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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운영체제 출시 이후 소프트웨어 시장뿐만 아니라 IT 시장 전체에서 그야말로 ‘넘사벽’ 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 세계 데스크탑 운영체제를 장악하고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와 같은 제품을 바탕으로 사무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도 군림해 왔다.

그러나 2000년대 초 인터넷 붐을 맞이하며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눈부신 성장과는 반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IT 시장 지배력은 점차 힘을 잃으며 회사의 미래에 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개방과 공유를 표방하는 인터넷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회사는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했고, 마침내 2014년 인도 출신의 엔지니어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가 스티브 발머의 뒤를 이어 CEO로 취임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는 본격화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 (Satya Nadella, 위키미디어 공용 CC BY-SA 4.0) https://en.wikipedia.org/wiki/Satya_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 (Satya Nadella, 출처: 위키미디어 공용 CC BY-SA 4.0)

사티아 나델라는 취임 후 개방(Openness)에 방점을 두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를 주도하였으며 비즈니스적으로는 클라우드와 모바일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클라우드 개발과 비즈니스 부문을 담당했던 새로운 CEO의 행보에 세계가 주목했고, 5년이 지난 지금 사티아의 리더십으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 거듭 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최근 5년간 꾸준히 상승해 오고 있는 주가를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그림 1). 마이크로소프트 변화의 중심에는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가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5년간 마이크로소프트 주당 가격 추이 (출처: 구글)
그림 1. 최근 5년간 마이크로소프트 주당 가격 추이 (출처: 구글)

AWS와 격차 줄여가는 독보적 2위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3개 기업이 빅3의 입지를 단단히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시장까지 확대하면 알리바바를 빅4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특히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서 빅3의 영향력은 매우 높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기업시장 강자인 IBM, 오라클 등이 클라우드 시장 확대에 가세하고 있지만,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다만, 기업에서 날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려는 IBM와 오라클의 행보는 눈여겨 볼만 하다.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난 4년간 빅3 모두 견고하게 점유율을 끌어 올리고 있는 와중에 후발주자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점유율 확대가 눈에 뜨인다(그림 2). 점유율로는 2016년 AWS의 1/4에도 미치지 못했던 애저가 2019년에는 거의 AWS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기업이 자사의 주력 워크로드(workload)를 점차 퍼블릭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분위기에서 AWS를 포함한 빅3의 점유율이 최근 수년간 모두 의미 있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그림 2). 그래프에서 예측하고 있는 2019년 빅3와 알리바바의 점유율을 합치면 무려 84%에 이른다. 이들 기업의 전체 점유율이 압도적인 수준에 도달함으로써 이제는 빅3간 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그림 2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추이 (기사출처: ParkMyCloud, 데이터출처: Gartner)
그림 2.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추이 (기사출처: ParkMyCloud, 데이터출처: Gartner)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성장세는 기업 클라우드 시장의 확대에 크게 기인한다. 라이트스케일(Rightscale)의 클라우드 리포트에 의하면 조사대상 기업의 91%가 퍼블릭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퍼블릭 클라우드 사용에 소요되는 비용도 2018년 대비 2019년에는 24% 증가할 것으로 조사되었다. 퍼블릭 클라우드와 더불어 프라이빗 클라우드 도입도 더디지만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별 기업들의 도입 추이도 눈여겨 볼만하다. 특히 2018년과 2019년을 비교해 보면 애저와 AWS와의 격차가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그림 3). 퍼블릭 클라우드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SMB포함)들을 대상으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애저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은 2018년 45%에서 2019년 52%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AWS 도입 기업은 64%에서 61% 다소 줄어들었다.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의 매출에 직결되는 전체적인 워크로드(workload) 실행 비중까지 보는 것이 더욱 정확한 추이분석을 위해 필요하겠지만, 기업 클라우드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서비스의 잠재력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조사결과로 볼 수 있다.

그림 3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 별 기업들의 도입 현황 (출처: Rightscale)
그림 3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 별 기업들의 도입 현황 (출처: Rightscale)

기업시장에서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비즈니스에서의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을 꾀하고 있으며 이런 마이크로소프트의 의지는 최근의 행보에서도 엿볼 수 있다.

