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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

– 아메리칸 인디언 오마스 족의 격언

아이 아동 어린이 청소년 사람

2002년과 2010년의 통계청 청소년 관련 자료를 비교 분석한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무엇이 우리 아이들을 죽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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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서 2010년까지 변화해온 고민 유형을 보면, 한국 청소년을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는 공부와 성적이다. 그리고 진로다. 이성 교제에 관한 고민은 눈에 띄게 줄었다. ‘직업’이 고민거리라는 청소년도 8%나 된다. 이게 한국 청소년의 현실이고, 어린이가 곧 겪을 미래다.

자살 우울 절망

대한민국에서 어린이, 청소년으로 산다는 것 

“청소년의 행복감 3년 새 5%p 증가, 부모와 대화시간이 많은 청소년이 더 행복해!”

여성가족부가 올해 1월 발표한 보도자료의 제목이다.[footnote]

•조사명: 2014 청소년종합실태조사(국가승인통계 제15413호, 3년 주기)

•조사대상 : 청소년(만 9세에서 24세) 자녀가 있는 전국 2,000가구 주 양육자 1인(2,000명), 가구 내 만9세~24세 청소년 전원(3,000명) 총 5,000명

•조사내용 : 건강, 사회․문화, 가정생활, 학교․방과후 활동, 진로․아르바이트 등 종합적인 실태

•조사방법/기간: 가구방문면접조사 / 2014. 9. 12. ~ 9. 25.

•조사기관/분석기관: 통계청/백석대학교 [/footnote]

정말 그럴까?

우리나라 청소년의 행복감은 3년 새 5%나 증가했으니 걱정할 게 없는 걸까. “내 삶이 행복하다”고 말한 아동·청소년이 94.7%(9세~12세), 86%(13세~18세)나 되니 우리는 지금까지 너무 호들갑을 떨었던 걸까.

여성가족부 청소년 행복지수

우리나라 청소년(15~24세)의 하루 평균 학습시간은 7시간 50분이고, 이는 OECD 평균보다 약 3시간이 더 길다. 그럼 아이들은 공부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걸까? 언감생심. 어떤 통계도 어떤 학술조사도 필요하지 않다. 스스로 체험한 학창시절을 떠올려도 족하고, 지금 바로 옆에 있는 내 자녀들, 그리고 주변 지인의 자녀들을 봐도 충분하다.

초등학생 장래희망 1위가 ‘공무원’인 너무나 너무나 현실적인 사회에서 아이들은 불행하다. ‘몸은 행복하지만, 마음은 불행한 아이들’ [footnote]2014년도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연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물질적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핀란드, 오스트리아 다음인 세 번째로 높지만, 주관적 행복지수는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꼴찌다.[/footnote]은 서둘러 어른의 세상을 모방하고, 그렇게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은 마음의 병을 앓는다.

oecd 주관적 행복도

마음의 병 앓는 아이들

1. 매일 화내는 아이 (ADHD)

학령기 아동의 3~15%가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 증세를 보인다. ADHD 아동은 주의 산만, 집중력 저하, 부정적 관심 표현, 우울감 등을 보인다. 명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내가 제일 많이 듣는 말은 ‘가만히 있어!’, ‘하지 마!’에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죠? 그래서 나는 매일 매일 화가 나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으니까 항상 화가 나죠.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화를 내는 건데 왜 나보고 화내지 말라고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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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활고와 이혼, 그리고 재혼으로 상처받은 명우와 명우 동생이 ADHD 진단을 받자 명우 어머니는 형제를 모질게 자책했다.

2. 게임 과몰입 

“엄마는 내가 게임밖에 모른대요. 내가 게임을 해야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아요. 다른 건 귀찮고 싫어요. 나는 게임이 좋아요.”

“정말 신기하게도 엄마가 사는 지구(?)의 1시간이, 아이들의 게임스텔라(?) 공간에서는 10분밖에 흐르지 않는다”고 이태정 인디스쿨 대표는 말한다. 아이들이 엄마 마음을 모르는 것처럼, 엄마들은 아이들이 게임 하면서 느끼는 시간 감각을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 10분만!
엄마~ 10분만!

3. 욕하는 아이

“나는 다른 애들보다 똑똑해요. 아는 것도 많구요. 그래서 내가 알려줘야 할 게 많죠. 대신 저는 친구들에게 인기는 없어요. 친구가 많았으면 좋겠는데… 애들은 내가 아는 게 많아 질투가 나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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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현서의 이야기다. 현서는 친구가 없어 늘 외로웠지만, 자신이 공격받지 않기 위해 거친 욕설을 사용하며 상대방을 공격했다.

