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 전라북도 미식 관광 활성화를 위한 컬리너리 컨퍼런스.
관광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소셜 미디어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기반 관광 상품의 유통과 소비가 확산되면서 정보의 비대칭이 줄어들고 관광과 여행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아졌다. 인플루언서의 평가나 별점 평점에 시장의 판도가 달라진다. 워케이션(work+vacation)이나 ‘한 달 살기’를 비롯해 체류형 관광이 늘면서 ‘관계 인구’와 ‘생활 인구’가 화두로 떠올랐다. 머무는 사람이 사는 사람만큼 중요한 시대고 ‘생활 인구’가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의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정주인구 1명의 소비를 대체하기 위해 필요한 관광객 수는 2019년 기준 41.7명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산어촌의 ‘관계 인구’ 비율은 19.3~35.5%에 이른다.
컬리너리 투어리즘은 음식을 문화와 관광, 체험으로 연계하고 지역 공동체를 확장하는 새로운 접근이다. 전라북도가 주최하고 빅팜컴퍼니가 주관하는 “전라북도 미식 관광 활성화를 위한 컬리너리 컨퍼런스”가 지난 15일 고창군 동리국악당에서 열렸다. 남호주대학교 관광학과 김경진 교수와 폴라리스 어드바이저 한이경 대표,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정희선 교수, 동아사이언스 장경애 대표, 베리워즈 김성우 대표,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 정혜승 작가 등의 기조 강연과 토론으로 이어졌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관광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와 실험, 지속가능한 참여형 생태 관광의 모색, 그리고 솔루션으로서의 컬리너리 투어리즘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제안이 쏟아졌다.
전라북도청 관광산업과 이진관 과장은 “전라북도를 컬리너리 투어의 레퍼런스 모델로 만들 계획”이라면서 “올해 첫 컨퍼런스가 지속가능한 관광의 새로운 방향과 비전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말했다.
빅팜컴퍼니 안은금주 대표는 “단순히 맛집을 찍고 다니는 여행을 넘어 지역과 사람들, 음식과 맛의 맥락을 이해하고 나면 여행의 가치와 품격이 올라간다”면서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 체험과 관계의 확장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컨퍼런스의 주요 발표와 토론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초콜릿과 치즈를 팔지 말고 체험과 문화를 팔아라.
김경진 / 남호주대학 관광경영학과 교수.
- 호주도 처음에는 자연을 핵심 키워드로 밀었다.
- 그런데 관광청에서 설문을 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보러 왔지만 집에 돌아갈 때는 음식이나 와인에 대한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고 답변했다. 호주도 다민족 국가라 요즘은 여러 민족의 음식 문화를 소개하고 다양한 레스토랑을 경험하는 관광 캠페인을 홍보하고 있다. 유명 관광지에 사진 찍으러 가는 여행에 사람들이 감동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호주에도 100년 200년 된 푸드 마켓이나 파머스 마켓이 많다. 로컬의 시장을 방문하고 그 지역 맛집을 찾는 코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 이를 테면 울루루(Uluru)은 ‘세상의 배꼽’이라 불리는 거대한 바위 산인데 환경 보호를 위해 2019년부터 등반을 금지했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부시 터커(Bush Tucker)’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원주민들의 음식과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멀리서 울루루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채울 수 없는 아쉬움을 이곳에서만 가능한 체험으로 보완하는 전략이다.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향신료를 이용한 캥거루 허리살 스테이크와 원주민 전통 기법으로 훈제한 악어 요리 등을 맛볼 수 있다.
- 코핀(Coffin) 베이의 굴 농장 투어도 인기다. 아름다운 경관도 빼놓을 수 없지만 직접 맨발로 갯벌에 들어가 굴을 따고 갓 잡은 신선한 굴을 맛보는 일생일대의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변화가 있었다. 과거에는 유명인이나 스타에 의존했지만 요즘은 지역 주민과 요리사, 자영업자들의 성공과 실패의 스토리를 풀어 내면서 친밀감과 신뢰감을 형성하는 전략이 통한다. 치즈 공장의 주인이나 초콜릿 농장의 농부가 직접 안내를 하면서 생산과 유통 과정을 설명한다. 단순히 치즈나 초콜릿을 파는 게 아니라 문화 상품을 판매한다.
