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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예술 행사(카셀 도큐멘타와 비엔날레, 트리엔날레 등)를 개최하면서 전 세계 예술의 흐름을 주도하는 독일. 그중에서도 베를린은 다양한 문화가 모이는 광장으로 많은 예술가로부터 사랑받는 도시입니다.

앞으로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예술계 종사자를 만나 그들의 생각과 철학을 슬로우뉴스 독자와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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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사람들’ 아홉 번째 인터뷰로 베를린에서 대안공간(alternative space) SOMA ART GALLERY(이하 ‘소마 아트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나비나라 디렉터를 만나보았다. 동시대 미술의 중심지인 베를린에서 대안공간을 운영하게 된 계기와 소마 아트 갤러리에서 선보였던 전시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 일시: 2016년 3월 초
  • 장소: SOMA ART GALLEY
나비나라 디렉터 (사진: ⓒ 2016 by SOYOUNG LISA YI)
나비나라 디렉터 (사진: ⓒ 2016 by SOYOUNG LISA 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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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공간 운영 및 전시기획으로 바쁘실 텐데 오늘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베를린 사람들’ 연재 인터뷰를 통해 만난 분 중에서 베를린에서 대안 공간 운영하시는 분으로는 처음입니다. 오늘 인터뷰에서는 소마 아트 갤러리 공간과 작년부터 최근까지 진행하셨던 전시에 관한 내용을 중점으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첫 번째 질문을 시작으로 인터뷰를 본격적으로 진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소마 아트 갤러리를 운영하고 계시는데요, 우선 머나먼 독일까지 어떻게 오시게 되셨는지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인터뷰 잘 부탁드립니다. 우선 독일에서 머무른 지는 10년 정도 됐습니다. 베를린에 온 지는 7~8년 정도 됐고요. 본(Bonn)에 있는 학교[footnote]Alanis Hochschule fur Kunst und Gesellschaft[/footnote]에서 순수 미술(Freie Kunst) 공부를 마치고 베를린으로 왔습니다.

독일에 오기 전에는 한국 공영방송(KBS)에서 방송작가로 한동안 일했었어요. 한국에서 정신없이 일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쉴 새 없이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숨이 막히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에서 벗어나서 생활을 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리고서 한국에서 하던 일을 그만두고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어요. 아이러니하게도 일만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호주로 갔었는데, 호주에 가서도 비슷한 계통의 일을 결국에는 하게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오랜 시간 같은 일을 해오다 보니 그렇게 된 거 같아요.

호주에서 1년 동안 워킹홀리데이로 머무르면서 비디오저널리스트(VJ)로서 그곳의 소식들을 카메라에 담아서 방송국에 전달하는 일을 했었어요. 앞에서 언급했듯이, 방송국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온 경험이 축적되어있었기 때문에, 비디오저널리스트로서의 경험이 없었음에도 금방 활동을 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어요. 이뿐만 아니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해외통신원으로도 활동했었어요.

워킹홀리데이를 마치고 한국에 다시 들어가기 전에, 인도, 네팔 등.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어요. 특히 네팔에서는 6개월 정도 머무르면서 지냈어요. 네팔을 방문하는 여러 국적의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각자의 사는 이야기들도 주고받고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그리고 네팔에서 만난 독일인 친구와 이야기가 잘 맞아서 처음으로 독일에 두 달 정도 머물렀어요. 이후 한국에 잠시 돌아가서 방송작가로 다시 일하다가 독일에서의 좋은 기억들이 저를 한국에서 벗어나 이곳으로 향하게 한 것 같아요.

-방송작가, 비디오저널리스트(VJ) 그리고 해외 통신원으로 활동하시다가 퍼포먼스 아티스트로 활동을 시작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퍼포먼스 작업을 하시게 되셨는지?

사실 지금도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라는 그룹 안에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계속해서 작업하고 있어요. 갑자기 생뚱맞게 퍼포먼스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방송국에서 오랫동안 일 해오면서 영상, 사진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Digital Media)라는 매체를 자주 접할 수 있었고 이러한 경험들이 바탕이 되어서 뉴미디어 퍼포먼스(New Media Performance)라는 장르까지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 퍼포먼스 그룹 (사진: ⓒChristian Menekel)
오픈 스페이스(Open Space) 퍼포먼스 그룹 (사진: ⓒChristian Menekel)

-다양한 행보가 흥미롭습니다. 더욱이 베를린에서 소마 아트 갤러리 디렉터로서 공간 운영 및 전시 기획까지 폭넓게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어떠한 계기로 공간을 운영하게 되셨나요?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퍼포먼스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예술 계통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을 많이 알게 됐는데요. 이 친구들 뿐만이 아니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많은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보여줄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여줄 기회가 많이 없는 점이 아쉬웠어요. 이런 현상을 아쉬워하던 찰나, 운이 좋게도 공간 운영과 대중의 접근성에 적당한 공간을 소개받았어요. 제가 직접 공간을 운영하면서 작가들과 함께 사회 속에서 담론을 형성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SOMA ART GALLERY 로고 (이미지 제공: SOMA ART GALLERY)
SOMA ART GALLERY 로고 (이미지 제공: SOMA ART GALLERY)

베를린이 동시대 미술계의 이목이 쏠리는 곳이고 이에 따라 수많은 작가가 베를린에서 생활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실제로 지속해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지거나 작업을 하는 데에 있어서 국가 차원의 지원을 받는 작가들의 비중은 아주 적다고 생각해요. 이 소수의 작가 그룹 범위 밖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작가 중에서도 동시대적인 담론과 사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많아요. 그래서 소마 아트 갤러리를 기반으로 전시를 통해서 작가들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나아가 국제적인 교류까지 염두에 두며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소마 아트 갤러리에서 진행한 전시를 살펴보면, 퍼포먼스 장르를 주로 다루고 있더라고요. 소마 아트 갤러리라는 공간이 가지는 장르적 색깔인가요?

