 모아서 정리해도 좋을 것 같다.

아직 생각하진 못했지만, 좋은 아이디어 같다.

세월호 침몰 사건의 책임 

– 세월호는 사회 전체가 공범으로 작용하는 총체적 부실과 구조적 부조리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공범이다’라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동의하는가?

‘우리 모두가 공범이다’라는 말은 약간 자극적인 것 같기는 하지만, 사회 시스템이 그렇게 구성되어 있기는 하다. 청해진해운을 보라. 선원연수비에는 수십만 원을 쓰고, 접대비로는 수천만 원을 쓴다. 무리하게 개조한 것도 생명, 안전보다는 돈 때문이지 않나.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일들은 평상시에는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평범한 일이었다. 문제가 터지니까 그제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고…… 세월호 선장이 비정규직으로 200만 원대 월급을 받는데 목숨 걸고 책임지겠다는 생각을 하겠나 싶다. 물론 선장은 아주 잘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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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구체적인 책임의 문제로 돌아가면 누가 혹은 어떤 사회 영역에 가장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보나?

각자 역할이 달라서 누가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1) 박근혜 대통령, 2) 관리/감독을 책임진 공무원, 3) 법을 만드는 국회 등 정치인들이 가장 책임이 무겁고, 4) 시민사회도 사회적 책임은 있는 것 같다.

5) 청해진해운과 6) 승무원들은 이번 구체적인 사건에 관한 법적인 책임을 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특별한 악마가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구조 안에서 자기 이익만 극대화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세월호 선장, 청해진해운 사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정부(청와대), 여당(새누리당), 야당(새정치연합)의 세월호에 대한 대응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우선 대통령은 사과해야 하고, 정부 부처에게 ‘내가 다 책임을 질 테니 사고 수습을 최우선으로 해라.’라고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자기는 마치 책임이 없는 양 밖에서 관련 없는 제3자 행사를 하고, 거기에 더해서 ‘단죄자’를 자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니 공무원이 몸을 사리는 건 당연하지 않겠나. 내 예산 범위에서 내 책임 범위만을 소극적으로 집행하지 않겠나. 이런 상황에서 정부 부처들이 더 손발이 안 맞는 것 같다.

야당의 경우 이 국면에서 정치적 부담감을 가지고 몸을 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정치연합이 제1야당이니 정부와 여당에 책임을 강하게 물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 국면에서 잘못 움직이면 피해가 올까 싶어 몸을 사리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유가족 임시 대표를 맡았던 ‘송정근 목사는 정치인이다‘,  이런 기사가 뜨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새정치연합에 속해서 문제가 됐다고 했는데, 그는 새누리당 보좌관 출신이기도 하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사람이 오랫동안 청소년 운동가로 활동한 것 아닐까?

그런데 새정치연합에서는 제명하겠다고 하고, 복당을 못 하게 하겠다고 하고…… 이런 식으로 몸을 사리고 있는 것으로 본다. (편집자: 송정근 목사는 4월 18일 예비후보에서 사퇴했지만, 이후 당 차원의 징계 여부가 논의되자 4월 22일 새정치연합을 자진 탈당했다.)

광주 횃불은 어떻게 보나. 방법론의 차원에서.

물론 확인을 해봐야지만, 아주 갑자기 맥락 없이 튀어나온 건 아니라고 본다. 그런 행동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광주는 광주의 정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적인 체험이 있고…… 광주에서는 널리 공감을 얻을 수도 있는 방법론인 것 같지만……

좀 어려운 질문이다. 나도 마음으로는 횃불을 들고 싶다. 침묵 행진의 방법과는 사뭇 다르지만, 그 방법이 옳다 그르다, 효과가 있다 없다를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부담’과 ‘위험’… 내 선택이니 내가 짊어진다

– 이번 일에 관한 주변 반응은 어떤가?

가족은 아직 모른다. 알면 소환당할 것 같다. (웃음)

친구들은 내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핸드폰 번호를 올리자 ‘무섭지 않느냐?’ 이런 걱정을 한다.

