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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021. 8. 9.)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하 ‘이재용’)의 가석방 여부가 결정된다. 핵심 쟁점을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하고, 내 의견도 남겨본다.

1. 법무부 가석방 기준 변화 

이재용은 형기 80%를 마치지 않았는데 어떻게 가방석 대상이 되었나?

결론만 간단히 말하면, 박범계 장관은 취임(2021. 2. 1.) 직후부터 가석방 기준인 ‘복역률’을 기존 80%에서 60%로 완화하는 작업에 착수했고, 지난 5월 이 방안을 결제했으며, 지난 7월부터 적용되고 있다. 그래서 실질적인 복역률 기준은 60%로 완화됐고, 이재용은 마침(!) 7월 28일 복역률 60%를 채웠다.

좀 더 설명하면, 기존 법무부 기준에 의하면 가석방은 형기의 80% 이상을 복역해야 그 심사 대상이 된다. 하지만 법무부는 박범계 장관 취임 직후부터 가석방 심사기준 완화를 추진했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월 11일 가석방 심사기준을 현행보다 5% 정도 완화해 복역률을 60~65%로 낮추는 방안을 결제했다. 법무부는 지난 7월 23일 이에 관해 다음과 같은 ‘모호한’ 보도 자료를 내놓은 바 있다.

법무부 "국민이 공감하는 공존의 정의, 민생에 힘이 되는 법무행정" (출처: 법무부 홈페이지) https://www.moj.go.kr/moj/index.do
법무부 “국민이 공감하는 공존의 정의, 민생에 힘이 되는 법무행정” (출처: 법무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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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23일 자 법무부 보도자료 

위 보도내용과 관련하여 이해를 돕고자 다음과 같이 설명드립니다.

“법무부가 가석방 심사기준을 80%에서 60%로 완화하여 적용한다는 내용”의 보도 관련

  • 현재 가석방 예비심사(교정기관에서 가석방 신청을 위해 실시하는 심사) 대상자 선정기준은 수형자의 수용생활태도, 범죄유형, 건강상태 등에 따라 7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경비처우급(4단계)과 재범예측지표(5단계) 등급별로 총 60여 개로 세분화하여 수형자 개인별로 형집행률 50% ~ 90%로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 박범계 장관 취임 직후부터 다양한 요인에 기초한 가석방 정책의 혁신 차원에서 종전 형집행률 55% ~ 95%로 적용하던 가석방 예비심사 대상자 선정기준을 5% 완화하는 지침을 마련하였습니다.
  • 가석방 예비심사 대상자 선정기준에서 형 집행률을 5% 완화하는 지침은 이번 7월 정기 가석방 심사부터 적용되었으며, 가석방 적격여부는 수형자별로 여러 인자들을 고려하여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의결합니다.

법무부는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공정한 가석방 심사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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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논평하면, 법무부 보도자료의 ‘모호함’은 그 비겁함과 말하기 싫음에 비례하는 것 같다.

2. 여론

이재용 가석방에 대한 여론은 어떤가.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는 찬성 응답이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70:22). 하지만 해당 여론조사는 이재용 가석방 찬성 의견을 이끌어내기 위한 유도심문식 질문지 구성이라는 비판 의견이 있다.

좀 더 설명하면, 한국리서치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캣리서치·코리아리서치와 공동으로 지난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찬반’을 물은 결과 찬성 응답(70%)이 반대 응답(22%)보다 많았다.

하지만 설문 구성에서 ‘유도심문’이라는 비판 의견이 있다. (참조: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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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질문 문장은 다음과 같다:

“법무부에서 이달부터 형기의 60%만 복역하면 가석방 심사대상에 올릴 수 있게 기준을 완화함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15 가석방 심사대상에 올랐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어떤 입장이십니까?”

1. 찬성한다.
2. 반대한다.
9. (읽지 마시오) 모름/무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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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통령(청와대) 입장은 무엇인가.

현재는 정치적인 침묵으로 해석할 수 있을 정도로 이재용 가석방 논란에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는 재벌 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고, 강력한 재벌 개혁을 약속한 바 있다.