- 송로 버섯을 캐는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다. 버섯 냄새를 잘 맡는 개를 앞세워 온 가족이 버섯 따기에 나서고 그 버섯으로 만든 요리를 먹는다.
- 가장 중요한 트렌드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다.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잘 살려서 관광 상품으로 만든다. 단순히 음식만 소개하는 게 아니라 웰빙이나 웰니스 프로그램과 연계하기도 하고 명상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관점을 바꾸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한이경 / 폴라리스어드바이저 대표.
- 보는 관점을 바꾸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갓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갓이 다르다. 한복도 다르고 색동도 다르다. 우리가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익숙한 것들이 관점을 다르게 보면 힙하고 트렌디한 완전히 새로운 문화 현상이 된다.
- 한국의 산신(山神)을 연구해 온 데이비드 메이슨(강원대) 교수는 지리산을 ‘the Exquisite-Wisdom Mountain’이라고 불렀다. 불교 용어로 ‘절묘한 지혜’의 산이라는 의미다. (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지리산의 ‘智異’는 지리라는 우리말의 음사일 뿐이고 지리는 산을 뜻하는 ‘두래’에서 나온 이름이다.) 만약 웰니스를 주제로 관광 상품을 만들 때 지리산을 ‘지혜를 얻는 산’이라고 개념을 잡으면 글로벌 관광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 웰니스 관광은 씀씀이가 달라서 1주일에 1000만 원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진안의 마이산도 그냥 말 귀처럼 생겨서 마이산(馬耳山)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하늘의 소리를 듣는 산’이라고 하면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 관광 산업을 키우려면 적당히 무슨 조형물 만들고 무슨무슨 축제하는 걸로는 안 된다. 지금 세계적으로 관광 산업이 패러다임의 전환에 있다. 그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진정성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명예와 성공, 경쟁이 아니라 치유와 휴식, 그리고 진정성이라는 가치를 찾고 있다. 과거에는 프랑스 파리나 이집트 피라미드에 사람들이 몰렸는데 이제 정말 관심이 있는 분야와 주제라면 세계 구석구석의 오지를 찾아가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났다. BTS 아미도 이런 흐름에 있다.
- 가장 한국적인 것을 글로벌화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열렸다. 심마니 체험을 할 수도 있고 다도해 투어 프로그램을 판매할 수도 있다.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오는 건 아니다. 콘텐츠를 팔아야 한다.
- 이건 중국 쓰촨에 있는 친구가 보내 준 사진이다. 폐허가 된 전통 가옥을 리노베이션하고 지역의 문화와 스토리로 만들어서 투어 상품으로 만들었는데 포드 재단에서 에코투어리즘의 쇼케이스로 선정했다. 세계관이 바뀌어야 한다. 익숙한 것들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비빔밥과 닭갈비, ‘떼루아’를 봐야 차이를 안다.
정희선 /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
- 이번에 전라북도에서 마련한 컬리너리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지난주에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왔는데 같은 비용과 시간을 주고 전라북도와 유럽 가운데 어디를 가겠느냐고 물으면 당연히 전라북도를 선택할 것 같다. 경관이나 음식은 당연히 스페인이 뛰어났다. 그런데 지나서 돌아 보니 먹고 보는 것말고 남는 게 없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리스본행 야간 열차에서 본 영화라는 게 서글프다. 그렇다면 전라북도는 뭐가 다른가. 음식이야 서울에서도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알고 먹으니 달랐다. 어제는 폐허가 된 삼양사의 염전 공장 부지를 돌아봤다.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공간이었는데 설명을 듣고 보니 너무나도 멋진 공간으로 바뀌었다.
- 나는 수업에서 ‘향토 음식’을 이렇게 정의한다. 결국은 나한테 와닿는, 가장 큰 가치로 남을 수 있는 소울 푸드가 결국은 향토 음식이다.
- 음식의 지역성과 토양, 그 지역에 특화된 재료, 이런 것들을 모두 포함한 게 로컬 푸드고 소울 푸드가 된다.
