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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 큐레이션 권하고, 원작자 죽이는 사회

한참 큐레이션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웹에는 어떤 것이 좋은 정보인지 어떤 것이 틀린 정보인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정보가 떠돌고 있다. 이걸 누군가가 정리해서 알맹이만 떠먹여 준다면? 당연히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서비스가 될 것이다. 예전에는 검색을 잘하는 게 훌륭한 능력이었다면 이제는 큐레이션을 잘 하는 것 혹은 큐레이션을 잘하는 곳을 아는 것이 능력이 됐다.

하지만 큐레이션이라 쓰고 펌질, 도둑질, 가두리 양식질이라고 읽어야 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게 단순히 가두리 양식장 미디어만을 탓할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포털에서 언론사, 소셜 서비스까지 하나씩 살펴보자.

포털은 원본에 관심이 없다. 소비할 뿐이다.

예전에, 포털이 블로그를 핫한 서비스로 밀 때 컨텐츠의 불펌 문제가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왜 남의 포스팅을 그대로 붙여다가 자기 블로그에 옮기는가, 왜 네이버 블로그는 펌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하는가 등의 이야기들이 있었다. 소박하든 진지하든 자신이 경험하거나 생각한 것 혹은 정리한 것을 블로그에 써야지 왜 남이 쓴 글을 그대로 퍼다 담느냐는 거다.

네이버 가두리양식장

구글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 중

그와 함께 ‘네이버 서비스는 가두리 양식장’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우선 네이버는 지식인과 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해 이용자들을 앞세워 웹의 여기저기에 있는 글과 정보를 네이버 서비스 안에 정보를 쌓는다. 그리고 검색 결과로는 자사 서비스에 담긴 컨텐츠를 우선 보여준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사 서비스에 담긴 컨텐츠를 먼저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의심과 아니라는 반론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 이후 네이버는 원본을 먼저 보여준다는 약속을 여러 차례 했다.

네이버, 다음, 구글의 검색 결과 예시

네이버, 다음, 구글의 검색 결과 예시. 네이버와 다음은 슬로우뉴스의 기사를 퍼간 자사 서비스의 글이 최상단에 보인다. (캡처 시각: 4월 2일 오후 1시 30분. 네이버는 검색하는 사람에 따라 원본이 앞에 보이기도 퍼간 글이 앞에 보이기도 하고 있다.)

포털 서비스는 검색 결과에서 원본을 찾아주는데 큰 관심이 없다는 의혹을 계속 받아왔다. 상당수 이용자들이 원본 여부를 따지지 않고 검색된 컨텐츠를 소비하는 걸 보면 이용자들도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냥 소비할 뿐이다.

언론도 마찬가지. 소비만 한다.

대부분의 한국의 언론사 웹사이트에는 두 종류의 링크만 존재한다.

  • 자사의 다른 기사로 연결해주는 링크
  • 광고 사이트로 연결해주는 링크

한국의 언론사는 광고 사이트가 아니면 외부 사이트로 연결해 주지 않는다. (물론 블로터닷넷, 미디어오늘 등과 같은 예외도 있다. 소위 주류 미디어라는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곳에서 이미 보도한 내용을 언급할 때도 “한 인터넷 신문에 의하면”,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하면” 정도로 처리한다. 외국 언론을 인용할 때도 절대 정확한 링크는 걸어주지 않는다. 무엇이든 가져와서 그 자리에서 소비할 뿐이다.

카피 고로케

링크는커녕 출처도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 언론들이 많다. 출처: 충격 고로케

이러다 보니 출처가 불분명한 것들은 오히려 언론사에 고마울 수 있다. ‘한 네티즌에 의하면’, ‘한 유머 사이트에서 ~가 화제다’ 정도로 처리해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찾으려는 노력이나 원출처는 모르더라도 최초로 발견한 곳도 알려주지 않는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을 소개하면서 기자가 처음 그 사진을 발견한 곳의 링크를 걸어주기는커녕 자사 로고를 사진에 박고 기사 아래에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각종 큐레이션(?) 서비스들이 나왔다.