좀 더 설명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유력 대선 후보로 주목받던 2017년 1월 10일 자신의 정책캠프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주최한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3차 포럼(‘재벌적폐 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 기조연설에서 (재벌 범죄와 관련해) “재벌의 중대한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세우겠”다고 강조하면서 “중대한 반시장범죄자는 기업경영에 참여할 수 없게 하여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고 강조하는 동시에 “법정형을 높여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게 하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집 중에서 (참고로, 현재 민주당 대선후보 문재인 공약집은 PDF로만 제공되고 있다. 아다시피 PDF는 어도비가 무료지원을 중단했고, 유료화했다. 그래서 일반적인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한 나라의 대통령 공약이 이렇게 꽁꽁 숨어 있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공약 검증 확인의 기초 자료는 정부가 책임 지고 제공해야 마땅한데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집 중에서 (참고로, 현재 민주당 대선후보 문재인 공약집은 PDF로만 제공되고 있다. 아다시피 PDF는 어도비가 무료지원을 중단했고, 유료화했다. 그래서 일반적인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한 나라의 대통령 공약이 이렇게 꽁꽁 숨어 있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공약 검증 확인의 기초 자료는 정부가 책임 지고 제공해야 마땅한데 말이다.)

[toggle style=”closed” title=”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기조연설 전문 (2017. 1. 10.) “]

재벌개혁 없이 경제민주화도, 경제성장도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우리 모두는 풍요롭고 정의로운 삶을 원합니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은 함께 성장하고, 성장으로 이룬 소득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나라입니다.

그동안 재벌경제는 우리 경제성장의 견인차였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공정한 시장을 어지럽혔습니다. 반칙과 특권, 부정부패로 서민경제를 무너뜨렸습니다. 함께 이룬 결과물을 독차지하거나 남의 것을 빼앗았습니다. 이제 재벌경제는 경제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재벌 자신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번에 단호하게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벌적폐를 청산해야 우리 경제를 살리고, 국민 모두 잘 사는 나라로 갈 수 있습니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그동안 역대정부마다 재벌개혁을 공약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정부의 의지가 약한 탓도 있었고, 규제를 피해가는 재벌의 능력을 정부가 따라가지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만큼은 꼭 하겠다는 실현가능한 약속만 하고자 합니다.

30대 재벌 자산 대비 비중을 살펴보면, 삼성재벌의 비중이 1/5, 범삼성재벌로 넓히면 1/4에 달합니다. 4대재벌의 비중이 1/2, 범4대재벌로 넓히면 무려 2/3입니다. 반면에 범4대재벌을 제외한 중견재벌의 경우 1/3은 부채비율이 과다하거나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부실상태입니다. 재벌도 양극화해서, 경영이 어려운 재벌도 많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재벌 가운데 10대재벌, 그 중에서도 4대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습니다.

재벌개혁의 첫째 과제는, 지배구조를 개혁해서 투명한 경영구조를 확립하는 것입니다.

재벌총수일가는 분식회계, 비자금조성, 세금탈루, 사익편취 등 수많은 기업범죄의 몸통이었습니다. 재벌총수의 불법적이고 불투명한 경영고리를 끊어내고 기업을 건강한 기업윤리와 투명한 경영으로 재생시킬 수 있는 강력한 법과 제도를 만들고, 특히 집행을 엄정하게 하겠습니다.

우선 총수일가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 서면투표를 도입하여 총수일가의 사익 추구에 편들지 않는 공정한 감사위원과 이사가 선출되도록 제도화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먼저 공공부문에 노동자추천이사제를 도입하고, 이를 4대재벌과 10대재벌의 순으로 확대하여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길을 열겠습니다.

기업 밖에서는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시켜 재벌총수의 횡포를 견제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재벌총수가 회사에 피해를 입히거나 사익을 편취한 사실이 드러나면 소액주주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대표소송 단독주주권을 도입하겠습니다.

또한 재벌총수의 사익편취가 주로 비상장계열사에서 일어나는 점을 감안하여 다중대표소송과 다중 장부열람권도 제도화하여 재벌총수와 맞설 수 있게 하겠습니다. 이러한 개혁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상법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바랍니다.

재벌의 중대한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세우겠습니다. 중대한 반시장범죄자는 기업경영에 참여할 수 없게 하여 시장에서 퇴출시키겠습니다. 또한 법정형을 높여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게 하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겠습니다.

