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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소치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판정은 정당했는가?

김연아 선수는 은퇴 무대였던 소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김연아 선수는 실수 없이 경기를 끝냈으나 프리 경기에서 놀랄 만큼 높은 점수를 받은 소트니코바 선수가 금메달을 가져갔습니다. 이 글은 다양한 근거를 통해 석연치 않았던 소치 올림픽의 심판 판정을 비판하는 글입니다. (편집자)

피겨 스케이팅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본 글과 관련해서 아주 간단히 용어와 규정을 알려드립니다.

  • 피겨 스케이팅 참가 선수는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 두 가지 연기를 수행하고 두 연기의 합산을 통해 순위를 정합니다.
  • 점수표는 프로토콜(protocol)이라고 부르며 두 가지 점수인 기술점수와 예술점수로 나뉩니다. 이 점수는 각각 기초점에 가산점이 더해져서 총점이 됩니다.
    • 기술점수: TES (Total Element Score; 직역하면 총 요소 점수)
    • 예술점수: PCS (Program Component Score; 직역하면 프로그램 구성 점수)
    • 기초점: base value
    • 가산점: GOE (Grade of Execution; 직역하면 수행 등급)
    • 총점: TSS (Total Segment Score; 직역하면 종합 점수)
  • 심판은 가산점을 연기 내용에 따라 -3점부터 +3점까지 줄 수 있으며 잘못된 방법으로 점프할 때는 반드시 마이너스 점수를 줘야 합니다.
  • 경기 중에 뛰는 점프는 토 점프와 에지 점프로 나뉘는데, 토 점프는 토룹, 플립, 러츠로 세분되고, 에지 점프는 살코, 룹, 악셀로 세분됩니다.
  • 각 점프는 난이도에 따라 각기 다른 기초점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트리플 악셀은 8.5점이고 트리플 토룹은 4.1점입니다.

민감한 주제인 만큼 익명성을 조건으로 USA TODAY와 이야기한 고위직 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관계자는 “이게 그들이 할 수 있는 짓이죠”라고 덧붙이며 지역적으로 심판진이 “명확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말했다.

우크라이나 심판인 유리 발코프는 나가노 올림픽 아이스 댄스 부분에서 결과를 조작하려던 것이 밝혀져 일 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러시안 심판인 알라 쉐코프세바는 러시아 피겨 스케이팅 협회/연맹에 권력을 가지고 있는 회장 발렌틴 피세브의 배우자다.

A high-ranking Olympic figure skating official, who spoke to USA TODAY sports on the condition of anonymity due to the sensitive nature of the topic, said the geographic makeup of the judging panel “was clearly slanted towards (Olympic gold medalist) Adelina Sotnikova,” adding “this is what they can do.”

The Ukrainian judge, Yuri Balkov, was suspended for one year when he was tape-recorded trying to fix the ice dancing competition at the 1998 Nagano Olympics. The Russian judge, Alla Shekhovtseva, is married to the powerful general director of the Russian figure skating federation, Valentin Piseev.

출처: USA Today – Brennan: Official says judges slanted toward Adelina Sotnikova (브레난: 관계자 왈, 심판들은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쪽으로 기울었었다.)

1. 소트니코바의 예술점수

소트니코바 선수의 예술점수(PCS)는 6개월 만에 쇼트와 프리 합쳐서 19.48점이 올랐다.

소트니코바 이번 시즌 예술점수(PCS) 점수. 소치 올림픽에서의 점수가 유난히 높다.

소트니코바 이번 시즌 예술점수(PCS) 점수. 소치 올림픽에서의 점수가 유난히 높다.

충격적이에요. 뭘, 갑자기, 소트니코바가 하룻밤 사이에 그렇게 뛰어난 스케이터가 된 건가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요.

I was shocked. What, suddenly, she just became a better skater overnight? I don’t know what happened. I’m still trying to figure it out.

– 커트 브라우닝 (월드챔피언 4회, 캐나다 피겨 영웅)

출처: 뉴욕타임스 – Adelina Sotnikova’s Upset Victory Is Hard to Figure

이번 시즌 소트니코바 선수의 예술점수는 이번 올림픽과 직전의 유럽 선수권을 제외하면 매우 낮다. 과연 급격한 실력 향상이 있었을까?

