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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이 글은 ‘타다’ 논쟁을 소재로 삼고 있고, 그 맥락을 이해하려면 이재웅과 김정호의 페이스북 논쟁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타다’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VCNC의 실질적 대주주 이재웅 다음 창업자(현 쏘카 대표이자 최대주주)와 김정호 네이버 공동창업자(전 NHN 대표)의 페이스북 논쟁은 이들이 벤처 1세대를 대표하는 기업가라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더해져 여러 언론을 통해 중계되기도 했죠.[footnote]사족으로, 이에 관해선 이재웅 대표는 “페북 중계를 멈춰 주세요.”라고 “기자들에게 부탁”하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재웅 대표의 입장이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것은 별론으로, 공개된 자리에서 공적 소재에 관한 공개 의견을 발표하는 사람치고, 취재 배제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웅 대표의 “페북 중계 멈춰 주세요”라는 요청은 글쎄요. 그걸 멈추고 말고는 쓰는 사람 마음이지 부탁하고 말고 할 게 아니죠. 그 당연한 권리를 “멈춰달라”고 “부탁”하는 건 아무래도 좀 어색해 보입니다. (‘편집자’)[/footnote]

아래 이재웅과 김정호의 의견과 입장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이름을 누르면 펼쳐집니다.

[toggle style=”closed” title=”이재웅의 의견“]

많은 분들이 개인 택시 면허권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처럼 생각하시는데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개인택시기사분들은 지금도 6-7000만원 받고 면허 팔 수 있는데 (물론 1년전보다는 3000만원쯤 떨어져서 속상하시겠지만 4년전하고는 비슷한 가격입니다) 왜 그렇게 난리일까요? 누가 보기에도 면허 권리금이 더 떨어질 것 같은데 왜 팔고 나가지 않는 것일까요? 과연 누군가가 면허만 시세보다 더 주고 사주면 끝나는 문제일까요? 그게, 그렇지 않습니다.

개인택시기사는 1인 자영업자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권리금을 투자하고 자동차를 사고 자기의 노동을 투입해서 1년에 평균 3천만원 정도 수입을 올리는 자영업 노동자입니다. 이분들은 면허를 팔고 그 금액을 아무리 고수익 금융상품에 맡겨놓아도 1년에 400만원 벌기도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권리금은 매각해서 금융 상품에 맡겨놓고 일단 400만원은 벌어 놓고, 다른 일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65세 이상이 27%가 넘고 운전말고는 다른 일을 안 하셨던 분들이 다른 일을 해서 2500만원은 벌어야 면허 팔기 전하고 같은 수준의 수익이 돌아오는 거잖아요. 택시 면허를 매각하면 그런 일을 찾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계시기 때문에 면허권을 사가라는 주장을 택시 조합도 하지 않는 것이죠.

90세 이상이어서 운전하기도 힘든 기사분들이 아직도 면허를 매각하지 않고 몇백명 계신 것을 보면 그 분들이 지금 올리고 있는 (아마도 월 100만원 안팎이지 않을까 싶지만) 수익이 면허를 매각하고 받는 금융수익보다 많기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택시기사분들의 이야기나 그 분들이 면허 매각후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논의 없이 개인택시 기사 면허만 돈 주고 사주면 갈등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한 쪽 면만 보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논의가 개인택시쪽 분들은 배제된 채 온라인에서 기업가들끼리 논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동을 필요로 하는 국민의 편익을 생각하지 않고 업체들끼리 이야기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국민의 안전, 편익, 사회적 비용, 고령운전자의 은퇴, 보상, 국가의 면허권 발급 및 관리, 경제효율등을 다 같이 살펴보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착륙입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자율주행차가 나오면 택시와 모빌리티와 렌터카와 자가용이 구분이 없어집니다. 그 때까지 개인택시업계는 연착륙할 방안을 사회와 찾아야 합니다. 그 방안에 새로운 산업도 역할을 해야하고, 거기에는 새로운 산업이 국민의 편익을 증가시켜준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냥 한 업체(개인택시)에서 다른 업체로 권리를 이전시켜만 준다고 편익이 증가될 리가 없잖아요. 그냥 갈등만 덮어버리는 것이죠. 그럴 것이라면 우리 사회 전체가 이것을 가지고 이야기 할 필요도 없겠죠.