BYOL(Bring Your Own License)은 그만, 애저로 오라!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애저 전용 호스트(Azure Dedicated Host) 서비스(프리뷰)를 발표했다. 이는 애저 내에서 전용 물리서버를 제공하고 이 위에서 윈도 혹은 리눅스 가상머신(VM)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서버에 대한 가시성 및 제어권을 기업 담당에게 직접 부여함으로써 회사의 컴플라이언스나 제반 관련 규정을 철저히 준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기본 취지이다.

만일 소프트웨어 보증을 포함하는 온-프레미스용 윈도우서버 및 SQL 서버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면, 애저 하이브리드 베니핏(Azure Hybrid Benefit) 프로그램을 확장 적용하여 온-프레미스 라이선스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이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면 별도의 라이선스 비용 없이 애저에서 전용 마이크로소프트 제품군을 활용할 수 있다. 애저 서비스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에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강조하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애저 전용 호스트 서비스를 발표함과 동시에 클라우드에서의 전용 호스트 서비스에 적용되는 라이선스 정책 변경을 발표했다. 변경 전 라이선스 정책에 의하면 특정 기업이 가지고 있던 온-프레미스 라이선스를 자사가 직접 운영하는 서버뿐만 아니라 아웃소싱을 통한 서버 운영 시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아웃소싱’의 범위를 어디까지 정의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생기게 되었다. AWS나 구글 클라우드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전용 서버를 사용할 경우 아웃소싱 범주에 포함시킬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논란이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는 특정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런 아웃소싱 범주에서 제외시켰다. 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AWS 및 AWS에서 실행되는 VMware), 구글, 알리바바가 여기에 해당된다. 2019년 10월 1일부터 이들 서비스에 있는 전용 서버(호스트)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사용하려면 소프트웨어 보증 및 이동성 권한(Software Assurance and Mobility Rights)을 구매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와 혁신, 그 중심에 있는 애저
마이크로소프트의 변화와 혁신, 그 중심에 있는 애저

그동안 클라우드 전용 서버에서는 기존 가지고 있던 기업용 벌크 라이선스를 가져와 마이크로소프트 제품(BYOL: Bring Your Own License)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는 아마존, 구글 등 마이크로소프트 경쟁사 클라우드 서비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전용 호스트 서비스를 시작함과 동시 라이선스 정책을 바꾼 것이다. 새로운 라이선스 정책이 적용될 경우 퍼블릭 클라우드 내 전용 서버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많이 활용하는 기업들의 경우 비용이 꽤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예측이다.

만일 스케일 확장을 위해 클라우드에서의 전용서버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피하거나 아니면 비용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애저 전용 호스트 서비스를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을 사용할 경우 애저 하이브리드 베니핏(Azure Hybrid Benefit) 프로그램이 적용될 수 있는 애저 전용호스트 서비스가 확실히 차별 점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새로운 라이선스 정책은 경쟁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으로부터 부정적인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점차 멀티클라우드 적용이 확대되고 있는 현상까지 감안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제품의 시장 지배력을 발판으로 애저 기업고객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시각도 매우 타당하다. 물론, 신규 라이선스 구매를 통한 매출 증대효과도 가능하나, 이 보다는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일 것이다.

적과의 동침도 OK – 오라클과의 파트너십

지난 6월 마이크로소프트와 오라클은 애저와 오라클 클라우드와의 상호 호환을 위한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이 파트너십으로 인해 애저 및 오라클 고객의 워크로드를 필요에 따라 각각의 서비스를 통해 분산 실행시킬 수 있게 된다. 즉, 애저 기업 고객의 경우 오라클의 오토너머스 데이터베이스(Autonomous Database)를 사용할 수 있고, 또한 오라클 클라우드 고객의 경우 애저에서 제공되는 데이터 분석 및 인공지능 등 애저에서 강한 서비스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기업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최강자인 오라클의 클라우드 시장 확대에 따른 위기감은 매우 크다. 후발주자로서 기존 기업시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를 위해 역시 기업시장에서의 전통 강자 이면서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애저와의 협력은 꽤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도 기업 시장을 통한 클라우드 시장 확대를 위해 오라클은 매력적인 고객군을 확보하고 있는 파트너다. 오라클 클라우드는 데이터베이스뿐만 아니라 세일즈, 서비스, 마케팅, HR, 회계/파이낸스, 공급망(supply chain), 그리고 제조업을 위한 거의 완전한 소프트웨어 군을 가지고 있다. 애저 서비스와 이들 기업용 소프트웨어 군이 만나면 완벽한 기업용 클라우드 서비스로서 위용을 갖출 수 있다.