뭘 해야할지 모르는 건 어른도 마찬가지 

우리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에게는 간절한 이유로 아프다. 하지만 대부분 그 상태로 방치된다. 아이의 상처와 그로 인한 일탈에 가장 마음이 아플 부모조차 그 일탈을 오히려 방조하고, 사회적 편견 때문에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다.

올해 11월 OECD 발표[footnote]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15, OECD.[/footnote] 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가장 높은 자살률의 나라이면서도 우울증 치료에 대해선 이를 가장 기피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우울증은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불린다. 그만큼 흔하고, 또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율도 높다.

하지만 ‘정신병원 다닌다’는 사회적 주홍글씨 때문에 애만 태우고, 바쁜 직장생활 탓에 ‘별것 아니겠지’라고 넘긴다. 정신과 치료를 마음먹는다고 해도 만만찮은 비용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부모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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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다면, 그 노력에서 기업도 예외일 수는 없다.

마음톡톡, 우리 아이를 위한 “온 마을의 노력”

GS칼텍스에서 3년째 이어오는 아동·청소년 심리 치료 프로그램 ‘마음톡톡’은 그런 ‘온 마을의 노력’ 중 하나다.

사회적 편견으로 아이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부모, 몰라서 아이들을 방치하는 부모, 치료받을 의지가 있다고 해도 경제적 사정으로 부담을 느끼는 부모를 위해 시작된 마음톡톡은 크게 센터 치유, 교실 힐링, 마음톡톡 캠프, 이렇게 세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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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러진 특징은 두 가지다. 우선, 8~10명의 아이들이 함께 활동하는 ‘집단 예술 치유’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예술 치료는 음악, 미술, 연극, 무용, 시 등 예술을 체계적으로 사용해 정서 문제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외국에선 1940년대에 시작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에 도입돼 아직은 시작 단계라고 한다.

더불어 자아와 사회성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인 초등학교 4학년~6학년, 그리고 중학교 1학년 학생을 중심으로 한다.

마음톡톡은 3년 동안 의미 있는 규모로 성장했다. 2013년부터 2년간 굿네이버스 좋은마음센터를 비롯해 전국 20여 개의 복지기관에 질 높은 예술치료를 지원해 왔다. 2015년에는 좋은마음센터 등 12개 복지기관외에도 교육부와 MOU를 맺고 학교폭력, 학교 부적응 학생예방 및 위기학생 치유를 위한 Wee프로젝트와 협력하여 20개의 Wee센터와 14개 대안교실에서 학교 부적응 학생을 위한 예술치유프로그램을, 서울과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중학생들의 사회성 향상을 위한 교실힐링 프로그램을 9개 학교 1학년 전원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3년간 40개 센터, 26개 학교, 13차례의 캠프에서 마음톡톡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7,300여 명에 이른다.

함께 했던 기억, 그 용기와 희망의 씨앗 

인디언 부족의 격언으로 시작했으니, 인디언 부족 출신의 아이가 학교에서 겪은 이야기로 마칠까 한다. 한 인디언 부족 출신 아이가 전학을 왔다. 전학 온 학교에서 치른 첫 시험날. 아이는 모르는 문제를 옆 친구에 물어보려고 했다. 선생님은 곧바로 그 아이에게 주의를 줬다. 선생님의 눈에 그건 ‘컨닝’이었으니까. 아이는 이렇게 답했다.

“어른들이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친구와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한다고 했어요.” 

무한 경쟁의 악다구니 속에서 친구마저 손쉽게 경쟁자, 아니 극복해야 하는 적이 되는 사회. 그 혹독한 세계에서 아이들 마음에 병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 3년 전 마음톡톡 캠프에 참여했던 지현이는 올해 10월 다시  캠프(‘Again 마음톡톡’)을 찾았다. 지현이에게 기억에 남거나 그리웠던 것을 떠올려달라고 하자 지현이는 이렇게 적었다.

“여수에 갔었을 때 만났던 언니하고 선생님이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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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아이도 부모도 각자 ‘살아내기 위해’ 바쁘고, 힘들게 싸워 나가고 있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일하고, 또 아이는 부모의 기대 속에서 지쳐간다. 그러는 사이에 서로 대화하기보다는 서로 고립되고 외로워진다. 그렇게 ‘마음의 감기’가 생겨도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부담으로 그 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다.

아이의 마음을 보듬기 위해, 그런 아이를 가진 부모를 돕기 위해 마음톡톡 사업을 진행했다. 그 3년 동안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여전히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도 있고, 눈에 띄게 좋아진 아이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아이들을 제대로 자라내게 하는 그 책무를 우리 모두가 나눠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세상을 살아내는 희망과 용기, 그 ‘기억들’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누구도 혼자서 어른이 되지 못한다.

온 마을, 우리 모두 ‘함께’ 온 정성을 다할 때 비로소 아이는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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