- 어제는 군산의 오남매 빵집을 다녀왔다. 솔직히 서울의 유명한 빵집보다 맛있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확실히 다른 뭔가가 있었다. 만약 안은금주 대표의 설명 없이 우연히 들어가서 먹었다면 이런 맛이 느껴졌을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을까. 아니라고 본다.
- 비빔밥 이야기를 해보자. 비빔밥은 정말 스토리가 많은 음식이다. 제사 지내고 남은 음식을 비벼 먹는 문화도 있고 농사 지을 때 새참에서 유래하기도 했고, 궁중에서 임금님이 먹을 때는 골동반이라고 불렀다. 12월 섣달 그믐에 묵은 음식 재료를 모아서 비벼 먹었다.
- 지역마다 컨설팅을 하러 가면 국밥이나 비빔밥을 미는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대중적인 음식이고 스토리도 다양하다. 그런데 나는 차라리 무슨무슨 골동반으로 네이밍을 하라고 조언한다. 비빔밥으로는 전주를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외국 사람들도 그냥 비빔밥이 아니라 전주 비빔밥을 먹고 싶다고 말한다. 새로운 브랜딩을 하고 의미 부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 춘천 닭갈비와 포항 과메기, 안동 간고등어 등이 지역과 특유의 브랜드를 연결시켜 성공한 사례다. 춘천 닭갈비는 심지어 수입 닭고기를 쓰는데도 지역성을 확보했다. 맛은 거기서 거기다. 춘천 가야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과메기도 특별한 음식은 아닌데 눈에 구멍 뚫어 말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역 특화에 성공했다. 간고등어는 간잽이로 마케팅을 했는데 딱 쥐면 소금 몇 그램, 이런 거 특별히 대단한 기술은 아니다. 다만 스토리를 부여해서 차별화하고 입 소문을 타면서 브랜드가 된 경우다. 뭔가 있어 보이는 거다.
- 제주 빙떡이나 안동 헛제삿밥은 문화적 경험과 역사성을 살린 사례다. 스토리가 있으면 더 맛있다. 빙떡은 옛날에 쌀이 귀하니까 메밀로 밀정을 붙여서 무 볶아놓은 걸 넣어서 돌돌 말아가지고 제사상에 올렸는데 지금은 그게 또 별미로 통한다. 헛제삿밥도 사실 별로 맛은 없다. 하지만 스토리가 붙으니 찾아서 먹게 된다. 굳이 탈춤 추는 양반 집에 찾아가서 먹는 것도 새로운 문화를 경험해 보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괜히 더 맛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미식 관광에도 ‘떼루아(terroir, 토양 또는 풍토라는 의미의 프랑스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고창에 샤인머스켓이 많이 난다는데 이런 건 전국 어디에나 많다. 고창 만의 샤인머스켓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오감의 관점에서 향토 음식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시각과 후각, 촉각, 청각, 미각 순으로 맛 체험을 진행한다. 이를 테면 곰취나물 하나를 두고 입맥과 줄기와 솜털을 살피고 색깔과 줄기 하나하나의 차이를 이해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그냥 삶아서 생각없이 먹었는데 여러 가지 다른 음식의 차이를 알게 된다.
- 백화점 지하 식당에서 커피를 많이 팔려면 커피 냄새가 가득 퍼지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어떤 추억을 떠올릴 때 냄새가 연결고리가 될 때가 많다. 프루스트 효과라고 한다.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냄새가 필요하다.
- 수업 시간에 이런 질문을 한다. 우리는 음식을 왜 먹는가. 배고프니까 먹는 게 아니라 즐겁고 행복하니까 먹는다. 관광을 뭔가를 보러 가는 게 아니라 먹고 즐기기 위한 체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키워드는 커뮤니티와 데이터, 우리는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
장경애 / 동아사이언스 대표.
