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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수령 인터뷰 13: 진보와 소수자, 그리고 지역 미디어 (황호완 편)

리수령 인터뷰는 리승환 특유의 직설적인 질문과 거침없는 파격으로 다양한 전문가/관계자와 함께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칩니다. 이번 회에선 지역 미디어와 공동체 라디오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공동체 라디오 관악FM 보도팀장 황호완 님을 인터뷰했습니다. (편집자)

인터뷰어/인터뷰이 소개

Q. 리승환 : 8년 차 블로거, 4년 차 직장인. 초중고를 모두 경상도에서 나온 박정희-전두환-김영삼의 후예이지만, 항상 ‘강남성심병원 태생’을 내세운다. 물론 3일 만에 양아치 고딩의 천국 강북 노원으로 이송된 찌질한 인생. 디지털 한량을 지향하고, 통칭 웹에서는 ‘리승환 수령’으로 불리고 있음. 블로그 현실창조공간을 운영 중. 트위터는 @nudemodel, 페이스북은 /angryswan

A. 황호완 : 공동체 라디오 관악FM의 보도팀장.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지역 미디어 활동에 힘쓰고 있다.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기로 유명한데, 그래서인지 그의 페이스북을 방문하면 꾸준히 야시시한 짤방이 업데이트된다. 남성 여러분의 많은 구독을 바란다.

1. 공동체 라디오의 역사와 각하의 혜안

리 : 자기소개를 해 보자.
황 : 관악 공동체 라디오라는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 보도팀장을 맡고 있는 황호완이다.

리 : 보도?
황 : 응, 보도.

리 : 보도방…
황 : …

리 : 일단 ‘공동체 라디오’라는 게 감이 안 잡힌다. 대체 뭐냐?
황 : 메이저 언론들이 사회 곳곳을 두루 다룰 수는 없다. 그래서 지역과 사회적 소수자는 항상 소외된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일찍부터 public access(미디어 접근권)라는 권리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이 결과로 등장한 게 공동체 라디오다. 해외에는 이미 매우 많은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이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일본에만 253개가 있는데, 이 정도면 현마다 다 있다고 보면 된다.

리 : 슬로우뉴스의 이 인터뷰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래서 당신 같은 듣보잡을 인터뷰하는 게 아니겠는가?
황 : ……

듣보잡은 변모 씨를 통해 잘 알려진 신조어로, 슬로우뉴스 내에도 한 듣보잡이 글을 쓰고 있다.

리 : 이런 공동체 라디오가 태동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황 : 역사적으로 보면, 몇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미국에서 예전에 해적방송을 하는 것이고, 하나는 칠레에서 혁명으로 인해 정세가 복잡할 때 광부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역사야 워낙 기니까 젖혀두고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계기로는 고베 대지진이 있다. NHK가 아무리 방송을 많이 해도 한신 넓은 지역을 모두 체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동체 라디오는 범위가 작다. 그래서 어느 동네 사시는 분들은 위험하니 어디로 가라, 어디 가면 잘 곳 있고 먹을 것 있다… 이런 방송을 24시간 했다. 이런 동 단위에 관한 이야기는 공중파에서 불가능하다.

리 : 한국에서는 어떤가?
황 :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리고 2005년도에 방통위가 시범사업을 시작했는데, 전국에서 여덟 군데가 신청했다. 2009년 1곳을 제외한 나머지가 정식 사업자가 되어서 7개가 남아있다.

리 : 오! 4년 만에 정식 사업자가 되다니! 대단한 자생력이다!
황 : 그게 아니라 말이 정식 사업자이지, 지원이 끊긴 거다. 알아서 시장에서 살아남으라는 이야기다. 각하가 대통령 되기 전 시범사업자일 때는 1년 몇 천만 원 가량의 방통위 지원금이 있었다.

