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바쁜 독자용)
- 공짜 뉴스를 한 군데서 모아 볼 수 있는 서비스가 있는 곳은 한국 밖에 없다.
- 포털이 언론사에 쓰는 돈은 1년에 약 2000억 원: 공짜뉴스로 과점 구조 유지한다.
- 네이버에 이제는 사람 편집자가 없다. 알고리즘이 뉴스를 선택하고 우선 순위를 결정한다.
- 네이버 알고리즘은 클릭 수가 많고 체류 시간 길면 좋은 기사, 여러 언론이 다루면 중요한 이슈라고 본다. (영리 기업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지만 최선인지는 의문이다.)
- 언론사 채널 구독은 어뷰징을 줄이는 긍정적 결과가 있었다. (공유지의 비극을 막는 효과.)
- 정치권은 끊임없이 네이버에 기계적 중립을 요구한다. 이슈를 뭉개고 의혹을 드러내기 어렵게 만든다. 최근 뉴스 제휴 평가 중단은 그 결과다.
- 네이버도 언론이다. 공정성은 기계적 중립 아니라 적극적 판단으로 가능하다. (지금은) 네이버를 지켜야 할 때다.

7월13일 뉴스공장 인터뷰입니다.
최근 네이버가 뉴스 알고리즘을 발표했죠? 국민의힘에서 네이버가 뉴스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뉴스 알고리즘 추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공개한 건데요. 슬로우뉴스 이정환 대표와 함께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종이신문을 1주일에 한 번이라도 봤다는 사람이 9.7%, 날마다 본다는 사람은 3.3%입니다. 그렇다고 뉴스를 보지 않느냐, 포털 뉴스 이용률은 92.3%입니다. 포털뉴스 이용자의 89.7%가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이용한다고 답변했고요(한국언론진흥재단 2022 언론수용자 조사). 네이버에 뜨는 뉴스가 하루 2만5000여 건, 뉴스 서비스 이용자는 하루 1300만 명 정도입니다. 네이버에 뜨지 않으면 뉴스가 되지 않는 시대고 네이버가 많이 보여주는 뉴스가 중요한 뉴스가 되고 세상을 바꾸게 되죠.”
사실상 한국 언론 유통을 네이버가 독점하고 있는데, 세계에서 이렇게 한 회사가 모든 뉴스의 유통을 독점하는 사례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일단 구글이 1등을 못 먹은 많지 않은 나라 가운데 하나가 한국이죠. 토종 포털이 글로벌 포털에 맞서 이긴 성공 사례라고 할 수도 있겠죠. 구글이 세계 검색 검색 엔진 시장의 92%를 점유하고 있고요. (연간 2조 건 이상의 검색 쿼리가 쏟아진다고 하죠.) 한국은 네이버가 60%, 구글이 30%, 다음이 5% 정도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검색 점유율이 아니라 이렇게 한군데서 뉴스를 모아서 볼 수 있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한국 국민 93%가 네이버에서 뉴스를 본다고 답변했습니다. 뉴스 이용을 위해 네이버를 이용한다는 답변도 46%나 됐고요. (유튜브가 27%, 구글이 18%, 다음이 14%였습니다.) 세계적으로 뉴스 유료화가 확산되는데 한국에서만 공짜 뉴스를 한 군데서 모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독자들 입장에서는 좋죠.”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닌데요. 대표님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포털이 두 개밖에 안 되는 게 문제죠. 포털 사이트 두 개의 점유율이 70% 이상인 것도 위험하지만 더 큰 문제는 네이버가 어떤 뉴스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여론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네이버와 다음이 언론사들에 쓰는 돈이 1년에 2000억 원에 육박하는데요. 이렇게 공짜 뉴스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면서 과점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거죠. 실제로 두 포털이 과점 구조로 얻는 효용은 훨씬 큽니다.
네이버에 뜨지 않으면 뉴스가 되지 않는 시대고 네이버가 많이 보여주는 뉴스가 중요한 뉴스가 되고 세상을 바꾸게 되죠. 지금은 많이 분산됐지만 한때는 네이버 메인에 뜨면 수백만 명에서 수천만 명이 하나의 기사를 읽는 게 가능했죠. 정부 비판적인 뉴스를 많이 보여주면 비판 여론이 늘어나고 반대도 가능하겠죠. 네이버도 이 부분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요.
저는 네이버 뉴스가 가장 읽을만 했던 때가 네이버 편집자들이 직접 뉴스를 편집했을 때였다고 생각합니다. 네이버 미디어 센터에 사람 편집자가 200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한 명도 없습니다. 알고리즘이 편집을 하죠. 네이버는 평정됐다, 다음은 손봐야 한다, 반대 진영에서는 또 다르게 생각했겠죠. “네이버 들어오라 하세요”, 그런 논쟁도 있었고요. 그런 오랜 논란과 갈등,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뉴스 편집을 안 한다, 알고리즘이 하고 있다, 여기까지 온 거죠.”