많은 의견을 내주신 분들은 감사드리고, 이번에 다들 공부하고 제안하고 이 문제를 깊게 들여다 보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너무 단면만 보고 피상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우리 사회의 모든 단면이 압축된 이 문제를 현명하게 대처하고 해결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재웅의 페이스북, 5월 26일 오전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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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ggle style=”closed” title=”김정호의 의견“]

그런데 왜 서민은 돈을 1억 원이나 모으고 그 돈으로 개인택시 면허를 사야 하고 면허 취득 기준에 맞는 무사고 이력을 쌓아야 하고 우버같은 외국계나 대기업은 그냥 아무런 면허권 취득도 안하고 투자도 안 하고 자가용 운전자나 모으고 카니발이나 사고 아무나 써서 운행을 하면서 수입을 올려도 된단 말입니까?

솔직하게 이야기 하면 면허를 남발한 정부가 면허를 사들여야 하지만 그게 16조 원이나 되어서 세금 문제로 안 된다면 최소한 같은 기준으로 경쟁을 해야죠.

서민은 돈 내고 면허권을 사고 차량도 구입해야 하는데 대기업이나 외국계는 그냥 앱이나 하나 만들어서 영업을 하면 되나요?

그러고는 가격 경쟁력이 어쩌고 저쩌고 미래 4차 산업이 아쩌고 저쩌고 입니까? 모바일앱 없이도 전화로 나라시 영업은 다 했었고 지금도 할 수 있습니다.

진짜 웃기는 짬뽕이네요.

타다가 1,000대이고 개인택시가 1,000대이면 타다는 면허권을 안 사서 1,000억 원을 덜 투자한 상태로 경쟁하는 거 아닙니까? 뭘 어떻게 경쟁을 하라는 겁니까? 개인택시도 1,000명이 1,000억원 투자 안 했으면 더 싸게 운행할 수 있습니다.

개인택시 면허 제도가 옳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상황이 이러하면 현 상황을 해결해야죠.

4차 산업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날로 먹으려 들면 안되죠.

누군 혁신가 아니예요?

(김정호의 페이스북,  5월 26일 오후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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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뉴스는 ‘타다’ 논쟁에 관해 어느 한쪽의 의견이 전적으로 옳다거나 어느 한쪽의 의견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타다’ 논쟁은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의 몫을 빼앗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공동체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서로에게 보탬이 되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모색하는 ‘플러스섬 게임’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소재와 주제에 관한 다양한 의견과 기고를 환영합니다. (이상 ‘편집자’)

→ 기고 보내실 곳: editor@slow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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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타다’가 공유 모빌리티 업체라는 것이며 타다가 주장하는 어떤 형태의 ‘혁신’ 이라는 것이 바로 이 공유경제에서 온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타다는 엄밀히 말해 공유경제 기업이 아닌 단지 새로운 형태의 택시일 뿐이다. 공유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필수적인, 플랫폼 참여자의 유휴 자원 공유라는 개념이 타다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타다는 자신들이 공유경제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타다 (출처: 타다 홈페이지) https://tadatada.com/
타다는 공유경제가 아니다. ‘새로운 형태의 택시’일 뿐이다. (출처: 타다 홈페이지)

예컨대 우버는 플랫폼 참여자 각각이 자기 소유의 차량을, 에어비앤비는 자기 소유의 공간을 활용하는 비즈니스이지만, 타다는 차량이 모두 회사의 소유이고, 운전기사를 모집하며, 월급을 제공한다. 때문에 타다는 공유경제가 아닌, 단지 다른 형태를 가진 운송 플랫폼의 한 종류로 보아야 한다. 때문에 우버는 택시보다 저렴할 지 몰라도 타다는 오히려 택시보다 비싸다. 즉, 공유 플랫폼을 통해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원리 자체가 타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타다와 우버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이는 라이센스 산업이 가질 수밖에 없는 경직된 공급체계에서 발생하는 빈틈을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라이센스 산업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공급을 틀어쥐고 가격을 통제한다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라이센스 산업의 본질적 특성은 가격이 시장의 균형이 아닌 어떤 알 수 없는 어딘가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정부의 면허 공급 정책이 가격을 결정한다. 한국과 같이 과거 면허를 남발한 국가와 서구 같이 통제한 국가의 가격 경로가 달라지는 것이다.

때문에 서구에서 등장한 우버와 같은 공유 모빌리티는 공유경제를 통한 통제 가격 이하의 서비스 가격을 무기로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이고, 타다의 경우 낮은 가격보다는 이동의 변화를 중심축에 둔 사용자 경험 개선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콜비 3천 원의 경제학’ 참조). 또한, 과거 한국의 택시 면허 초과 공급은 그 경제적 지대를 사납금이라는 형태로 택시 사업자들에게 보장했을 뿐 택시 운전기사들에게는 보장해 주지 못했다는 문제점도 있다.