리 : 각하의 깊은 뜻은 항상 사람을 탄복하게 한다.
황 : 이것도 해 봐서 아는 것 같다(…)

리 : 공중파 라디오와 비교해서 어떤 혜택이나 차별을 받는 건 없나?
황 : 우리도 공중파다.

리 : -_-…
황 : 이름값이 워낙 넘사벽이라 그렇지 -_- 출력이 낮을 뿐, 공중파 3사와 동등한 법 적용을 받는다. 이것 때문에 일본어 방송을 못 하는 등 은근히 할 수 없는 게 많다. 각하가 이런저런 규제를 풀었다는데, 정작 풀 거는 안 푼다.

리 : 지역 공동체 라디오가 추가로 생긴 곳은 없는가?
황 : 새로 생긴 데는 없고, 준비하는 곳만 있다. 여기서 은근 시간 잡아먹는 게, 지역 공동체 라디오도 방통위에서 전파망 허가가 나야 한다. 하지만 방통위에서 잘 안 내주려고 한다. 한국의 라디오 전파망 관리가 좀 개판이다. 호주는 일부러 지역 공동체 라디오에 채널을 비워뒀지만, 한국은 그런 것도 없어서 전파 좀 내달라고 할 때마다 티격태격하게 된다. 공중파 3사 등 메이저 방송국에서도 별로 반기지 않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 같고…

2. 관악FM은 뭐하냐!

리 : 관악FM을 좀 소개해봐라.
황 : 대한민국의 몇 안 되는 지역 공동체 라디오로 관악구의 1등 방송국이다.

리 : 관악구에 다른 라디오방송국도 있는가?
황 : 당연히 없으니까 하는 소리다(…) 가뜩이나 지원도 끊겼는데, 정신승리라도 하고 살아야 남은 임기를 버텨낼 수 있지 않겠는가?

‘정신승리’는 비참한 현실을 무시하고 자신이 승리했다고 우기는 행태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북한과… ⓒYTN

홍준표가 있겠다(…) ⓒ한겨레

리 : 관악FM만의 특징이 있다면?
황 : 우선 현존하는 지역 공동체 라디오를 둘로 나눠봐야 할 것 같다. 현재 관악FM과 마포 FM은 사회적 기업으로 갔고, 지역은 대학을 끼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을 끼면 안정성은 높아지지만, 지역성이 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그중에서도 마포는 홍대가 근처에 있으니 좀 특별한 지역이지 않나? 그래서 상대적으로 인디 문화 등을 손쉽게 수혈할 수 있다. 예술 쪽이 좀 그렇다 보니, 성 소수자 방송도 한다. 이에 반해 관악FM은 좀 더 소수자에 집중한다.

리 : 소수자에 집중한다? 
황 : 우리가 가장 중요시하는 고민은 사회적 소수자들이 ‘당사자’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이다. 공중파 3사는 PD와 기자가 모두 엘리트가 아닌가? 이들이 장애인, 노인, 청소년을 대변하는 게 가능할까? 관악FM은 청소년, 장애인, 노인, 이주여성이 자기 이야기를 스스로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사회적 소수자인 그들이 방송을 직접 만들게끔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시작이라 생각한다.

리 : 뭔가 작정하고 청취율을 포기한 느낌이다.
황 : 지역에 필요한 건 정말 들을 사람들만 들으라는 내로우 마케팅 (narrow marketing)이다. 예로 이주 여성 방송은 중국어, 필리핀어 등으로 진행된다. 관악구에 있는 필리핀 여성, 중국 여성들끼리 직접 만나지 않고 소통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라디오를 통해서 알음알음 정보를 나누며, 관계가 형성된다. 또 그렇게 조금씩 방송을 직접 만드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만들고 싶은 사람이 만들고, 듣고 싶은 사람이 듣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게 관악FM이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리 : 만나지 않고 정보 나눌 곳이 없다니? 인터넷이 있지 않은가?
황 : 그렇네?

