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레터 2023년 8월 31일 (목).
세계 어느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출산율 충격.
-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그 정도로 낮은 출산율은 들어본 적도 없어요.” 조앤 윌리엄스(캘리포니아대 교수)의 말이다. 지난해 0.78명을 두고 한 말인데 올해 상반기 0.70명으로 줄었다.
- 올해 안에 0.6명대로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 최슬기(한국개발연구원 교수)는 “인구 전문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숫자”라고 했다.
- 한국 인구는 2019년 11월부터 44개월째 줄고 있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58명이다.
- 이런 추세라면 서울 초중고생이 12년 뒤 반토막이 날 상황이다.
- 유치원을 포함해 초중고 학생이 578만 명으로 1년 사이 9만 명이 줄었다. 2014년 699만 명에서 121만 명(17.3%) 줄어든 셈이다. 유치원은 8441개로 2년 동안 309개가 문을 닫았다.
안 써도 됐을 돈, 오염수 예산 1조 원.
- 해양 방사능 검사에만 576억 원이 든다. 윤석열(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산 수산물을 안심하고 마음껏 드실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총 7400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 한국일보는 “잘못은 일본이 했는데, 방사능 검사부터 어민 피해 대책까지, 온갖 비용은 우리가 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VIP가 개입” 폭로한 박정훈에 구속영장 청구.
- 해병대 사망 사건을 조사했던 해병대 수사단장이 사단장을 과실치사 혐의에서 빼라는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구속될 상황이다.
- 대통령실은 보고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 권칠승(민주당 대변인)은 “수사 외압의 몸통에 대통령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입을 막으려는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홍범도 논란, 조선일보도 한 발 뺐다.
- 사설에서 “100여 년 전 공산주의 이념을 가졌다고 해서 곧바로 대한민국의 적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 “지금 홍범도 흉상 갖고 논란 벌일 때는 아니지 않느냐”는 사설 제목이 답답한 속내를 드러낸다. 여론의 반발이 거세고 정치적 실익도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 “당시는 대한민국 정부가 있지도 않았고 홍범도는 정부가 수립되기 전에 사망했다. 당연히 대한민국을 적대한 사실도 없다. 느닷없이 나온 홍범도 등의 흉상 이전에 어리둥절해 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밀어붙이기보다는 시간을 갖고 검토하는 게 불필요한 분란을 막는 길이다.”
-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국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이념”이라고 했다는 윤석열이 과연 조선일보의 말을 들을까.
국방부 대변인 뼈 때린 기자들.
- 국방부 기자들과 대변인의 설전이 화제였다.
- SBS 기자가 “자유시 참변에 가담한 게 아니라 사후 정리 과정에 홍범도 장군이 개입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냐”고 묻자 전하규(대변인)가 “맞다”고 말했다. “자유시 참변에 직접 참여했다고 말했다면 잘못 말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실제로는 홍범도가 재판에 참여한 것도 포로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 전하규의 해명은 여전히 문제가 많다.
- 김태훈(SBS 기자)의 친절한 설명은 이렇다. “북한군을 사주해서 6.25 남침을 한 공산당은 스탈린의 공산당이다. 레닌의 공산당과 스탈린의 공산당은 아주 다르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차이보다 크다. 그것을 같은 공산당이라고 보면 어떻게 하나.”
- “국민을 향해 만들어낸 공문서를 이렇게 어설프게 역사적 식견도 없이 (쓸 수 있냐)”는 비판도 나왔다.
- “빨치산 논쟁 역시 마찬가지다. 1920년대 빨치산하고 김일성이나 스탈린은 아무 관련이 없다. 김일성이 1912년에 태어난 사람이다. 그런데 1919~1922년 사이에 빨치산 자격으로 전투에 참여했다고 이게 문제가 된다? 빨치산은 ‘partisan’에서 넘어온 말이고 비정규군이란 말이다. 이 당시 독립운동한 사람들 모두 빨치산이다. 김일성 태어나기 전에 활동한 걸 빨치산이라고 하면 얼마나 부끄럽고 천박한가.”
