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2023년 10월 18일 (수).
‘슈링코노믹스’ 시대.
-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조앤 윌리엄스(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사실을 듣고 한 말이다.
-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클로디아 골딘(미국 하버드대 교수)도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86명인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낮아졌다.
- 인구 감소의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 분유회사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문구점은 10년 전 1만4731개에서 지난해 말 8000개 정도로 줄어들었다.
- 중앙일보가 다녀온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식당 메뉴판엔 중국어와 베트남어로 ‘드실 만큼만 가져가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해 기준 전국 건설 현장 근로자의 14.1%가 외국인이다.
- 전남 영암에서는 어린이집이 문을 닫고 그 자리에 요양원이 들어섰다. 어린이집이 2017년 4만여 곳에서 3만 곳 수준으로 줄었다. 강원도 고성의 경동대 글로벌 캠퍼스에는 한국인 학생이 거의 없다. 네팔과 방글라데시,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서 온 유학생 950여 명이 공부하고 있다.
- “인구 감소→지역 경제 붕괴→거주민 이탈→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일명 ‘슈링코노믹스(Shrink+Economics·축소 경제)’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저출산이 위협? 출산이 위협이다.
- “청년들에게 물어보라. 출산이야말로 실질적인 위협이다.” 한승주(국민일보 논설위원)는 “청년들은 아예 결혼을 안 하려고 하는데 정부 정책은 주로 아동수당을 올리는 데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 노르웨이는 아빠의 93%가 육아휴직을 간다. 육아휴직을 안 받아주는 회사는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이다. 내각 19명 중 9명이 여성이다. 상장기업 이사 40% 이상도 여성이다.
-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한승주는 “지금까지의 정책으로는 안 된다”면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안호기(경향신문 사회경제연구원장)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데 이어 가장 빠르게 쇠락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며 “생존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지지율 34%로 추락.
- 리얼미터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50.7%를 찍은 반면, 국민의힘은 32.0%로 떨어졌다.
-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국민의힘은 참패 이후 집안싸움만 했다”고 평가했다. 허은아(국민의힘 의원)는 “지금 우리는 민주당만큼 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 중앙일보의 제안은 총선 공천권을 당에 넘겨주라는 것이다. “그래야 의원들이 용산발 낙천 공포에서 벗어나 민심을 가감 없이 대통령실에 전할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다.
“용산에 할 말 했다”는 김기현.
-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게 무슨 대단한 반대였나 싶다”는 반응이다. “사퇴하라고 말해봐야 소용없는 분위기였다”는 의원도 있었다.
- 조수진(국민의힘 최고위원)이 한 당직자와 나눈 카톡 대화 내용이 사진에 찍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진에 잡힌 메시지는 “황당하네, 김대표 쫓겨나겠네”였다.
- 중앙일보는 “친윤계 의원들이 대통령의 이미지 변화를 조언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반응은 없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 김기현(국민의힘 대표)이 “총선에서 지면 정계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걸 두고도 말이 많다. “불출마 선언을 해도 모자랄 판에 당연한 이야기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한 지도부 인사는 “’도로 영남당’이란 비판을 덜어내기 위해 수도권 인사를 찾고 있지만 사람이 없다”면서 “솔직히 고사한 분이 많다”고 말했다.
8시간의 대장동 재판.
- 16분 지각을 했다. 판사가 “10분 일찍 나와달라”고 했다. 검사가 공소 사실을 1시간 가까이 설명하자 이재명(민주당 대표)이 발언 기회를 요청해 30분 가까이 해명했다. “누룽지 긁듯 닥닥 긁어서 이익을 회수했어야지 왜 조금밖에 못 했느냐”, “그래서 배임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했다.
- 매주 화요일과 격주 금요일 계속 재판이 열린다. 재판이 없는 금요일에는 선거법 재판도 받아야 한다.
바이든의 도박과 이중 미션.
- 전쟁 한복판인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면서도 전쟁의 확전을 막는 복잡한 미션이 있다.
- 뉴욕타임스는 “이스라엘에는 작전 준비 시간을, 팔레스타인에는 주민들 대피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는 명분을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가 물러설 것인지는 의문이다.
- 자칫 바이든의 방문이 이란과 시리아, 헤즈볼라 등을 자극해 전선을 확대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섬멸’을 주장하는 민병대로 출발해 의회에 진출해 128석 가운데 61석(헤즈볼라 동맹 정당 포함)을 차지한다. 15만 기의 미사일과 6만여 명의 병력을 확보하고 있다.
멈칫한 이스라엘.