후배들로부터는 두 번째 글을 청와대에 올리고 나서 메시지가 몇 개 왔다. 내 행동으로 느끼는 점이 있다는 격려와 함께 5월 3일에 나오겠다는 그런 내용의 문자였다.

남자친구는 함께 열심히 하고 있다. 착하고 마음이 여린 사람이다. 사람들 아픔에 잘 공감하는 사람이다.

– 평소 친구들은 혜인 씨를 어떻게 보는 것 같나?

잘 듣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편한 사람이랄까? 동기들은 다 졸업했다. 그래서 후배들과 학교생활을 하는데, 새내기들도 다른 선배들에 비해서 나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편하게 여긴다고 생각한다.

– 혹시 친한 친구 중에서 ‘너 어쩌려고 이래?’ 이런 식으로 말리는 친구는 없었나?

그런 친구는 없었다. 각자 알아서 취업 준비하고, 영어 공부하고, 그러고 있다. 응원하고 있지만, 각자의 인생이 있다.

용혜인, "가만히 있으라" 침묵 행진 제안자

–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물을 올리는 걸 “목숨 걸고 한다”고 말하는 시절이다. 사찰당하면 어쩌지? 이런 걱정은 없었나. 자기 검열이랄까?

핸드폰 번호를 올릴지 말지를 가장 고민했다. 인터넷에서 소위 ‘신상털이’ 당하는 게 걱정됐다. 지금까지는 괜찮았지만, 오늘 오전부터는 악플스러운 항의 문자 – 가령, ‘네가 아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지 마라’ 식의 항의 문자가 오고 있다.

– 주변 친구나 선후배, 가족들은 평소 정치, 사회 문제에 관해 관심이 있는 편인가?

학교 친구, 선후배들은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부모님은 보수적인 분들이다. 예를 들면, 세금 이야기 나오고 그런 걸 별로 안 좋아하신다. 신문도 이른바 보수지를 보신다. 무상급식 이런 것들도 반대하시고.

– 4학년이다. 취업에 관한 압박은 없나? 일반 기업체 공채에 응시한다고 했을 때 면접관이 이 건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담하고 가야 할 위험이라고 생각한다.

– 부담과 위험이라는 건?

내가 내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거다. 불이익을 감수하고 간다는 의미다. 사회가 내가 내 생각을 발언하는 것에 대해 여전히 편견을 갖고 있더라도.

5월 3일, 두 번째 행진 

가만히 있으라, 5월 3일 안내

“가만히 있으라” 5월 3일 토요일
– 오후 2시 홍대입구역 9번 출구
– 오후 4시 명동 밀리오레
– 오후 6시 시청광장
* 드레스코드 : 검정
* 준비물 : 노란 리본을 묶은 국화와 마스크

– 토요일 계획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려달라.

시간과 장소는 공지한 그대로 진행을 할 거다. 침묵 행진도 그대로 진행을 할 것 같다. 내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좀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그걸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 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론의 차원에선 고민이 없나?

아직은 깊이 고민하지 않은 문제이지만, 앞으로 좀 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참여하고 싶은데 검정 옷이 없거나 국화 살 돈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나?

검정 옷이 없더라도 추모의 의미를 담은 옷을 입고 오면 된다고 생각한다. 국화도 최대한 준비해 보겠지만 국화 없이 행진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추모하는 마음에 어울리는 형식을 각자 나름으로 노력하면 족하다고 본다.

– 국화 준비할 돈은 있나?

서로 조금씩 보태는 거지. 뭐.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

– 토요일 이후 계획은 뭔가.

아직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는 않다. 토요일이 지나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텐데, 그 이야기를 듣고 난 뒤에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

– 주로 함께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나.

친한 친구들 서너 명 정도다.

–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은 다를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대한민국은 세월호 이전의 대한민국과 절연하고 새롭게 희망을 꿈꿀 수 있다고 보는가.

선장과 승무원이 아이들에게 했던 대로,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에게 했던 대로 “가만히 있으면” 희망은 없다고 생각한다.

– 끝으로 못다 한 말과 끝인사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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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민노씨
슬로우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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