리 : …
황 : 그런데 인터넷과 방송은 다르다. 인터넷이 자발적이라는 점은 좋지만, 아직 매스미디어는 사람을 모일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둘이 함께 갈 수 있는 하나의 연결고리로 공동체 라디오는 매우 좋은 수단이다.

리 : ‘지역’ 공동체 라디오일 텐데 ‘소수자’를 앞에 내세우는 이유는?
황 : 이 둘은 부딪히는 문제가 아니다. 지역 자체가 이미 소수자다. 인구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기본적으로 중앙 언론은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중앙 언론에서 지역 이야기 거의 안 하고, 한다고 해도 광역 단체 수준의 이야기다.

리 : 하지만 ‘지역의 소수자’라고 하면 너무 니치마켓 같다. 관악 지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방송은 없는가?
황 : 관악구 주민 전체를 타겟으로 하기에는 역량도 불충분하고, 취지에 맞지도 않다. 처음에는 욕심부린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할 공간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에 노인들을 위한 방송을 만들고, 이어서 청소년 방송 만들고, 이주여성 방송까지 만들었다.
지금은 저소득층 위주로 자활 방송을 생각 중인데, 이게 또 성공하면 자영업자를 조직한 방송도 만들고, 청년 아르바이트생과 비정규직을 위한 방송도 만들고… 그렇게 하나하나 타겟을 잡는 게 맞다고 본다. 너무 욕심부리기보다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물론 다른 지역에 워낙 방송 채널이 없으니 타 지역에서의 소수자도 함께하고 있다. 예로 우리가 성남 장애인 교육을 했는데, 그분들은 어디 가서 방송할 데 없으니 관악FM에서 방송한다. 동작구 청소년도 마찬가지 이유로, 우리 방송국에서 방송하고 있다.

리 : 뭔가 수요자의 필요에 따른 방송으로 만들어가려는 것 같다.
황 : 해외에서는 이런 형태가 흔하다. 심지어 라디오 채널의 시간을 사고파는 경우도 있다. 일본의 항구도시 고베에는 매우 많은 외국인 선원들이 거주한다. 그곳 라디오 방송국은 외국인 선원들에게 플랫폼을 돈 주고 팔고, 외국인들은 시간대를 사서 자기 나라말로 방송한다. 캐나다 한인 라디오도 그런 식으로 시작했다. 철저하게 당사자들이 직접 꾸려나가는 수요자 위주의 방송이다. 이런 자발성을 기반으로 한 방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리 : 관악 라디오도 돈 주고 팔려는 생각이 없는가?
황 :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다.

리 : 하지만 사실상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은가?
황 : 암암리에 추진할까 했는데, 그냥 포기했다. 들어오는 게 죄다 종교방송이라서(…)

리 : 듣는 사람은 좀 많은가?
황 : 라디오는 청취율이 안 잡힌다. 이는 공중파 3사도 마찬가지다. 다만 우리가 인터넷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집계해 보면, 대충 주간 총 청취가 3만 정도 잡힌다. 물론 이는 PV(페이지뷰) 개념에 가까운지라 한 사람이 여러 프로그램을 듣는 것까지 중복으로 집계된 개념이다.

리 : 청취자가 적은 데 대해서 위기의식을 느끼지는 않는가?
황 : 얼마나 많이 듣는지,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그보다 지역 공동체 라디오는 그 방송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커뮤니케이션하고 조직화하는지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본다.

리 : 조직화의 결과물은 어떠했는가?
황 : 현재 관악FM의 자원활동가만 150여 명이다. 관악구에 이 정도로 많은 인력이 정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단일화된 조직은 없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을 통해 어떻게 커뮤니티를 잘 형성해 나아갈지가 우리의 숙제다.

