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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누가, 회장님 기사를 지웠나’ 중 ‘호반건설’ 대해부 관련 지면 기사들(재인용)과 방송 화면 갈무리(왼쪽), 호반건설이 서울신문을 인수한 뒤 ‘호반건설 대해부’ 기획 기사 65건 중 57건이 포털 뉴스 페이지과 서울신문 홈페이지에서 동시에 일괄 삭제되는 사건이 지난 2022년 1월 16일 벌어졌다.

4월 5일 서울남부지법은 KBS 1TV가 [시사기획 창] ‘누가, 회장님 기사를 지웠나’를 방송하기 몇 시간을 앞두고 호반건설이 낸 이 기획물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시사기획 창] 367회는 이날 밤 10시 예정대로 방영되었다.

호반건설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기각)  

서울신문은 2019년 7월 5일부터 2019년 11월 25일까지 ‘호반건설 대해부’ 시리즈로 65건의 기사를 게재했다. 그 소재와 주제는 다음과 같다.

  • 경영권 편법 승계
  •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 인수합병 중도 포기
  • 재단법인을 통한 사익편취
  • 공공택지 벌떼 입찰 의혹 등

그런데 2021년 1월 서울신문은 호반건설에 인수됐고,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그해 12월 서울신문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런데 취임 약 한 달 뒤인 지난 1월 16일 65건의 ‘호반건설 대해부’ 기사 중 57건이 포털 뉴스 페이지와 서울신문 홈페이지에서 돌연 삭제되는 일이 발생했다. 기자들은 이에 반발해 기수별 규탄 성명 등을 냈고, 이는 곧바로 이슈가 됐다. 서울미디어홀딩스 회장을 겸한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과 박철희 호반건설 대표이사는 “서울신문에서 기사가 삭제된 것은 서울신문 사장 등 6명의 자율적인 판단과 결정에 따른 것이고 호반건설 측이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삭제된 기사는 허위, 왜곡, 과장된 사실관계를 전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방송의 내용이 진실이 아니거나,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거나, 피해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며 호반건설 측의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기사 57건이 아무런 공식적인 설명이나 논의도 없이 일요일에 전격적으로 삭제됐는데 이는 그 자체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라며 “그 문제점을 취재·방송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 측면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했다.

이어 “삭제된 기사 중 ‘공공택지 벌떼입찰 의혹’ ‘경영권 편법승계 의혹’은 건설업계 또는 기업계에서 꾸준히 지적되는 문제점에 속하고 취재를 바탕으로 나름의 근거를 갖추어 그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며 그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하기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누가 기사를 삭제했나 

김상열 회장은 자본금 1억 원으로 창업한 호반건설을 33년 만에 재계 35위(자산 11조9,640억 원, 2021년 5월) 대기업으로 키워낸 신흥 재벌이다.

기사 삭제에 대해 서울신문 곽태헌 사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스스로 기사 삭제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기사 일괄 삭제 조치 사태로 1월 26일 열린 서울신문 기자 총회는 기자 40여명이 모여 3시간 넘게 진행됐다. 이날 기자들은 황수정 편집국장에게 기사 삭제를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 있는 해명과 사주에 의한 편집권 침해 방지 대책을 요구했지만, 그는 “전임 경영진 때 합의했던 상황이라 편집권 문제로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황수정 편집국장은 기사 삭제가 자신과 곽태헌 사장, 김균미 편집인, 특별취재팀장, 우리사주조합장, 노조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6인 협의체’로 알려진 논의 기구를 거쳤다고 했다. 황 국장은 “(기사 삭제 결정 이틀 전인) 1월 14일 사장 직권으로 기사를 내리겠다는 연락을 받았고, 해당 방식으로 기사를 삭제하는 건 안 된다는 의견을 자신이 내었고, 그래서 만들어진 게 6인 협의체”라고 말했다.