- 노랑배청개구리라고 들어본 사람 있나. 전북 익산에 주로 서식한다. 새로 발견했기 때문에 아직 멸종위기종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비슷한 수원청개구리는 멸종위기종이다. 우리가 종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하는 건 다양한 환경과 다양한 상황에서 종이 다양하지 않으면 예를 들면 온도가 갑자기 높아지거나 아니면 갑자기 낮아지거나 아니면 갑자기 자연재해가 발생했다거나 할 때 한 종이 통째로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개구리 정도 없어져도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는데, 생태계의 고리 하나가 끊어지면 여러 가지 파급 효과가 발생한다.
- 노랑배청개구리는 수원청개구리와 비슷하지만 울음소리가 다르다. 우리가 2012년부터 11년째 지구사랑탐사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익산에 있는 대원 한 명이 수원청개구리와 비슷한데 다른 놈이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분석을 해봤더니 확실히 달랐다. 유전자 검사를 해보니 한 100만 년 전에 분화된 완전히 새로운 종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서 유상홍라는 분이 함께 참여해서 논문도 나왔다.
- 최재천(이화여대) 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알면 사랑한다. 사랑하면 실천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꾸 바라보게 되고 그 사람이 관심 갖는 걸 같이 찾아보게 되고 그 사람이 웃으면 같이 웃게 된다. 알면 사랑하고 사랑하면 보호해 주고 싶고 더 잘해주고 싶은 게 우리의 본성이다. 자연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특히 미래 세대에게 어릴 때부터 자연을 마주하고 자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는 경험이 중요하다. 우리는 지구사랑탐사대를 11년 운영하면서 미래에 대한 가치가 전혀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 전라북도 컬리너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전라북도가 갖고 있는 생명이라는 가치를 반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인생은 여행이 아니라 여정이라고 하지 않나. 여행은 갔다가 돌아오지만 여정은 한 번 시작하면 뚜벅뚜벅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여정 속의 여행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가족이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자연 탐사를 하려면 어딘가로 가야 한다. 한 번 가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가게 된다.
- 보고 또 보고 오고 또 오게 만들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재미도 있어야 하고 의미도 있어야 한다. 이게 가능하려면 커뮤니티와 데이터가 필요하다.
- 노랑배청개구리를 발견한 유상홍 선생님 가족은 딸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대학생이 됐다. 1기에 참여했던 친구들이 지금은 대학생이 돼서 리더단으로 동생들을 도와주고 있다. 수료식 때 아이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저는 곤충을 좋아해요.” “저는 새를 좋아해요.” “그런데 우리 반에서는 저 혼자였어요. 그런데 지구사랑탐사대에 오니까 정말 행복해요.” “저처럼 벌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세상에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 비슷한 관심사를 갖는 사람들이 모여야 하고 데이터가 계속 누적됐을 때 활동을 통해 배우는(learning by doing) 게 가능하게 된다.
- 동아사이언스의 지구사랑탐사대는 1년에 3500명 정도 된다. 지금까지 쌓인 데이터가 13만 건이 넘는다. 시민 과학자들이 만든 데이터를 모아 연구 논문을 출판하기도 한다. 어릴 때의 맛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어릴 때의 경험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친구들이 미래에 무슨 일을 할지 모르지만 중요한 씨앗을 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탄소 중립 여행, 구호가 아니라 현실이 된다.
김성우 / 베리워즈 대표.
- 우리는 캄보디아 시엠리엡에서 전기 오토바이를 대여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앙코르와트까지 가는 숲길이 정말 좋다. 전기 오토바이를 타고 숲길을 가로지르는 여행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될 거라고 자부한다.
- 전기 오토바이 대여를 하던 사업자가 있었는데 인식이 좋지 않았다. 우리는 무조건 품질이 보증돼야 하고 성능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 다행히 전기 배터리 가격이 많이 낮아졌다. 2013년 대비 3분의 1 정도 가격이다. 전기 오토바이 가격의 50%가 배터리 가격인데 우리는 ‘배터리 스와핑 시스템’이라고 해서 배터리를 통째로 교환해 주고 있다.
- 합리적인 가격과 빠른 서비스, 친환경적인 배터리 재활용, 그리고 탄소 감축 크레딧을 활용해 보조금 없이도 가능한 에코 플랫폼을 만들 수 있었다. 캄보디아에 조립 공장과 배터리 재활용 공장도 만들고 있다.