이번에 네이버가 발표한 뉴스 알고리즘, 어떤 내용인가요?
“꽤 자세하게 공개했는데요. (링크 1과 링크 2) 인공지능의 시대가 돼도 뉴스 콘텐츠의 기사 가치 판단은 쉽지 않습니다. 각각의 기사가 독립된 콘텐츠고 분량이 짧고 사회적 맥락을 하나의 기사 안에서 읽기가 쉽지 않죠. 당연히 독자들마다 학습된 정보와 편견, 세계관이 다르고요. 동일한 가치 판단이란 것도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알고리즘 설계가 어려운 거고요. 알고리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뉴스의 우선 순위와 노출 정도가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이번에 네이버가 공개한 알고리즘 원칙을 보면요. 일단 클릭 수가 많고 체류 시간이 길수록 좋은 점수를 받게 됩니다. 언론사가 ‘심층 뉴스’로 분류하면 점수를 더 주고요. 여러 언론이 비슷한 주제를 다루면 중요한 기사라고 판단합니다. 속보는 가중치를 낮추고 연재물은 가중치를 높였습니다. 독자들이 오래 열심히 읽을수록, 그리고 언론사에서 주요하게 배치했을수록 품질이 높은 기사라고 본다는 이야기인데요.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같은 기사를 써도 어느 언론사는 더 많이 노출되고 어느 언론사는 덜 노출되고 한다는 건데요. 다들 불만이었죠. 우리 기사가 왜 안 읽히냐, 이렇게 좋은 기사가 노출이 안 된다, 이런 불만이요. 네이버와 카카오가 민감한 주제를 누락시키고 있다, 이런 의혹도 끊이지 않았죠. 정치권에서는 왜 비판 기사만 많으냐고 불만이었고요.”

이번 개편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네이버와 다음의 알고리즘 로직이 일부 논문에 공개돼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한국 포털의 알고리즘 설계는 더 오래 머물고 더 많이 읽게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더 자주 찾게 만들어야 하고요. 뉴스의 속성이기도 하지만 최신 기사에 가중치를 두기 때문에 진짜 중요한 이슈가 발굴되지 않거나 계속 묻히고 사라지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아젠다 키핑아젠다를 가급적 길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할 텐데요. 언론사도 알고리즘을 의식해서 네이버가 선택하는 기사를 쓰게 됩니다. 지난 10여 년의 네이버 개편을 돌아보면 편집 원칙과 알고리즘의 변화에 따라 언론사들의 뉴스 편집과 기사 가치 판단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최근 개편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2018년부터 채널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사 구독 프로그램을 도입했죠. 알고리즘을 못 믿겠다고 하니 보고 싶은 언론사를 직접 선택해서 보라는거죠. YTN과 JTBC,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이 구독자가 500만 명이 넘었고요. KBS, MBC, SBS, 방송 3사와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이 400만 명이 넘습니다. 미디어오늘도 200만 명이 넘었고요. 전체 누적 구독자는 중복 2700만명 정도 됩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2600만여 명의 구독자가 평균 7개 언론사 구독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이용자들의 선택을 알고리즘에 반영했다는 겁니다. 채널 구독으로 바뀌면서 어뷰징과 낚시 기사도 많이 줄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여전히 로그인하지 않는 독자들이 많지만 (절반 이하로 알고있습니다) 로그인한 사람들이 많이 선택한 언론사를 기준으로더 많이 보여주겠다는 거죠. 네이버 입장에서도 구독을 많이 하니 많이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고요. 로그인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로그인한 독자들의 선택이 반영된다는 거죠. 그래서 조중동 등 보수 성향 언론의 노출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보수 진영에서는 불만이 많았고, 어떻게든 포털 뉴스를 찍어누르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기사의 질이잖아요. 네이버가 공개한 내용만 봐서는, 알고리즘이 기사의 질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 수가 없는데요. 구글처럼 편집 알고리즘을 공개하면 되지 않습니까?
“구글 알고리즘도 큰 방향에서는 네이버나 다음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기사 생산량과 길이, 보도 범위, 페이지 랭크, 언론사 신뢰도(여론조사), 방문자 수, 오타와 문법까지 봅니다. 그래서 구글이 하는데 왜 네이버는 안 하느냐, 이렇게 묻기보다는 애초에 접근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네이버와 다음은 뉴스를 사서 배치하는 방식이고, 구글은 클릭하면 언론사로 링크를 넘겨주는 방식이죠.
그래서 구글은 검색엔진 최적화(SEO)라고 해서 검색 엔진 상단에 배치되기 위한 여러 가지 노하우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사가 많고 규모가 큰 언론사들이 유리하고요. 중요한 게 페이지 랭크, 링크가 많이 걸려 있고 링크를 많이 주고 받는 언론사가 좀 더 높은 점수를 받는데 한국 포털 들은 아예 링크를 걸지 못하게 하죠.