김상열 회장과 서울신문의 ‘악연’은 2019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신문 최대주주는 정부(기획재정부)였다. 기자와 사원 주주 모임인 우리사주조합은 2대 주주로 ‘독립 언론’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2019년 6월 포스코의 지분 전량(19.4%)을 호반건설이 매입하여 3대주주로 등장했다. 이에 서울신문사 구성원들은 언론을 민간건설 자본에 넘기지 않겠다며 ‘1대 주주 지위 회복’을 위해 부심하였다. 서울신문은 호반건설 주식 매입을 언론 사유화 시도로 규정짓고, 특별취재팀을 구성하여 호반건설의 도덕성과 기업 행태에 대한 검증 취재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호반건설은 이때 사실관계에 대한 해명이나 설명의 기회를 갖지 못하였다며, 당시 기사를 이렇게 비판하고 있다:

“서울신문 구성원들의 사적인 목적으로 지면을 사유화 한 것으로 언론의 힘이 악용된 사례에 가깝다.” (시사기획 창의 질문에 답한 호반건설 측 관계자)

호반건설 측은 2019년 8월에는 ‘서울신문 관계자’들을 명예훼손과 특수공갈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이 호반이 포스코로부터 매입한 서울신문 주식을 무상양도할 것을 요구하였기 때문이라고 김 회장은 말한다. 2021년 5월에는 호반건설의 지분을 서울신문 구성원들에게 매도한다면, 기사 삭제를 할 수 있다고 협상카드로 활용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우리사주조합원 대부분이 찬성하였고 ‘6인 협의체’가 이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계획은 서울신문 측이 지분인수에 필요한 자금 18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 실현되지 못했다.

왜 자신의 지분을 호반건설에 양도했을까 

이 때 반전이 일어난다. 2021년 9월 호반건설이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모두 인수하겠다고 역(逆)제안하였고, 이에 대해 우리사주조합원 57%의 찬성으로 서울신문 측 주식은 모두 호반건설로 넘어간 것이다.

2020년 상반기, 기재부가 서울신문 지분 공개매각을 선언하자, 서울신문 구성원들은 이에 반발했다. 90년대까지만 해도 ‘정권의 어용신문’ 소리를 들었던 신문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한동안 지면 전체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향한 날선 비판으로 가득찼다. 정부에서는 신문에 대한 정부 지분이 언론의 자유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고, 서울신문 측에서는 정부가 지분을 매각하면 사기업에 인수되어 언론의 자유가 더 휘둘릴 거라면서, 지분 매각을 반대했다.

그런데 2021년 10월 8일 호반건설이 서울신문을 인수하기로 최종 확정되었다. 우리사주조합 지분 29%를 추가 인수하여 호반건설은 서울신문의 지분율 52%를 장악, 단독 과반수를 점한 최대주주에 올랐다. 호반건설은 서울신문 인수 직후 서울신문을 2021년 7월 19일 인수하였던 전자신문과 합병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김상열 회장은 기왕에 인수한 전자신문과 산업경제신문에 시울신문을 아우려 서울미디어홀딩스의 회장으로 미디어그룹을 구상하고 있다.

이로써 서울신문은 완전히 호반건설의 자회사로 편입되었다. 이제 완전한 민간 언론사가 된 이상 이제는 기획재정부가 굳이 언론사 지분을 보유할 이유가 없어지게 되므로, 기재부의 지분도 아예 완전히 매각될 가능성이 있으며, 기존의 기재부 지분으로 인한 ‘준공영 신문’이라는 어정쩡한 지위도 사라질 전망이다.

그런데 신문 인수협상 과정에서,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측에서 요구한 신문 편집권 독립 관련 요구들을 호반건설 측이 대부분 거부했다고 한다. 인수 뒤에는 신문사 경영 사정이야 훨씬 나아지겠지만, 사주 측에 의해 신문의 편집권이나 논조가 휘둘릴 가능성이 커졌다. 호반건설로의 인수 이후, 호반건설 회장의 동정 보도나 호반건설 홍보성 기사가 서울신문의 지면 및 온라인 보도에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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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은 왜 자신의 지분을 호반건설에 양도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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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주제도는 근로자의 복지 증진과 경제·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기업 또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하에 근로자로 하여금 자기회사의 주식 또는 지배회사의 주식(‘우리사주’)을 취득·보유하게 하는 제도이다.

왜, 도대체 왜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은 자신의 지분을 호반건설에 넘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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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언론인권센터의 언론인권칼럼으로, 필자는 이광택 언론인권센터 이사장(국민대학교 명예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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