3. 지역 미디어가 나아가야 할 길

리 : 재정이 힘들 텐데 위기는 없었는가?
황 : 거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

리 : 오, 잘나가는 지역 라디오!
황 : 그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돈이 없어서 항상 위기다. -_-;

리 : ……
황 : 서민 코스프레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 대부분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두목과 나는 돈 생기면 가져가는 식이고… 그래도 지금은 역사가 쌓이며 많이 좋아졌다.

서민 코스프레는 정치인들이 서민인 척 행세하는 걸 이야기한다. 예시가 너무나 많지만, 그 중 甲은 역시 손학규. 물론 당시 손학규는 무려 100일 대장정을 떠났기에, 일반 서민 코스프레와 비교할 건 아니지만, 사진의 질이(…) 출처는 손학규 측 제공자료.

이쯤 되면 무슨 ‘자연과 인간’ 화보를 내도 될 삘(…)

리 : 많이 좋아졌다면서 왜 아직 최저임금인가?
황 : 나름 일을 키우려는 욕심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벌써 직원이 13명이 됐다.

리 : 어찌 저 찌 수익을 창출하는 모양이다.
황 : 광고영업은 좀 망했고… 이제 교육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청소년, 장애인 등을 라디오 미디어 교육 사업을 해서 수익을 창출한다. 청소년 회관과 연계해서 아이들을 조직화하고, 방송도 만들고 편성도 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어르신들은 노인복지관과, 장애인은 장애인복지관과 연계해서 교육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리 : 교육을 통해 피교육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황 : 수요자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것은 라디오라는 미디어를 통한 성장이다. 방송을 하면 결과물이 뽀대가 나고, 이를 다른 사람들이 듣는 과정에서 자기 자존감이 커지는 걸 발견할 수 있다. 다행히 이런 교육을 해 줄 곳이 별로 없어서 우리가 각하의 깊은 뜻 속에서도 자력갱생 하고 있다.

리 : 그 밖의 수입원이 있다면?
황 : 일단 기본적으로 서울형 사회적 기업이다. 방통위나 서울시의 프로젝트도 한다. 예를 들면 서울시 정책사업인 미디어 관련 프로젝트 연구 수주를 받기도 하고, 서울시의 비영리법인, 시민사회단체에 제공하는 일종의 공익사업 지원 프로젝트도 한다. 그 외에도 광고, 컨설팅 업무도 수행한다. 몇 개 구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들 커리큘럼 짜주고 강사 나가고 교육하고 그런다.

리 : 앞으로도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이 늘어날 수 있다고 보는가?
황 : 사람들이 지식만 갖춘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라디오 방송국은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 관악FM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 인가받고 사람 늘린 거지, 단순히 설계하고 운영만 하려면 두 명만으로도 방송국 운영할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 후원, 교육사업 등을 하면서 한 달에 500 정도의 돈을 벌면, 1인당 150에서 200 월급 받으면서 할 수도 있다.

리 : 최근 박원순이 이번에 마을 만들기와 마을 미디어를 내세웠는데 어떤 내용인가?
황 : 아무도 모른다.

리 : ……
황 : 박원순 시장의 정책 중 구체적 내용이 없다고 비판받는 것 중 하나라서 정말 모른다. 아마도 마을을 경제적 공동체를 기반에 둔 문화 공동체로 생각하는 것 같고, 이를 잘 엮어내기 위해 당사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마을 미디어가 필요하다는 거 같다.

리 : 그래서 이 목표가 잘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은가?
황 : 박원순 시장 덕택에 우리가 득 좀 봤지만 갈 길이 멀고 멀고 또 멀다.

