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2023년 9월 13일 (수).
‘찍지마 빌런’의 귀환, “대통령이 총선에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 유인촌(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앞두고 요즘 국민의힘 의원들이 하는 말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인사를 ‘리바이벌’하는지 모르겠다. 실드쳐야 하는데 말도 못 하겠다.” 총선에 도움될 게 없다는 이야기다.
- 유인촌이 장관을 처음 했던 게 무려 16년 전이다.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짤’로 많이 봤던 사람”, “‘찍지마 빌런(악당)’으로 알던 사람이 다시 높은 자리에 임명된다고 하니 신기하다”는 말도 나온다.
- 이명박 정부 시절 인사가 다시 임명되는 건 이주호(교육부 장관)와 이동관(방통위원장)에 이어 세 번째다. “가동할 수 있는 인력풀은 너무나 협소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발끈한 미국, “국제 왕따에 구걸한다.”
- 국제 왕따(international pariah)는 북한을 두고 하는 말이고 구걸한다(begging)는 건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거래를 두고 하는 말이다. 크리스 쿤스(민주당 상원의원)은 “악마의 거래(devil’s deal)”라는 표현도 썼다.
-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브스토치니 우주 기지에서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평양에서 보스토치니까지 기차로 2300km 거리를 36시간 걸려 갔다.
- 북한과 러시아의 철도 컨디션이 좋지 않기도 하지만 방탄 차량이 있어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한다.
“오늘 왜 불렀는지 모르겠다.”
- 이재명(민주당 대표)이 검찰 조사를 받고 나와서 한 말이다. 조사는 1시간50분 만에 끝났다.
- “사실이 아닌 증거라는 게 있을 수가 없고, 그러다 보니 의미 없는 문서 확인을 하는 걸로 이 아까운 시간을 다 보냈다”며 “이럴 시간에 우리 국민들의 삶을 챙기는 게 훨씬 더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 ‘전혀 보고받은 적 없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 “북한에 방문해서 사진 한 장 찍어보겠다고 생면부지 얼굴도 모르는 조폭, 불법사채업자 출신의 부패 기업가에게 100억 원이나 되는 거금을 북한에 대신 내달라고 하는 중대 범죄를 저지를 만큼 내가 어리석지 않다”고도 했다.
- 조선일보는 검찰이 백현동 사건과 대북 송금 사건을 묶어 이번 주에 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BS의 눈물, 사장 해임이 벌써 네 번째.
- 대통령이 방통위원장을 자르고(면직, 5월30일) 방통위가 KBS 이사장을 잘랐다(해임, 8월14일). 그리고 KBS 이사회에서 KBS 사장을 잘랐다(해임, 9월12일).
- KBS 사장이 임기를 못 채우고 해임된 게 벌써 네 번째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연주와 박근혜 정부 시절 길환영, 문재인 정부 시절 고대영, 그리고 윤석열 정부 들어 김의철이다.
- 정연주와 고대영은 해임 무효 소송에서 승소했다. 김의철도 해임 무효 소송을 낼 가능성이 크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공영방송 사장 임기 제도는 방송 독립성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법원 판례에 비춰 보면 정부가 패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 벌써 후임도 거론된다. 중앙일보는 박민(문화일보 논설위원)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이춘호(KBS 해설위원)와 이강덕(전 KBS 대외협력실장) 등의 이름도 나왔다.
더 깊게 읽기.
한 사람 주장만 싣는 인터뷰의 한계.
- 기자협회보가 뉴스타파 인터뷰 논란을 분석했다. 뉴스타파는 신학림(당시 뉴스타파 전문위원)에게 녹음파일을 넘겨 받은 뒤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후보)과 박길배(사건 당시 대검 중수부 검사), 조우형(부산저축은행 사건의 브로커) 등에게 연락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고 박영수(조우형의 변호사)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만 들었다.
- 강아영(기자협회보 기자)은 “대선 직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이긴 했지만, 녹취록에 등장하는 주요 당사자 대부분의 해명을 듣지 못한 상태서 이틀도 안 돼 보도가 나간 셈”이라고 지적했다.
- “결국 이번 사태는 한 사람의 주장 혹은 증언을 일방 보도하는 것이 언론 윤리적 측면에서 옳은지, 검증이 필요하다면 어느 선까지가 적정한지 등의 과제를 우리 언론에 남긴다. 특히 수사기관이 아닌 언론사의 한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주요한 고민 지점이다.”
“미국을 온전히 믿지 마라.”
- “심각한 실수(grave mistake)가 될 수 있다”는 에이드리언 루이스(캔자스대 교수)의 경고다.
-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초강대국이 개별 국가의 안보를 대리해주는 시대는 1950년대가 마지막이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지켜줄 것처럼 약속했다가 철수한 적도 있다. 주한 미군 철군 역시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 “한국 전쟁에서 미국이 원자 폭탄을 쓰지 않은 건 기적이었다”는 대목도 흥미롭다. 해리 트루먼(당시 미국 대통령)은 핵무기를 쓰라는 압박을 받았지만 쓰지 않았다. “지고 있고 후퇴하는 전쟁에서 핵무기를 쓰지 않는 건 어려운 결정”이라는 평가다.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인위적 제한전’이다.