둘째, 재벌의 확장을 막고 경제력 집중을 줄여 나가겠습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의하면 크기가 100배 차이인 1위 삼성과 65위 기업이 동일한 재벌규제를 받습니다. 우선적으로 10대 재벌에 집중하여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전체 대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겠습니다.

무늬뿐인 지주회사로 전락하여 오히려 재벌의 문어발 확장의 수단이 되고, 3세 승계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를 강화하겠습니다. 자회사지분 의무소유비율을 높이겠습니다.

재벌들이 골목상권을 넘보면 안 됩니다. 재벌의 업종확대를 제한하여 재벌 2세, 3세가 더 이상 서민의 생존권을 빼앗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일감몰아주기, 부당내부거래, 납품단가후려치기 같은 재벌의 갑질 횡포에 대한 전면적 조사와 수사를 강화하고 엄벌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중소기업청 등 범정부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하겠습니다.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은 중소기업이, 서민기업에 적합한 업종은 서민기업이 경영하는, 더불어 상생하는 시장경제가 이뤄지게 하겠습니다.

금융이 재벌의 금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금산분리로 재벌과 금융은 분리시키겠습니다. 금융시장은 기업의 행위를 객관적 입장에서 감시하고 감독하여 효율적으로 자본을 배분하는 본래의 기능을 회복해야 합니다. 재벌이 장악한 제 2금융권을 점차적으로 재벌의 지배에서 독립시키겠습니다. 금융계열사의 타 계열사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고 계열사 간 자본출자를 자본적정성 규제에 반영하는 통합금융감독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셋째, 우리경제를 공정한 시장경제로 만들겠습니다.

재벌개혁은 재벌의 기업활동을 억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총수일가의 사익에서 벗어나 선진국형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입니다. 재벌대기업의 국가경제상의 긍정적 역할을 강화하고, 부정적 측면을 개혁해야 기업이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진정한 시장경제가 이뤄질 것입니다.

재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거래로 하도급 업체에 종사하는 6백만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살아나는 경제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재벌 대기업에 쌓여있는 700조 사내유보금이 중소기업과 가계로 흘러내리도록 해야 합니다. 재벌의 갑질 횡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강화하고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특단의 제도를 도입하겠습니다. 또한 가습기 살균제처럼 기업으로부터 피해 입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강력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반드시 도입하겠습니다.

대기업이 2015년 한 해에만 납부한 준조세가 16조 4천억원에 달합니다. 법인세의 36%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대기업 준조세금지법을 만들어 정경유착의 빌미를 사전에 차단하고 기업을 권력의 횡포에서 벗어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주주권 행사 모범규준인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의 실효성을 높이고, 그 법제도적 기반으로서 자본시장법도 보완하겠습니다. 그래서 삼성물산 합병에 국민연금이 동원된 것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한편으로 재벌에게 주어졌던 각종 특혜 구조도 이제 폐지하고 축소해야 합니다. 재벌대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제도는 폐지하거나 축소해서, 늘어나는 재정수입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해나가겠습니다.

2015년 15대 대기업의 한 해 전력소모량은 국가 전체 전력소모량의 15.5%로 5천만 국민의 가정용 전력소모량보다 많습니다. 그런데 이 15대 대기업은 가정용 전기료보다 매년 평균 2조 5천억 가량 적게 내고 있습니다. 수 조에서 수 십 조의 이익이 나는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고 있는 값싼 산업용 전기료를 현실화해서, 전기료부담을 공정하게 하고, 에너지 과소비형 산업구조를 개선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재벌경제는 이제 국민이 함께 잘 사는 지속적 성장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제 정부가 나서 재벌의 역할을 바꿔주어야 합니다. 확고한 재벌적폐 청산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선진국형 기업으로 발전하도록 해야 합니다.

재벌개혁이야말로 기업에게 새로운 성장동력입니다. 경제정의와 함께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길입니다. 소수 재벌 대기업만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가계 등이 함께 성장하는 국민성장을 이루는 길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민여러분께 당부드립니다. 재벌개혁으로 새로운 경제질서를 만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할 일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촛불시민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켜냈듯이, 시민이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만드는 데도 주역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정부는 시민들이 경제적 권리를 적극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시민들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때 오늘의 위기는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 것입니다.