- ‘파플스테이션(Pople Station)’이라는 이름으로 탄소 중립 투어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500평 정도 되는 카페 건물이고 뒤에는 AS센터가 있고 바베큐 파티를 할 수 있는 가든도 있다. 탄소 중립 인증서를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시엠리엡은 반경 5km 안에 도시가 다 들어오기 때문에 전기 오토바이 사업을 하기에 최적의 테스트 베드였다. 한국에서는 이런저런 제약 조건이 많은데 캄보디아에서는 그냥 해보세요, 이런 분위기였다. 정부 ODA(공적개발원조) 자금을 이용하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세계 문화유산을 살리는 친환경 교통 수단을 지원하자, 이런 제안을 했다. 워낙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보조금만으로는 한계가 있었고 보조금 없이도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탄소 중립 관광’이라는 개념을 생각하게 됐다. 생태와 관광, 그리고 지역 경제를 잇는 모델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 17개 정도 스테이션을 더 지어서 시엠리엡 전체를 바꿀 계획이다. 한 번 충전해서 100km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툭툭을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툭툭 기사협회와도 논의하고 있다.
뜨거운 아이스아메리카노, 매력적인 이야기를 끌어내라.
정혜승 / 작가,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
- 청와대에서 디지털소통센터장을 하면서 새로운 소통 방식에 대한 할 말이 생겼다. 그때 경험을 담아 ‘홍보가 아니라 소통입니다’라는 책을 썼다.
- 우리가 공공 기관에서 소통을 한다고 하면 무슨무슨 축제를 만들고 보도자료를 써서 기자들에게 릴리즈하고 이런 걸 생각한다. 옛날 같으면 뉴스 내보내고 사람들이 그걸 보고 여기 가보자, 그래서 사람들이 몰려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라고 한다.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열독률 경쟁을 하고 KBS와 MBC가 시청률 경쟁을 한다? 다 옛날 이야기다. 네이버가 유튜브랑 경쟁한다? 나는 오히려 배틀 그라운드 같은 게임이 우리의 경쟁 상대라고 했다. 무슨 말이냐면 사람들의 시간을 차지하려는 싸움이라는 이야기다. 우리는 전부 다른 세상에 산다. 유튜브는 1분마다 500시간 분량이 업로드된다. 암호화폐 거래는 1분에 9000만 번이다. 구글 검색은 590만 번이고. 틴더는 옆으로 스와이프하면서 데이트 상대를 찾는 어플리케이션인데 사람들이 1분에 100만 번 스와이프를 한다. 사람들은 이런 거 하느라 바쁘다.
- 지난 1주일 동안 포털에서 뉴스를 한 번도 본적 없다는 답변이 PC는 70.5%, 모바일은 15.0%였다.
- 우리가 과거에는 무슨무슨 발표를 하면 보도자료 내고 다음날 후속으로 또 보도자료 내고 기자들도 1보, 2보, 종합, 이렇게 썼다. 앞에 쓴 기사를 다 봤을 거라는 전제를 깔고 쏟아내는 기사들.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뉴스를 보지 않는다. 맥락 없이 둥둥 떠다니는 이야기에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 그래서 나는 이야기를 하나의 덩어리로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장 중요한 건 공급자 마인드가 아니라 서비스 마인드로, 당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도청에서 도지사가 누구를 만나서 MOU를 체결했다, 이런 기사 말고, 이게 어떤 맥락에서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야기해야 한다. 청와대 있을 때 이런 말을 벽에 붙여놨다. “재밌고 진지하면서도 호소력 있으면서 확산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말이지만 소통을 하려는 사람은 이 정도 목표가 있어야 한다.
- 청와대 있을 때 B컷이란 걸 소셜 미디어에 올려서 재미를 좀 봤다. 일반 컷이 너무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가운데 오고 정면으로 찍는 사진은 쓰지 않았다. 대통령을 옆으로 치우고 사람들이 등장하는 사진을 썼다. 그걸 보고 기업 홍보 담당 임원들이 부럽다고 하더라. 기업은 회장님 반듯하게 나온 사진이 아니면 큰일 난다는 거다. 그런데 다들 알겠지만 그런 사진은 정말 재미가 없다.