- 핵무기 보유 국가들끼리 ‘존재론적 위협’까지 가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지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 중국은 대만 해협 위기를 존재론적 위기로 본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에서 전술 핵무기를 쓸 가능성이 있다. 트루먼은 어려운 결단 이후 정치적 생명이 끝났다. 시진핑이나 푸틴은 그 선을 넘느냐 마느냐 하는 지점에 있다.
차례상 가격 줄었다고?
- 농수산식품공사(aT)가 지난해 추석보다 4.9% 줄었다고 발표한 걸 두고 말이 많다. 체감 물가와 격차가 크다. 올해 차례상 차림 비용은 전통 시장 기준으로 24만 원, 대형 마트 기준으로 34만 원이다.
- 일단 지난해는 추석이 빨랐고(9월10일) 과일이 출하되기 전이라 비쌌다. 금액 비중이 큰 소고깃값이 올해 들어 크게 떨어진 것도 차례상 물가를 낮추는 요인이 됐다. 양짓살이 8.2%, 우둔살이 7.9% 떨어졌는데 애초에 소고기를 쓰지 않는 집은 체감 물가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 사과 가격이 3.5% 떨어졌다고 했는데 대형 유통 업체 기준일 뿐 실제로 59.2% 올랐다는 게 조선일보의 분석이다. 특정 날짜를 찍어 비교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해법과 대안.
10% 서명에 33% 투표율, 주민 소환 너무 어렵다.
- 충북 도민들이 김영환(충북 도지사)에게 오송 참사 책임을 묻기 위해 주민 소환 서명을 받고 있다. 경북 상주와 경기도 파주 등에서도 주민 소환이 진행 중이다.
- 광역 단체장은 19세 이상 유권자의 10%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기초단체장은 15%, 지방의회 의원은 20%라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도 나온다.
- 투표율 33.3%도 부담이다. 2021년 경기도 과천과 2009년 제주 등 9차례 주민 투표가 이뤄졌지만 투표율이 미달해 투표함을 열지도 못했다. 2007년 도입 이후 125건이 추진됐고 실제 투표까지 간 건 11건이고 실제 주민 소환이 성사된 건 2명뿐이다. 성공률은 1.6%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있어도 안 쓰는 이유.
- 4명 가운데 1명만 일한다. 자격 보유자는 252만 명이고 현업 종사자는 60만 명이다. 월 200만 원 수준의 최저 임금을 받고 3교대로 일하는데 공급을 늘리면 처우 개선이 더 어려워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영주권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불안정 저임금 일자리를 늘릴 거라는 우려가 크다.
- 실제로 농어촌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많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처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아동학대 신고=교사 직위해제 조항 고친다.
- 직위해제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교권 보호 4법이 21일 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 학생인권 조례를 폐지하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한겨레는 “학생 책임을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 교권과 관계없는 차별금지 조항 등을 손보려는 움직임 등이 애초 교권 강화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르게 읽기.
지방대 10조 원, 잼버리처럼 예산이 사라졌다.
- 2004년부터 19년 동안 지방대에 쏟아부은 돈이 10조 원이 넘는다. “중앙 정부는 지방을 하나도 모르는데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지방에서는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도 모른 채 사라지는 게 한국 행정의 자화상”이라는 게 한 사립대 교수의 말이다.
- 배상훈(성균관대 교수)은 “4년 안팎인 총장 재임 기간 동안 홍보성 플래카드를 몇 개나 걸 수 있느냐가 최우선 과제가 된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는 체질 개선은 어렵다”고 말했다.
- “재정 지원을 받아 새로 지은 건물은 번쩍거리며 서 있는데, 학생이 없어 텅 비었다. 지나가며 볼 때마다 ‘저 돈이 저렇게 쓰일 수밖에 없었을까’ 생각한다.” 한 사립대 교수의 말이다.
- 중앙일보가 소개한 경남의 한 사립대는 2015년 프라임 사업 지원금을 받아 모빌리티기계공학 등 공학계열 학과를 신설했는데 7년 만에 정원을 축소하고 뷰티디자인학과를 만들기로 했다.
케첩으로 범벅 된 “살인자가 하는 가게.”
- ‘사이버 자경단’이 늘고 있다.
- 대전 교사 사망 사건의 가해 학부모로 추정되는 이들의 신상이 인스타에 올라왔을 때는 “인스타 용자 덕에 속이 다 뚫린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가해 학부모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용실 유리창에는 “살인자”, “장사 망해라”, “평생 참회하며 살아라” 등이 적힌 포스트잇 수백 개가 붙었다. 김밥집은 계란과 케첩으로 범벅이 됐고 결국 부동산에 매물로 나왔다.
- 2015년 인천의 어린이집 폭행 사건 때는 엉뚱한 사람의 신상이 온라인에 공개돼 피해를 본 사건도 있었다.