이번 시즌 소트니코바 선수의 예술점수는 이번 올림픽과 직전의 유럽 선수권을 제외하면 매우 낮다. 과연 급격한 실력 향상이 있었을까?

올해 소트니코바 선수의 예술점수는 일정하게 쇼트에서는 30점대, 프리에서는 60점대를 기록했다. 그녀의 예술점수가 놀랄 정도로 오르기 시작한 것은 유럽 선수권 때부터다. 올림픽에서는 그것보다 더 올랐고. 피겨 스케이팅 기준으로 본다면 일약 증가이다. 문제는 ‘소트니코바 선수가 그렇게나 더 받을 정도로 스케이팅 기술이 더 좋아졌느냐’다. 예술점수는 주관적인 부분이 어느 정도 존재하긴 한다. 그러나 주관성 그 자체는 아무런 변명도 되지 못한다. 국제빙상연맹(ISU)은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니 그런 것을 토대로 될 수 있는 한 객관적으로 채점해야 한다. 페어플레이 정신을 받들고 싶다면 아무리 주관적인 점수라도 제시된 기준을 토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만 한다.

소트니코바 선수의 예술점수 상승은 그녀가 과연 실제로 카롤리나 코스트너나 김연아 선수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는지 묻게 한다. 그들은 꾸준히 높은 예술점수를 받아온 선수들이다. 이런 탑싱(최고 레벨의 싱글 선수)들의 꾸준함과 소트니코바의 상승을 두고 본다면 김연아 선수가 예술점수에서 7점대가 나왔다는 사실은 조금 헷갈리는 판정 수준이 아니다.

2. 트리플 러츠에서의 에지 콜

러츠 점프는 플립 점프와 도약이 에지 사용으로 구분된다. 러츠는 깊은 바깥 에지를 쓰고, 플립은 안쪽 에지를 쓴다. 만약 이 차이를 심판들이 무시한다면 점프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것은 아무 소용 없는 일일 테다.

소트니코바는 2014년 유로피언 챔피언십에서도 트리플 러츠 때 롱 에지 판정을 받았다.

소트니코바는 2014년 유로피언 챔피언십에서도 트리플 러츠 때 롱 에지 판정을 받았다.

소트니코바는 2013년 세계 피겨 선수권 대회부터 컵 오브 차이나, 트로피 에릭 봉파르, 그랑프리 파이널, 유로피언 챔피언십까지 트리플 러츠(3Lz)를 7번 시도해서 6번 롱 에지(Wrong Edge) 판정을 받았으나, 소치 올림픽에서는 잘못된 에지 사용에도 불구하고 롱 에지 마크가 뜨지 않았다. 오히려 잘못 뛴 점프에 가산점을 받았다.

소트니코바의 트리플 러츠 점프 장면. 수퍼 슬로우 모션 비디오 판독으로도 롱 에지 판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소트니코바의 트리플 러츠 점프 장면. 수퍼 슬로우 모션 비디오 판독으로도 롱 에지 판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현재 규정에 따르자면 심판들은 에지 콜에서도 수퍼 슬로 모션 비디오로 감독할 수 있다. 그러고도 못 봤다고?

롱 에지(Wrong Edge): 스케이트 날과 관련된 반칙을 뜻함. 안쪽 날을 이용해야 하는 플립에서 바깥쪽 날을 이용하거나 반대로 바깥쪽 날을 이용해야 하는 러츠에서 안쪽 날을 이용하는 경우. 1점 이상 감점이 됨.

3. 소트니코바의 프리 연기 때 트리플 러츠, 트리플 토룹 점프 중 트리플 토룹에 생긴 언더 로테이션

소트니코바는 트리플 토룹에서 언더 로테이션이 발생했지만, 감점은 없었다.

