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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모욕의 형사 고소·고발 건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주민 의원실 요청으로 법무부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명예훼손, 모욕으로 접수된 사건은 2010년 22,777건에서 2020년 79,910건으로 약 4배가량 급증했다.

우리나라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형사법으로 존재하는 나라다.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관한 고소나 고발이 지난 10년간(2010-2020) 4배가량 늘었다는 법무부 자료가 확인됐다. 명예훼손은 2.3배, 특히 모욕은 5.6배가량 늘어 폭증했다.

명예훼손(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포함) 사건은 2010년 14,912건에서 2020년 35,518건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였고, 모욕의 경우 2010년 약 7,865건에서 2020년 44,392건으로 폭증하였다. 이에 비해, 동 기간 접수사건 중 기소로 처리된 건수는 연간 약 7,000건에서 약 12,000건 사이, 평균 약 11,000건 수준으로 꾸준한 수치에 머물렀다.

이는 대부분 명예훼손·모욕의 고소·고발이 심각한 수준의 인격권 침해가 아닌 경우에도 남발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재 개인간의 분쟁 상황이나 게임, 커뮤니티 등 온라인 공간에서 오간 언쟁이 명예훼손이나 모욕의 형사사건으로 자주 비화되는 현상, 그리고 많은 정치인, 공인이 자신에 대한 의혹제기나 부정적인 표현에 대해 ‘가짜뉴스, 악플에 대한 선처 없는 법적 대응’을 곧잘 선언하며 비판적 여론을 진화시키려는 현상들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표현행위에 대한 과도한 형사 규제는 비단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와 같은 기본권 침해 문제뿐만 아니라, 매년 8만 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표현행위로 인해 형사피의자 지위에 놓여 심리적 위축 및 생업에 지장을 겪는 문제, 중대 범죄에 집중되어야 할 수사력이 낭비되는 현실적 문제와 사회적 부작용도 동반한다.

대한민국에서 특히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가진 자, 힘 있는 자의 ‘입막음 수단’으로 활용되는 게 현실이다.

명예훼손의 비범죄화 세계적 추세 

우리나라의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과도한 형사 규제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명예훼손에 대한 비범죄화는 전 세계적 추세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와 유럽평의회는 당사국들에 명예훼손의 비범죄화를 권고하였고, 최소한 ‘징역형’을 부과하는 형사법 규정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선언하였다. 또한, 특히 유엔 인권위원회‘명예훼손 법제는 진실 항변과 같은 면책규정을 포함해야 한다’고 하여 진실한 사실을 말한 경우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하였고, ‘명예훼손 법제는 그 성질상 사실 증명의 대상이 아닌 표현에 대해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여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가 아닌 견해나 감정의 표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즉, 우리나라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국제인권기준에 명백히 어긋나고 있는 규제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 형사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발언이라면 ‘진실’, ‘허위’를 불문하고 일단 모두 형사범죄를 성립할 수 있게 하여 사실상 명예훼손 고소, 고발인이 공표된 사실이 ‘허위’임을 입증할 필요가 없게 만들기 때문에 명예훼손 고소, 고발의 남발을 더욱 부추긴다. 또한, 현행 명예훼손죄는 친고죄가 아닌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에 따라 피해자가 아닌 제3자도 고발을 할 수 있어, 공인에 대한 비판적 표현물에 대해 팬덤, 지지단체, 종교단체, 대리단체 등이 고발을 남발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어떤 사람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개인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의견을 표현하는 ‘모욕’ 행위가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 외부의 평가에 영향을 준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는 모욕죄 역시 위헌성이 높다. 모욕죄는 공인들이 자신들에게 부정적인 표현을 하는 대중을 상대로 고소를 남발하여 자신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많이 남용되고 있기도 하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출처: 영화 ‘달콤한 인생’ 중에서)
모욕죄는 사실상 비용이나 시간의 문제로 법적 조력을 쉽게 구할 수 없는 평범한 시민보다는 ‘가진 자'(공인, 정치인, 유명인, 기업인 등)이 자신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는 법적 방패 역할을 하는 게 현실이다.

현재 국회에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개정,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다수 계류되어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박주민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2050), 인터넷상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도 폐지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박주민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112491)이 대표적이다. 김용민 의원 대표발의의 형법 개정안(의안번호: 2111649)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최강욱 의원 대표발의의 형법 개정안들 역시 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사생활의 비밀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사실의 적시’로 축소하는 내용(의안번호: 2108530) 및 모욕죄를 폐지하는 내용(의안번호: 2109360)을 담고 있다. 국회가 본 법안들은 조속히 통과시켜 다수 시민이 표현행위로 인해 형사피의자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고 국제인권기준에 걸맞는 표현의 자유 수준을 확립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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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명예훼손과 모욕죄에 관한 사건접수 건수, 처리 건수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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