모바일 기반 타임라인 서비스의 등장: 수동적 컨텐츠 소비

또 잠깐 페이스북 이야기부터 하자. 페이스북 안에서는 무언가를 검색하는 게 매우 힘들다. 심지어 자기가 쓴 글도 검색할 수가 없다. 여러 명이 대화와 정보를 나누는 ‘그룹’ 기능에서도 검색 기능은 형편없다. 검색창에 기본으로 적힌 안내문도 “궁금한 장소나 친구를 검색해보세요”다. 소셜 서비스인 페이스북에서 ‘정보’는 검색할 수 없다.

페이스북 검색의 기본 입력 문구

  1. 입력이 불편한 스마트폰
  2.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타임라인형 서비스
  3. 터치 한방으로 표현하는 참여(좋아요, 공유).

이 세 가지는 이용자로 하여금 검색을 포함한 능동적인 컨텐츠 소비 대신 수동적 즐거움을 부추겼다. 이제 페이스북은 쌍방향 특성을 가진 인터넷 위의 단방향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Liking Isn't Helping

소셜 서비스에서의 활동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은 ‘크라이시스 릴리프 싱가포르’의 광고 (Liking Isn’t Helping)

페이스북에는 다양한 큐레이션(?) 페이지가 활동하고 있다. 주로 유머와 정보를 제공하는 페이지다. 이 페이지들은 대체로 긍정적이고 즐거운 컨텐츠를 유통한다는 점 외에도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유튜브나 비메오, 다음TV팟 등에서 원본 동영상을 다운로드한 뒤에 페이스북에 다시 업로드한다는 점이다. 이미 페이스북에는 외부 동영상 임베드 기능도 있고 링크만 걸어주면 클릭해서 볼 수 있지만 왜들 이렇게 직접 업로드를 하느냐고?

그래야 사람들이 더 많이 본단다. 소셜베이커스의 자료에 의하면 이미지나 동영상을 직접 업로드했을 때 사람들이 더 많이 본다고 한다.

페이스북에서 직접 업로드와 유튜브 링크의 차이 그래프

페이스북에서는 유튜브 비디오를 링크했을 때보다 비디오를 직접 올렸을 때의 전파 도달률(viral reach)이 10배나 된다고 한다. (출처: 소셜베이커스)

최근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내에 올린 동영상에 대해 모바일 화면에 보이자마자 바로 재생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소리는 바로 나오지 않지만 뭔가 움직이니까 궁금증이 높아지고 그러니까 사람들은 바로 클릭(터치)를 한다.

다시, 글로벌 가두리 양식장에 참여하는 업체들

동영상이 아닌 컨텐츠도 마찬가지이다. 링크보다 직접 업로드한 이미지가 이용자들의 선택을 더 받는다고 한다. 이렇게 이용자들의 수동적인 컨텐츠 소비와 페이스북의 시스템이 수많은 큐레이션(?) 페이지에 무언의 푸시를 한 셈이다.

유튜브에 있는 영상을 받아다가 우리(페이스북) 쪽에 다시 업로드해라

저 사이트에 있는 재밌는 이미지를 다운로드해서 우리(페이스북) 쪽에 올려라

‘세웃동’이니 ‘남동’, ‘여동’이니 ‘피키캐스트’니 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들에는 매일 끊임없이 재밌는 유머와 정보가 올라온다. 그들은 유튜브, 다음TV팟, 데일리모션 등 각종 동영상 사이트의 파일을 받아서 자신들의 가두리 양식장에 올린다. 여기서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미 우리는 비슷하게 운영하고 있는 오늘의 유머, 웃대, 디시 인사이드, 9gag 등 수많은 인터넷 유머 사이트, 커뮤니티 사이트를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사이트/페이지의 차이는 무엇일까.

