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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분노는 사람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불의에 대한 것,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 없이 어떻게 정의를 바로 세우겠느냐”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2017. 2. 21. 용산우체국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인용 출처: 연합뉴스)

’17년 2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에 대해 “분노가 담겨있지 않다”고 말하자, 안희정 지사는 “지도자의 분노는 그 단어만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피바람이 난다”고 말했다. 위에 옮긴 문재인 대표의 ‘대답’은 그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독자의 기억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17년 연초부터 엄청난 화제가 됐던 안희정 지사의 이른바 ‘선의’ 발언 중 일부를 다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그 누구라도 할지라도 그 사람의 의지를 선한 의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랬을 때 이명박 대통령도 747 잘해보고 싶었겠죠. 그래 가지고 그분이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현대건설 사장님답게 24조 원 돈을 동원해서 국민이 아무리 반대해도 국민을 위해서 4대강에 확 집어넣는 것입니다. (웃음) 선한 의지로 받아들이자고요. (웃음)

(…중략…)

저는 이것이 21세기의 신 지성사의 출발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청중 박수)” (안희정, 2017. 2. 19. 부산대학교 즉문즉답 행사에서, 아래 동영상 2:10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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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신 지성사?

이게 벌써(혹은 불과) 11개월 전 일이다. 안 지사와 문 당시 대표 사이의 ‘언쟁’은 있을 수 있는 언쟁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평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안희정 지사의 ‘선한 의지’를 믿고 싶기 때문이다(조롱조 말장난 아니다, 말 그대로다). 다만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

21세기 신 지성사?
진심이세요?

난 그냥 웃었다. 근대국가의 기본 조건인 민족국가도 구성하지 못한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이다. 그 분단 모순은 20세기 내내 그리고 21세기를 넘어서까지 ‘빨갱이’ 컴플렉스로 우리의 정치사를 뒤흔들었다. 광복 뒤엔 일본 제국주의를 제대로 청산하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경제 정의를, 분배 정의를 실현한 적도 없다. 사회는 점점 더 양극화하고, 박근혜-최순실 일당에 의해 나라는 ‘개판 3초 전’이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 말이. 20세기 모순도 극복하지 못한 나라에서 무슨 21세기 신 지성사? 하느님이 보우하사, 겨우 겨우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꺼져가는 나라를 다시 밝혔다. 우리는 자랑스럽게 그 촛불을 ‘혁명’이라고 부른다. 그게 불과 13개월 전이다. 무슨 옛날 이야기 같나. 이제 좋은 시절 와서 옛날 이야기 하면서 서로서로 교양 있게 통합하고, 훈훈해하면 되는 것 같나. 언감생심이다.

'이명박근혜'로 총칭되는 역사적 반동과 민주주의의 후퇴를 겪었지만, 그래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거대한 흐름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 2016년 11월 12일 13일 새벽 (사진: 민노씨)
‘이명박근혜’로 총칭되는 역사적 반동과 민주주의의 후퇴를 겪었지만, 그래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거대한 흐름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박근혜 하야 촛불집회 2016년 11월 12일 13일 새벽 (사진: 민노씨)

각설하고, 11개월 전 일을(그리고 13개월 전 일을) 다시 회상하는 이유는 뉴스를 조금이라도 접한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예상했겠지만, 이명박의 ‘정치보복’ 운운한 성명 발표와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 때문이다.

문재인, 오늘, 다시 분노하다

오늘(1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 ‘분노’를 말했다. 어제 있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 발언에 대한 대답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어제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적폐청산 검찰 수사에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보수를 궤멸시킨 정치공작이나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 저와 함께 일했던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공직자들에 대한 최근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한 것이 분명하다.” (이명박, 2018. 1. 17. 서울 삼성동 사무실, 재인용 출처: 한겨레)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망언’에 문재인 대통령은 ‘분노’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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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前 대통령 성명에 대한 입장 2018-01-18

▲ 박수현 대변인 :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박 前 대통령이 노무현 前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 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명박 前 대통령이 마치 청와대가 정치 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을 한 것에 대해, “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역임하신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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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분노하라! 

혁명이라며. 촛불’혁명’이라며. 안희정 지사가 아는 혁명과 내가 아는 혁명이 서로 다른 혁명인지는 모르겠지만, 혁명은 뼈와 피를 재료로 한다. 뼈를 부수고, 피를 뿌린다. 그렇게 구 체제와 모순을 박살낸다. 그 모순의 뿌리까지 불사른다. 그게 혁명이다. 그게 혁명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창설적 폭력’, ‘창건적 폭력’이다. 혁명은 무슨 고상하게 ‘통합’하고, ’21세기 신 지성사’ 운운하는 게 아니다. 그건 필연적으로 ‘복수’와 ‘폭력’을 수반한다. 그게 혁명의 본질이다.

다만 우리의 촛불혁명은 ‘명예’혁명이다. 그래서 짧게는 촛불혁명이라고 부르지만, 또 동시에 촛불’명예’혁명이라고 부른다. 그 ‘명예’라는 말은 우리가 수행한 혁명이 명예스럽다는 것을 강조하는 표현이 아니라(그것은 물론이지만), 우리의 혁명이 ‘피 대신 법으로 복수하라’고 우리가 새롭게 창설한 권력에 명령했다는 의미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는 광화문 한복판에서 박근혜 일당을 공개처형하는 방법 대신에 구 체제의 모순과 폐악을 상징하는 박근혜 일당을 구속하고, 법정에 세우며,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서, 그 신 권력에 ‘법’을 통한 혁명의 완수를 위임한 것이다.

청와대
청와대

그러니까 내 질문은 이렇다. 촛불혁명이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완성됐다고 보는 건지. 정말 그런 건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순진하다기보다는 멍청하다. 그렇게 완성되는 혁명은 어디에도, 어느 시절에도 없었다. 박근혜 탄핵과 구속,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당선은 촛불혁명의 첫 단추에 불과하다. 그러니 적폐청산은 촛불(명예)혁명의 주체인 국민이 새롭게 선출한 대통령 문재인에게 부여한 ‘첫 번째 명령’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를 ‘정치보복’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이것은 정치보복이다. 다만, 서로 당파를 달리하는 정권과 정권 사이의 ‘사사로운’ 정치보복이 아니다.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구 체제, 반혁명세력, 그 모순을 박살내고, 불사르려는 혁명주체가 자신이 세운 권력에 명령한 정치보복이다. 그러니 국민이 명령한 정치보복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 대통령의) “역린 건드렸나” 따위의 기사 제목은 문재인 대통령의 언명이 지니는 정치성과 역사성을, 마치 조선시대 왕의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된 것처럼, 축소하고, 왜곡한다.

지금 누가 혁명 주체의 ‘정당한 복수’를 개인화하는가.
누가 왜 정당한 복수의 방향을 바꾸고 왜곡하는가.
왜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가 그 개인의 것인가.

작년 겨울 촛불을 들었던 그 마음과 똑같은 마음으로, 나는 문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당당히 명령한다.

‘더 분노하라. 그리고 혁명을 완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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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옛날 기사였구나.
    이제는 분노보단 남은 여생 행복하시기만 바랄뿐…
    정치는 민주주의에서 국민들이 서로 싸우기도하고 협력하기도 하면서 잘 성장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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