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후보자의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이 임박했다. 8월 18일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온갖 비위 의혹을 제기하고 다양한 증거자료를 제시했지만 크게 효과가 없을 상황이다. 다수당인 야당이 저항해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는다 해도, 애초 이 후보자를 지명한 윤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니 임명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이 없다.
이 후보 임명 반대는 의회에서만이 아니다. 한국기자협회가 6월 16일부터 19일 오전까지 소속 회원 1만 1069명을 대상(1473명 응답)으로 이 특보의 방통위원장 임명에 대한 찬반을 물어보니 80%가 이 후보자의 임명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 후보자가 위원장으로 일할 방송통신위원회는 여당 위원 2명의 주도로 공영방송 KBS, MBC, EBS 이사진 해촉을 의결하고 8월 17일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 해촉 건의를 재가했다. 상임위원 5명 가운데 야당 추천 위원 1명, 여당 추천 2명만 남은 불완전한 상태에서 감행한 일이다. 감사원과 검찰이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를 갖춰 형식논리의 정합성을 갖추기는 했지만, 이에 대한 법적·윤리적 판단의 타당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민주언론시민연합,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자유언론실천재단,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가 8월 21일 공동성명을 채택해 “오늘 방송통신위원회는 스스로 사망선고를 내렸다”고 비판했다. 해촉이 진행되는 와중에 나온 이 성명엔 언론 관련 시민단체, 방송과 신문의 주요 언론인단체의 이름이 대부분 들어가 있어 무게감이 적지 않다. 언론학계도 같은 취지의 내용을 발표했다. 8월 9일 정부의 독임 부처가 아니라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가 해야 할 일은 “방송의 공적 책임과 독립성 보장, 그리고 방송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들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하는” 일인데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며 비판했다.
방송장악 수순, 15년 전과 닮은 꼴
사실 지금 일어나고 일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 아니다. 2008년 정연주 KBS 사장 해임 사건이 이번의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해촉 건의 재가와 닮아도 너무 닮은 꼴이다. 해임되는 사람도 해임되는 수순도 너무나 비슷하다. 2008년 당시 해임 이유와 검찰이 기소한 가장 큰 문제는 “법인세를 너무 많이 내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배임 행위”였다. 이번에는 배임이 아니라 업무시간 미준수와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벌인 회계 검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지난 2008년의 기소는 4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후 배임은 무죄, 해임은 무효로 판결이 났다.
이번 사건도 시간이 흐른 후 어떤 내용으로 판명이 될지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이미 석연치 않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률상 민간 독립기구(물론 사실상 행정기구의 성격이 강하다. 편집자)여서 위원장 등에 대한 복무 기준을 논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 정 위원장만이 아니라 다른 공영방송 이사진에 대한 해임 결정도 이명박 정권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이후 전개될 공영방송사 일선 실무진의 물갈이, 주요 프로그램의 교체도 같은 양상으로 전개될까?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당시에는 청와대에서 홍보업무를 맡은 점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겠지만 이번에도 이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일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크게 다르다고도 할 수 없다, 오히려 전에는 청와대에 숨어서 일을 했다면 이번에는 행정 전위에 서서 더 공개적이고 더 적극적으로 일을 할 구도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말로(末路) 되돌아보라
어떤 일을 하려는 걸까? 아마 과거에 잠시 누렸던 달콤한 성과를 다시 재현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이동관 후보가 참여한 이명박 정권 출범 직후 치러진 2008년 4월 9일 제18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정원의 반수를 넘게 차지해 여대야소의 국회를 만들었던 경험을 이번에 다시 살려내자고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정치 집단이 정치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집권을 통한 자신들의 가치관 실현인데 이번의 이동관 후보자 임명과 연계된 일련의 대숙청 작업이 뭐가 문제냐고 반문하면서 일을 밀어붙이고 있겠다는 추측도 해본다. 더불어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느냐, 또 내로남불인가 하는 반박도 충분히 예상한다.
그러나 이렇게 대통령실도 국회도 다 장악하고 이들의 엄호와 교감 아래 언론기관도 마음대로 흔들고 사법부도 농단하려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말로가 어떠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어느 정당의 흥망성쇠라는 관점에서가 아니라 국민의 안위와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이들 정권 시기를 반추해 보면 그리 높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국민의 대반격 없이 이명박으로부터 박근혜로 이어지는 그 추세를 그대로 두었다면 대한민국은 지금 어떤 모양일까? 비판과 반론, 저항이 없는 곳에서 피어나는 권력의 독점과 이에 따른 부정부패가 나라를 망하게 했을 것이다. 아무리 성가시더라고 이런 비판과 반론의 투쟁은 나라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늘 열어두어야 한다.
언론포커스 칼럼
이 글은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언론포커스’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 칼럼 필자는 정연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