- 이웅혁(건국대 교수)은 “공적 역할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지 않다는 불신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윤호(고려대 교수)는 “수사나 재판 처리 지연에 더해 피해자에게 처리 결과를 알려주지 않으니 불신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국민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하는 사법 행정이 누적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사적 제재는 법적 안정성을 무너뜨리고,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왜 사적 제재에 많은 사람이 동참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늘의 TMI.
“연구 과제 맡아서 150만 원 버는데.”
- 정부가 R&D(연구개발) 예산을 줄이면서 대학원생들이 생계 위협에 내몰리고 있다. 연구실이 과제를 받아 대학원생들에게 나눠주는 구조다. 예산이 줄어들면 인건비가 가장 먼저 줄어들고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박사과정 학생들 인건비가 삭감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 정부 출연 연구소 등에 박사후 연수생 정원이 줄어 대체 복무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쿠팡 기사들에겐 추석 연휴가 없다.
- 하루도 빠짐 없이 물류 터미널을 가동하기로 했다.
- 쉬는 노동자를 대신할 백업 기사를 두고 있어 언제든 휴가를 쓸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실제로는 대체 인력이 없어 과도한 용차 비용을 내거나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클렌징당할(담당 구역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휴가를 쓰면 해고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리비아에서 폭우로 댐 붕괴, 최소 2000명 사망.
- 인구 10만 명의 항구 도시 데르나에서 낡은 댐 두 개가 무너졌다. 6000명 이상이 실종 상태다.
-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지금까지 무정부 상태다. 유엔이 인정한 통합 정부가 서부를, 국민군이 동부를 나눠서 통치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통치에 전혀 관심 없는 두 정부 정치 시스템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택시 줄고 지하철 늘었다.
- 서울시 택시 이용 건수가 올해 들어 7월까지 1억5622만 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줄었다. 정부가 지난해 심야 시간 택시 대란 대책으로 요금을 인상했는데 수요가 줄고 택시 업계나 기사나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법인 택시의 휴업과 파산도 늘고 있다.
- 같은 기간 지하철 이용 건수는 14%, 버스는 8% 늘었다. 각각 15.3억 건과 7.7억 건이다. 택시 기사 수는 지난해 말 6만9728명에서 올해 7월6만9266명으로 줄었다.
밑줄 쳐가며 읽은 칼럼.
이념의 난장(亂場)에 가려진 민생.
- 이기수(경향신문 편집인)는 내년 총선을 공산전체주의 대 먹고사니즘의 대결이라고 본다.
- “7월 생산(-0.7%)과 소비(-3.2%)와 설비투자(-8.9%)가 다 뒷걸음쳤다. 2분기 가구 실질소득 하락 폭은 신기록(-3.9%)을 찍고, 세수는 7월까지 43조 원이 비고, 수출은 11개월째 쪼그라들었다. 치솟은 건 추석 앞 농산물·기름값과 4개월째 가계빚뿐이다. 500대 기업 55%는 올해 사람을 뽑지 않는다. 청년 58%는 부모와 살고, 36%만 결혼 의사가 있고, 34%는 ‘번아웃’을 겪는다. 그 총합일까. 합계출산율(0.7)은 또 추락했다.”
- 이기수는 “보수의 홍범도 내분과 수도권 역풍을 보면, 대통령의 ‘뉴라이트 이념전’은 해를 못 넘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자와 다산이 꿰뚫어 본 먹고사니즘은 끝까지 선거 줄기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다.
팩트체크가 프로파간다가 됐다.
- “자유민주주의 국가 어디에서도 개별 언론의 팩트체크 시스템을 검증하지 않는다.” 김준일(뉴스톱 대표)의 말이다.
- 가짜뉴스 퇴치 TF 자문단을 만들면서 친정부 친원전 인사들만 불러들이고 방통위가 팩트체크 검증 시스템을 만든다며 KBS와 MBC, JTBC만 들여다 보는 것도 팩트체크의 원칙과는 거리가 멀다.
- “정부가 정책을 ‘셀프 팩트체크’ 하고 반대하는 목소리를 ‘가짜뉴스’라고 낙인찍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같은 대통령 아니면 독재국가 지도자나 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거짓말과 개소리의 차이.
- 거짓말을 하는 이들은 거짓이 드러나면 적어도 부끄러워한다. ‘개소리를 하는 이들’은 사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김만권(경희대 교수)의 말이다.
- 개소리의 대표적인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였다. 언젠가 스웨덴의 난민 정책을 비난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어젯밤 스웨덴에서 일어난 일을 보세요. 누가 믿겠어요? 이런 일이 스웨덴에서 일어났다고.” 그런데 스웨덴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
- 김만권은 이동관(방통위원장)이 “방통위원장은 의결만 하지 않는 정식 국무위원”이라고 한 걸 두고 “만약 이게 개소리라면 우리 사회에 개소리로 거짓말을 때려잡는 시대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면서 “만에 하나 이 사실을 몰랐다면 그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