- 이런 사진을 봐라. 강경화 장관이 삐딱하게 건방지게 앉아있는데 맞은 편에 볼튼과 폼페이오가 앉아있다. 일단 재밌고 맥락도 풍성하다. 사진은 힘이 세다.
-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나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사진을 봐라. 협상이 잘 진행됐을 때는 굳이 마크롱의 얼굴을 클로즈업할 필요가 없다. 맞잡은 손을 아래에서 올려 찍었는데 이것만으로도 이야기가 된다. 호기심을 부르는 이야기가 있어야 소통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정부와 공공기관이 많이 만드는 카드 뉴스 두세 장 붙여서 올리는 거 이런 거 아무도 안 본다. 0.5초다. 스크롤 넘어갈 때 눈길을 잡아 끌어야 한다. 공급자 마인드를 버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하다 보면 신이 난다. 언론 보도가 잘못돼서 해명자료를 낼 때 “사실은 이렇습니다” 하고 내면 그것만 보인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면 당신이 들어야 하는 말로 풀어야지 이거 틀렸어요 하면 잘못된 기사 제목이 더 강조된다.
- 역경과 고난을 뚫고 뭔가를 만들어 내고 변화를 불러오는 이야기가 가장 잘 통한다. 보리가 안 팔리니까 이것저것 실험해 보고 죽어라 고생해서 보리 빵을 만들었다, 이런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통한다. 이번에 군산 비어포트에 다시 가서 보니 여전히 분위기는 힙하지만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고생을 해서 만들었는지 그 스토리가 어디에도 없더라. “이 맥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런 게 없었다.
- ‘고창’을 네이버나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뭐가 나오는지 보자. 이런 뻔한 거 재미없다. 여기가 얼마나 아름답고 매력적인지 이야기하려면 좀 더 강력한 비주얼이 필요하다. 1초 안에 사람들을 사로잡으려면 사진이 훨씬 잘 통한다.
-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고인돌이 무덤인 줄 아셨어요? 아니에요.” 그 다음 줄을 궁금하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갈망했던 진짜 이야기, 솔루션으로 접근하자.
이정환 / 슬로우뉴스 대표.
-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는 뭘까. 분명한 건 100만 명이 읽으면 세상이 바뀐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알게 되면 그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이 말은 곧 세상을 바꾸려면 100만 명이 읽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들이 뭔가를 열심히 읽는 세상이 아니다. 100만 명이 읽게 만들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은 1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100명이 읽게 만드는 거다.
- 변화를 만드는 강력한 이야기란 무엇일까. 조직행동론을 연구하는 칩 히스와 댄 히스는 ‘스틱!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그 안에 숨은 6가지 법칙’에서 성공하는 이야기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첫째, Simple(간단하게),
- 둘째, unexpected(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 셋째, concrete(구체적으로),
- 넷째, credible(믿을 만하게),
- 다섯째, emotional(감정에 호소해서),
- 여섯째, stories(이야기)로 풀어내라는 것이다.
- 강력한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정희선 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오남매 빵집, 솔직히 맛없더라.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맛있는 것 같더라. 몸에도 좋은 것 같더라.” 이렇게 반전이 필요하다. 훅 치고 들어가야 한다. 정부가 보리 수매를 중단했다, 이건 농사 그만 지으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보리로 맥주를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사람들이 맥주 마시러 군산에 오게 됐다. 이렇게 감동의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고인돌이 한국의 스톤헨지라고 하면 그런가 보다 하게 된다. 그런데 재밌는 건 고인돌이 그냥 버려져 있었다는 것.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것들이 연결돼 있는 거대한 메시지더라, 이게 무슨 의미일까. 이렇게 풀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다.
- 나는 좀 더 구체적으로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 첫째, 새로운 프레임을 제안하라. (남들 다 하는 이야기는 그들이 하게 내버려 두는 게 좋다. 한 발 물러나서 새로운 프레임을 발견해야 한다.)
