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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모든 것을 허용한다. 왜냐하면, 죽은 자는 더는 말할 수 없으니까. 더는 부당함에 직접 항의할 수 없으니까. 더는 삶(生)으로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죽음에 관해 경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인간이 인간에게 베풀어야 하는 최소한이다. 그게 인간이 인간에게 당연히 행해야 하는 최소한, 인간에 대한 예의다.

돌려 말하지 않겠다. 이 벌거벗은 저널리즘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난감하다. 세월호, 이 거대한 슬픔과 거대한 눈물을 ‘보험’과 맞바꾸는 그 천박함과 잔인함을 나는 무엇으로 불러야 할지 알 수 없다. 이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다. 이것은 저널리즘일 수 없다.

저널리즘은 한 사회의 공동체가 마땅히 접해야 할 소식, 마땅히 논의해야 할 이슈, 마땅히 근심해야 할 화두를 전하는 모든 목소리들의 총체다. 그 저널리즘은 협의로서는 언론기관의 조직적인 활동을 통해 그 임무를 수행한다.

그래서 저널리즘은 특정한 시공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당대의 인간’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을 당연히 전제한다. 거칠게 그 특정한 시공간 속의 역사적 공동체, 그 일원인 사회적 존재로서의 한 인간이 지켜야 할 최소한을 말해야 한다면, 그건 지금/여기에선 휴머니즘과 민주주의다.

그렇다면 세월호의 죽음을 “세월호 보험 그래도 다행”,세월호 보험 불행 중 다행”이라고 전하는, 그렇게 그 한없이 한없이 안타까운 죽음을 보험회사 광고인지 뭔지 모를 비정함과 맞바꾸는, 저 조선닷컴이 행한 이토록 잔인한 짐승의 언어는 저널리즘이 아니다.

그건 反저널리즘이다.

조선일보 - 세월호 보험, 학생들은 동부화재 보험, 여객선은 메리츠 선박보험 가입

조선일보뿐만이 아니다. MBC, 이투데이, JTBC 등 수많은 언론이 앞다퉈 짐승의 언어를 쏟아냈다.

왜 아니겠는가. 북한까지 호명됐다. 데일리저널의 정재학 편집위원은 “세월호 침몰이 이상하다”는 글에서 세월호 침몰을 북한의 소행과 연결지었다. 물론 추정이다.

데일리저널 - 세월호 침몰이 이상하다

JTBC 박진규 앵커는 구조된 학생과의 전화 인터뷰 중 친구가 사망했느냐고 질문했다. 인터뷰하던 학생은 몰랐다면서 바로 울음을 터트렸다. 박 앵커는 무슨 말을 듣고 싶었던 걸까.

http://www.youtube.com/watch?v=WXCZdYBknYA

손석희는 사과했다. 역설적으로 손석희의 ‘잘못했다’는 고백만이 짧은 위로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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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1. 정말 저널리즘에, 돈에 환장한 이 세상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군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2. 네이버 트랙백은 안되나요? 엮은글에 트랙백 주소를 입력해도 엮이지가 않네요. 아무튼 글은 참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

  3. 특별히 네이버 트랙백을 막지 않아서 안 될 이유가 없을텐데요.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네요.
    불편하시겠습니다만, 한 번 더 확인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4. 엮은글 주소 오류 혹은 네트워크 장애라고 나오면서 오늘도 되지 않네요.

    저에게만 나타나는 건가요?

    그냥 주소를 적어놓았는데 괜찮겠지요? 글이 좋아서.ㅎ

  5. 그러셨군요.
    트래백 설정을 막지 않았는데 어떤 원인인지 모르겠네요…
    글 제목과 주소 인용은 당연히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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