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병신년이 가고 새로운 2017년이다. 같은 겨울이지만, 12월의 느낌과 1월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크리스마스의 빨강과 초록
만약 12월을 색깔로 꼽아본다면 어떨까? 소복하게 쌓인 눈을 닮은 흰색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12월보단 1~2월에 눈이 더 많이 내리니 흰색은 1~2월에 양보해주자. 12월은 아마도 크리스마스의 상징인 빨간색과 초록색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산타클로스의 복장에서 연상되는 빨간색과 크리스마스트리의 바로 그 초록색 말이다.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생일’이다. 물론 지금은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선물을 주고받으며 가족 간의 사랑을 나누는 의미가 더 커졌지만 본래 시작은 기독교였다. 그렇기에 기독교적으로 풀이하자면 크리스마스의 빨간 색은 인간을 위해 희생한 예수의 보혈을 상징하는, 꽤 종교적인 색상이다. 물론 많은 사람은 산타클로스를 더 먼저 떠올릴 테고, 이쪽이 더 익숙할 것이다.
초록색은 예전부터 어둡고 긴 겨울을 밝히기 위한 도구로 쓰여왔다. 크리스마스에 빠지면 섭섭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대표적이다. 트리 대부분은 소나무와 전나무를 모델로 하며, 이 나무들은 겨울에도 잎을 떨구지 않고 푸른 빛을 유지한다. 커다란 트리를 놓을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나뭇잎 장식 등으로 간단히 기분을 낼 수도 있다. 이런 것을 ‘리스 장식’이라고 한다.
미국의 색채 전문 기업인 팬톤(Pantone)에서 2016년 가을과 겨울에 패션업계에서 유행할 것으로 예측한 색상 열 가지 중에도 크리스마스트리와 흡사한 빛깔의 초록색이 포함되어있기도 했다. 이렇게 보니 겨울과 초록색은 제법 어울리는 한 쌍인 듯싶다.
그렇다면 2017년의 색상은?
팬톤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컬러(the color of the year)’를 알고 있는가? 올해의 컬러는 팬톤에서 매해 세계 트랜드와 여러 이슈를 종합해 선정하는 색상이다. 팬톤의 색채 전문가들은 사회와 경제적 이슈, 문화, 라이프 스타일 등 우리 사회의 여러 부문을 세심하게 분석하여 올해의 컬러를 결정한다. 이렇게 결정된 올해의 컬러는 전 세계적으로 디자인, 패션, 뷰티 등 여러 분야에 활용되니 그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앞서 소개한 ‘특정 계절에 특정 업계에서 유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색상’보다는 좀 더 상위 개념이다.
팬톤에서 2017년의 색상을 발표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초록색이다. 하지만 12월과 어울렸던 크리스마스트리의 강인한 초록색이 아니라 갓 피어나는 새싹의 기운을 닮은 초록색이라 그 느낌은 아주 다르다. 색상의 이름은 초록색 나뭇잎을 뜻하는 ‘그리너리(Greenery)’이다. 이런 계통의 초록색은 푸른 기운보다 노란 기운이 더 많아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여유로움, 휴식의 이미지가 고루 포함된 색상이기도 하다. 싱그럽다는 말도 절로 나온다.
‘그리너리’는 익숙지 않은데, 우리에게 익숙한 표현으로 바꾸면 연두색이다. 별 특별 할 것 없는, 이미 우리 곳곳에 널려있는 바로 그 색이다. 어쩌면 너무 흔해서 눈여겨보지 않았던 색상일지도 모른다.
그리너리는 새로이 다가올 봄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우리의 모습과도 곧잘 어울린다. 비록 달력 한 장을 더 넘기는 일에 불과할지라도 새로운 출발은 늘 설레게 마련이다.
새로운 해의 진짜 시작은 음력으로 설날이 지나고, 새 학기가 시작하며 새순이 트기 시작하는 3월일지도 모른다. 그때는 지금보다 그리너리가 더 어울리는 계절이 성큼 다가와 있을 터. 이 색상이 풍기는 분위기만큼 따뜻하고 싱그러운 일들만 가득한 2017년이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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