-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을 미루고 있다. 하마스 궤멸이 쉽지 않은 데다 과잉 보복이라는 국제 사회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 미국의 태도도 미묘하게 달라졌다. 조 바이든이 강한 어조로 팔레스타인을 비판했던 것과 달리 “상당수 팔레스타인인이 하마스 공격과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죽고 난 뒤에야 산재보험 가입됐다.
- 새벽 배송 도중 쓰러져 숨진 쿠팡 노동자 이야기다.
- 사망한 노동자는 지난해 10월에 입사했는데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취득일자는 올해 9월이다. 특수고용직인 배달노동자는 2021년부터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의무 가입대상이다.
- 사망 원인은 심근 경색이었다. 심근경색은 산재보상법에서 과로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분류돼 있다. 임상혁(녹색병원 원장)은 “장시간 노동보다 더 위험한 노동이 심야노동이고, 심야노동보다 더 위험한 노동이 장시간 심야노동”이라고 지적했다.
- 쿠팡씨엘에스 관계자는 한겨레에 “잘 모르겠다고”만 말했다.
더 깊게 읽기.
“건전재정은 거짓말이다.”
- 이상민(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재정의 책임성을 높이려다 어쩔 수 없이 건전성이 조금 훼손될 수는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재정의 책임성도 훼손하면서 재정의 건전성도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 이상민이 보기에 윤석열 정부는 박근혜보다는 이명박 정부를 닮았다. 박근혜 정부는 나름 증세를 해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했다. 윤석열 정부는 감세하면서 지출도 틀어쥐고 있다.
- 국민들은 수입이 줄면 허리띠 졸라매야 하지만 정부는 수입이 줄면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살아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걸 혼동하고 있다. 어려울 때 정부가 지출을 줄이면 성장률이 더 줄어든다.
- 재정준칙은 오히려 변수가 아니다. “야당이 법제화를 반대하든 안 하든 칼자루를 쥔 정부가 재정준칙을 지키면 된다”는 이야기다.
의대 정원 확대가 돌파구 될까.
- 모처럼 여야 합의가 가능할 것 같지만 의사들 반발이 관건이다. 여당에 오히려 악재가 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 김윤(서울대 교수)은 “최소 5500명의 의대 정원을 증원해도 30년 후에야 한국의 인구당 의사 수가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의대 졸업생 수가 7.4명으로 OECD 평균(13.5명)의 55% 수준이다.
- 권정현(KDI 연구위원)은 2030년까지 해마다 5%씩 늘려나가는 방안을 제안했다. “의대 증원이 대학 입시에 미칠 영향과 이공계 인재 이탈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금태섭(전 민주당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가 논평을 냈다.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보여줬던 정치력으로 볼 때 이런 복잡다기한 문제를 과연 풀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졸속으로 내놓은 이슈가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오늘의 TMI.
인공 눈물 건보 제한, 2배~3배 뛴다.
- 인공 눈물 구입에 들어가는 건보 예산이 2315억 원이나 된다.
- 60개 들이 한 상자에 9000~2만3000원 정도다. 지금은 약값의 30%(의원), 50%(상급종합병원)만 부담하면 되지만 건보 적용이 제한되면 100%를 부담해야 한다.
- 외상이나 콘텍트렌즈 착용 등에 의한 외인성 질환이 급여 제한 대상이고 건성안증후군이나 자가면역질환 등 내인성 요인의 질환은 지금처럼 건보 적용이 된다.
38년 동안 100권, 일본에서만 1억 부 판매.
- ‘나미야 잡화점의 기억’을 쓴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야기다. 1985년부터 38년 동안 해마다 2~3권의 책을 썼다. 100번째 책 제목은 ‘매스커레이드 게임’이다.
- 초등학교 때 담임이 어머니를 불러 “만화만 읽을 게 아니라 책도 읽게 해달라”고 하니 어머니가 “만화도 안 읽는다”고 했다고 한다.
해법과 대안.
사회적 입원, 병원보다 집이 더 싸다.
- 석 달 이상 병원에 살면 병원이 집이 된다. 돌봐 줄 사람이 없어 요양병원에 사는 환자들을 사회적 입원 환자라고 한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의료 수급자가 8만3406명이고, 이 가운데 44%가 1년이 넘었다.
- 정부가 탈병원 프로젝트로 2019년 6월부터 2023년 6월까지 1667명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의료와 돌봄, 식사 등을 지원했다. 요양병원 입원비는 월 250만 원,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면서 지원금을 160만 원 주더라도 90만 원을 줄일 수 있다.