리 : 왜?
황 : 일단 성공적인 모델 자체가 없다. 성미산 모델이 성공적이라기에, 그건 아무나 못 따라 한다. 마찬가지로 지역미디어도 딱히 성공모델이라 할 게 없다. 마포FM도 마찬가지다. 홍대 근처니까 성공할 수 있는 거다. 다른 지역에 이식할 수 없다. 우리도 성공했다기에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다. 이런 실험들이 일련의 성공을 거두고 난 다음에서야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리 : 단순히 지역의 소식을 전하는 마을 미디어 정도는 정부 지원을 통해 꾸려나갈 수 있지 않겠나?
황 : 마을공동체 소식지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것으로 지역민으로서의 ‘미디어 접근권’이 어느 정도 담보되니까. 하지만 감시견으로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그냥 정부나 자치단체에 이끌려다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훈련받은 상근기자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인력과 예산은 당장 관악FM에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언론으로서의 프로페셔널함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리 : 굳이 감시견의 역할에 집착해야 할 필요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황 : 얼마 전 모 지역언론 대표와 이야기를 했는데, 지자체의 계도지 예산에 대해 분노하더라. 계도지 예산은 공공기관에서 신문을 의무적으로 얼마 이상 사는 거다. 그런데 이게 지역언론의 생계유지에도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제대로 된 언론보다는 구청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들이 넘쳐나는 문제도 함께 낳고 있다. 관악구도 이 계도지 예산이 4억 3천만 원이다. 그나마 진보정당 구의원들이 문제 제기를 해서 깎인 것이 이 수준이다. 이 중에 약 1억 원 가량은 지역언론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지역언론이 구청과 구의회에 어떤 비판적인 기사를 생산했는지는 뻔한 일이다.
막말로 돈 몇백만 원이 부족하다고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도 못 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구청이 홍보를 이유로 중앙지를 3억 넘게, 지역신문을 1억 원 이상 사준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차라리 그 예산을 가지고 제대로 된 사업을 하는 것이 실질적 정책 효과와 홍보 효과가 훨씬 배가되지 않을까? 지역의 영유아 보육사업에 들어가야 하는 예산이 1억 원이다.

리 : 결국 지역 미디어가 서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받아봐야 망했어요 테크라는 건가?
황 : 우리 판을 더 키워야 한다. 현존하는 지역 미디어들이, 자기 방송을 만드는 자원활동가들이 더 힘을 가져야 한다. 지금은 7개 공동체 라디오가 아무리 해봐야 힘이 없다. 더 많은 미디어들이 중심을 만들고, 공공부조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은 한다.

4. 지역언론과 진보

리 : 당신은 어쩌다 지역 관련 운동을 하게 된 건가?
황 : 학생운동을 엄청나게 뛰었는데… 그전에는 중앙 문제에만 관심을 가져 왔는데 30에서 왔다갔다할 때쯤, 지역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운동, 고시 등등으로 어영부영 나이만 먹었는데, 마침 이야기가 들어와서 합류하게 됐다.

인터뷰가 좀 막돼먹은 것 같지만 나름 북카페에서 이루어졌다(…)

리 : 막상 지역 관련 운동을 해 보니 어떤 생각이 들던가?
황 : 지역에 대한 관점 자체가 진보진영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다.

리 : 진보가 지역문제에 관심이 별로 없다? 예를 들자면?
황 : 보수는 지역에 관심이 많다. 민주당, 한나라당 대의원 대회를 가면 많아 봐야 스물대여섯 정도 되어 보이는 젊은 친구들 여자애들이 있다. 그 친구들이 지역 대의원이다. 지역 유지들의 자식들을 미리 지역에 꽂아 놓은 거다. 그렇게 지역정치를 배우게 하고, 라인을 잘 타서 나이 먹으면 30대 초반에 구의원이나 시의원 선거에 나온다. 그런데 좌파는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다 중앙판만 바라본다. 특히 젊을수록 지역정치에 대한 고민이 없다.