- 둘째, 이야기의 약점을 먼저 드러내라. (약점을 감춘다고 이야기의 해서 이야기가 약점을 강력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예상되는 반론을 반격한 뒤 본론으로 들어갈 때 좀 더 강력한 이야기가 된다.)
- 셋째, 현상이 아니라 본질을, 사건이 아니라 구조를 파고 들어라. (구조를 들여다보면 좀 더 큰 그림을 읽을 수 있다.)
- 넷째, 사람들의 이야기, 관계와 힘의 작동 방식에 집중하라.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다.)
- 다섯째, 다른 그림과 다른 메시지를 보여줘라. (우리는 다른 이야기에 열광한다.)
- 뻔히 다 아는 이야기를 피하고, 상식과 편견을 깨뜨리되, 넘쳐나는 이야기들 사이에 묻혀 있는 진짜 진실을 끌어내고 우리 모두가 마음에 안고 있는 선의의 욕망에 호소하는 것이다. 과장하거나 임의로 가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되 핵심을 짚고 본질에 접근하는 것, 그것이 강력한 이야기의 구조이자 조건이다.
- 나는 여기에 솔루션 스토리텔링이라는 개념을 담자고 제안하고 싶다.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보자는 이야기다.
- 연못에 금붕어가 죽어 있으면 “금붕어들이 왜 죽었지? 무슨 일이 있나?”할 것이다. 금붕어들이 계속 죽어나가면 그때서야 “연못에 뭔가 문제가 있는 거 아냐?” 할 것이다. 사건이 아니라 구조를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거대한 문제를 이야기하느라 본질적인 디테일을 놓칠 때가 많다.
- 문제의 현상을 보지 말고 본질을 봐야 한다. 패턴을 읽고 모델을 제안하는 것이 솔루션 중심의 접근이다.
- 미국에서 같은 사안을 다룬 솔루션 저널리즘 기사와 일반 기사의 열독률을 비교한 연구가 있었다. 느끼는 바가 컸다, 이런 기사를 더 찾아보고 싶다,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싶다, 이 기사를 공유하고 싶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의 네 가지 요건을 이렇게 정리했다.
- 첫째, 문제에 대한 대응과 그 효과에 집중한다.
- 둘째, 인사이트를 담고 있어야 한다. 이게 나에게 왜 중요한가를 이야기해야 한다.
- 셋째, 철저하게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 숫자와 데이터로 입증해야 한다.
- 그리고 넷째, 한계를 언급해야 한다.
-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보스턴글로브의 편집국장 마틴 배런이 이런 말을 한다. “조직에 초점을 맞춰라.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모든 저널리즘이 마찬가지지만 솔루션 스토리텔링도 핵심이 여기에 있다. 본질을 끌어내야 한다.
- 군산의 맥주 도시 프로젝트를 솔루션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보면 이런 이야기가 된다.
- 첫째, 문제의 본질은 2012년 정부가 보리 수매를 중단하면서 보리 재배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것이다. 해법은? 품종을 바꿔 맥주보리를 키우고 맥아를 만들기로 했다.
- 둘째,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지속가능한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의 참여를 끌어냈고 도시의 인프라를 복원하는 작업으로 확장했다. 핵심은 레거시(유산)의 힘과 경쟁력이다.
- 셋째, 50억 원을 들여 연간 250톤의 맥아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을 만들었다. 한국에서 수입하는 맥아가 1년에 23만 톤 규모다. 대형 주류 회사에 납품하기에는 단가가 안 맞지만 수제 맥주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 넷째, 군산의 맥주 산업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기까지는 한동안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음식과 관광, 문화를 연계하는 연관 산업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 고창에서 우리가 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 첫째, 우리의 문제는 고창은 낙후됐다는 인식이다. KTX 역에서 30분이나 걸린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고 “고창에 장어와 복분자 말고 먹을 게 뭐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다.