- 면접 조사를 했더니 72%가 집이 더 좋다고 하고 47%는 병원에 있을 때보다 건강이 좋아졌다고 했다.
- 의료급여 환자가 152만 명이나 된다. 예산이 올해 9조 원을 넘어섰다. 권용진(서울대병원 교수)은 “요양병원 입원 환자의 20~30%가 사회적 입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집으로 갈 수 없는 사회적 입원 환자는 공동생활 가정이나 그룹 홈, 요양원으로 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윤석열의 배신자 콤플렉스.
- 이재성(한겨레 논설위원)은 윤석열을 이해하는 키워드를 ‘배신자 콤플렉스’라고 본다. 문재인을 배신했다는 자의식이 영혼의 심연에 깔려 있는데 배신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려면 문재인과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 “문재인과 차별화가 절실했던 윤석열이 오른쪽 끝으로 달아나는 길을 선택했다”는 게 이재성의 분석이다.
- 해변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둘 있으면 손님을 더 끌려고 둘 다 해변의 가운데로 모이게 된다는 게 앤서니 다운스의 민주주의 경제 이론이다. 그런데 윤석열은 장사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재성은 “집권의 정당성을 위해 택했던 차별화 정책이 나라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 “사법의 과잉과 정치의 결핍이 낳은 후진국형 ‘관료연합정권’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 경제마저 정권과 함께 쓸려 내려갈까 그것이 걱정될 뿐이다.”
“중동은 지금 지난 20년보다 조용하다.”
- 이 멍청한 소리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8일 전에 했다. 미국 백악관 안보 보좌관 제이크 설리번이 한 말이다.
- 김유진(경향신문 워싱턴 특파원)은 “이스라엘 건국 이래 75년간 이어진 갈등의 뿌리인 팔레스타인 문제를 소홀히 했거나 안일하게 인식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아마도 미국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수립을 중재하고 중동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였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짜뉴스 때리기, 언론이 출구 전략을 내놔야 한다.
- 심영섭(경희사이버대 교수)의 제안이다.
- 일단 방통심의위가 인터넷 언론 심의를 하겠다고 나서는 건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다. 실정법을 위반했다면 등록을 취소할 수도 있지만 방통심의위 소관이 아니다.
- 심영섭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언론계 책임이 있다”면서 “언론계 스스로 통합형 자율규제기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지금은 포기상태”라고 지적했다. 지금이라도 가능할까. 심영섭은 시간이 없다고 본다. 지금은 옆집이지만 다음 차례는 우리 집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슬로우뉴스.
‘먹방 투어’를 넘어, 체험과 관계의 확장으로.
- 관광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사진 찍고 맛집 도는 여행을 넘어 새로운 체험과 의미를 찾는 여행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주말 전북 고창에서 열린 컬리너리 컨퍼런스에서 김경진(남호주대학 교수)은 “과거에는 유명인이나 스타에 의존했지만 요즘은 지역 주민과 요리사, 자영업자들의 성공과 실패의 스토리를 풀어 내면서 친밀감과 신뢰감을 형성하는 전략이 통한다”고 소개했다.
- 한이경(폴라리스어드바이저 대표)은 “우리가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익숙한 것들도 관점을 바꾸면 힙하고 트렌디한 문화 현상이 된다”면서 “콘텐츠를 팔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 정희선(숙명여대 교수)은 “배고프니까 먹는 게 아니라 즐겁고 행복하니까 먹는다”면서 “관광을 뭔가를 보러 가는 게 아니라 먹고 즐기기 위한 체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정당 아니면 불법이라는 횡포.
- 한국에서 지역 정당은 불법이다. 서울에 중앙당을 두고 5개 이상 시·도당 등 지역조직을 갖추지 않으면 정당활동을 할 수 없다.
- 서울 은평구에 거점을 둔 은평민들레당이 헌법소원을 냈는데 2년 여의 심리 끝에 합헌으로 결정이 났다. 은평민들레당이 지역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더라도 정당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 그나마 이번 헌재 결정이 다행스러운 대목은 9명의 재판관 가운데 위헌 의견이 5명이었고 합헌 의견이 4명이었다는 사실이다. 17년 전에는 9명 모두 합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 은평민들레당 당원 행인의 글이다. “희망은 먼 발치에 있지 않다. 거기에 손을 뻗치는 순간 희망은 현실이 된다. 지역을 바꿔 세상을 바꾸자는 지역 정치의 취지를 온전히 성취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변화가 후속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기를 그저 바라고만 있는 동안은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