지금까지 퍼포먼스 작업을 중점적으로 선보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마 아트 갤러리가 퍼포먼스 장르만 다루거나 장르적 색깔로 정해놓은 건 아니에요. 다양한 장르를 다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Zierle and Carter, 'Internal Exile - Where is Home now?' (사진 제공: SOMA ART GALLERY)
Zierle and Carter, ‘Internal Exile – Where is Home now?’ (사진 제공: SOMA ART GALLERY)
오프닝 현장 사진 (사진 제공: SOMA ART GALLERY)
오프닝 현장 사진 (사진 제공: SOMA ART GALLERY)

-앞으로 다양한 장르의 전시가 기대됩니다. 그렇다면 소마 아트 갤러리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대안 공간(alternative space)이라는 이름으로 저희 갤러리를 정의하지만, 한편으로는 예술·사회 공간(art-social space)이 저희가 지향하는 바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지금까지 사회 속의 여러 가지 단면들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작가들과 함께 전시를 통해서 내비쳤듯이, 사회와 예술 간의 상호작용이 선보여지고 담론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SOMA ART GALLERY 내부 모습 (사진 제공: SOMA ART GALLERY)
SOMA ART GALLERY 내부 모습 (사진 제공: SOMA ART GALLERY)

-사회의 여러 단면에 대한 고민을 전시를 통해서 내비치신다고 하셨는데, 대표적인 전시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대표적으로는 작년부터 최근까지 진행해온 ‘DUOs’ 전시가 있습니다. 전시 타이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듀오로 활동하는 작가들을 초대해서 함께 전시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 들어와서 정보와 기술이 고도로 발전함에 따라 개인적인 생활의 영역이 확장되었지만, 동시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공동체 혹은 ‘함께’라는 의미의 가치가 옅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현상들이 확장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공동체의 가치에 관한 의문점을 ‘DUOs’ 전시를 통해서 드러내고자 했어요. 또한, 전시 진행 과정을 통해서 사회 안에서 개인과 타인이 어떻게 서로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 전시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RED BIND, 'Mother' (사진 제공: SOMA ART GALLERY)
RED BIND, ‘Mother’ (사진 제공: SOMA ART GALLERY)
Roland Walter & Melanie Widmann, Performance 'Space between Skin and Earth' (사진: 이정훈)
Roland Walter & Melanie Widmann, Performance ‘Space between Skin and Earth’ (사진: 이정훈)
Roland Walter & Melanie Widmann, Performance 'Space between Skin and Earth' (사진: 이정훈)
Roland Walter & Melanie Widmann, Performance ‘Space between Skin and Earth’ (사진: 이정훈)-

-‘DUOs’ 전시 기획을 통해서 특정 주제를 담론화하는 작업 뿐만이 아니라, 베를린에서 다른 기관들과 협업도 해오고 계시는데요. 대표적으로 작년 KW Institute for Contemporary Art (이하 KW)에서 개최한 ONE NIGHT STAND #6에 rosalux와 소마 갤러리가 초청된 사례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웟 나잇 스탠드'(ONE NIGHT STAND)라는 행사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씀해주시자면?

ONE NIGHT STAND라는 행사는 베를린 주요 예술 지역 중의 한 곳인 Mitte에 있는 KW 미술관과 베를린의 아트 스페이스 공간 협회인 Netzwerk freier Berliner Projektraume und -initiativen가 협력해서 기획한 프로그램인데요. 베를린에서 운영되고 있는 예술 공간들의 대표적인 전시 혹은 프로그램을 선별하여 KW에서 선보이는 행사였습니다. 여섯 번째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서 저희 소마 아트 갤러리와 아트 스페이스 rosalux가 함께 초청을 받았었습니다. 저희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Lena Skrabs 작가의 퍼포먼스 작업 FREE THE MOON을 선보였었습니다.

Lena Skrabs, 'Free the Moon' (사진: ⓒBenjamin Renter)
Lena Skrabs, ‘Free the Moon’ (사진: ⓒBenjamin Renter)
Lena Skrabs, 'Free the Moon' (사진: ⓒBenjamin Renter)
Lena Skrabs, ‘Free the Moon’ (사진: ⓒBenjamin Renter)

-독일의 수도이자 문화의 중심지인 베를린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소마 아트 갤러리의 디렉터로서 베를린은 어떤 곳인가요?

우선, 베를린을 이야기할 때 가장 자주 인용되는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라는 말처럼 유럽의 다른 주요 도시들보다 물가가 저렴해서 예술가들이 활동하기에는 부담이 적은 것 같아요. 또한, 베를린의 이러한 장점들로 인해서 예술가들이 많이 유입되다 보니 이 안에서 구성되는 네트워크가 세계 미술계의 한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수의 예술가가 베를린에서 활동하다 보니, 자신의 작업을 보여 줄 기회를 잡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그런 부분들이 베를린의 현실적인 또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소마 갤러리의 앞으로 계획들이 궁금합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아시아 여성 작가분들이랑 작업할 계획이에요. 아시아 여성의 정치성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전시 기획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또한, 분단과 통일의 역사를 지닌 베를린의 장소적 특성을 고려해서 현재 남과 북으로 나뉘어있는 한반도의 분단상황에 대해서 전시와 개인 퍼포먼스 작업을 통해서 앞으로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있는 주제이다 보니 소마 아트 갤러리의 전시들이 앞으로 더욱 기대됩니다. 오늘 인터뷰는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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