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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범근뉴스의 국범근입니다.

https://www.facebook.com/slownewskr/videos/518524038272618/

Pick me~
Pick me~
Pick me up~
제발 나를 뽑아줘~

이 노래를, 저를 두 번이나 떨어뜨린 Y대 입학사정관님들께 바칩니다. 보고 계십니까? 예?

범근뉴스

솔직히 저 때는 Y대 붙여 준다고만 하면 똥이라도 먹었을 거야. 그만큼 간절했으니까. (물론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 나랑 같이 지원했던 애들 싹 다 모아놓고 방송을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서로 눈치 보고, 견제하고, 아무튼 개판이었겠지.

그런데 비슷한 방송이 실제로 있잖아. [PRODUCE 101] (이하 ‘프로듀스 101’)말이야.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여자 연습생 101명을 모아놓고 시험을 보고, 등급을 매겨서 최종 11명만 데뷔시키는 경쟁 오디션 프로그램의 끝판왕이지.

프로듀스 101

그래서일까? 이 프로그램은 진짜 잔인해. 그냥 잔인한 게 아니라 개개개개쩔게 잔인해. 연습생들에게 A부터 F까지 등급을 매겨서 등급이 높을수록 좋은 자리에 낮을수록 나쁜 자리에 서게 해. 눈에 잘 안 띄게 회색 옷까지 입히는 깨알 같은 섬세함, ㅇㅈ(인정)합니다.

시청자들은 선발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기 때문에 연습생들의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도 모두 평가의 대상이 돼. 평가의 과정이 자극적으로 꾸며지는 건 말할 것도 없지. 비싼 카메라가 부수어지는 상황을 연출하고, 연습생들의 반응을 실험하는 ‘의리테스트’ 몰카까지 한다니까? 아니 무슨 김보성도 아니고 의리드립이여. 3,000만 원이 뉘 집 개 이름이야? 차라리 빚보증을 서달라고 해라…

프로그램의 내용이 이토록 잔인한 데도 연습생들은 모두가 데뷔에 절박한 입장이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 또한, 소속사 입장에서는 ‘프로듀스 101’이 회사 인지도를 올리기에 아주 좋은 기회니까 프로그램의 내용이 어떻든 무조건 땡큐지. 그런 소녀들의 절박함과 소속사의 니즈를 엠넷은 아주 영리하게 이용해먹고 있어.

프로듀스 101 계약서의 내용을 보면, 7조 13항에 어떠한 사유로도 연습생이 엠넷 측에 소송을 걸지 못하게 되어 있어.

노예 검열 억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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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조 13항 

‘을’ 및 ‘병’은 프로그램의 제작 및 방송을 위하여 본인의 초상 및 음성 등이 포함된 촬영분을 편집, 변경, 커트, 재배치, 채택, 자막(OAP), 개정 도는 수정한 내용 및 방송 이후 시청자, 네티즌의 반응, 시청 소감 등 일체의 결과 및 영향에 대해서 명예훼손 등 어떠한 사유로도 본인 및 제3자가 ‘갑’에게 이의나 민형사상 법적 청구를 제기할 수 없다.

  • “갑” = 씨제이이엔엠 주식회사(=엠넷), “을” = 소속사, “병” = 연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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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본인이 희생당했다고 하더라도 가만히 닥치고 있어야 된다는 말이야. (싹둑싹둑) 게다가 연습생들은 단 한 푼의 출연료도 받지 못해! 물론 계약서에 서명을 한 건 연습생들이지만, 그만큼 절박하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내용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한 거지. 사채 쓰는 사람도 도장은 지 손으로 찍잖아.

‘국민 프로듀서’라는 말도 가소롭지 않냐? 까놓고 말해서 소녀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시청자가 아니라 엠넷의 편집권력이야. 101명이 나와서 “픽미 픽미” 이러고 있는데 카메라가 안 잡는 애들은 누리가 무슨 수로 아느냐고. 시청자 참여는 그저 엠넷이 차려놓은 밥상에 뿌리는 양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장근석만 빼고 다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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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보기 싫으면 안 봐도 된다고? 사실 그 말이 맞아. 그런데 가장 서글픈 건 우리가 사는 세상이 프로듀스 101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야. 무한경쟁! 이긴 놈이 다 가져가는 구조! 결과만 좋으면 아무리 과정이 잔인해도 땡큐라는 발상 등 프로듀스 101은 우리 사회의 잔혹한 현실을 아주 노골적으로 묘사하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경기 수원 지역의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우등반 애들한테만 좋은 독서실, 1대1 멘토링 학습 등 좋은 거 몰빵해주고, 심지어 전교 20등까지는 급식 먹을 때 줄 안 서고, 하이패스로 먹게 해준대.

학생의 성적이 학부모의 계급이 되는 경우도 있지. 뉴시스의 취재에 따르면 서울 강남 지역의 어느 학부모는 “어머니 봉사활동 단체에 들고 싶었는데, 딸의 성적이 좋지 않아 가입할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어. 아니 나처럼 공부 못하는 애들은 서러워서 살겠나.

물론 더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하는 건 맞아. 경쟁구조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지만 못난 사람을 따돌리고, 뒤처지는 사람을 나무라는 구조 속에서는 모두 괴물이 될 수밖에 없어.

프로듀스 101, 볼 때마다 정말 재밌지만,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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