- 국회 운영위에서도 비슷한 공방이 있었다. 유정주(민주당 의원)가 “남로당에 가입해 반란기도죄로 사형을 선고 받은 박정희 호국비가 육사에 있는 건 온당하냐”고 묻자 김대기(대통령 비서실장)가 “전향한 분을 공산당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남국 제명안 부결.
- 윤리특위 소위에서 과반을 넘지 못했다. “지도부와 상의는 충분히 했다”는 송기헌(민주당 의원)의 말은 이재명(민주당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 한겨레는 사설에서 “내 편에 관대한 민주당의 온정주의”라고 비판했다. “국민의 대표를 국회가 제명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사안”이라면서도 “차기 총선 불출마로 책임을 다했다고 보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가 인터뷰한 익명의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눈높이를 외면하고 당내 온정주의라는 이름의 구태에 안주해버린 결정”이라며 “모든 비난은 당이 온통 뒤집어쓰게 됐다”고 말했다.
더 깊게 읽기.
꼼수 위성정당 사라질까.
- 병립형 비례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당선자 수를 기준으로 비례대표를 나누는 방식이다. 다만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해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서 대표성을 강화한다는 대안을 논의하고 있다.
- 호남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나오고 경북에서 민주당 의원이 나올 수 있다.
- 비례 의석이 47석인데 60석은 돼야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의석 수를 늘리는 데 부정적이다.
해법과 대안.
돛을 올려라.
- 범선이 탈탄소 해법이 될까. 곡물 기업 카길(Cargill)이 개발하고 있는 풍력 화물선이 중국에서 브라질까지 장거리 항해를 시작했다. 4.3만톤 규모의 픽시스 오션이라는 이름의 화물선에는 높이 37.5m의 날개 윈드 윙스 2개가 달려 있다. 최대 30%의 연료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 “돛이라기 보다는 비행기 날개에 더 가깝다”는 설명이다. 스위덴의 오션버드는 화물선을 개조하는 사업을 한다. 자동차 운반선에 윙세일 하나를 달면 연료 소비를 7~10%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연간 1920톤의 온실 가스를 줄이는 효과다.
코펜하겐이 ‘관광의 종말’ 선언한 이유.
- 코펜하겐은 머무는 도시가 아니라 거쳐가는 도시였다.
- 오버투어리즘의 해법으로 “관광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놨는데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관광객을 ‘일시적 주민’으로 만든다. 둘째, 주민들이 이끌어야 한다. 셋째, 새로운 평가 기준도 만들었다. 관광객 수보다 재방문 비율이나 지역경제 기여도 등을 평가한다.
- 90달러를 내면 덴마크 사람들이 사는 집에 초대 받아 집밥을 먹으며 시시콜콜 이야기하며 덴마크를 체험할 수 있다. 코펜하겐 쿠킹 같은 프로그램도 있다. 주민들과 여행자들이 긴 테이블에 둘러 앉아 음식을 나눠먹으며 대화한다.
- 한국도 비슷한 실험이 있다. 광주 동구는 동네라이프라는 이름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통영시는 슬기로운 섬생활이라는 이름으로 2박3일 동안 낚시와 전복 따기 등의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버스 준공영제 흔드나.
- 2005년부터 해마다 평균 3000억 원의 재정 지원이 투입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최근 5년은 5100억 원까지 늘었다.
- 65개 시내버스 회사 가운데 6개가 사모펀드에 넘어간 상황이다. 공적 자금이 들어간 시내버스 시장에서 투기성 자본이 단기 차익을 빼내간다는 비판도 많았다. 오세훈(서울시장)이 “장난질을 치지 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오늘의 TMI.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 10년 동안 3519개 목욕탕이 폐업하고 1149개가 개업했다. 해마다 244개 꼴로 줄어들었다.
- 서울시가 쪽방촌 주민들에게 동행목욕탕 이용권을 나눠주고 있는데 2407명이 5개월 동안 1만1060장을 썼다. 3년 동안 1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이용 빈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스타벅스 개인컵 이용 1350만 건.
- 지난해와 비교하면 15% 늘었다.
독일은 법인세 감면.
- 320억 유로 규모의 법인세 감면 법안을 내놨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지지율이 급락했다.
더 깊게 읽기.
호남 고립과 피해의식이 만든 운명 공동체.