소트니코바는 트리플 토룹에서 언더 로테이션이 발생했지만, 감점은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뛴 점프에 대하여 점수를 받으려면 완전히 회전됐거나 적어도 ISU가 용납하는 정도의 회전수 안으로 수행했어야 한다. 소트니코바 선수의 트리플 토룹(3T)은 1/4, 심지어 1/2 정도까지 덜 돌았으며 슬로우 모션 없이 맨눈으로도 보이는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그녀의 롱 에지와 언더 로테이션에 대한 추가 감점이 이루어졌어야 한다. 하지만 (감점) 대신, 그녀는 그 컴비네이션 점프에 대한 가산점(GOE)을 받았다.

언더 로테이션(Under-rotation): 점프 시 회전수가 부족해 정해진 회전수를 채우지 못한 경우를 뜻합니다. 즉, 정해진 회전수를 채우지 못했으니 감점 대상.

4. 소트니코바의 프리 연기 때 생긴 실수에 대한 부족한 감점

소트니코바는 3F+2T+2Lo 연속 점프 시 착지할 때 큰 실수를 범하고 플로우가 나빠졌지만, 감점은 1점 미만을 받았다.

소트니코바는 3F+2T+2Lo 연속 점프 시 착지할 때 큰 실수를 범하고 플로우가 나빠졌지만, 감점은 1점 미만을 받았다.

소트니코바는 프리 연기 당시 트리플 플립 – 더블 토룹 – 더블 룹(3F+2T+2Lo) 점프를 뛰었다. 이 세 번 연속 점프를 수행할 당시 소트니코바 선수는 마지막 점프 후 착지할 때 큰 실수가 있었다. 더블 룹(2Lo)에서 스텝 아웃(착지 시 중심을 잃으면서 휘청임)에다가 두 발로 랜딩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점프의 플로우가 매우 나빠졌다.

ISU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그런 실수(특히 두 발 착지)는 -2 에서 -3 레벨의 가산점을 주는 것을 권장한다. 그러나 감점은 고작 -0.9점이었다. 만약 심판들이 -2 레벨이 적당했다 생각했더라도 적어도 1.4 정도에 감점은 나왔을 것이다.

5. 스텝 시퀀스의 레벨 판정

레벨 4를 받은 소트니코바의 스텝 시퀀스.

레벨 4를 받은 소트니코바의 스텝 시퀀스.

스텝 시퀸스에서 레벨 4를 받기 위해서 선수들은 규정이 말하는 필요한 턴들과 스텝, 그리고 레벨 업 조건을 충족시키는 조건들만 수행하면 된다. 레벨 4의 조건을 채웠던 다른 선수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쇼트, 프리 모두 레벨 4를 받은 선수는 소트니코바가 유일하다.

참고로 프리 연기 때의 김연아 선수 스텝 시퀀스.

참고로 프리 연기 때의 김연아 선수 스텝 시퀀스.

스텝 시퀸스는 턴과 에지 사용을 중요시하는 부분이다.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깊은 에지를 쓰지 않거나 다양한 턴과 스텝을 정확히 수행하지 못한다면 스텝 시퀸스에서 점수를 받아서는 안 된다. 소트니코바의 스텝에는 레벨 4를 줬으면서 더 좋은 스피드, 더 깊은 에지, 아주 깨끗한 턴, 동작의 다양함이 있는 김연아의 스텝에 레벨 3을 준 것은 코미디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위의 두 스텝 시퀀스 자료에서 김연아의 스텝 시퀀스는 실제보다 다소 빠르며, 소트니코바의 스텝 시퀀스는 실제보다 다소 느립니다. 스텝 시퀀스의 속도가 아니라 스케이트 날의 전환이나 몸의 회전 등이 얼마나 부드럽고 분명하게 이루어지는가, 상체의 움직임이 어떤가 등 스텝 시퀀스의 채점 기준을 중심으로 두 선수를 비교하시기 바랍니다.

6. 점프에 준 가산점

점프에 플러스 가산점을 줄 때 심판들은 ISU 가이드라인를 참고해야 한다. 그중 몇 개만 뽑자면 점프에 플로우, 공중자세, 도약자세 등이 있다. 김연아 선수와 소트니코바 선수의 플립을 비교한다면 가산점을 주는 데 이해할 수 없는 차이를 볼 수 있다.

소트니코바의 도약 장면. 날을 빙판에 눌러서 뛴다.