큐레이션(?) 페이지와 유머/커뮤니티 사이트의 차이는?

기존의 유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여기저기 컨텐츠를 올리거나 소개한다. 이상하거나 재미없는 걸 올리면 컨텐츠를 올린 혹은 소개한 이용자가 비난을 받는다. 전체 컨텐츠를 다 퍼올리는 이용자들을 타박하는 커뮤니티도 있고 특정한 정치색을 띠기도 한다. 말 그대로 광장이고 난장이다. 기본적으로 개인플레이다.

하지만 새로 등장한 페이스북 중심의 큐레이션(?) 페이지들은 여느 커뮤니티처럼 컨텐츠를 즐기는 이용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올리는 게 아니라 페이지 운영자가 선별한 컨텐츠가 올라간다. 자신들이 찾지 못한 컨텐츠에 대한 제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최종 선택은 그들이 한다.

커뮤니티 사이트는 기본적으로 다양한 이용자들의 성향이 모여서 경향성을 갖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성장과 쇠퇴를 반복한다. 유행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오리지널 컨텐츠가 성장하기도 한다. 좋은 컨텐츠를 보면 열심히 “링크로 소개”하기도 한다. 좋은 컨텐츠를 올린 이용자는 주목을 받고 스타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들은 다른 커뮤니티에도 영향을 준다. 커뮤니티 사이트는 컨텐츠 플랫폼이며 생태계의 역할을 한다.

하지만 큐레이션(?) 페이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컨텐츠만 올린다. 그것도 자신들이 만들지 않은 컨텐츠가 대부분이다. 페이지는 유행이 주는 달콤한 과실을 따 먹고 성장한다. 운영자와 운영사는 투자를 받아 몸집을 불린다.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남의 컨텐츠를 이용한 후 컨텐츠 제작자에겐 아무런 혜택을 나눠주지 않는다. 그걸로 끝이다.

세웃동은 라인에 진출(?)했다.

세웃동은 NHN의 라인에도 진출(?)했다. 여기에 컨텐츠 제작자의 몫은 있는 걸까?

슬로우뉴스도 큐레이션 한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다양한 정보를 ‘슬로우카드’라는 이름으로 독자에게 알린다. 여기에는 몇 가지 기본 원칙이 있다.

  • 첫째, 출처 표기: 원출처(저작자와 URL 모두)를 표기한다. 이것은 가장 중요한 기본 원칙이다.
  • 둘째, 대체 가능성 고려: 슬로우카드 요약 소개 내용만 보고 원본 컨텐츠의 모든 걸 알 수 있는 때에는 해당 컨텐츠를 선택하지 않는다.
  • 셋째, 부가적 가치 창조: 자료를 도표로 만들거나 영어 컨텐츠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등 가공한다.

이와 같은 원칙을 세운 이유 단순하다. 슬로우뉴스 소개를 통해 원 창작자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원본의 모든 걸 보여주면 원본을 그 즉시 대체해버리기 때문에 큐레이션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이 기준을 넘는 것도 있을 수 있었겠지만, 이 원칙과 기준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취미와 비즈니스, 사익과 공익 사이 그 어디쯤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유머들의 상당수는 각종 커뮤니티에서 쏟아진다. 일부는 이용자들이 인터넷에 묻힌 자료에서 발굴하기도 하고, 일부는 해외 사이트에서 가져온다. 일부는 직접 만들어 올리기도 한다. 모두 이용자들이 하는 행위다. 그렇다면 최소한 국내 유명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는 유머를 알면 인터넷상의 유머를 대부분 알 수 있다. 그럼 그걸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모아보는 거다.

