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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조작 생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GEO: Genetically Engineered Organism)은 기존의 생물체 속에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를 끼워 넣음으로써 기존의 생물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성질을 갖도록 한 생물체이다.  (중략)

유전자 조작 식품에 관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사례와 부작용 관련 실험들이 현재도 진행 중이고, 실제 유전자 조작 식품을 섭취한 쥐의 경우 면역체계가 약화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는 상황이다. (중략) 이에 따라 농산물 수입 및 GMO 함유 상품에 대한 표시제도 등 각국에서 논란 및 관련 법률들이 정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 한국어 위키백과, ‘유전자 조작 생물’ 중에서

유전자 조작 생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이하 ‘유조생물’)은 아직 대부분에게 생소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유조생물은 우리 입속에 들어가고 있다. 지금 콜라를 마시는 분들은 주목하시라. 그 콜라에 바로 유조생물이 들어 있다. (출처: GMO Awareness)

유전자 조작 생물 생산에 관한 세계지도 (2005)  출처: ISAAA, 만든이: pixeltoo (퍼블릭 도메인)
유전자 조작 생물 생산에 관한 세계지도 (2005)
출처: ISAAA, 만든이: pixeltoo (퍼블릭 도메인: 즉, 누구나 이용 가능)

변형? 재조합? 조작?

유전자 조작 생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의 ‘Modified’에 대한 번역(해석)도 제각각이다.

  • 유전자 “변형”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 「농수산품질관리법」, 「사료관리법」)
  • 유전자 “재조합” (「식품위생법」)
  • 유전자 “조작” (위키백과,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

언어는 철학과 관점을 담는 기본 도구다. 특히 특정한 ‘용어’는 철학과 관점이 응축된 철학, 관점 그 자체다. 법에서는 ‘변형’이고, ‘재조합’인데, 위키백과(한국어)와 일부 시민단체에게는 ‘조작’이다. 선입견은 대개 좋지 않은 판단을 유도한다. 하지만 언어, 특히 용어는 어떤 면에서는 선입견 그 자체라고 할 수도 있다. 이 글에서는 최대한 그 선입견을 배제하고 오로지 소비자의 관점에서 유조생물의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소비자 관점에서 보기: 용어 정립 필요

우선 소비자 관점에서 가장 필요한 논의는 용어 교통정리다.

“소비자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용어 통일이 바람직하다” (손수진(2010), 「GMO식품표시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하루빨리 GMO에 대한 통일된 명칭을 사용해야 국민의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 (김기철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정책팀장, 2012년 9월, “GMO 표시제,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 중에서)

굳이 학계와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가 아니더라도, 용어 통일이 시급하다. 이는 용어 통일의 ‘결과’보다는 용어 정립을 위한 ‘과정’에 대한 강조이다. 왜냐하면, 용어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있어야 하는 ‘필요한 논란’이 생기고, 관련한 토론과 정보의 공유가 활발해질 것이며, 이는 결국 소비자의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필요한 논란’이라는 수사에 익숙해져 있지만, 세상에는 꼭 필요한 논란도 있는 것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보기: 표시제도

현 표시제도 중 소비자와 연관성이 가장 높은 「식품위생법」에 규정된 표시규정이다. 같은 법에 따라 「유전자재조합식품등의 표시기준」(식약청 고시 제2012-67호) 제5조에서 유조생물의 표시를 규정하고 있다. 표시 요건은 다음과 같다.

  • 1. 해당 제품 주표시면에 ‘유전자재조합식품’, ‘유전자재조합 ○○포함식품’ 등 방법으로 표시할 것
  • 2. 지워지지 아니하는 잉크・각인 또는 소인 등을 사용하여 소비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할 것
  • 3. 제품의 용기・포장의 바탕색과 구별되는 색상으로 10포인트 이상 활자로 표시할 것

하지만 위 고시 제3조에서는 다음과 같이 표시대상을 한정함으로써 표시제도에 커다란 공백을 가져오게 했다.

