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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안드로이드 그리고 불교 경전을 읊는 해커의 야망

얼마 전 평소 존경하는 모 교수님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샤오미가 화제로 올랐다.

샤오미 테크샤오미 테크(小米科技; Xiaomi Tech. 이하 샤오미)는 스마트폰 제조회사다. 2010년에 창업한 국내에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은 신생기업이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의 스마트폰을 2013년 한해 1,800만 대 이상을 판매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샤오미에 대해 창업 당시부터 호감이 가고 있던 나는 곧 샤오미가 보이고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강점’에 대해 장난스럽게 ‘하드웨어와 똑같이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뼛속 깊이, 핏속 깊이 잘 아는 회사라서 가능한 게 아닐까 합니다.’라고 의견을 달았지만 나 외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오늘날 샤오미의 성공 비결을 ‘온라인의 판매정책’으로 보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국내의 기술전문가들은 샤오미의 최근 성공소식에 대해 해설하길 ‘가격 대 성능’ 혹은 ‘가격과 발 빠른 마케팅 승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에는 재질과 가격 외에 또 다른 유전자가 안에 깃들어 있다. 바로 운영체제 기술이다.

운영체제(Operating System; OS)란 컴퓨터시스템 전체의 하드웨어를 통합 관리하면서 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며 사용자가 이를 직관적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샤오미에 대한 국내 시각

비단 샤오미가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을 이야기할 때 운영체제 기술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해당 기업에 대해 고찰할 수 없다. 이건 마치 스티브 잡스 시대의 애플 아이폰이 이룩해 온 성공 신화에 대해 ‘하드웨어를 잘 만들어서 그렇다.’라든지 ‘집중성 있는 제품 배치에 프리미엄 가격으로 수익성이 높았기 때문에’ 라고만 평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도 알고 보면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가 바탕이 된 스마트폰이다.

다양한 모바일 운영체제

하드웨어를 아무리 잘 만들고 가격을 시장에 적합하게 내놓는다 하여도 운영체제가 소비자들에게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면 어느 순간 공룡처럼 멸종하고 마는 것이 스마트폰의 세계다. 예전의 삼성이 하드웨어를 만들고 PC의 윈도(Windows) 시리즈로 IT 세계를 군림해 온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모바일 (Windows Mobile) 운영체제가 내장된 ‘옴니아’ 시리즈는 갑자기 사라진 지 오래지만 지금도 소비자들에게 큰 놀림감이 되고 있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옴니아 시리즈 홍보물

두고두고 회자되는 옴니아 시리즈 홍보물

샤오미의 성공비결 중 가장 중점적인 부분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중국의 어떤 기업보다, 어쩌면 세계의 어떤 기업보다도 더 유연하고 빠르게 대응하고 다뤄나간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드웨어 스펙과 제품 가격으로 스마트폰의 흥망을 점치는 국내 언론은 샤오미의 저력에 대해 아직 좋은 평가를 하지 않는 눈치다.

물론 샤오미의 미유아이(MIUI)가 안드로이드의 앱 드로어(App Drawer; 앱 서랍) 개념을 없애고 아이폰과 같이 바탕화면의 아이콘이 앱을 대표하는 개념을 따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놓고 ‘애플의 짝퉁 샤오미’라고 소개하는 기사까지 나올 정도다. 샤오미의 장점 그리고 샤오미와 애플의 공통점에 대해서 너무 도외시 한다.

그런 점에서 블로터닷넷의 2013년 10월 기사 [‘중국판 애플’ 샤오미, 인기 비결은]은 보다 균형 있는 시각을 일반 소비자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다만 여전히 스마트폰이 가진 잠재력 자체인 소프트웨어 기술들이 도외시되는 이유는 어쩌면 국내 스마트폰 제조기업이 현재 ‘소프트웨어 기술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해서’가 아닐까.

운영체제 업그레이드의 빛과 그림자

잠시 스마트폰의 운영체제 판올림(업그레이드; upgrade)에 관해 이야기해보자.

2008년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이름의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내놓는다. 안드로이드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뜯어고칠 수 있으며 라이센스 비용도 무료이다. 따라서 많은 기업이 그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가져다 분석하고 자사의 하드웨어 부품에 맞게 재설계해서 스마트폰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업그레이드 할 때마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그걸 쫓아갈 수 없다. 휴대폰 제조사는 자신들이 만드는 하드웨어에 안드로이드를 꼼꼼하게 잘 맞춰서 내놓는다. 새로운 버전의 안드로이드가 발표되면 다시 그 새로운 요소에 맞게 하드웨어 드라이버를 비롯한 여러 가지를 맞춰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데 이런 공정은 말이 업그레이드지 솔직히 다시 처음부터 만드는 것과 대체로 같은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안드로이드 이전 스마트폰이 PDA폰으로 불리던 시절, 윈도 모바일의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휴대폰 제조사는 이전 제품을 단종시키고 새 운영체제 버전에 맞는 새로운 하드웨어 제품을 패키징해서 판매했다. 업그레이드가 대단히 어려웠을 뿐 아니라 업그레이드에 쏟는 비용으로 새로운 휴대폰에 새 운영체제를 담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었기 때문이다. 윈도 모바일 5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윈도 모바일 6가 발표됐을 때 생명이 끝났고, 윈도 모바일 6에 맞춰서 만든 스마트폰은 6.5가 나올 때까지만 그 이름을 이어갔으며 소비자 또한 그런 모양새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애플 iOS 버전 (1부터 7까지)