- “외국인들이야 왔다 가면 그만이고, 천막도 거둬가 버리면 끝이제. 식당이나 좀 됐을까, 원래부터 잼버리는 군민들과 무관해요. 그라나도(그렇지 않아도) 안 좋은데 이번 일로 부안에 대한 이미지만 더 버려부렸다.”
- 중앙일보가 만난 부안군민의 말이다.
- 이양승(군산대 교수)은 “권력 교체 없는 호남 정치가 호남을 역선택의 공간으로 전락시켰다”고 지적했다. “잼버리 사태는 민주당 독점 체제의 전라도 시스템이 근본 원인”이라는 이야기다.
- 박은식(호남대안포럼 대표)은 “자생적 성장 역량을 갖추게 해주는 기업은 몰아내고 대신 광주형·군산형 일자리, 광주 아시아문화전당같이 세금 들어가는 사업만 벌인다”면서 “정치가 반기업 정서를 부추겨 세금으로 먹고사는 구조를 만드니 지역에 발전이 없다”고 비판했다.
- 이정민(중앙일보 칼럼니스트)은 “보수 세력의 호남 고립 전략에 대한 피해의식이 권력에 대한 무서운 집념과 호남 정치에 대한 무비판적 지지로 똘똘 뭉쳐 폭발적 힘을 발휘하는 운명 공동체가 됐다”면서 “공동체에 대한 열망과 에너지를 지역발전과 자치 역량을 키우는 데 쓰지 않고, 일당 독식 정치를 공고화하는 데 허비했다”고 지적했다.
밑줄 쳐 가며 읽은 칼럼.
윤석열이 전 정부 탓을 하는 이유.
- 김정희원(아리조나주립대 교수)은 “직접적인 비교 대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심리적 방어기제”라고 본다. 부끄럽기 때문에 나르시시즘에 빠지고 타인에 대한 공격성, 적대감, 권위주의적 태도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수치에 민감한 이들이 오히려 겉으로는 수치심이 아예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일종의 자기기만”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은 정말 무서운 사람이다.”
- 성한용(한겨레 선임기자)이 윤석열이 정말 무서운 사람이라고 한다. 대통령이 된 뒤 이념형 인간으로 바뀌었고 공공연하게 증오와 적대감을 드러낸다.
- 이명박은 관저 뒷산에서 ‘아침이슬’을 들었고 민심과 싸우기를 두려워했다. 박근혜는 오락가락했지만 적어도 국익을 위해 노력했다. 조세 저항을 무릅쓰고 증세를 밀어붙이기도 했다.
- 그런데 윤석열은 다르다는 게 성한용의 진단이다. 전쟁도 불사할 것 같다.
- “윤석열 대통령의 폭주를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앞이 캄캄하다. 이른바 보수가 책임져야 한다. 보수 세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을 징발해서 자기들의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에 가장 가혹한 방식으로 복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래서 지금 행복한가? 대한민국의 미래, 보수의 미래는 밝아졌나? 입이 있으면 대답해 보기 바란다.”
“김건희 여사가 나서달라.”
- 안혜리(중앙일보 논설위원)의 조언이다. 칼럼 제목이 “거친 표현에 진의가 가려지는 대통령의 언어”다.
- “반국가세력들이 활개 치고 있다”는 광복절 경축사를 두고 “대통령 품격에 걸맞은 정제된 언어와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 아무리 최측근이라도 대통령 뜻에 거스르는 고언을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서 보다 정제되고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 섬세한 언어로 소통하도록 조언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라도 희망을 걸어본다.”
“그건 아닙니다” 말 못 하는 대통령실.
- 김순덕(동아일보 대기자)이 “이번 사태로 우리는 알고 싶지 않은 것을 너무 많이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해병대 사망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단장까지 업무상 과실치사로 단죄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시각도 있지만 문제는 사병들의 안전과 생명보다 윗분과 홍보에 신경 쓰는 지휘관들과 확신도 없이 결재하는 국방부 장관의 무능함, 무엇보다 정무기능, 법무기능이 마비된 가운데 대통령 앞에서 “그건 아닙니다” 말 못 하는 대통령실이다.
- “방향은 맞을지 몰라도 다른 의견을 말할 수 없다면, 이 나라는 자유로운 게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