물론 AWS나 구글 클라우드와 같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에 오라클 제품군이 제공되기는 하지만, 전용 호스트를 사용하는 경우 복잡한 라인선스 이동 정책 혹은 비싼 라이선스 비용들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만일 애저와 오라클 클라우드의 물리적인 네트워크 호환성뿐만 아니라 서비스 호환성까지 완벽하게 담보되면, 오라클에서 제공되는 기업용 스위트(Suite)를 활용하는 고객들의 경우 애저를 통한 자연스런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Migration: 데이터의 전환이나 이행 등)도 가능해 진다.

한편 두 회사 모두 온-프레미스 컴퓨팅에서 오랫동안 시장지배적인 기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컴퓨팅에서의 경쟁력 제고도 본 파트너십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주요 목적이라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랜 베스트셀러인 오피스 제품군, 그리고 거의 사실상 표준에 가까운 데이터베이스, 특히 보안 및 안정된 유지보수를 강조하는 기업용 시장에서의 오라클의 영향력을 간과할 수 없다. 하이브리드 컴퓨팅에 중요한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퍼블릭 클라우드간의 자연스러운 워크로드 호환을 위해서도 기업의 주요 IT 솔루션을 구성하는 양사의 제품이 서로 호환되는 클라우드에서 실행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강점이 아닐 수 없다.

애저와 오라클 클라우드의 결합은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피할 수 없는 구글의 도전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아직 마이크로소프트에 한참 뒤처져있다. 둘 다 아마존과 비교하면 똑같은 후발주자이지만, ‘돈 되는’ 기업시장에서 기존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지고 있던 시장 지배력이 아직 유효한 것도 애저가 구글 클라우드보다 앞서갈 수 있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최근 시너지 리서치 그룹의 조사 결과를 보면 2019년 2분기 클라우드 시장은 여전히 아마존이 33%로 앞서 있고, 그 뒤를 마이크로소프트가 16%로 뒤를 잇고 있으며, 구글은 8%의 점유율로 세 번째를 달리고 있다.5)

구글은 오라클의 주요 경영진이었던 토마스 쿠리안(Thomas Kurian)을 2018년 말 클라우드 사업의 수장으로 임명하며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확장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기 시작했다. 최근 토마스 쿠리안은 앞으로 5년 안에 마이크로소프트를 재치고 클라우드 비즈니스에서 2위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자신의 팀에게 밝혔다고 한다. 기업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세일즈 팀을 대폭 확충하고 있다고도 전해진다.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1/10 정도인 세일즈 팀을 2년 안에 절반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물론 기업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 온 다수의 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구글의 기업 고객 확충에 포함되어 있는 주요 전략이다. 기업 시장에서의 고객 확보를 클라우드 시장 2위 쟁취를 위한 가장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구글 클라우드

애저와 AWS의 시장 점유율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는 있지만, AWS는 여전히 넘어서기 어려운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한편, 최근 클라우드 시장 성장은 기업 클라우드 시장 확대가 견인하고 있다. 빅3를 포함한 모든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가 기업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을 포함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티아 나델라의 리더십과 함께 개방과 공유정책을 기반으로 다른 전통적인 IT 대기업보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만들어 가고 있다. 애저 서비스는 이런 변화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로 자리 잡았다. 최근 애저 전용 호스트 서비스 출시, 그리고 이와 동시에 관련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정책의 변경을 통해 기업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기존 마이크로소프트 제품군에 길들여진 기업의 경우 새로운 라이선스 정책에 의해 AWS나 구글 클라우드에서 애저 클라우드로 갈아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정책은 어쩌면 사티아 나델라가 추구했던 공유·개방 정책과는 다소 배치될지도 모른다. 오라클과도 손을 잡았다. 최근 이 두 가지 행보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서비스 시작 확대를 향한 확고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한동안 AWS가 시장 리더의 지위를 유지하겠지만 애저가 이 간극을 얼마나 좁혀갈 수 있는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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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클라우드스토어 씨앗 이슈리포트에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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