리 : 지역 언론을 보다 보면 진상짓을 굉장히 많이 본다는데?
황 : 정말 많이 본다. 그래도 국회는 워낙 보는 눈이 많다보니 얌전한 편이다. 지역에서는 정당 가지고 싸우기보다 자리가지고 싸운다. “나 무슨 위원장 하고 있는데, 너 때문에 못했다.” 식으로 의장, 위원장 자리 두고 멱살 잡고 싸운다. 심지어 2박 3일 워크샵 중에 그런 일도 있다. -_-;

리 : 은근 이권이 큰가 보다.
황 : 당장 1년 예산이 4천억이다. 구의원을 보면 종종 건설회사, 혹은 자재납품처 관계자가 많다. 당연히 이권이 클 수밖에 없다. 구의회 의장이 청소업체 대표였던 적도 있었다. 이처럼 지역구 의회를 헤집어 보면 이권과 대단히 밀착된 업종 관계자가 많다.

리 : 훌륭한 투잡이다.
황 : 오죽하면 모 정당에서는 “우리 정당 의원들이 대부분 직업정치인”이란 걸 되게 자랑스러워하더라. 확실히 토건 관련 비리가 좀 줄기는 했으니, 나아졌다면 나아진 건데… 문제는 결국 이 사람들이 토건 사업 등등의 민감한 사업 영역 사람들을 여전히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리 : 인사권의 남용도 있나?
황 : 관악은 좀 자잘한 일이나 있었고… 구로 시설관리공단에서 구청장 맘대로 이사장 낙하산은 기본이고, 국장 아들, 구의원 아들 친구, 이런 식으로 막 뽑다가 적발된 적이 있다. 심지어 계약직에서까지 이런 일이 종종 터진다.

리 : 이런 문제가 많은데 관악FM이 나서서 막은 일은 무엇이 있는가?
황 : 별로 없다.

리 : ……
황 : 우리 영향력이 딱 고만큼이다. 우리가 힘 있으면, 지금 이 모양 이 꼴이겠나, 훨씬 잘나가고 관악의 주류가 됐겠지. 이건 대부분의 지방 신문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실제로 지역 언론이란 데서 일해보니까,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열악하다. 지역 언론이 힘이 있었다면, 지방 정치가 이 꼴이겠나?

리 : 신문업으로 진출한 적은 없는가?
황 : 감시자로서의 언론 역할을 위해 2009년 신문을 만든 적이 있다. 기자 두세 명이 미칠 듯이 밤을 새워가면서, 격주간 16~24면을 죽도록 했다. 하지만 적자를 엄청나게 봤다. 여전히 이슈파이팅을 위해 신문이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지금도 가끔 부정기적으로 발간한다. 하지만 그게 수익구조를 만들지는 별개의 문제다.

리 : 돈이 없으면 지역의회의 삥을 뜯으면 되지 않는가?
황 : 너무 대놓고 삥뜯기 전에, 보통 알아서 접근해와야 하는데(…) 비판적 기사들만 내놓을 걸 뻔히 아는지, 당연히 안 받을 거로 생각하는 건지… 돈 봉투 주는 일도 없고, 이제는 무슨 기사 쓰지 말라는 이야기도 안 한다.

리 : 지역방송을 하는 입장에서 지역 신문에 대한 생각은?
황 : 지역 신문은 여전히 중요하다. 신문만큼 왓치독(watch dog; 감시견) 역할을 잘 수행해낼 수 있는 매체는 없다. 시민사회단체가 예산감시단, 의정감시단 등을 조직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원활동가 중심이라서 밀착성이 떨어지고, 자연히 감시 역량도 떨어진다. 게다가 여론 형성 역량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리 : 고생 많았다. 마지막으로 관악FM 자랑 좀 해봐라.
황 : 우리는 자원봉사하는 아이들이 예쁘다. -_-v

리 : …
황 : 요즘 고스펙 사회라고 하는데, 우리는 미스유니버스 출전한 아이도 떨어뜨린 적이 있다. 배현진을 비롯해 자원 거쳐서 방송 간 애들도 꽤 많다. 경쟁률도 엄청나다.

리 : 배현진 씨와는 연락하고 있는가?
황 : 전화번호도 모른다.

리 : …
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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