  • GMO 품목을 주요 원재료로 한 가지 이상 사용하여 제조・가공한 식품
  • 식품첨가물 중 제조・가공 후에도 유전자재조합 DNA 또는 외래단백질이 남아 있는 식품

이 규정에 따라 유조생물을 사용하였어도 주요 원재료(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의 제조․가공에 사용한 원재료 중 많이 사용한 다섯 가지 원재료)에 포함되지 않거나, 지방을 원료로 하는 식용유 등은 표시 의무를 지지 않는다.

93톤(2011년)에서 1만 톤(2012년)으로 늘어난 카놀라유 수입량

중국산 콩이 아닌 유채꽃에서 기름을 짜내 요즘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카놀라유.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카놀라유 중 어떤 제품에 유조생물이 쓰였는지, 혹은 쓰이지 않았는지는 판단할 수 없다. 유조생물 표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자료를 통해 합리적으로 의심해보고,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지난 설에 선물 받은 카놀라유. 국내에서도 제주도와 일부 햇볕이 풍부한 남부지방에서 유채꽃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다. 원산지 표시에 “국내산”이 찍혀있길 기대하며 주표시면을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캐나다산’이다. 내가 일하는 경실련이 입수한 식약청 정보 공개 자료를 보면, 지난 2012년 국내에 유전자 재조합 유채(카놀라) 1만 1천 톤(t) 수입됐다. 2011년 93톤(t)이 수입된 것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난 양이다.

물론 식약청이 공개한 자료에는 이 유채(카놀라)를 어떤 회사가 어느 나라에서 수입했는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식약청이 수입업체의 경영・영업상의 비밀을  중시 여겨 해당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알 권리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점점 늘어만 가는 유조생물 수입량

식약청이 일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유조생물 가공식품 중 건강기능식품은 2012년 1,761킬로그램(kg)이 수입되어 2011년(75kg) 대비 2,248% 늘어난 양이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다. 소비자가 많이 찾는 과자류, 음료류 등의 수입이 전년 대비 각각 55.07%, 622% 증가했다다. 지금 당신이 구입하는 외국산 과자 중 옥수수, 콩 맛을 내고 있는 과자의 주표시면을 확인해보라.

물론 GMO 제품을 섭취한다고 해서 인체에 유해하다고 할 수는 없다. 유조생물에 대한 유해성 여부는 여전히 과학계의 검증 대상이다. 그럼 유해하지도 않을 수도 있는 유조생물을 왜 반드시 표시해야만 할까.

“GM기술의 맹아를 보인 1970년대 전반부터 최초로 GM작물을 상업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까지의 20여년이라는 세월이 도입유전자가 조작된 체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지, 조작된 생물체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얻기에 충분한 시간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있다”
– 김은진, ‘GMO 표시제, 어떻게 해야하나?’ 중에서

지극히 합리적인 지적이다. 인구 폭증과 식량 위기 타개를 위해 연구된 유전자 조작 작물들.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상업화가 된 것이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상업화 이후 이어져 온 연구를 통해 일부 인체 유해성을 지적하는 연구 결과들은 충분히 소비자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우려할 만하다. 그리고 실제 관련 제품들을 잘 알지 못하고 구매, 섭취하고 있는 소비자로서 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사실들이다. (참조: 관련 연구 기사)

소비자 알 권리와 선택권은 어디로…

문제의 본질은 유해성 논란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유조생물 제품들이 이미 우리 식탁 위에 올라와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전히 미흡한 유조생물 표시제도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와 기업이 우리 식탁 위에 유조식품을 차려주고 있다고 말하면 과장일까.

유조생물의 유해성 관련 연구와 논란을 믿고 안 믿고는 소비자가 결정할 일이다. 그리고 유조식품을 구매하고 구매하지 않고 역시 소비자가 결정할 일이다. 하지만 그런 소비자의 선택권이 미흡한 표시체계와 제도로 인해 불가능하다는 점이 현재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유조생물(GMO) 표시 제도는 확대되어야 한다. 물론 반대론자가 존재한다. 그들은 물론 GMO에 대한 일반인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식품산업이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 언제 업체들은 소비자 걱정했나. 그건 업체들 사정이지 소비자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끝으로, 정책 당국이 관련 업체를 걱정하는 건 일견 이해한다. 하지만 소비자 알 권리의 문제다. 업체의 경영사정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경쟁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고려사항도 아니다. 당연히 소비자 알 권리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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