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2023년 10월 13일 (금).
윤석열이 바뀔까.
- 오늘 아침 신문의 공통 키워드다. 한국일보는 “내년 총선의 최대 악재는 윤석열”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은 “이대로면 총선 가도 이 장면”이다.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총선이고 뭐고 ‘꽝’”이라는 말도 나왔다.
- 조선일보는 1면에서 보궐 선거 이슈를 다루지 않았다. “코로나 빚잔치 시작됐다”는 기사를 내걸었다. 법인 파산과 개인 파산이 늘고 있다는 기사다.
-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국정 방향은 대체로 옳지만 그 방식과 태도가 문제라고 여기는 국민들이 많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려면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윤석열(대통령)은 한 번도 패배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다. 정치 입문 8개월 만에 대통령에 당선됐고 당선 이후 한 번도 고집을 꺾거나 양보한 적이 없다. 보궐 선거 참패 이후에도 쉽게 바뀌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민심은 때론 변덕스럽지만 어떤 위정자도 그 도도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면서 “1년 넘도록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불통, 곳곳에 ‘내 사람’을 심어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오만, 직접 이념전쟁의 전사로 뛰어드는 독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에는 더했다는 변명도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구청장 선거 하나 갖고 정권 심판론이라 하는 오버가 어딨나.”
- 국민의힘 내부의 정서다. “민주당은 저렇게 버티는데 우리는 너무 저자세”라고 불만을 터뜨리는 의원도 있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이 “분골쇄신하겠다”고 한 건 결국 사퇴는 없다는 의미다.
- 대통령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한 세트라 킬하기가 쉽지 않다. 총선 모드로 전환하는 게 최선이다.” 한겨레는 대통령실 관계자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했다.
- 대통령도 안 바뀔 것 같지만 주변에서도 여전히 문제의식이 안 보인다는 관측이 많다. 중앙일보는 “내 탓이오 말하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 결국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김행(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이 모두 책임지는 모양새가 됐다.
김행의 ‘엑시트’는 드라마틱했다.
- 지난 5일 청문회 도중 퇴장했고 다음 날 청문회가 다시 열리지 않았으니 12일까지 1주일 동안 청문회가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강서구청장 선거 다음 날에서야 사퇴를 선언했다.
- 폐지한다는 여성가족부를 맡은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드라마틱하게 엑시트하겠다.” 실제로 후보 지명 29일만에 드라마틱하게 퇴장했다.
이재명 법인카드 다시 뒤진다.
- 검찰이 백현동 사건을 불구속 기소로 넘기고 수사팀을 새로 꾸렸다. 경기도 지사 시절 법인카드 논란도 다시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이미 경찰이 무혐의로 종결한 사건이다.
- 이재명 재판은 세 건으로 늘어났다. 선거법 위반과 대장동, 백현동 등이다. 경향신문은 1심에만 1년 이상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가 채무 1100조 원.
- 심상치 않다. 세금 수입은 줄고 국가채무는 늘고 가계 대출도 는다.
-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66조 원이다.
- 주택담보 대출이 막히니 마이너스 통장이 늘어난다는 보도도 있다. 5대 은행 마이너스 대출이 40조 원을 넘어섰다.
검찰 특활비로 격려금.
-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뉴스타파 등 언론사들이 고양지청 특활비 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우수 사례 격려’, ‘수사활동 지원’ 등의 명목으로 50만~100만 원 수준의 현금을 지급했다. 부서별로 나눠먹기 한 정황도 확인됐다. 애초에 이런 용도로 쓰라고 책정된 예산이 아니다.
- 하승수(’세금 도둑 잡아라’ 대표)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특활비 용도를 벗어난 것”이고 “기획재정부 지침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깊게 읽기.
빵플레이션, 한국이 유독 더 심하다.
- 우유와 설탕, 소금 등등 오르지 않은 게 없다. 다만 한국이 더 많이 올랐다. 빵 한 덩이 가격이 세계 6위라는 분석도 나왔다. 재료값 뛰는 것보다 빵값 뛰는 게 더 빠르다. 빵플레이션은 빵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말이다.