‘트렌데이(trenday.net)’라는 곳은 82쿡, MLB파크, 클리앙, SLR클럽, 뽐뿌 등 국내 유명 커뮤니티를 모니터링해서 조회 수나 댓글이 많은 글을 리스트로 보여준다. 링크를 누르면 원본 페이지로 이동한다. 자신들의 프레임을 입혔지만 적어도 원본 페이지는 그대로 보여준다. 마치 과거 메타 블로그 같은 개념이다. (참고로 이런 부류의 사이트는 계속해서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데이터를 모으는 과정에서 해당 사이트에 과도한 무리를 주는 게 아니라면 이용하는 사람도 모아 볼 수 있으니 편하고, 원래 글이 올라온 커뮤니티도 트래픽을 온전히 다 받으니 좋은 아이디어로 가치가 추가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큐레이션(?) 페이지는 이런 게 필요 없다. 그냥 퍼오고 스크랩해서 업로드한다.

페이스북 큐레이션(?) 페이지들의 적극적인 폐해 사례

  • 에프토이
    • 출처 없이 여러 컨텐츠를 퍼올린 후 성인용품 사이트 광고를 한다.
  • 약빨은페이지
    • 출처 없이 여러 컨텐츠를 퍼올린 후 성인용품 사이트 광고를 한다.
  • 님이 앗흥~ 하며 흐느낍니다.
    • 출처 없이 여러 컨텐츠를 퍼올린 후 마지막 이미지에 스마트폰 관련 광고를 한다.

이런 적극적인 광고 사례 이외에도 원출처를 없애고 올린다든가, ‘소개’가 아니라 별다른 설명 없이 내용 전체를 퍼올리는 사례들이 많다.

이들과 피키캐스트, 몬캐스트 등과의 차이라면 그들은 투자자에게 돈을 받고, 이들은 광고주에게 돈을 받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모으느냐보다는 방문자만 모으면 쵝오?

이런 큐레이션(?) 페이지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혼란스러워 보인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피키캐스트는 이용자가 정보를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이 아니다. (묻지 마 소비 플랫폼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스타트업 백과사전을 표방하는 로켓펀치에는 피키캐스트가 뉴미디어 플랫폼 서비스라고 나와 있다.

피키캐스트는 컨텐츠 큐레이션을 하는 플랫폼 서비스라고 한다.

과거 피키캐스트는 저작권 때문에 자신들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폐쇄당한 적이 있다. 그 때 비석세스(beSUCCESS)는 “100만명 보유 페이지가 하루아침에 삭제, 페이스북과의 상생의 길은 어떻게 열릴까?”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이다) 피키캐스트, 세웃동 등에 대해 대한민국 저작권은 개나 줘버리라고 한 글은 방심위로부터 ‘삭제’를 요청하는 취지의 ‘권리침해(명예훼손)’ 신고’를 받았다.

플래텀은 피키캐스트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삭제당한 것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글을 올리는 한편 똑같이 출처를 뭉개며 성장(?)하는 몬캐스트는 스타트업으로 인터뷰했다. 지디넷코리아와 벤처 투자사들(케이큐브벤처스, 패스트트랙아시아, 프라이머, 본엔젤스 등)은 2014년 주목해야 할 국내 유망 스타트업 8개 업체 중 하나로 몬캐스트를 선정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코트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공동 주관한 행사 K-tech @ 실리콘벨리 2013 중 투자자 상대 프리젠테이션 부문(‘나는 벤처다’)에서 피키캐스트는 대상을 받았다.

만약 피키캐스트가 동영상을 퍼올리는 것처럼 웹툰 작가를 꿈꾸는 창작자들의 작품을 퍼올렸다면 어땠을까. 혹은 한국 유명 미술가의 작품을 출처나 소개도 없이 퍼올려서 팬을 모았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대상을 줬을까.

컨텐츠는 단지 플랫폼이 성장하기 위한 발판인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폐쇄당한 피키캐스트는 다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고 2013년 10월 즈음 다시 17만 명의 팬을 모았다. 그리고 지금은 45만 명의 팬을 가지고 있다.

피키캐스트의 페이스북 페이지

저작권으로 한번 철퇴를 맞아서일까? 피키캐스트는 동영상에 대해 이제 최소한의 출처는 표기한다. 그러나, 여전히 동영상을 스크랩해서 직접 올리는 행위는 달라지지 않았다.