애플 아이폰이 나오면서 그런 상식은 뒤집혔다. 구형의 아이폰을 여러 해 전에 구매한 소비자는 신형 아이폰이 새로운 iOS와 함께 모습을 보일 때마다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아이폰을 간편하게 업그레이드해서 쓸 수 있었다. 안드로이드 역시 그런 소비자들의 새로운 이용 방식에 맞춰 새로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발표되면 기존의 이용자가 간편한 업그레이드만으로 새로운 운영체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구조화했다.

그러나 애플처럼 단일 기업이 모든 스마트폰 하드웨어를 통제하는 상황과 달리 안드로이드 진영은 각 휴대폰 제조사가 저마다의 제조 기술로 안드로이드를 천차만별로 뜯어고쳤고 그것은 다시 해당 기업이 새로운 안드로이드 업그레이드를 빨리 할 수 없는 자업자득의 결과로 돌아오게 됐다.

일반적인 스마트폰 기업들의 운영체제 업그레이드

앞서 이야기했듯이 하드웨어 제조사는 ‘새로운 운영체제에 맞춰서 다시 ROM을 개발’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대체로 ‘업그레이드’를 길게 지원하지 않는다.

컵케익부터 킷캣까지 안드로이드 버전

안드로이드의 경우 이클레어(2.0)를 프로요 (2.2)로, 그리고 프로요를 다시 진저브레드(2.3)로, 진저브레드를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4.0)까지 업그레이드를 지원한 기업은 매우 드물 정도였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세 번의 메이저 업그레이드를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가다가 필요했을까.

돈이 많은 기업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었다. 삼성 역시 갤럭시 시리즈에 대해 진저브레드 때 내놓은 폰은 진저브레드 →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 젤리빈까지만 지원했고,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마저도 레퍼런스 폰인 넥서스에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때 내놓은 폰에 젤리빈을 마지막으로 지원하고는 킷캣(4.4)은 지원하지 않았다.

단일기기 종류에 자사만이 가진 최적화된 기술과 인력 그 모든 것을 보유한 애플마저도 아이폰 3Gs의 마지막은 iOS 6였으며 가장 최신인 iOS 7으로의 업그레이드는 결국 지원하지 않았다. (그나마 애플은 라인업이 단순하니 이 정도가 가능했을 것이다.)

XDA 해커들의 업그레이드 방식 그리고 샤오미

한편 하드웨어 제조사의 여러 가지 제약상 자신들이 구매한 스마트폰이 성능을 최대치로 끌어낸 게 아니라는 것을 애당초 알고 있었던 XDA의 해커들은 안드로이드가 발표될 때마다 저마다 최적화된 ROM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고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사이애노젠 모드(Cyanogen MOD, 이하 CM)였다.

  • XDA: 2003년 만들어진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온라인 모임으로 전 세계의 스마트폰 해커들이 모여드는 큰 포탈이 됐다.
  • ROM: Read Only Memory의 약자. 과거에는 작은 칩에 들어있는 메모리만을 가리켰으나 현재는 전원을 껐다 켜도 상태가 유지되는 하드웨어칩에 내장된 운영체제 상태를 가리키는 뜻으로도 쓰인다.
  • 사이애노젠 모드(Cyanogen MOD, 이하 CM): 사이애노젠은 해당 해커 집단의 닉네임이며 모드는 Modification을 뜻하는 표현으로 사용자 임의로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변형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필자 주)

 사이애노젠 모드

해당 기기의 소비자들인 해커들은 삼성이 버리고 구글마저 버린 하드웨어에 맞는 ROM에 대해 사이애노젠 모드를 기반으로 스스로 ‘알아서’ 업그레이드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객님의 단말기는 아이스크림 샌드위치가 최신입니다.’라는 개발 종료 선언을 들으면서도 ‘그래? 그럼 뭐 이번 기회에 젤리빈 기반 CM롬을 설치하지.’라는 또 다른 선택이 만들어졌고 급기야는 ‘이번에 구글이 새로운 안드로이드 버전인 킷캣을 발표했습니다.’라는 뉴스를 들어도 ‘그래? 그럼 뭐 이번 기회에 킷캣 기반 CM롬을 설치하지.’라는 뜻하지 않은 기대심리가 생기게 된 것이다.