위기가 기회입니다. 이번에 우리가 정경유착,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고 재벌개혁을 제대로 해낸다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율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재벌개혁으로 경제교체와 국민성장을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재인용 출처: 뉴스핌, [전문] 문재인, 재벌개혁 공약 발표…삼성·현대차·SK·LG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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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침묵에 관해선 한겨레 기사(링크)를 추천한다.

4. 가석방이냐 특별사면이냐?

가석방은 당연하고 특별사면 시기가 문제다? 이런 소리하는 언론사(예: 중앙일보)가 있던데. 

그런 기사 (당연히) 많다. 여기에 관해선 중앙일보 사례를 예시로 설명해보자. 어제 자(2021. 8. 8.) 중앙일보 강태화 기자의 기사, 일단 제목이 이렇다:

  • ‘광복절 사면’ 없을 듯…이재용 ‘가석방 뒤 연말 사면’ 가능성

이 정도면 가석방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대통령의 사면 시기만 남았다는 ‘희망사항'(?)을 강렬하게 제목에 투사하고 있다. 이런 희망사항을 무슨 객관적인 취재 결과의 반영인 양 제목으로 쓰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그 희망사항이 어떤 합리적, 공식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도 알 길 없다. 솔직히 이런 기사를 ‘저널리즘’의 일부로 봐야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기사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사 일부를 인용해보자.

“원래 청와대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아닌 사면과 관련한 여론의 동향을 파악해왔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경쟁과 관련해 가석방보다 사면이 필요하다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고 한다.”  (중앙일보)

언론 보도의 기본, 특히 정치와 (그 일부로서의) 경제 기사의 기본은 ‘누가 어떤 직위에서 어떤 권한으로 어떤 공식적인/비공식적인 말을 했는가’이다. 위 피인용 문장에서 이를 알 수 있는가? 없다. 절대 없다.

위 피인용 문장을 해석하면 주어는 “(원래) 청와대”다. 그걸 간접 인용의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 주어가 앞서 언급된 “청와대 고위관계자”(그 악명 높고 무책임한  ‘관계자 저널리즘’)인지 아닌지조차 모호하다. 이렇게 겉으로 멀쩡한 기사가 그냥 척(!) 봐도 기레기 소리를 들을 만한 온갖 쓰레기 기사들보다 훨씬 위험하다. 기사 뒤쪽엔 “여권의 핵심 인사”라는 누구인지 알 길 없는 무책임한 관계자 저널리즘이 또 등장한다. 이런 정치적 목적과 경제적 목적이 뚜렷해 보이는 기사 속 관계자 저널리즘의 ‘정치질’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구역질이 인다.

참고로 가석방과 (특별)사면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 가석방(법무부): 법무부 장관의 권한, 형을 면제받지 않고 구금 상태에서만 풀려나는 것으로 특경가법상 5년간 취업할 수 없고, 2022년 7월 형기 만료 전까지는 외국 출국(해외 출장)도 자유롭지 않다.
  • 사면(대통령): (특별)사면은 선고의 효력과 형 집행을 즉각적으로 ‘면제’한다. 따라서 이재용은 아무런 제약이 없이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고, 외국 출장도 자유롭게 가능하다.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특권 중 하나로, 앞서 살폈듯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국민에게 ‘약속'(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가석방이든 사면이든 활동의 공식성과 자유로운의 ‘정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고, 삼성에 대한 이재용의 실질적 지배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5. 그래서?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진보적 시민단체들은 당연히 적극 반대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그 입장에 나는 찬동한다.

하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그 논거와 의견을 참조하는 시민단체 입장과 별개로 현실적으로 나는 이재용 가석방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 나에겐 민주당이 청와대가 법무부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이미 아무런 기대가 없다. 다만 가석방하려면, 그리고 끝끝내 특별사면 한다면, 그냥 공약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청와대에서 한마디 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법무부가 가석방을 하든, 대통령이 특사(특별사면)를 하든 사과를 하는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을 거다.

진실이 하얀색이라면, 욕망은 검정이고, 그래서 현실은 항상 회색이다. 나는 진실을 이야기하는 자의 혀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혀에서 빠져나온 말(글), 그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 약속이 사라지면, 인간에게 남겨진, 제도로서 유지되는 모든 가치가 본격적으로 농담이 된다. ‘왓치맨’에서 코미디언이 말한 것처럼, 정말 지독한 농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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