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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있었던 일이다.

일본, TV 안테나 수리에 3명의 기술자 

빌딩 사무실 내 회의실의 텔레비전 안테나 선을 연결해야 하는데 3명의 기술자가 왔다. 각자 사다리를 펴고, 안테나선을 끌어와 연결하고, 옆에서 장비와 부품들을 건네주어 보조하면서 느리지만, 세심하게 마무리하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장갑

그러고 나서, 안테나선 하나 연결하는데 꽤 많은 요금이 청구됐다. 재료비는 물론 안테나선 하나뿐일 것이지만, 3인의 기술자에 대한 인건비 조로 청구된 노무비였을 것이다. 그 안테나 연결을 의뢰한 후 사전에 어디서 안테나를 끌어와 어느 경로로 설치할지를 검토하고, 기술자들이 현장에 와서 설치해 주기까지 여러 날이 소요됐음은 별개의 이야기로.

한국의 오피스 빌딩이었다면 아마 오늘 의뢰했으면 몇 시간 후, 늦어도 다음 날 아침까지는 기술자 한 명이 도착해 눈 깜짝할 새 안테나선을 연결해 두고 마무리도 당장 보기엔 아무 문제 없이 끝내고 갔을 터이다. 물론 설치비는 재료 실비에 한 사람의 출장교통비 정도가 전부였을 것이고.

구의역 스크린 도어와 한 청년의 생명 

서울 2호선 구의역 스크린 도어가 고장 났다.

그럼 앞에 ‘고장’이라는 푯말을 세워두고 전철 운행이 끝난 후 정비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왜 전철 운행 중의 위험을 무릅쓰고 바로 그때 정비해야만 했는지. 한나절 그 정도의 불편조차 견딜 수 없는 승객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즉시 수리를 해야 했다면 2인 1조로 안전수칙에 맞게 작업할 수는 없었을까? 한 명이 열차 오는지 신경을 곤두세워가며 그 안에서 수리작업을 해야 할 정도로 긴박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열차 운행 중단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동료가 오기까진 기다릴 수 있지 않았을지.

왜 기껏해야 스크린 도어 때문에 한 청년이 목숨을 걸어야 했을까.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건 관련 기사 (구글 뉴스 검색)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건 관련 기사 (구글 뉴스 검색)

직업인에 대한 존중과 기다림

한국에서 텔레비전 안테나를 연결하는데 기술자가 3명 씩이나(!) 와서 느긋해 보이지만, 섬세하게 작업하고, 그 전에 준비를 한답시고 며칠씩 끌고 나서, 웬만한 소형 텔레비전 한 대를 살만한 요금을 청구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모눈종이에 대고 그린듯한 치밀함과 평평함을 자랑하는 일본의 보도블록과 울퉁불퉁 하나는 패이고 하나는 튀어나오고 비만 오면 난리가 나는 한국의 보도블록의 차이도 결국 같은 이유일 것이다.

지하철

사람과 공공재엔 돈 낼 생각 없다? 

사람의 품이 들어가는 무형의 서비스와 공공재에는 돈을 낼 생각이 없다. 커피숍의 커피 원두 조달가를 근거로 커피가 비싸다는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한국인들이다. 직접재료비만 보지 노무비, 제조간접비는 없는 비용 취급이다. 전철요금이 100원만 올라도 모두가 서민 빙의해서 서민 죽인다고 난리다. 게다가 노인들은 무임승차다.

흑자를 거두기 어려운 대중교통은 보조금에 연명하고, 서울역에서 시청까지 한 정거장을 가든 양주, 천안까지 가든 요금은 큰 차이가 없다. 기본요금 자체도 비싸고, 정거장 하나 바뀔 때마다 거리비례로 요금이 뛰는 일본과는 근본적으로 대중교통의 수익성이 같을 수가 없고, 그러니 2명 쓸 일을 한 명만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요금을 현실화한다면 그게 서울메트로 직원들에게만 돌아가지 또 이런 외주 파견직원들에게까지 돌아갈까도 모를 노릇이고.

Randy Pertiet, CC BY
Randy Pertiet, CC BY

그러니까 한국에선 심혈을 기울여 방망이를 깎는 노인은 있을 수가 없다. 그냥 저렴한 방망이를 중국, 동남아에서 무게 단위로 떼어다가 싸게 팔아야 남는 장사지.

중국 현지에서 먹어본 중국산 농산물은 한국산보다 질적으로든 양적으로든 우수했다. 그중 상등품은 그만한 가격을 쳐서 지급해 주는 일본으로 수출되고, 하등품만 최저의 가격을 지급하려는 한국으로 수출된다.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한국인의 고정관념도 결국 자업자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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