- 둘째, 해법은 단절된 이야기를 묶어 서사를 완성하고 그 이야기를 중심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제안하자는 것이다. 고창은 수천 년을 버틴 신비한 고인돌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곳이다. 고인돌 언덕을 넘어가면 운곡 습지가 나온다. 고창에 이런 곳이 있었다고? 다들 깜짝 놀란다. 계단식 논이 있던 곳인데 사람들이 떠나니 30년 만에 울창한 숲이 됐다. 한 바퀴 도는데 3시간이 걸린다. 친일 논란이 아쉽긴 하지만 서정주문학관에 올라서면 바다 건너 부안이 내려다 보인다. 고창의 곡물은 미네랄과 게르마늄이 풍부한 토양에서 바닷 바람을 맞고 자라 훨씬 더 건강한 맛이라고 한다. 고창은 또 수박과 멜론의 산지다. 이모작을 하는 농가들은 전국 평균의 두 배 이상의 단위 면적당 소득을 얻는다. 전체적으로 농가 소득도 높은 편이고 먹거리 문화도 발달해 있다. 고창은 또 한국 최대의 바지락 산지다. 고창군은 7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삼양사 염전 부지와 심원면 일대 65만 평을 매입해 한국 최대의 생태 체험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이야기들을 하나로 엮어 고창의 스토리를 완성시키는 것이 컬리너리 투어 프로그램 설계의 관건이다.
- 셋째, 고창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고창을 방문한 관광객이 446만 명, 지난해 같은 기간 332만 명 보다 34%나 늘어난 규모다. 올해 1000만 관광객 돌파가 가능할 거라는 전망이다. 고창군청 양희진 팀장은 “주민들의 높은 자부심을 확인한 게 가장 큰 성과였다”면서 “스토리가 살아 움직이면서 도시의 활력이 살아나고 색깔이 달라진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 넷째, 연관 산업과 시너지 효과를 만들고 관계인구를 확장하는 게 과제다. 미식과 관광을 넘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새로운 구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 핵심은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진짜 이야기를 갈망한다. 변화를 만드는 이야기를 발굴해 보자. 적당히 포장하려 하지 말고 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다시 구성해 보자.
토론.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신종수 본부장은 “이미 좋은 콘텐츠는 얼마든지 있다”면서 “지역 문화와 콘텐츠도 새로운 시장이 열릴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치 크로니클’은 장 조르쥬 봉게리히텐이 2011년에 만든 다큐멘터리인데 PBS에서 방영됐다. 10여 년 전과 달리 지금 넷플릭스에서 이런 콘텐츠를 만들면 파급력이 다를 것 같다는 게 신 본부장의 제안이다.
- 레시피팩토리 박성주 대표는 “에어비앤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요리 체험이라고 해서 테스트해 봤는데 단순히 요리 체험이 아니라 플레이팅까지 제안했을 때 반응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체험의 트렌드를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다. 박 대표는 “전라북도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숙박 시설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 라이나생명전성기재단은 치매와 뇌졸중 등 환자 가족들에게 ‘자기 돌봄 캠프’를 지원하고 있다. 박미순 부장은 “시니어 타운으로서 최적의 입지를 확보한 고창은 관광과 문화를 연계한 다양한 혁신 모델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면서 “서사에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여행 전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프리랜스 리포터 송이진씨는 “여행 콘텐츠를 기획할 때 타겟 독자를 세 그룹으로 구분하는데 첫째, 아이가 없는 성인과 둘째, 아이가 있는 성인, 셋째, 다시 아이가 없는 성인이라고 치면 중년 이후의 여행자들은 다시 자연을 느끼기 위해 자연을 찾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을 위한 품격 높은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 우리는 쓰러진 아버지의 뒤를 이어 500년 넘게 옹기쟁이의 길을 걷고 있는 박수연 부부를 응원한다. 프랜차이즈 빵집의 공략에 맞서 흰쌀찰보리로 빵을 만들어 파는 오남매의 큰 오빠 동유홍의 이야기에 열광한다. 이들의 역경과 도전과 실패가 모두 우리의 삶과 연결돼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사람을 알고 보니 이곳은 이제 스쳐 지나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나와 연결된 특별한 공간이 된다. 여행의 발견이고 지역의 확장이다.
- 빅팜컴퍼니 안은금주 대표는 “새로운 관광의 문법이 필요하다”면서 “지속가능한 생태 관광이 확산돼서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지역 주민들도 좀 더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