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게이트’는 4개월 넘게 대한민국을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프롤로그로 이해된다. 정운호→홍만표→우병우→박근혜·최순실의 연결 고리가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너무 강력한 나머지, ‘정운호 게이트’는 어느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업인이 전관 출신 변호사들에게 거액의 돈을 안겨주며, 비정상적으로 이익을 추구하거나 보석·집행유예를 얻어내 구치소 석방을 노렸다. 비상식적이다.
제1심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정운호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돼 재판을 받은 사람들은 총 17명이다. 이중 14명은 구속 기소됐고, 3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불구속 기소자 3명 중 2명은 법정 구속됐으며, 2명 중 1명은 형기를 마치고 석방됐다. 구속 기소된 사람 중 1명은 집행유예가 확정돼 석방됐다. 정리하면, 17명 중 13명은 여전히 구치소 수감 중이다.
연루자들의 제1심 일정은 지난 1월 20일이 돼서야 끝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제 첫 관문을 넘었다는 뜻이다. 연루자 대부분은 항소를 제기했다.
정운호 게이트의 축은 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정운호 전 네이처 리퍼블릭 대표의 각종 청탁·로비 정황에 연루된 사람들이고, 두 번째는 금융 다단계 업체 이숨투자자문·리치파트너의 실질적 소유자 송창수 전 대표와 관련된 청탁·로비 정황에 연루된 사람들이다. (이하 호칭 생략)
정운호와 송창수는 구치소에서 알게 됐다. 송창수가 106억 원대의 피해를 남긴 인베스트컴퍼니 사건에서 최유정 변호사로 인해 집행유예를 얻어내는 것을 본 정운호가 송창수에게 소개시켜 줄 것을 졸라 두 사람의 사건은 최유정·이동찬 콤비를 축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연루된 사람이 17명으로 불어난 것이다. 하지만 “홍만표·최유정 변호사 등을 통해 검찰에도 로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연이어 제기됐음에도, 기소 내용은 판사 로비 의혹에만 한정됐다는 점에서 여전한 한계를 갖는다.
연루자 17명의 제1심 결과
17명은 제1심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왔다. 이중 내가 기일마다 재판을 모두 방청했던 피고인은 정운호·최유정·이동찬·홍만표·김수천·성형외과 의사 이 씨·구 모 경정이며, 여건상 일부만 방청했던 피고인들은 신영자·이민희다.
[정운호 관련 연루자들]
1. 정운호 ⇒ 징역 5년
네이처 리퍼블릭과 자회사 SK월드에서 총 108억 원을 횡령했고, 자회사 세계홀딩스의 자금 35억 원을 호텔 라미르에 빌려준 뒤 변제 명목으로 받은 호텔 2개 층의 전세권을 개인 명의로 받은 배임 혐의가 적용됐다.
김수천 인천지법 부장판사와 6급 검찰 수사관 김 모 씨에게 각각 뇌물을 준 혐의와 한때 사업 동업자였던 심 모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 위증을 한 혐의도 적용됐다. 따라서 적용 혐의는 횡령·배임·뇌물공여·위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는 1월 13일에 징역 5년 형을 선고했다. 정운호와 검찰은 모두 항소를 제기해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2. 최유정 ⇒ 징역 6년 추징금 45억 원
정운호와 송창수에게 “재판부에 로비해 석방되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총액 100억 원대의 부당한 수임료를 받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 65억 원의 수임료 신고를 누락해 6억 7천만 원의 세금을 내지 않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1월 5일 징역 6년 형에 추징금 45억 원을 선고했다. 최 변호사와 검찰은 모두 항소를 제기해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3. 이동찬 ⇒ 징역 8년 추징금 26억 원
법조 브로커로서, 최유정 변호사의 로비 파트너였다. 송창수 관련 로비에 직접 움직인 정황이 있으며, 정운호가 최 변호사를 폭행하자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1월 5일 징역 8년 형과 추징금 26억 3,4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동찬과 검찰은 모두 항소를 제기해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4. 홍만표 ⇒ 징역 3년 추징금 5억 원
정운호의 상습도박 혐의와 관련해 불기소를 조건으로 “검찰에 로비한다”는 명목, 정운호의 지하철 역사 내 매장 사업 ‘명품브랜드’에 대해 이명박 정부 핵심 구성원에게 로비한다는 명목으로 총액 최소 6억 원의 돈을 받아 변호사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구속 기소됐다.
