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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 감시’ 원칙에 대한 국제적 대화의 필요성 (그리고 한국의 프리즘?)

프리즘 사태에 관해 박경신 교수가 EFF(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에 보낸 기고문을 번역해서 올립니다. 초벌 번역은 설렌, 번역 검토 의견은 capcold, 그리고 최종적인 수정, 감수는 박경신 교수가 맡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박경신 교수 본인이 원고를 일부 퇴고하였고, EFF 측에 원고 수정을 요청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외국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통신 감시를 수행하고 있는 우리 정보기관들에 그 수행장소와 관계없이 우리는 어떤 절차적 보호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가?

바로 이것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프리즘을 둘러싼 최근 논란에 따라 부각된 질문이다. 프리즘은 미국 안팎에서 벌어진 영장이 없거나 또는 비밀영장을 기반으로 하는 감시제도이다. 이 질문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까다로우며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얻기 위한 전 세계적인 대화가 필요하다.

물론 내가 관할하는 이상적인 세계가 있다면 모든 전쟁과 군사적 행동을 금지할 것이다. 이 세계에서는 국내적이든 국외적이든 모든 감시를 금지할 것이다. 감시에는 완전히 중립적이며 독립적인 사법부가 주의 깊게 작성한 영장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서 말이다. 사실 이런 세계가 있다면 우리는 모든 국경을 없앨 수도 있다.

우리는 그런 이상적인 세계에서 살고 있지 않다. 현실세계에서는 어떤 국제적인 규범이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해 답 하는지 놀라울 정도로 불명확하다.

MI6, CIA, KNIS 등의 정보기관들은 그들의 잠재적인 적들을 감시하거나 도청하기 위해서 적법한 영장을 갖춰야 하는 것일까?

이런 규범이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은 FISA를 제정하여 30년도 전부터 영장이 없거나 또는 비밀영장을 기반으로 하는 감시를 미국 내 외국 정부요원들에 대해 수행해왔다. 게다가 인터넷이라는 전 지구적 시스템이 결합하면서 외국인들의 통신 정보에 대한 엄청난 양의 감시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지금, 미국 밖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면, FISA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제한의 힘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역외 통신 감시, 즉, 어디에서 정보 수집이 이루어지는가의 문제와는 별개로 미국 국민이 아닌 국외 거주 외국인에 대한 어떤 감시에 대해서 국제적인 원칙이 없다.

아마 이런 이유로 아직 미국 시민사회단체들이 FISA 시스템의 완전해제를 요구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미국 시민사회의 즉각적인 관심은 자국 내 미국인 또는 외국 정부요원과 상관없는 거주민들에 대해서만 작용했다. 이런 감시는 최근의 버라이즌 서비스 이용자(대부분 죄 없는 미국 내 거주민) 수백만의 정보의 취득에 대한 법원명령이 유출되면서 증명되었다.

또한, 미국은 현재 프리즘 데이터를 주로 앵글로계나 게르만계 국가들과 공유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나라들의 국민은 그들의 정부가 영장 등의 법망을 피해 자국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대해 저항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인과 미국인들의 ‘동맹국’ 국민은 이에 대한 분노를 충분히 표출해 왔다.

jeffschuler, "uncle sam wants your privacy" (CC BY)

jeffschuler, “uncle sam wants your privacy” (CC BY)

그러나 미국정부가 프리즘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만약 우리 같은 비-미국인들이 미국인들과 같은 이유로 분노해야 한다면 시민적 분노의 방향은 첫째로 우리 대한민국 정부를 향해 있어야 한다.

인구가 5천만인 우리나라에서 2011년 7,167개의 자국민의 전화번호가 감청됐고, 3,730만 개의 전화번호 또는 이메일 주소나 인터넷에 따른 통신정보가 경찰에게 넘겨졌다. (참조)  또한 584만 개의 전화번호 또는 인터넷 아이디의 이용자신원정보가 넘겨졌다.

인구 대비 한국이 미국보다 같은 기간 15배나 많이 도청(2,732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조) 물론 다른 선진국들처럼 관련 법이 있고 그 법은 감청에 대해서는 ‘슈퍼영장’을, 그리고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대해서는 ‘수사 필요소명서’를 요구를 한다. 하지만 정말 한국인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사대상이 되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이 숫자는 국내 감시횟수만 본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아시아의 유권자들은 외국인 대상 정보기관들이 사실은 자국들을 표적으로 해왔던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당연히 프리즘에 대해 충격을 받은 비-미국인들은 그들 자신만의 프리즘을 대변해야 한다. 지난주 한국경찰은 주요 통신사들의 통신사실확인자료 입수를 위해 ‘백도어’를 구축했다. 이렇게 자동화되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통신사실확인정보가 취득될지 신만이 알 것이다.

미국인과 NSA의 통신정보를 공유 받은 영광을 누린 유럽인, 그리고 이 루프에서는 빠진 다른 나라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교훈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이 질문에 대한 국제적인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외국인을 표적으로 하는 정보기관들이 그 정보기관들에 대해 아무런 정치적 권한이 없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도록 하는 법적 절차 하에 활동하도록 만들 수 있는가? 쉽게 말하면, 정보기관들은 우리의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의 피조물이므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국경을 넘나들며 우리 스스로를 감시할 권리를 얼마나 허용할 것인가? 그 정보기관들은 항상 영장을 갖고 있어야 하는가?

물론 당연히 대답을 내놓기 전에 우리는 이 문제의 무게를 가늠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답이 NSA를 포함한 국외 비밀정보기관들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놀랍게도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짐작건대 영장은 수사의 성공에 중립적이면서도 피수사자들에게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는 기관에 의해 발행되는 것이기에 가치 있다는 점에서 해답 도출의 어려움이 있다. 당연한 이유로 역외 감청에 대해서는 그런 기관이 있을 수 없다.

어쨌든 국제적 논의를 시작하는 지름길이 있다. 오픈넷, EFF, 프라이버시 인터네셔널과 많은 통신 권리 운동 단체들은 지난 몇 달 동안 모든 통신 감시에 적용할 수 있는 인권원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ICCPR(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이미 사생활을 보호하고 있지만, 통신 프라이버시는 특별한 이슈를 담고 있다. 통신은 한편으론 노출이 쉽고 감청될 가능성이 있는 인간의 시공간을 횡단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의 사유의 결과물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켜 위의 원칙들의 지역적 적용범위를 결정한다면, 역외 통신감시에 대한 제한을 정하는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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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경신
초대필자, 오픈넷 이사

오픈넷 이사.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진실유포죄], [호모 레지스탕스] 등 저자.

작성 기사 수 : 3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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