우리나라 택시는 불친절하다? 하지만 뉴욕 택시와 서울 택시의 가격 비교해보시라. (출처: 서울택시 U2em, CC BY)
우리나라 택시는 불친절하다? 하지만 뉴욕 택시와 서울 택시의 가격 비교해보시라. 거기에 우리 택시는 공급과잉과 사납금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품고 있다. (출처: 서울택시 U2em, CC BY)

파괴적 혁신의 딜레마?! 

그러나 우버나 타다나 기존 산업의 밥그릇을 빼앗는 결과물은 같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그러므로 타다가 택시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비판은 사실 늘 애매하다. 비정규직 양산을 통한 저가격으로 레거시 산업을 몰아낸다는 논리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만 놓고 따진다면 타다는 사실 정직한 서비스일지도 모른다. 더 비싼 가격에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왜 돈을 더 얹어 주고도 대기열이 발생할 정도로 해당 서비스에 몰려드는지 면밀하게 따져 보는 것이 우선이지, 나라시 택시 주제에 되도 않는 혁신으로 포장해서 사람들 밥그릇 뺏는다고 욕부터 하는 것이 맞냐 이 말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타다가 4대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형태의 고용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경영진의 무슨 경제적 탐욕 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 운수사업법 제34조상 타다가 취할 수 있는 영업의 형태 자체가 자동차대여사업자 운전자 알선업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면허를 위한 규제는 그 섹터에서 어떤 다른 형태의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규제를 회피하는 것을 강요한다. 특히 한국처럼 사용자 경험의 질이 아주 낮음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었던 섹터는 더더욱 규제 회피에 대한 수요가 클 수밖에 없다. 정작 웨이고 블루도 타다 대항마로 등장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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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고 블루? 

‘웨이고 블루’는 택시업계(타고솔루션즈)가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해 만든 택시 서비스다. ‘승차거부 없는 택시’를 표방했다. 카카오T 앱을 통해 호출할 수 있지만, 콜비 3,000원을 더 내야 한다.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관련 기사: 블로터-승차거부 없는 택시 ‘웨이고 블루’ 시법 운행…콜비 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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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차거부 없음 (주변 빈차에 자동 배차)
  • 호출비 3,000원: 택시 기사가 절반, 나머지는  타고솔루션즈와 카카오가 나눠가짐.
  • 완전월급제: 사납금제 없음. 기사 월급은 주 52시간 기준 약 260만 원(+인센티브)
  • 정부에서도 기대감: “새로운 택시 서비스를 위한 변화와 혁신이 계속될수록 택시에 대한 국민의 생각이 바뀔 것”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 타고솔루션즈: 서울 지역 50여 개 법인택시회사가 참여한 국내 최대 택시운송가맹사업자로 2018년 5월 설립된 법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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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택시업계에서는 타다가 유휴 라이센스를 구매하여 동일한 기준에서 경쟁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만약 이 경우 VCNC가 취할 가장 합리적 전략은 유휴 라이센스를 구입하는 즉시 해당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전략일 것이고, 이를 위해 막대한 현금 동원력을 가진 플랫폼 대기업를 서비스 파트너로 끌어들인 뒤 가격을 낮춰 손실을 감수하고 영업망을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 당연히 카니발은 전부 반납하고 모두 세단으로 교체할 것이다. 이 경우 기존 택시 업자들은 과연 버틸 수 있는가? 이재웅 대표를 강하게 비난했던 김정호 대표가 창업한 네이버는 이 사업 모델에 군침을 흘리지 않을까?

“앱 하나 만든다고” 라는 이야기를 네이버 창업자가 할 줄은 몰랐다. 하긴 그렇긴 하다. 고작 앱 하나 만든다고 뭐가 바뀌겠는가. 그러나 그 앱 하나가 생겼기 때문에 웨이고 블루도 등장한 것이고, 그 앱 하나가 등장했기 때문에 기존 택시 기사들이 네비게이션도 제대로 보기 시작했고 여성 고객에게 폭력적으로 대하는 꼴도 줄어들 것이다. 그럼 이것이 궁극적으로 혁신이 아니고 대체 무엇인지 나는 궁금하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개발한 것은 결과적으로 노키아를 아예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는데, 그럼 잡스도 핀란드 노동자들의 고혈을 빨아 혁신으로 포장한 것인가?

핵심은 이것이다.

“대체 왜 더 저렴한 가격을 지닌 비즈니스가 패배하고 있는가?”

이를 올바르게 해석하지 않고 고작 앱이나 만들어 특혜를 받는다느니 민초들 고혈을 짜내는 주제에 혁신으로 포장한다느니 하는 식의 비판은 옳지 않다. 솔직히 네이버도 중소 사업자들 여럿 망하게 했을 것 아닌가?

정확한 질문이 옳은 답을 이끌어낸다.
정확한 질문이 옳은 답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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