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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8일, 기상청은 금년 들어 처음으로 국지적인 6월 29일자 폭염주의보를 발표했다. 무더위와 장마, 습한 공기로 특징되는 여름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다.

Martini DK (CC BY SA)
Martini DK (CC BY SA)

불신 자초한 원자력발전, 하지만 무조건 불신이 능사일까 

더위를 넘기기 위해서는 전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전력수급체계에 비상이 걸리면서 심리적인 더위 강도를 더하고 있다. 국내 발전량의 30% 정도를 담당하는 원자력발전소에 불량부품을 사용한 것이 드러나면서 23기의 원자로 가운데 15기만이 가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 공급 예비율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7기의 원자로는 정비를 위해 가동을 중지하고 있다(참고. 5월 말 관련 보도). 안전이 최우선이 될 수밖에 없는 원전을 제대로 가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고리 1호기의 정전 은폐 사건, 원전의 잦은 고장과 정지, 원전부품 납품 비리 및 증명서 위조사건 발생 등으로 원전운영사가 불신을 자초하고 있지만, 원전을 무조건 불신하는 태도도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한 언론사 칼럼에선, 우리나라 원전과 북한 핵을 비교하면서 우리나라 원전이 더 위험하다고 국민의 불안 심리를 자극한다. 옳지 않다.

출처: 인터넷한겨레 (2013년 6월 10일)
출처: 인터넷한겨레 (2013년 6월 10일)

후쿠시마 사태 이후, 선진국 동향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을 위험요인으로 보았던 선진국에서도 안전하게 운영된다는 전제와 현실적인 전력공급 안정을 위해 이제는 원전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으며, 원전의 계속 운전은 물론 신규 원전 건설을 허가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신규원전 건설을 허가하였고, 프랑스에서는 원전 필요성을 지적하는 국민이 늘어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EU 정책에 맞추어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고 정치적 선택을 통해 원전의 점진적 폐쇄를 결정한 독일은 원전 폐쇄로 말미암은 전력공급 부족분을 재생에너지 발전원으로 대체하고자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렸으나 2012년에 온실가스 배출은 늘어나고, 전력 가격 인상을 부담스러워할 정도로 여건은 바뀌어 가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나면서 전력공급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음을 독일 지멘스에너지의 미하엘 쥐스 대표는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경제성 문제, 전기료 상승, 전력공급의 불안정성 등이 에너지 전환정책을 실패로 이끌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보다 평지가 많으며 넓은 국토를 보유하고, 재생에너지 생산여건이 좋은 독일이지만 원전비중을 급격하게 줄이기 위한 많은 비용을 부담금 형태로 국민이 지불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전력요금은 올라갈 전망이다. 즉, 국민의 전기요금 지출이 이미 높지만,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전력 현실: 감성보다는 이성적 판단이 중요하다 

2000~2010년간 우리나라의 전력소비 증가율은 5.3%를 기록하여 OECD 평균 1% 수준에 비해 현격히 높은 증가세를 기록하였다. 우리나라는 아직 에너지 소비증가 추이가 지속되어야 할 국가이다. 즉 에너지 소비여건이 선진국의 에너지 소비 정체 내지 감소세와는 차별적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대규모의 에너지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며, 온실가스 감축과 전력공급 안보를 담보할 수 있는 에너지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공급시설의 안전관리를 강화함은 물론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합리적인 에너지정책 틀 내에서 전력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감성에 치우치기보다는 이성적 판단을 바탕에 두고 전력산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경우 에너지원별 발전량 중 원자력과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기준 97.8%이고 나머지가 신재생에너지이다. 우리나라도 ‘고정가격매입제도‘(FIT),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를 시행하고 있어 여타 다른 선진국과 신재생에너지원 시장 창출을 위한 노력은 다름이 없지만, 제도는 유사하나 성과는 매우 다르다.