샤오미의 해커들 역시 XDA에서 안드로이드 최적화로 시작했다. 그들 역시 사이애노젠 모드에 열광하는 해커들이었지만 특이하게도 그들은 ‘런처’에서부터 시작했다. 아이폰을 쓰다가 안드로이드 폰을 쓰느라 헤매는 이용자에게 샤오미 해커들이 제공하는 ‘미유아이 런처 (MIUI Launcher)’는 훌륭한 해결책이었다. 런처 하나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어떤 최적화도 필요없이 전체 UI가 아이폰스럽게 변하면서도 제조사의 기본 런처보다 훨씬 빠르고 유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료였다.

샤오미의 야망

미(Mi; 米)라는 이름은 쌀 한 톨을 뜻하는 말로 샤오미를 만든 레이 준의 철학이 불교의 ‘쌀 한 톨이 산만큼 거대하다’는 법구(盡大地撮來,如粟米粒大.)에서 왔으며 결국 그 시작과 행보가 단순한 런처로만 끝날게 아님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했다. 솔직히 런처로만 쓰기에는 너무나 잘 만든 미유아이는 곧 CM 같은 또 하나의 안드로이드 롬 OS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가 되었고 버전 2.3이 발표될 때 즈음에 안정화되었다. 이제 런처의 이름은 미홈(MiHome)이 되었고 구형 스마트폰에서도 잘 작동했다. 그리고 사양이 괜찮은 폰을 위해 완전한 롬 패키지인 미유아이 버전 3과 4를 내놓았다.

Mi 런처

사실 해커들의 CM롬은 일반 이용자에게 ‘지원이 끊긴 구형 단말기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실마리’가 됐지만 정작 일반 이용자가 쓰기에는 빈약한 애플리케이션과 불친절한 UI 그리고 무엇보다도 ‘돌아가기는 돌아가지만 그 느린 성능’이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미유아이 롬이 설치되면 달랐다. 빠르고 유연한 미(Mi) 폰으로 변신했다. 물론 레이 준의 행보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고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샤오미라는 스마트폰 제조사를 만들었다.

샤오미가 내놓은 폰은 모두 그들이 제공하는 미유아이 롬 시리즈가 기간에 상관없이 새로운 안드로이드를 계속 지원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안드로이드 이용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기도 했다. 2011년에 처음 버전 3을 내장하여 내놓았던 샤오미 미원(Xiaomi Mi-One)은 2년 뒤 내놓은 미(Mi) 버전 5를 지원한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업그레이드한 폰을 지금 만져봐도 체감속도가 빠르다는 것. 더 놀라운 것은 그들이 자사의 스마트폰용으로만 롬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샤오미를 설립하기 전 XDA 해커 시절과 마찬가지로 다른 제조사의 스마트폰용으로도 미유아이 롬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유아이 사이트에서는 삼성 갤럭시 제품을 비롯한 타사 스마트폰에 설치할 수 있는 롬을 제공하고 있다.

미유아이 사이트에서는 삼성 갤럭시 제품을 비롯한 타사 스마트폰에 설치할 수 있는 롬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의 갤럭시 노트와 노트 3는 각각 구글의 젤리빈과 킷캣 기반으로 운영체제 세대 자체가 나뉘지만, 샤오미가 내놓은 폰은 신형과 구형이 모두 소프트웨어상으로 동일한 버전의 최신 롬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지금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정신은 안드로이드계의 홍익인간이요, 법구경 말씀을 해킹으로 실천하고 있는 별난 스마트폰 제조사 위치에 와 있는 셈이랄까.

샤오미의 성공 그리고 미래

이런 사실을 아는 이들에게 샤오미의 성공비결을 묻는다면 적어도 그 시작을 ‘가격’에서 찾지 않는다. 샤오미는 이렇듯 태생부터 가격과 하드웨어 성능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룹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며칠 전 워즈니악을 행사에 초청했을 때 워즈니악 역시 흔쾌히 그 초청에 응했던 것이다. 해커는 해커를 알아보기 마련이니까. 특히 그들이 지존의 위치에 있을 때에는.

레이 준과 스티브 워즈니악의 테크 토크

레이 준과 스티브 워즈니악의 테크 토크. 출처: 폰아레나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샤오미라는 기업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해커들이 만들어나가는 소프트웨어 문화가 어떻게 일반 이용자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아닐까 싶다. 오늘도 자신의 작은 스마트폰을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이의 땀방울이 샤오미 같은 기업으로 나타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스티브 워즈니악이 그랬고 빌 게이츠가 그랬고 세르게이 브린이 그래 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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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 제어와 Network 에 의미를 부여하며 , 콘텐츠 기획에 일과 흥미를 섞고 있는 nomodem 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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