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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괴물을 만드나: 포르노에 출연한 듀크대 학생

얼마 전 미국에서 갓 대학에 입학한 여학생이 포르노에 출연했다. 서너 편 정도를 찍었다. 여기까지는 뭐 흔히 있을 법한 일이다.

그런데 그녀는 포르노 영상에서 “나는 여성학을 공부하고 있고, 앞으로 정치학과 사회학도 공부할 거고, 장차 법관이 될 거야” 등의 말을 했다. 그녀는 미국 최고 명문대학 중 하나인 듀크대 학생이었다.

Joãomagagnin, CC BY

Joãomagagnin, CC BY

폭로

이 사실은 듀크대에 재학 중인 어느 남학생이 학내 커뮤니티에 “우리 학교에 포르노에 나온 애가 있다!”고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폭로 이후

폭로가 나온 며칠 후 그녀는 듀크대 학생 신문에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포르노에 출연한 것이 맞으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안다고 밝혔다.

방송

그리고 다시 몇 주 후, 그녀는 무려 CNN과 독점 인터뷰를 했다. 방송에서 그녀는 값비싼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포르노에 출연했고, 자신의 가족도 이 일을 이해하고 있으며, 앞으로 자신은 성 노동자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도 뭐 그냥 있을 법한 일이다.

방송 이후

그런데 방송이 나간 직후 그녀의 실명과 페이스북 페이지 등이 탈탈 털렸다. 영어권 각종 커뮤니티에 관련 글 타래가 세워져 순식간에 입방아에 오르게 됐다.

털리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녀의 가족 신상과 주거지, 학교, 직업, SNS 계정들까지 추가로 다 털렸다.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 모두 다 털렸다. 그 와중에 그녀의 가족이 워싱턴 주의 부유한 동네에 거주하고, 그녀가 고등학교도 명문 사립학교를 나왔으며, 그녀의 아버지는 존경받는 의사라는 사실도 알려졌다. 그녀의 아버지는 사건 당시 의료 봉사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가 있다가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귀국했다고 한다.

유포되다

이제 온라인상 여론은 “부잣집 딸이면서도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포르노에 출연했다는 거짓말을 했다”, “가족들도 이해한다면서 아버지는 모르고 있었다”는 이유로 엄청난 비난으로 기울어졌다. “참 자랑스러운 딸을 두셨네” 따위의 지분거림과 함께 그녀 아버지 사진과 병원 연락처가 급속도로 유포됐다.

각종 댓글들을 보면 가관인데, “가슴이 작다” 따위의 단순한 악플에서부터, “이 정도로 유태인스러운 매부리코는 처음 봤어” 등의 인종차별적인 악플(아마도 그녀는 유태계가 맞을 것이다) 등과 함께, 그녀의 발언 하나하나를 꼬투리 잡아 거짓말쟁이로 매도하고 있다. 예를 들면 “포르노에 출연한 것이 부끄럽지 않다면서 어째서 가명으로 출연했지? 이 거짓말쟁이!” 하는 식이다.

더 털리다

더 놀랍고 충격적인 것은 그녀의 가까운 친족들까지 다 털려서 신상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희귀 성씨인데다 모두 워싱턴 주에 모여 살기 때문에 실제 혈연관계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게 대단히 악의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그녀의 가족과 친족들의 신상과 사진과 SNS 계정들이 담긴 리스트 옆에 메시지 보내기(Send Messege) 단추가 함께 딸려있기 때문이다.

더 유포되다

그녀의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는 없어졌지만, 이미 누군가가 그 전에 그녀의 친구 목록을 카피해서 온라인상에 퍼트리고 있다. 친구 목록의 대부분은 워싱턴 주에 살거나 듀크대에 다니는 그녀의 친구들이다.

광기에 휩싸이다

소수의 옹호자들 또는 광기에 찬 비난 여론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이 잘못을 지적하면, “포르노에 출연하는 게 그렇게 당당하다면 어째서 신상이 털리는 건 부끄러워하는 건데?” 따위의 말과 함께 엄청난 악플 세례를 받는다.

듀크대 학생 게시판에서 오가는 이야기도 누군가가 퍼다 나르고 있는데, 듀크대 분위기는 그녀를 옹호하는 사람이 좀 더 많은 것 같다. 정확히는 그녀를 옹호한다기보다는, 맨 처음 이 사건을 폭로한 남학생이 포르노 구입비로 매달 100만 원 이상을 소비하는 야동덕후라며, 그를 성토하는 분위기다.

듀크대 게시판의 분위기가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들에 퍼지면서, 듀크대까지 싸잡아 온갖 천박한 비난과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왜 이렇게 분노하는가

사람들이 왜 이다지도 분노를 넘어 광기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그녀는 불법을 저지르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았다. 위에 언급한 일은 모두 최근 몇 주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며, 아마도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어리석은 어린 학생?

이 사건에 대해 여성학자들이 가장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몇몇 페미니스트 그룹을 ‘눈팅’했는데, 대체로 국내 평화 활동가들이 강의석을 대하듯 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비난 여론을 우려하면서도, 이런 파문을 몰고 온 그녀가 어리석게 처신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악플러 상당수는 여성

그런데 이 사건을 여성에 대한 성폭력 등의 이슈만으로 환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선 그녀를 비난하는 악플러들 가운데 상당수가 여성이다. 계급적 원한을 품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애꿎은 희생양을 만들어냈다고 나는 생각한다. 포르노에 출연한, 맨몸의 어린 여성이기 때문에 더욱 증폭되긴 했겠지만, 1차 원인은 계급적 원한일 것이다.

계급적 원한의 심리적 복수극

사람들이 그녀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면서 점점 더 분노하는 이유는 뭐냐면, 그녀가 듀크대에서 여성학을 공부하는 교양있는 백인 상류층이라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국에서 가수 타블로에게 가해지던 비난과 거의 비슷해 보인다.

거짓말쟁이라고 비난을 하면 할수록, 거짓이 아닌 사실 때문에 악플러들이 느끼는 계급 격차는 더욱더 커지고, 열등감이나 박탈감을 점점 더 크게 느끼는 것은 아닐까.

무엇이 우리를 괴물로 만드는가 

링크를 타고 그중 한 악플러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는데, 온갖 야동 배우의 사진을 올려놓고 “헉헉 쏘 뷰리풀 아이러브유” 이러는 놈이었다. 아마 그녀가 명문대에 다니는 부잣집 딸이 아니었다면 그녀도 악플 대신 이런 덕후들의 핀업(벽에 붙이는 미녀 사진)이 되었을 뿐 아니겠는가.

이런 온라인상의 비난 여론은 말하자면 집단의 정신병적인 발작이고,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폭력이다. 그런데 비난하는 집단이 너무 크다 보니, 누구도 차마 말릴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이런 이상한 일은 한국이나 중국 등에서나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는데 미국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은가보다. 역겨운 현상이다.

비뚤어지게 표출하는 원한은 전형적인 노예의 품성이다. 사회가 착취적이고 불평등할수록 좋지 않은 품성을 지닌 사람이 많아진다. 나중에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면 이 사건은 여성학이나 군중심리학, 사회학 등 어지간한 인문학, 사회과학 분야에서 다루지 않을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Joãomagagnin,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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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손이상
초대필자. 생활가.

1986년 아시안게임 관람. 1988년 올림픽 관람. 2002년 월드컵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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