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정원감시네트워트(이하 ‘국감넷’) 활동가들은 국회법 제54조의2(정보위원회에 대한 회의 ‘비공개’ 특례) 제1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국감넷이 제기한 헌법소원의 이모저모를 쟁점과 키워드로 정리해보자.
1. 특칙과 원칙
“정보위원회의의 회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 (국회법 제54조의2 제1항)
정보위원회는 국정원에 대한 관리감독를 주된 업무로 하는 국회의 상임위원회다. 그리고 그 회의 내용은 ‘원칙적으로’ 비공개다.
“국회의 회의는 공개한다.” (헌법 제50조 제1항)
우리 헌법은 국회의 모든 회의에 관해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의사공개의 원칙). 그러니 정보위원회의 회의를 비공개로 하는 위 국회법은 헌법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규정한 특칙이다.
왜 정보위원회의 회의만 ‘비공개 원칙’일까. 상식적으로 넉넉히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정보위원회에서 다루는 내용이 국가기밀인 경우가 많다고 예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예외의 예외
헌법의 원칙은 국회의 회의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다만, 헌법은 여기에 예외를 규정한다.
“다만,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거나 의장이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헌법 제50조 제1항)
그래서 한번 질문해야 한다. 명백하게 국가기밀에 속하지 않은 회의 내용은 당연히(!) 공개해야 하지 않느냐고. 그렇지 않고, 무조건 정보위원회의 회의를 원칙적으로 비공개하는 건 헌법에 반하는 것이 아니냐고. ‘그러니까 내 말이’. 바로 국감넷이 헌법소원을 한 이유다.
3. 왜 국감넷은 헌법소원을 했을까
국감넷은 지난 11월 22일 정보위 국정원법 개정 법률안 법안심사를 모니터하기 위해 11월 26일 예정된 국회 정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방청을 신청했다. 하지만 정보위는 11월 23일 국회법 제54조의2 규정을 들어 방청불가를 통지했다. 이에 국감넷은 국회법상 정보위원회 특칙(제54조의2)에 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질문은 두 개다.
1) 국회의원의 국정원법 개정 법률안 논의가 ‘국가기밀’인가. 이를 숨겨야 할 이유가 있는가.
답은 ‘아니요.’. 국정원 개혁을 위한 새로운 법안 마련을 위해 국회의원들이 회의를 한다. 그런데 이를 비공개해야 한다고? 왜? 국정원 개혁은 국민적인 관심사이고, 당연히 투명하게 그 논의가 공유되어야 마땅하다. 그 논의를 진행함에 있어 국가기밀이 유출될 위험이나 공공에 위해가 발생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그 회의가 공개되지 않음으로써 국민이 마땅히 알아야 할 ‘국정원 개혁’에 관한 알권리를 충족할 수 없고, 국정권 개혁에 관한 공공의 관심이 축소함으로써 잠재적으로 공동체에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 정보위 의원들, 국정원 개혁 제대로 논의할 수나 있을까
국정원 개혁은 국민적 관심사다.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필요불가결한 과정이다. 국정원은 지난 정권에서도 대선 개입 사건,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민간인 사찰 사건으로 ‘악명’을 떨쳤다. 촛불혁명의 시대정신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국정원 개혁을 약속했고, 국회는 여야를 불문하고, 이런 시대정신을 새로운 법으로 실현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그런데 국정원 개혁 논의는 ‘골방’에서 우리끼만 알음알음 진행하겠다고? 국감넷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유는 앞서 설명한 바다. 다시 강조한다. 국정원 개혁을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최종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주체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민이다. 그런데 그 논의를 골방에서 ‘지들끼리만’ 진행하겠다? 회의 내용은 국회법상 공개할 수 없다? 헌법에 반한다.
더욱이 정보위원회는 ‘겸임’이 가능한 상임위원회다. 그러니 정보위에 속한 위원들은 다른 상임위에서도 일한다. 당연히 업무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정보위원회 회의에는 보좌관도 참석할 수 없다. 겸임이 가능한 상임위인 것도 모자라서 국회의원들끼리만, 보좌관의 조력 없이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 안 그래도 일 못하는 걸로 유명한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역량이다. 더욱 제대로 된 국정원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
4. 그래서? 국정원 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
헌법소원에 원고로 참여한 오병일 진보넷 활동가에게 물었다.
“국정원의 모든 회의를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다. 국정원법 개정 논의는 국가기밀이 아니다. 국가기밀은 정보위원회 특칙이 아니라더라도 얼마든지 예외적으로 비공개할 수 있다. 지금은 보좌관도 회의에 못들어간다. 국회의원들끼리 논의한다. 국정원에 대한 국회의 감독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 이전에 국회에 대한 국민의 감시 기능을 확보하는 것은 기본이다.” (오병일 )
오병일 활동가는 “현재 국정원 개혁과 더불어 국정원을 감독하는 국회의 역량을 높이고, 국민의 알권리와 정보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개혁을 위해선 새로운 법안이 필요하고, 그 법안이 제대로 마련되기 위해선 국민의 알권리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끝으로, 위헌 판결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아무도 모르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오 활동가는 말했다. 국민의 당연한 알권리가 몇 년 동안 미뤄질 이유는 없다.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제대로 된 판결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