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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이 한창입니다. 지난 8월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추석(9월21일) 전까지 3,600만 명 코로나 백신 접종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집단 면역의 목표 시기도 앞당기고, 백신 접종의 목표 인원도 더 늘릴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 ‘목표 인원’에서 지워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 같습니다. 우리 사회의 약자들입니다. 홈리스와 이주민들, 교정시설과 보호시설 수용자들에게 백신 접종은 너무 어렵고, 너무 멀리 있습니다. 이들도 우리와 함께 이 땅에서 살고 있지만, 이들의 백신 접종은 ‘일반’ 시민보다 후순위입니다.

이래도 좋을까요? 어느새 ‘접종 불평등’을 어쩔 수 없는 것처럼 여기고 있는 건 아닐까요?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백신 접종의 기준은 ‘인권’입니다. 인권단체들은 ‘인권’이라는 보편적 기준이야말로 백신 접종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당연한, 하지만 조금씩 사라져가는 목소리를 옮깁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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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면역 70% 라는 과학적 목표가 30%를 배제해도 좋다는 불평등의 면죄부가 될 수 없습니다.

2021년 8월 13일, 1회 이상 백신접종률은 42.8%에 이르렀습니다. 백신접종에도 불구하고 돌파감염이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정부는 위중증 환자의 96.7%가 백신미접종자라고 발표하였습니다. 이 높은 숫자는 한편으론 백신의 위중증 예방효과를 의미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에게 “왜 누군가는 백신을 접종하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접종 계획발표에서부터 모두에게 공평한 접종을 할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정부 계획에 대해 우리는 인간의 존엄과 권리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당부했습니다. 부분적이지만, 방역 당국은 시민사회를 만나고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했습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에는 방역인권보호팀도 신설했습니다.

뒤늦은 조치이지만, 의미있는 변화였습니다. 시민사회는 방역인권보호팀과의 일상적 소통을 이어갔지만, ‘공평한 접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현실이 되지 못했습니다.

백신

접종 시스템에서 배제되는 ‘2등’ 시민들

[dropcap font=”arial” fontsize=”33″]홈리스[/dropcap]에 대한 서울시 1차 접종에서 매우 제한적 기간, 일부 보건소만 접종의 권리를 보장했고, 그 결과 절반 이상의 홈리스가 접종받지 못했습니다. 지자체 자율접종, 사업장 접종 등 다양한 맥락을 고려한 접종계획의 다원화를 시도했지만, 접종 불평등은 더 강화되었습니다. 재난시 사회유지필수노동을 수행하는 발전소 사업장은 우선접종의 대상이 되었지만, 그 명단에서 비정규직은 제외되었습니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33″]이주민들[/dropcap]은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접종 예약에 접근하지 못합니다. 49세 이하 누구나 접종가능하다고 홍보했지만,  이주민들은 접종 예약 시스템의 한글을 마주한 순간, 인증을 해야할 본인 명의의 휴대폰이 없음을 탓하는 순간  접종예약은 그저 포기해야할 것이 되어버리니까요. 심지어 어느 보건소 앞에 등장한 출입국관리소 단속반원의 행태는 우연한 사건으로 치부하기 힘듭니다.

[dropcap font=”arial” fontsize=”33″]교정 및 보호시설 수용자들[/dropcap]에 대한 접종도 문제가 제기되자 뒤늦게 시작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들은 누구보다 어려운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감염에 취약한 사람들에 대한 우선성을 보장해야한다는 당연 원칙이 우리 사회에서 지워지고 배제된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코로나19는 부자와 사회적 약자를 가리지 않습니다. 집단 면역을 위해 필요한 접종 기준은 '인권'입니다.
코로나19는 부자와 사회적 약자를 가리지 않습니다. 집단 면역을 위해 필요한 접종 기준은 ‘인권’입니다.

인권은 가장 좋은 방역 대책 

인권의 보장이 가장 좋은 방역 대책입니다. 감염인들의 삶과 투쟁으로 증명한 이 오래된 명제가 아직도 한국의 방역정책에는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고 있습니다. 접종이 가능한 권리를 박탈당한 이들이 감염과 위중증의 위험을 다 떠안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접종예약 조차 하지 못하는 등 백신에 접근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데, 정부는 효과도 불확실한 부스터 샷(기존의 접종계획을 다 마친 이들에게 추가 접종)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집단면역모든 인구집단이 ‘골고루’ 일정 수준 이상의 면역력을 확보해야 가능한 개념입니다. 200만 명의 체류 이주민, 40만 명의 미등록 이주민, 천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접종 가능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수용자, 장애인, 독거노인, 홈리스 등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을 위한 실질적 접종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채 정부는 ‘공평한 접종’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습니다. 중수본 사무실에 책상 하나 넣지 못한 실무팀 하나 신설한 것으로 정부는 마치 책임을 다한 것처럼 합니다.

우리는 지난 1월25일 발표했던 우리 성명서를 다시 옮기며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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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면역 70% 라는 과학적 목표는 30%를 배제해도 좋다는 불평등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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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째, 정부는 즉각 백신접근의 불평등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초래한 주체—중앙정부, 각 부처, 지자체, 기업, 기관 등—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
  • 둘째, 취약집단에 대한 접종과정 전체를 방역당국이 직접 책임지고, 접종받을 권리를 보장하라.
  • 셋째, 방역정책 결정과정에 노동시민사회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라.

2021년 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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