개별 기사의 기사 가치를 판단하지 못하는 건 구글도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뉴욕타임스가 쓴 기사는 듣보잡 언론사보다 좀 더 믿을만 하다고 보고 가중치를 두는 거죠. 그런데 한국처럼 여론 쏠림이 심하고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나라에서는 특정 언론사를 조선일보를 한겨레보다 가중치를 높게 준다거나 그 반대로 한다거나 모두 위험하죠. 그래서 기계적인 균형과 중립을 강조하게 되고요. 그게 사회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네이버의 선택은 여러 언론사가 동시에 다루는 주제를 안전하게 선택하는 것입니다. 좀 더 분량이 길고, 구독자가 많고, 인용문이 많은 기사를 좀 더 우대한다거나 하는 몇 가지 알려진 원칙이 있습니다. 이런 알고리즘이 좋은 기사를 발굴하고 더 높게 평가하느냐, 이건 여전히 의문이긴 합니다.”
포털 제휴 평가위원회 중단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여러 이해관계자들, 시민단체들, 언론 관련 협회 들이 추천해서 30명으로 위원회를 만들었고요. 여기에서 언론사 진입과 퇴출을 심사했습니다. (연합뉴스가 기사형 광고 수천 건을 내보낸 사실이 드러나 1개월 노출 중단을 결정한 것도 제휴평가위였습니다.) 그런데 이걸 두고 보수 언론이 계속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진보 성향 언론만 늘어난다는 거죠. 피해 의식도 크고요. N분의 1로 섞이는 게 불편하다는 거죠.
그래서 지난 5월 네이버와 다음이 갑자기 제휴평가 중단을 선언했고 지금은 아예 심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취재를 해보니 정치권에서 여러 경로로 압박이 있었고 포털을 잡아야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여야 모두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네이버와 다음이 아무 것도 안 하겠다고 선언한 거죠.
보수 진영의 포털 때리기는 역사가 길죠. 포털이 문턱을 낮출수록 진보성향 매체가 늘고, 조중동이 영향력이 줄어들 거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5인 미만 언론사를 퇴출시켜야 한다고 했다가 위헌 결정이 나기도 했고 아웃링크를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고요. 실제로 전재료나 광고비 배분을 포기하고 완전 아웃링크로 가자고 주장하는 언론은 거의 없었습니다. 광고주협회를 내세워서 나쁜 언론을 퇴출하자, 이런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습니다. 맘에 안 들면 ‘가짜 뉴스’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포털이 ‘가짜 뉴스’를 내보낸다, 이렇게 압박하면서 포털이 알아서 기게 만드는 거죠. 국감 때 증인으로 부르고, 민감한 이슈나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의 노출을 줄이도록 압박하는 거죠.
언론이 100%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혹을 제기해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 포털에 그 책임을 묻는 거죠. 김건희 고속도로 논란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원희룡 해명보다 비판을 더 많이 노출하느냐, 이런 비판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포털이 기계적 공정성과 형식적 중립을 선택하게 되고, 민감한 쟁점을 뭉개면 중요한 사안이 희석될 수밖에 없죠.
좀 거슬러 올라가면 2016년 10월, 박근혜가 최순실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죠. 그런데 놀랍게도 그 이전 한 달 동안 네이버 뉴스 섹션에는 최순실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일부 언론의 의혹 제기일 뿐이라는 거였죠. 네이버만 봤던 독자들은 박근혜가 사과하기 전까지 그런 일이 있는지도 몰랐을 겁니다.
포털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포털을 찍어 눌러서 이슈를 뭉개게 만든다면 사회적으로도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입니다.”
어떤 해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네이버 뉴스가 가장 읽을 만했을 때가 사람 편집자들이 뉴스를 고르고 배치하던 시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로 돌아갈 수는 없죠.
하지만 네이버도 언론입니다.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고요. 강력한 여론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죠. 적극적으로 의제를 발굴하고 선택하고 토론을 끌어내야 합니다. 충돌을 피하지 말고 정면 돌파해야 하고요. 그게 언론의 책임입니다. 알고리즘에 맡겼다고 빠져나가면 안 되고요. 중요한 쟁점을 외면하지 않고 깊이 파고드는 것, 그게 점유율 60% 네이버가 해야 할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논쟁과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하고요. 공정성은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적극적인 판단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알고리즘의 설계 원칙은 중요한 뉴스를 끌어올려 읽게 만드는 것입니다.
네이버, 문제가 많았고 여전히 많습니다. 장기적으로 네이버와 다음의 독과점 구조의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권의 부당한 압력과 개입에서 네이버를 보호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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