이외에도 각종 몰래 변론 등을 거쳐 34억 5천만 원의 수임료 신고를 누락해 15억 5,314만 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조세포탈 혐의도 적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도형)는 2016년 12월 9일, 징역 3년 형에 추징금 5억 원을 선고했다. 조세포탈 혐의 중 일부 액수는 감액돼 13억 원대의 조세포탈만 인정됐다. 홍 변호사와 검찰은 모두 항소를 제기해 서울고등법원에서 2월 15일에 항소심 첫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5. 신영자 ⇒ 징역 3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이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다. 정운호와 모 초밥업체 사장으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현금·수익금 일부를 받았고, 가족기업 bnf통상에서 딸 3명이 근무를 하지 않았음에도 명목상 이사와 감사로 등재돼 총액 35억 원의 급여를 받았다.
적용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업무상 횡령·배임수재 등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1월 19일 징역 3년 형에 추징금 14억 1,400만 원이 선고됐다. 브로커 한 모 씨와 딸이 받았던 뇌물 성격의 돈 등 일부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신영자와 검찰은 모두 항소를 제기해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6. 김수천 ⇒ 징역 7년
인천지법 지적재산권 전담 부장판사로서, 정운호의 레인지로버 차량을 싸게 구입한 뒤 대금을 돌려받거나 현금을 받는 등 총액 1억 7천만 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적용됐다.
이에 따라 네이처 리퍼블릭의 상품 수딩젤의 가짜를 생산·유통한 업자 3명의 형사재판에서 유리한 판결을 해주거나, 정운호의 사업상 민사소송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1월 13일 김수천에게 징역 7년 형·벌금 2억 원·추징금 1억 3,100만 원·레인지로버 차량의 몰수를 선고했다. 김수천과 검찰은 모두 항소를 제기해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7. 이민희 ⇒ 징역 4년
법조 브로커로서, 명품브랜드 사업과 관련돼 로비 명목으로 9억 원을 받았고, “홍만표 변호사를 소개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의뢰인에게 1천만 원을 받았다.
특수장비차량 납품 업체로부터 “군과 경찰에 납품하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았으며, 유명 가수의 동생에게 3억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가 있다. 적용된 법률은 변호사법 위반·뇌물공여·사기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월 5일 징역 4년 형·추징금 9억 5,277만 원·피해보상금 3억 6,640만 원을 선고했다. 이민희와 검찰은 모두 항소를 제기해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8. 한영철 ⇒ 징역 1년 6월
‘롯데면세점 내 매장 위치 변경’과 ‘군 PX 납품’과 관련해 정운호로부터 총액 1억 원을 받는 등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2016년 10월 27일, 징역 1년 6개월 형에 추징금 1억 원을 선고했다. 한영철과 검찰은 모두 항소를 제기해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9. 성형외과 의사 이 모 ⇒ 징역 1년 3월
강남에서 성형외과 의사로 일하면서, 정운호와 친분을 매개로 정운호와 관련된 각종 로비 정황에 두루 연루돼 있다. 검찰은 정운호로부터 돈을 받아 김수천에게 돈을 전달하며 사건을 청탁한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도형)는 2016년 12월 2일 징역 1년 3개월 형에 추징금 9천만 원을 선고했다. 이 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를 제기해 서울고등법원에서 3월에 항소심 첫 공판 일정이 예정돼 있다.
10. 이효욱 ⇒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확정)
신영자의 가족기업 bnf통상의 대표이사로서, 검찰의 압수수색 전 서버와 하드디스크 내 자료를 모두 삭제함에 따라 증거인멸죄로 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황기선 부장판사는 2016년 8월 19일, 징역 1년 형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효욱과 쌍방은 모두 항소하지 않아, 제1심 결과대로 확정됐다.
11. 고 모 변호사 ⇒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확정)
네이처 리퍼블릭의 고문 변호사로서, 구치소에 있던 정운호를 대신해 홍만표와 접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정운호와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정운호는 “민사소송 합의금 명목의 돈 2억 4,700만 원 중 7,500만 원을 개인적 용도로 썼다”며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고 변호사를 불구속 기소했고,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엄철 판사는 2016년 5월 11일 징역 8월형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4부(부장판사 김종문)는 2016년 7월 14일 징역 8월형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대법원도 항소심의 형을 확정했다.
