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물품에 대한 과세가격 결정 원칙은 수출입 당사자 간의 거래가격이다. 그리고 관세법상 거래가격은 해당 수입물품의 대가로서 구매자가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총금액을 말한다. 그런데 만약 거래 당사자 간의 계약상 합의 또는 다른 상관행 등으로 인한 할인을 적용받았다면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은 어떻게 조정될까?
할인받은 수입물품의 과세가격 조정
무역거래에서 구매자가 실제 지급하는 가격은 당사자 간에 합의된 가격이므로 거래의 특수성, 거래자 간의 관계 등에 따라 가격이 바뀔 수 있다. 여기서 가격할인을 논하는 것은 할인금액이 있을 경우 할인에 상당하는 금액을 과세가격 일부로 봐야 하는 지에 대해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쪽 시각에서는 특정 할인금액이 당해 수입물품의 실제 지급가격에서 제외되는지 즉, 할인금액만큼을 수입신고금액에서 공제해도 되는지에 대해서 당연히 성립되는 논리라고 할 것이다. 왜냐하면, 할인이란 말 그래도 구매자가 지급해야 할 금액을 깎는 것으로 관세법상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실제 지급가격”을 구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할인된 금액을 거래가격으로 인정할 것인가에서 기본적인 판단 기준은 관세법상 “거래의 성립 또는 가격의 결정이 조건 또는 사정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경우”인지 여부다. 할인금액이 발생했다고 거래가격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거래가격에 의한 과세가격 결정원칙을 지향하는 관세평가협정과 배치되므로 관세법에서는 이를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한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통하여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한 경우 판매자가 물품과 함께 송부한 송장(Invoice; 청구서)상에 할인 가격과 할인 후 가격이 표기되어 있다면 동 금액은 인터넷상에 공개된 가격으로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정상적인 상거래 가격으로 판단되므로 할인을 반영한 금액이 과세가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할인’을 인정하는 세 가지 경우
관세법상 과세평가의 근간이 되는 WTO 관세평가협정에서는 다음 유형의 할인을 예시로 들어 거래가격 결정시 인정하고 있다.
- 첫째, 대금선불 할인으로서 수입대금을 선지급함에 따라 제공받는 특별할인.
- 둘째, 현금할인으로서 판매자가 제안한 현금할인을 구매자가 이용한 경우.
- 셋째, 수량할인으로서 일정기간 구매자가 구매한 수량에 따라 판매자가 제공하는 가격할인을 들 수 있는데 이는 보통 판매자가 수량에 기초한 고정가격표에 따른 일반적인 할인을 적용할 경우.
매매는 물품과 대금을 동시에 상호 교환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므로 현금지급할인은 실제 지급금액을 과세의 기준으로 하는 원칙에 적합한 것이며, 대금을 선지급하는 경우의 할인액은 그 할인된 만큼을 과세가격에서 가산하지 않는다. 참고로 대금을 후지급하는 경우 이때 부가되는 이자 또한 과세가격에 포함되지 않는다.
할인? 인정할 수 없소이다
반면에 할인이 당사자 간에 합의된 것이라 하더라도 관세법상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를 몇 가지 들어보겠다.
사례1. 장기재고제품을 구매하는 조건으로 가격할인을 해주는 대신에 불량제품이 발생하여도 반품을 요구하지 않는 조건으로 수입했다면?
수출자의 사정으로 인해 재고물품을 하자보증 없이, 구매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괄판매 형식으로 판매한 것은 상관례상 일반화된 상거래로 볼 수 없으며, 관세법상 규정된 “조건 또는 사정에 의하여 영향을 받은 경우”로 보아 거래가격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사례 2. 수입 이후 하자보증 수리비용을 수입자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할인을 받았다면?
국제무역거래에서 수출자가 수입자에게 판매한 물품에 하자가 있는 경우 그 책임을 지는 것이 상관행상 수출자의 의무인바, 동 할인가격은 수출자가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조건으로 하자보수를 수입업자에게 부담시키면서 그 대가로 할인을 제공해 준 것이므로 과세가격에 포함하는 것이 맞다.
사례 3. 장기간 거래관계를 지속하던 중 환율이 인상되어 가격 할인을 받은 경우라면?
가격할인은 일반적인 상관행과 일치하는 경우에는 할인 후의 가격을 기초로 과세가격을 산출할 수 있으나, 환율 인상으로 인한 특정 수입자의 경영상 애로를 감안한 가격할인은 일반적인 할인으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할인 후의 가격을 기초로 과세가격을 산출할 수 없다. 이외에도 거래당사자 간의 특수관계 혹은 기존의 거래와 관련되어 축적된 신용으로 가격할인에 영향을 끼쳤다면 정상적인 할인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사례 4. 계약변경에 의한 가격 인하가 해당 물품의 수입 후에 일어난 경우?
이 경우에도 그 인하된 가격은 관세법상 정상적인 거래가격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따라서 가격조정약관 등에 의하여 수입 후에 인하금액이 확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수입 후의 가격 인하는 관세법상 적절한 과세가격 조정요소로 인정되지 않는다. 물품대가의 일부를 사후에 구매자에게 되돌려주는 이른바 리베이트(Rebate)가 그 본질은 가격 인하(Discount)와 다르지 않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동일한 이유에서이다.
[box type=”info” head=”가격 조정 약관(Price Review Clause)”]
거래계약의 내용 중 잠정적으로 정해진 가격을 당해 계약에서 합의한 특정 요인에 따라 최종가격을 결정하도록 규정한 조항. 물품의 인도가 최초 주문 시기보다 상당 기간 지난 후 이루어지거나, 주문한 상품이 상당 기간에 걸쳐 제조되는 경우에 계약상 발생하며, 수입 이전에 과세가격 결정과 연결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산술적인 내용으로 계약상 정해져 있어야 정상적인 거래가격으로 인정받을 수 있음. [/box]
열심히 할인 협상했지만, 말짱 도루묵 될 수도
할인은 통상 수출입 상거래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서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관세축소 등 고의적인 목적이 없더라도 세관 추징으로 연결되는 사례가 많다. 과세당국에서 채권확보를 위해 과세가격을 심사하는 초점은 당연히 과세가격을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게 신고한 건을 찾아내는 데 집중되어 있고, 할인이 거래가격을 낮추는 빈번한 방법의 하나라고 보기 때문이다.
열심히 협의한 결과로 할인을 받았는데 수입신고가 잘못되어 가산세에 이자까지 추징을 당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전문가의 수준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수출입 상거래에서 통상 많이 발생하는 할인에 대한 과세상식이 독자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