소트니코바의 도약 장면. 날을 빙판에 눌러서 뛴다. 가산점 1.2점을 받았다.

소트니코바 선수는 도약 시 토픽만을 사용하지 않고 날을 빙판에 눌러 뛰었다. 플로우도 힘을 쓴 듯 무거워 보였다. 소트니코바는 플립점프를 플러츠와 같은 점프 메커니즘으로 도약하는데 이는 소트니코바의 점프에 기술적 결함이 있다는 것을 명백히 드러내 준다.

김연아 선수의 도약 장면.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힌 아름다운 점프다.

김연아 선수의 도약 장면.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힌 아름다운 점프다. 가산점 1.1점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김연아 선수의 플립은 완벽한 기술로 뛴 건 물론이고, 안무에 녹아 들어있었으며 플로우도 훌륭했다. 하지만 더 높은 가산점을 받은 것은 소트니코바 선수였다. 심판 중 한 명은 심지어 김연아 선수 플립에 어떤 가산점도 주지 않았다.

김연아 선수와 소트니코바의 점수 비교. 김연아 선수에게는 아예 가산점을 주지 않은 심판도 있다.

김연아 선수와 소트니코바의 점수 비교. 김연아 선수에게는 아예 가산점을 주지 않은 심판도 있다.

7. 기초점 논쟁에 대한 반박

소트니코바 선수가 김연아 선수보다 3회전 점프를 하나 더 뛰었기에 점프 기초점이 더 높아서 이긴 것이라는 이야기는 논리상 문제가 있다. 그건 사실 쇼트 프로그램 기술점수(TES)만 봐도 쉽게 부정할 수 있는 이야기다.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3Lz–3T), 트리플 플립(3F) 그리고 더블 악셀(2A)을 뛴 김연아 선수의 점프 기초점은 트리플 토룹 – 트리플 토룹(3T–3T)을 수행했던 소트니코바 선수보다 더 높았다. 그러나 김연아 선수의 최종 기술점수는 점프를 완벽하게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소트니코바 선수보다 더 낮았다. 만약 점프 기초점을 전제로 두고 논쟁한다 쳐도 김연아 선수와 소트니코바 선수 사이의 기초점 차이는 지극히 작다. 만약 쇼트와 프리를 합산해서 계산한다면 1.44점 정도밖에 안 된다. 그건 더블 룹이나 플립도 안 되는 차이다.

김연아 선수와 소트니코바의 가산점 비교. 기초점 차이는 1.44점에 불과하다.

김연아 선수와 소트니코바의 가산점 비교. 기초점 차이는 1.44점에 불과하다.

점프 기초점을 내세우는 주장은 근본적으로 프로그램 점수는 기초점 뿐만 아니라 가산점과 예술점수를 합산한 점수라는 것을 무시하는 격이다. 3회전 점프를 6번 뛰거나 7번 뛰거나 8번 뛰었다는 사실은 합산 점수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아사다 마오 선수는 3회전 점프를 8번 뛰었지만, 감점을 당해 7번 뛴 소트니코바 선수보다 점수가 낮았다. 점수는 종이에 쓰여 있는 점프 계획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합 당일 뛴 점프들과 심판들이 본 점프의 질로 결정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소트니코바 선수가 시합 당일 뛴 점프들의 질은 그리 깨끗하지 않았다. 그러나 주어진 가산점은 완벽하게 뛴 점프들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어쨌든 1.44이라는 차이는 김연아같이 해석이 풍부하고 기술적으로 완벽한 스케이터가 못 넘을 점수가 아니다. 그 정도는 김연아 선수의 커리어 동안 쌓인 프로토콜만 봐도 나오는 답이다. 하지만 완벽한 프리 연기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소트니코바 선수와 비교했을 때 가산점이 덜 나왔다. 점프 기초점을 근거하여 합당화하려는 것은 사람들을 호도하려는 것뿐만 아니라 여자 싱글 내내 나왔던 석연치 않은 심판들의 점수를 어물쩍 넘어가려는 듯 보인다. 지금 조사하고 토론해야 하는 것은 소트니코바의 가산점, 에지 판정, 그리고 예술점수이지 김연아 선수의 점프 기초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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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verSka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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