- 500g 기준으로 미국이 3.6달러, 스위스가 3.5달러, 덴마크가 3.0달러, 룩셈부르크(2.9달러)와 노르웨이(2.9달러)에 이어 한국은 2.8달러다. 일본에서 110엔(990원) 하는 소금빵이 한국에서는 3000원이 훌쩍 넘는 경우가 많다.
- 동아일보는 임차료와 인건비가 높고 원재료 유통과정도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파리바게뜨 등 프랜차이즈가 가격을 지배하는 구조도 문제다.
노인돌봄, 40년 뒤면 국방비에 맞먹는다.
- 장기요양보험이 재정 시한폭탄이 될 거라는 경고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에만 7조 원을 급여비로 지급했다. 2026년부터 적자로 돌아서고 2031년이면 누적 준비금이 모두 소진된다.
- 지난해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출이 14조 원을 넘어섰다. 존재 자체를 모르는 국민도 많고 건강보험에 가려진 그림자 지출이란 지적도 나온다.
해법과 대안.
AI로 인파 감지한다.
- 서울시가 200만 화소 CCTV 572대와 함께 영상 분석 서버를 24시간 돌리기로 했다.
- 1㎡에 6명이 넘으면 곧바로 서울시와 경찰, 소방 상황실로 알람이 뜨게 된다.
빌딩형 초등학교 분교 만든다.
- 학생 수 감소의 대안이다. 주상복합이 아니라 주교복합 학교다. 기존의 학교를 분교로 바꾸는 개편형이나 아예 새로 짓는 신설형도 가능하다.
- 서울지역 초등고교생 수가 2012년 116만 명에서 지난해 81만 명으로 줄었고 2030년이면 57만 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전교생이 240명 이하인 초등학교가 119곳이나 된다.
주말이면 공원으로 바뀌는 학교 운동장.
- 프랑스의 오아시스 프로젝트 이야기다. 토요일마다 학교 운동장을 개방하는데 안전요원이 상주한다. 식물을 심어 친환경 공간으로 조성하고 도심의 열섬 현상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 한국도 체육관과 운동장 등을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스쿨매니저 시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군대 짬밥의 변화.
- 과거에는 주는 대로 먹었다. 식재료를 조달받아 여기에 맞춰 식단을 짰다.
- 국방부가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공공 급식 플랫폼에 합류하면서 선 식단 후 조달 체제로 바뀌었다. 군부대 식재료 조달 규모가 73%나 늘어난 것은 그동안 식재료와 식단이 수요 대비 형편 없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 공공 급식 통합플랫폼 거래 금액은 연간 3조3347억 원이다. 군부대 거래는 1065억 원 규모다.
- 백우진(글쟁이 대표)은 “투명성 확보와 우리 농산물 소비 확대 등 장병 잘 먹이기의 부수 효과도 크다”고 지적했다.
오늘의 TMI.
친환경차 200만 대.
- 전기차(51만 대)와 하이브리드차(148만 대), 수소차(3만 대), LPG차를 모두 더한 규모다. 전체 자동차의 8% 수준으로 늘어났다.
- 2025년 285만 대 목표를 무난하게 달성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LG유플러스가 KT 따라 잡을까.
- 가입자 경쟁이 여전히 치열하다. 8월 기준으로 KT가 1710만 명, LG유플러스가 1669만 명까지 따라잡았다. 점유율 차이는 0.5%포인트.
- LG유플러스가 3만 원대 저가형 5G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격차가 줄어들었다.
졸업앨범 만들어 주는 AI앱 270억 원 매출.
- 56개국에서 다운로드 1위를 했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만든 앱이다.
- 올해 1월에 출시해 지난 7월 기준으로 2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구글 검색 한 번에 0.3Wh.
- 그런데 AI와 결합하면 3Wh로 10배의 전기를 쓰게 된다.
