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과 11월에 이어 또 한 분의 삼성전자 직업성 암 피해노동자가 숨을 거뒀습니다. 10월 3일 천기숙 님(38세)이 자궁경부암으로, 11월 19일에는 신정범 님(33세)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셨는데 12월 19일 또다시 삼성전자 퇴직노동자 위인순 님(57세)이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힘든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고 위인순 님의 명복을 빌며, 그 곁을 지켜온 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정부와 기업에 호소합니다. 유해화학물질로부터 병들고 죽어가는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직업병 예방 근본대책 마련해야 합니다.
고인은 1985년 만20세의 나이로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 입사하여 12시간 주야 맞교대로 PCB(인쇄회로기판) 제조 생산라인에서 5년간 솔더링(납땜), 세척 등 업무를 했고, 1990년 3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으로 발령받고 일하다 같은 해 8월 퇴사하였습니다. 퇴사 후 2015년 10월 최종 난소암을 진단받고, 수술 및 항암치료를 했으나 안타깝게도 작년에 뇌로 전이 및 재발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렇게 7년이란 긴 투병 끝에 사망한 것입니다.
고인은 생전에 난소암 발병이 삼성전자 근무 중 노출되었던 납, 플럭스, 솔벤트 등 유해화학물질 영향이라고 생각해 반올림을 찾았고, 2016년 12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 신청을 한 결과 2019년 2월 업무상질병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판정문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난소암 발생을 산재로 인정했습니다:
“난소암은 발병률이 낮은 질병이고, 발병 원인 및 발생기전이 의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만 20세인 1985년부터 5년간 PCB 기판의 솔더링 및 세척작업을 수행하며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보이며, 80년대 작업환경관리 및 화학물질 관리의 수준이 열악하여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호구 및 환기시설 등이 충분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며, 주야간 교대근무로 피로 및 스트레스가 누적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바, 이러한 유해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난소암이 발병한 것으로 판단해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신청한 지 3년만에 산재를 인정받고 그 소식에 너무도 기뻐하던 고인의 생전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어려운 투병 과정에서도 여유와 웃음을 잃지 않던 모습을, 반올림에 내어주신 마음을 잊지 않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자꾸만 반복되는 직업성 암 고통이 멈출 수 있도록, 노동자들의 건강권 확보의 그날까지 반올림도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