Sigfrid Lundberg (CC BY SA)
Sigfrid Lundberg (CC BY SA)

최근 언론 보도에서 일부 발전사의 풍력과 태양광 프로젝트의 투자비 회수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보하여 원전을 대체하자고 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 어려운 점을 이해하지 않고, 무리하게 신재생 에너지 투자를 한 까닭이다.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기술 확보는 장기적 관점에서 필요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억지스럽게 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커질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협약에 바탕을 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가 없다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자원량이 풍부한 석탄을 이용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가장 시장 지향적인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석탄 사용에 따른 대기오염물질 배출은 극복할 수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문제가 있어 석탄 화력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가스 화력은 높은 전기요금을 감내해야 한다.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적고 발전원가가 가장 낮은 원전이 현재로선 차선안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원전은 후쿠시마 사태 중심에 있는 원자로(비등수형)와는 다른 종류의 원자로이다. 증기 발생기를 채택하고 있어 기술적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좋다고 평가받는 가압경수로가 대부분이다. 방사능 물질이 원자로 돔 외부로 나가지 못하도록 물의 흐름을 차단한 방식으로 열을 이용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원전 건설과 운영을 통해 매우 우수한 운영기술진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원자력안전위원회, 독립성 확보와 투명성 재고 필요

다만 최근의 원전비리를 보면, 원전 관련 의사결정 과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기술적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다. 6월 원전 한빛 3호기 재가동 과정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과정에 의심을 제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재가동 신청 후 다음 날 승인 거부 의사를 밝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바로 그 다음날 재가동을 승인한 것이다. 아무리 전력공급 불확실성이 커졌다 해도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이 유지되어서는 원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 대통령이 임명 혹은 위촉을 통해 선정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선임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적인 운영이 원천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아직은 독립적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한다. 원전 운영 관련 소프트웨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이며, 열린 토론을 통한 근본적 대안 마련이 요구된다. 미국 원전도 잦은 고장으로 정지되고 다시 가동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원전에 대해 언론이 무조건 비판하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NRCgov (CC BY)
전 세계에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 (IAEA 2012년 5월 자료 기반)
NRCgov (CC BY)

정부는 장기가동 원전의 안전성 확보 및 원전 시설의 부품 품질관리 강화, 원전별 계획 예방정비 확대, 원전부품 구매 및 품질관리 시스템 개선, 원전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 등을 원전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답습하듯 문제발생 이후 의례적으로 발표되는 통과성 대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이 되도록 정치적 판단을 배제한 가운데 긴 호흡으로 논의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안전이 우선되지 않는 원전은 국민 누구도 수용하지 않는다는 평범함에서 원전에 대한 모든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면 에너지자원이 없는 우리에게는 착한 발전원으로 재인식될 수 있음은 물론 국외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원전 운영사에서 드러나는 비리들이 급격한 성장기에 나타날 수 있는 성장통이라면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문제를 치유하면서 우리의 전력 공급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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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1. 필자의 글에는, 상식적인 ‘위험관리’에 대한 고민은 들어있지 않은 듯 합니다. 1만년은 말도 못하겠지만, 100년만이라도 ‘완벽히’ 예측/관리 가능한 핵발전 관리 기술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선생께서 언급하신 ‘일부 언론’의 사례들은, 대안에너지 자체가 비효율적이라는 직접 증거가 아니고 한국 정부가 깊은 고민 없이 눈앞 성과만 내라고 재촉하다가 실패한 사례들입니다. 이를테면 풍력발전소를 진안장수 산악 위에다 짓겠다고 엄청난 나무를 베어내는 이상한 짓을 하다가 반대에 부닥친다든가, 우드 패킷 사례도 남부발전이 저지른 조잡한 실패사례이지 대안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내용은 아니지요. 이런 것 말고도 조력발전 한답시고 가로림만을 막겠다는 황당한 시도를 하다가 비난을 받는다든가 등등…근데 에너지 정책을 연구하셨다는 분이라니 한수원의 선전물이 쓰는 것처럼 ‘원전’이 아니라 ‘핵발전’이라는 용어를 쓰는 고민을 먼저 보여주시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2. 폐기물들은 어디다 보관하나요? 정치적으로 힘도 없고 땅값도 저렴한, 가난한 지역에다 보관할까요? 한 마디 더 하자면, 사고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어떤 전문가가 후쿠시마를 예측했단 말입니까? 글쎄요,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씀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얻어야 할 게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발전 원가가 가장 저렴하다고 하셨는데, 그건 글쓴이께서 논증하셔야 할 명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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