반면 자신들이 직접 만든 컨텐츠에는 자신들의 이름을 크게 박는다. 게다가 그곳에 사용하는 컨텐츠나 이미지 출처는 여전히 전혀 없다. 피키캐스트가 다음 스토리볼에 입점해서 서비스하는 컨텐츠 중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커플’이라는 컨텐츠는 텍스트를 이미지로 만든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 이미지들에는 페이지마다 피키캐스트 로고가 담겨있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 페이지에는 출처라고 표시하면서 ‘멋진오후님의 글’이라고 한다.

다음 스토리볼 안에서의 피키캐스트 저작권 표시 예

왼쪽은 첫 페이지, 오른쪽은 마지막 페이지 (참고로 “소중한 저작권을 보호해주세요”는 ‘다음 스토리볼’에서 지원하는 기능이다.)

우선 이 글은 피키캐스트 이용자 ‘멋진오후 님’의 글이 아니다. 네이트 판의 ‘멋진오후 님’의 글이다. 하지만 출처 표기에는 네이트 판이라는 말도, 네이트 판의 해당 주소로 가는 URL 주소 표기도 없다. 언론사들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와 동일한 수준이다. 이렇게 피키캐스트의 컨텐츠로 변신했다.

세웃동, 여동, 남동으로 유명한 몬캐스트는 어떤가. 이들은 플랫폼을 만들거나 생태계를 만드는 등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지 않은 채 투자를 받았다. 그리고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곳에서 인터뷰하고, 포털은 이들의 일화를 성공사례처럼 소개한다. 자신들이 투자를 받게 한 본진,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여전히 ‘스크랩 후 업로드’와 함께 출처 표기를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이 권리를 가진 영상에는 몬캐스트 로고를 붙여서 올린다. 이들은 피키캐스트처럼 강제 폐쇄를 당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저작권이나 출처 등은 표기하지 않는다.

세웃동의 동영상 소개(?) 방식

좌측은 다른 사람의 영상을 퍼와서 재전송한 것. 출처가 없다. 우측은 자신들이 저작권을 클리어한 것. 자신들의 로고가 있다.

참고로 페이스북에서의 저작권 신고는 저작권자 본인만 할 수 있다. 따라서 한 번도 폐쇄를 당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운이 좋아서일수도 있지만, 몬캐스트 측이 컨텐츠를 마구잡이로 퍼오지 않았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즉, 신고를 당하지 않을 것 같은 – 저작권자가 페이스북까지 쫓아와서 자신들을 신고하지 않을 것 같은 영상들을 찾아서 올린다는 뜻일 수도 있다.

현행 저작권법 관련

기본적으로 저작권 침해 행위는 저작권자만이 이를 고소할 수 있다(원칙은 친고죄). 단, 저작권법 제140조에 의하면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제3자도 고발할 수 있다. (영리/상습적 침해는 비친고죄)

도둑질 권하고 원작자 죽이는 사회가 만든 괴물

만약 애플이, 구글이 스마트폰 앱을 팔아서 자신들이 70%를 가지고 개발사에 30%를 준다면 어떤 반응이 올까? 만약 음악을 유통하는 업체가 이익의 80%를 가지고 나머지 20%를 제작사와 뮤지션에게 준다면? 당연히 삼삼오오 모여서 부당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큐레이션하는 컨텐츠의 질을 따지기 이전에 큐레이션의 탈을 쓰고 가두리 양식장을 운영하는 업체들을 플랫폼 스타트업이니 컨텐츠 스타트업이니 부르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창작자는 없다. 글 내내 큐레이션이란 단어에 물음표를 붙인 건 이 때문이다.

그들에게, 그리고 그들에게 투자하고 서비스를 제휴하는 사람들에게 컨텐츠는 무엇일까. 그들에게 창작자란 어떤 존재일까. 쓸쓸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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