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마지막 주 좋은 기사 솎아보기
1. 공정인사가 아니라 저성과자 퇴출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 ‘공정인사’ 지침을 발표했다. 업무 능력 결여나 근무성적 결여를 이유로 한 저성과자 해고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성과연봉제도 추진 중이다. 성과를 내지 못한 노동자들은 해고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저성과자도 다 교육을 거쳐 재배치가 이루어지는 등 회사의 관리를 받은 후에야 해고가 가능하기에 ‘쉬운 해고’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KBS ‘추적60분’은 공정인사 지침과 저성과자 관리의 미래를 보여준다.
26년간 A 기업 재무팀에 근무하며 표창장까지 받으며 성실하게 일해 왔다는 김 씨는 하루아침에 퇴직 압박을 받았다. 스트레스로 입원까지 하게 된 그녀는 사내 역량향상교육 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교육시간과 과제의 분량은 상식을 넘어섰다. 그녀에 앞서 교육을 받은 강 씨, 그녀는 온종일 온라인 강의를 듣고 의학 원서를 번역했다. 강의 내용에 항의하던 그녀는 위탁업체의 교육을 받게 됐지만, 두 달 만에 사표를 냈다.
위탁업체는 저성과자 교육을 맡은 업체가 아니라 사실상 ‘사표를 대신 받아주는’ 업체들이다. 회사를 위해 저성과자가 사표를 낼 수밖에 없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교육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분 단위로 기록하고 성적 미달 시 경고장까지 발부하는, 사실상 ‘나가라’는 교육이었다. 사표도 아웃소싱으로 받는 세상이 왔다.
● KBS 추적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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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의학이 덮어버린 백남기 농민의 사인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던 백남기 농민이 지난 25일 사망했다. 경찰은 물대포에 맞아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영상이 만천하에 공개됐는데도 사망 원인을 밝히려고 부검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SBS의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그 빌미를 제공한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의 문제점을 짚었다.
백남기 씨 사망진단서에는 선행 사인이 외상성 뇌출혈, 중간선행사인은 급성신부전증, 직접적인 사인은 심폐기능 정지라고 기록돼 있다. 그리고 사망의 원인을 표기하는 칸의 세 가지 항목, 병사, 외인사, 기타 및 불상 중 ‘병사’ 항목에 체크했다.
신경외과 전문의이기도 한 조동찬 기자는 “선행 사인을 ‘외상성 뇌출혈’로 기록한 사망자에게 ‘병사’에 체크한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한다. 외상성 뇌출혈이란 말 그대로 외부의 충격(물대포)을 받아 다쳤다는 뜻인데, ‘병사’라는 표현과 모순된다는 것이다.
이런 진단은 서울대병원의 의무기록과도 어긋난다. 집도의는 백 씨의 오른쪽 두개골이 부러지면서 뇌혈관이 터졌고 출혈이 발생했다고, 즉 외상에 의해 다쳤다고 명시했다. 외부 요인이 의심되면 반드시 그 사실을 기록하도록 하고, 두개골 골절 등의 큰 상처가 있는 경우 병사 판정을 내려선 안 된다는 의사협회 지침과 어긋난다.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 진짜 의사가 양심에 따라 작성한 것이 맞을까?
● SBS 취재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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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문제는 홍보가 아닙니다
단식 농성 중이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박근혜의 대통령의 입’다운 발언을 했다. 이 대표는 28일 토론회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포함한 과거 정권들은 국정홍보처라는 것을 별도로 둬서 직원들을 몇백 명을 두고 예산을 몇천억을 써가면서 국정 홍보를 해왔다”며 “솔직히 말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3년 7개월에 대해서는요, 굉장히 과소평가된 게 많고 제대로 국민한테 알려지지 않은 게 많다. (박근혜 정부는) 홍보처 없이 지금 이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JTBC 뉴스룸 ‘팩트체크’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검증했다. 국정홍보 기획에 쓴 돈은 2000년 회계연도에 65억 원, 2002년에 117억 원이었다. 노무현 정부 들어 237억 원까지 늘었다 다시 줄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없어지기 전까지, 홍보처 직원은 194명에서 111명까지 줄었다. 이정현 대표의 과거 정부 관련 발언은 과장인 셈이다.
박근혜 정부가 홍보에 돈을 안 썼다는 말은 사실일까? 문체부가 지난해 국정홍보기획에 쓴 돈은 238억 원으로 홍보처 시절보다 많이 썼다. 정부가 진행한 광고비 집행내용은 2000년 1,257억 원으로 시작해서 계속 늘어나 지난해 5,779억 원을 기록했다. 아마 이정현 대표는 홍보가 부족해 사람들이 박근혜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것이라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문제는 홍보가 아니다.
● JTBC 뉴스룸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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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연구비는 많은데 자율성은 없다
‘한국엔 왜 노벨상이 안 나올까?’
이런 질문이 나올 때마다 정부는 지원을 늘린다. 그래서인지 한국 정부에서 과학자에게 주는 연구비 규모는 이제 세계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양보다 질이다. 동아사이언스가 과학의 기본, 창의력을 제한하는 연구비 지원의 실태를 짚었다.
동아사이언스가 국내 과학기술분야 연구자 10명을 인터뷰한 결과, 한국의 연구비 지원 구조는 덩치만 클 뿐 내실은 없는 기형적인 구조였다. 국립대 인건비와 정부출연연구기관 지원금 등을 제외하면 실제 풀뿌리 연구(일선 과학자들의 상향식 제안 과제)에 투입되는 예산은 2조~3조 원에 불과하기에 연구비를 받기 위한 경쟁은 대학입시보다 심하다. 심지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아닌 사람이 심사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연구 자율성 침해다. 과제당 1년에 1편 이상 국제학술논문을 발표하도록 종용하거나 발표 예정 논문을 자신들에게 ‘사전 검열’받도록 제도화하는 기관도 있다. 한 가지 연구 주제로 반복해서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없기에 장기적인 연구는 진행되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실패를 두려워하는 생계형 과학자를 만들어낸다.
동아사이언스는 노벨상 수상자 104명 연구비를 분석했다. 연구비를 외부에서 받았다고 기록한 88명의 노벨상 수상자 중 49명(55.7%)이 그랜트, 즉 연구자가 원하는 주제를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연구비를 받았다. 2015년까지 노벨상 수상자 중 가장 많은 수상자를 배출한 NIH는 전체 예산의 약 74%를 연구자들이 스스로 제안하는 상향식 제안 연구, 즉 ‘풀뿌리 연구’에 투자한다. 돈보다 더 중요한 건 자율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