12. 검찰 7급 수사관 김 모 ⇒ 징역 8년
정운호의 ‘명품브랜드’ 사업 관련 고소 사건에서 청탁을 들어준다는 명목으로, 정운호로부터 총액 2억 5,500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 또, 다른 의뢰인에게도 4억 6,500만 원을 무이자로 빌림에 따라 이자 3천만 원이 뇌물로 간주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죄가 적용돼 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016년 12월 16일 김 씨에게 징역 8년 형·벌금 2억 6천만 원·추징금 2억 6,130만 원을 선고했다. 김 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를 제기해 서울고등법원에서 2월 10일 첫 공판이 진행된다.
13. 검찰 6급 수사관 김 모 ⇒ 징역 1년 6월
정운호의 원정도박 사건 관련해 청탁을 명목으로 1천만 원을 받았다. 법조 브로커 이민희로부터도 편의 제공을 목적으로 2,650만 원의 뇌물을 받아 뇌물수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죄가 적용돼 구속 기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016년 12월 23일 김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형·벌금 1,700만 원·추징금 2,650만 원을 선고했다. 공소사실 중 이민희를 거쳐 받은 돈 2,650만 원 중 1천만 원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씨와 검찰은 모두 항소를 제기해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14. 정운호의 사업 동업자 김 모 ⇒ 징역 2년
정운호의 명품브랜드 사업 동업자로서, 단독입찰업체 삼성씨앤씨의 인수자금의 계약금+중도금으로 받은 140억 원 중 20억 원을 횡령하면서, 정운호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2014년 9월 29일 김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2016년 2월 17일 징역 2년 형을 선고했지만, 합의를 이유로 구속은 피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이광만)가 2016년 11월 18일 징역 2년 형을 유지하면서 김 씨를 법정 구속했고, 대법원도 1월 20일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15. 정운호의 거래 상대 김 모
명품브랜드 사업의 단독입찰업체 삼성씨앤씨의 실질적 소유주로서, 120억 원을 받고 정운호에게 삼성씨앤씨를 매각했다. 하지만 “삼성씨앤씨가 허위 입찰 서류를 냈다”는 사실이 정운호의 업체 인수 후 알려짐에 따라, 정운호는 김 씨를 고소했다.
김 씨는 2회에 걸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조세포탈·상법상 가장납입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았지만, 2회의 재판에서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정운호 게이트에 이름을 올린 사람 중 유일하게 단 한 번도 수감 생활을 하지 않은 사람이다.
[송창수 관련 연루자들]
최유정·이동찬의 송창수 관련 로비로 인해 2명의 현직 경찰관들이 구속 기소됐다. 송창수의 형사재판과 관련해 최유정·이동찬이 판사에게도 로비를 했다는 의혹은 재판에서도 자세히 다뤄졌지만, 검찰은 그들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않았다.
참고로, 정운호의 원정도박 항소심을 맡았던 임 모 부장판사도 브로커 이민희와 식사를 하거나 최유정 변호사가 당시 변론을 맡아 국회 법제사법위 국정감사에서도 이름이 거론됐던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은 임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기소도, 언급도 하지 않았다.
16. 구 모 경정 ⇒ 징역 5년
이동찬으로부터 13회에 걸쳐 총액 1억 1천만 원을 받고 송창수의 사건을 비롯해 각종 청탁을 들어준 혐의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죄가 적용돼 구속 기소됐다.
구 경정은 2015년 4월부터 8월까지 송창수의 리치파트너 사건(1,100억 원대의 피해를 입힌 금융 다단계 사건)과 관련해 “불법 유사수신 혐의로 기소하라”는 검찰의 수사혐의에도 불구하고, 그보다 처벌이 가벼운 미인가 금융업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만 적용해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최유정·이동찬이 다룬 4개 사건에 대한 청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동찬이 ‘정운호의 최유정 폭행’을 고소하는 과정에도 개입해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2017년 1월 20일 징역 5년 형과 벌금 1억 원·추징금 8,900만 원을 선고했다. 구 경정과 검찰은 모두 항소를 제기해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될 예정이다.
17. 김 모 경위 ⇒ 징역 2년 6월
이동찬을 거쳐 송창수의 돈 4천만 원 상당의 현금과 골프채 등을 받았다. 김 경위가 받은 청탁의 내용은 “송창수의 운전기사 김 모 씨가 피해자들을 돕고 있으니, 김 모 씨를 골프채를 훔쳐간 절도죄로 고소하려고 하니 도와 달라”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는 2016년 9월 22일 그에게 징역 2년 6개월 형과 벌금 4,200만 원 및 추징금 3,850만 원을 선고했다. 김 경위와 검찰은 모두 항소를 제기해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첫 댓글
댓글이 닫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