- 2027년 기준으로 AI 산업의 전력 소비가 85~134TWh에 이를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세계 전력 사용량의 0.5% 규모다. 여기에는 서버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 챗GPT와 질문을 20~50개 주고받을 때마다 생수 한 통 분량의 냉각수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었다.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정권 심판한 건 맞나.
- 이관후(정치학자)는 “민주당이 정권심판론이 통했다고 믿게 되면, 총선에서 이길 가능성은 점점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어차피 민주당 강세 지역이었고 김태우(국민의힘 후보)가 너무 약했다. 투표율도 낮았다.
- 진교훈(강서구청장 당선자) 득표율은 전체 유권자의 27% 정도 된다. 민주당의 잠재 지지층이나 중도 유권자를 투표장까지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국민의힘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 이재명이 “나는 재판에 몰두하겠다”며 빠지고 친명과 비명 구분 없이 새로운 지도부를 꾸려 공천 혁신을 하는 상황이다. 이기홍(동아일보 대기자)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전제했다.
- 그렇다면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윤석열이 리더십 스타일을 바꾸는 상황이다. “대통령이 공천에서 손을 떼고 당선 가능성 위주로 공천하라고 당에 엄명하면 된다.” “예스맨을 멀리하고 목이 달아나도 할 소리를 하는 사람을 자주 만나야 한다.” 과연 윤석열이 바뀔까? 이기홍은 이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화가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이 커졌다.”
- 한겨레가 빠띠와 함께 진행한 ‘한국의 대화’ 프로젝트로 얻었다는 결론이다. 46명이 모여서 1시간 이상 1 대 1 대화를 했다. “대화를 통해 생각이 바뀌었느냐”는 질문에 10점 척도로 5.2점이 나왔는데 “나와 다른 의견에 공감과 이해가 늘었느냐”는 질문에 8.0점이 나왔다.
- 이봉현(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장)은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말싸움과 논리로 상대를 제압하는 배틀이 아니라, 오가는 말이 마음에 공명하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 경제를 선택하느냐도 정치의 일이고, 그 정치의 질은 공론장이 어떤 상태냐에 달려있다고 본다”는 이야기다.
오늘의 슬로우뉴스.
하마스가 어린이들을 참수했다는 주장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
- 언론 보도조차도 믿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마스가 어린이들까지 참수했다는 뉴스가 여기저기 실렸는데 출처는 어떤 군인이 그러더라는 것 뿐이다. 이스라엘 군 대변인은 “우리는 시신 상태를 조사하지 않을 것이며, 조사하더라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이 “테러리스트들이 어린이들을 참수하는 사진을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한 건 사실이지만 백악관 대변인이 “직접 사진을 보거나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 홍명교(플랫폼C 활동가)는 이렇게 묻는다. “검증되지 않은 뉴스를 검증 없이 확대 재생산하는 언론들은 팔레스타인의 비극에 책임이 없을까?”
“보리가 안 팔린다고? 맥주를 만들어 봅시다.”
- 2012년 정부가 보리 수매를 중단하면서 군산의 보리 재배 농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군산시가 찾은 해법은 맥주 원료인 맥아를 만들어 보자는 것. 내친김에 맥아뿐만 아니라 맥주 공장도 만들고 직접 맥주를 만들어 팔아보기로 했다.
- 독일에서 저온 저장고와 맥아 정선 시설을 들여오고 맥아 공장을 만드는 데 60억 원이 들었다.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듣고 테스트에 테스트를 거치면서 자체적으로 맥아 제조 기술을 확보했다.
- 3년여의 개발과 교육 기간을 거쳐 지난해 24톤의 맥아와 엿기름을 생산했다. 올해 목표는 50톤이다. 2025년까지 210톤 규모로 늘리는 게 목표다. 지난 6월에 열린 ‘군산 맥주 페스티벌’에는 2만 명 이상이 찾았다.
- 지방 정부의 선도적인 투자와 지원이 어떻게 쇠락하는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