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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type=”note”]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20대. 하지만 꿈도 우정도 사랑도 잃어버렸습니다. 목소리마저 잃은 채 먼지처럼 떠다닙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소리쳐야 합니다. 슬로우뉴스가 20대의 목소리 [미스핏츠]와 함께 합니다. (편집자)

미스핏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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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SNS에 ‘연애 중’을 띄울 필요가 없었다. ‘누구’인지만 바뀌어왔을 뿐, 난 언제나 ‘연애 중’이었으니까.

연애 첫 데이트
Sergey Sus, CC BY NC ND

난 언제나 연재 중!

열네 살 때의 첫 연애(실은 연애라기보다는 친구들에게 “나 ㅇㅇㅇ랑 사귐”이라고 공표(?)하는 것에 가까웠던) 이후 지금까지, 반년 이상 남자친구라는 존재 없이 살아왔던 적이 없었던 나다. 올해로 스물넷이니 살아온 지는 24년 차에 연애한 지는 10년 차라고 소개하면 정확할 거다. (난 여자고, 이성애자다.)

뭐 그렇다고 내가 진득하게 한 사람과 길게 연애를 했던 것도 아니다.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대략 3년 넘게 까지(평균 305.5일), 횟수로는 열 손가락은 금세 다 접어버리고 이제 하나씩 다시 펴가면서 꼽아야 할 수준으로 연애를 참 꾸준~히도 해왔다. 근데 이게 모르는 사람이 봐도 얼굴에 쓰여있나 보다. “연애 많이 해봤을 것 같다”는 말은 이제 뜬금없이 들어도 별 감흥이 없으니까.

누가 “지금까지 몇 명 만나봤어요?”라고 물었을 때 열 손가락을 접었다가 피는 시늉으로 답을 대신 해주는 것도 나한테는 뻔한 (자학개그) 레퍼토리가 됐을 지경이다.

연애 키티
상대가 바뀌었을 뿐, 나는 항상 연애 중이었다. (사진: Paris, CC BY NC)

가벼운 여자?

대략 이 정도까지만 알고 있는 이들은 나를 ‘가벼운 여자’로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더 심한 표현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경험도 있었고, 사실 내가 남이었어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으니까. 그렇지만 굳이 나에 대해 변명하자면, 난 지금껏 내가 나름 꽤 많은 남자들을 만나오면서도 연애를 함부로 시작했다거나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진지하지 않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매번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오글;;)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상대방에 대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밀당'(밀고당기기)은커녕 대책 없이 불도저처럼 달려들며 한없이 사랑을 퍼주곤 했다. 또 이별 단계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늘 눈물은 좀 훔쳐줬고 시간이 흐른 뒤에도 종종 떠올리며 둘만이 공유하는 추억을 되새김질해주기도 했다. 그니까 열 몇 번의 연애 동안 매번 나름대로 진지하게, ‘온 열과 성을 다해서’ 임해줬던(?) 거다.

나의 연애사를 꾸준히 들어주고 계시는 한 친구님도 이 점은 인정했다. “언니는 그렇게 연애를 하면서도 또 그렇게 매 번 사랑을 퍼주는 게 진짜 신기해”라며 나를 ‘사랑 화수분’, ‘아낌없이 주는 (연애) 나무’ 등의 표현으로 한 방에 정리해 버렸으니. 그러게, 나도 이 점이 신기하긴 하다. 실연 뒤에 (잠시) 우울하게 다니다가도, 곧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고 나면 마르지 않는 샘처럼 맘 속에서 사랑이 솟솟! 솟구쳐버린다. 어휴.

가족의 탄생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헤픈 거 나쁜거야?” [가족의 탄생](김태용, 2006)

연애 인생 10년 차 이야기보따리

그렇게 연애 인생 10년 차를 찍어버린 지금, (물론 앞으로도 쭈-욱 이어질 예정이지만) 난 꺼내도 꺼내도 끝이 없는 나의 연애.ssul을 좀 풀어봐야겠다, 싶었다. ‘원조교제’라며 손가락질받았던 연애 경험에서부터 3년간 꾸준히 좋아해 온 첫사랑과의 ‘당사자 둘 중 누구도 그 시작과 끝을 제대로 몰랐던’ 3년 동안의 연애, 그리고 한 헬스장에서 두 명과의 연애, 한 대학에서 여섯 명과의 CC 경험, 여기서 끝이 아니다(헉헉;;), 끝으로 사내 연애 경험까지.

대략적인 내용만 툭툭 내뱉어도 “헐~”이라는 반응을 끌어낼 만한 어마 무시한 연애 경험담이 이야기보따리에 아주 그냥 꽉꽉 들어차 있다. 뭐 지금도 ‘고무신 찾아 신은 여대생’으로서 꾸준히 연애 중이니, 숨 쉬는 매 순간순간이 연애.ssul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고무신
지금은 고무신 다시 찾아 연애 중이다.

내 체험담은 ‘연애 카운셀링’ 아님! 

그렇다고 독자에게 ‘제 경험담이 이러저러하니 님들은 이렇게 연애하세요’라고 조언하고자 하는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연애하면 망해요’에 가깝다. ‘좋은 사람과 오래 만나는 것’을 잘 된 연애라고 평가하는 입장에서 보면, 난 연애 고수보다는 연애 실패자라고 보는 게 맞다. 안 그랬으면 이렇게 수많은(…) 연애를 경험했을 리가 없을 테니. 연애 실패자는 말이 많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다만 각각의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밖에서는 손가락질할 수도 있을 구도의 연애, 또는 ‘상식적으로는’ 잘 이해할 수 없는 구도의 연애에 대해 독자의 입장에서는 궁금증을 풀어볼 수 있겠고 내 입장에서는 말 못 했던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얘기해볼 수 있겠다 싶다. 연애 경험을 대뇌 변연계에서 끌어오는 과정에서 내 나름의 피드백도 해볼 수도 있으니, 연애 인생 10년 차를 맞아 ‘자축 세레모니’도 되겠다.

몇 탄까지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은 나에게 연애라는 게 대체 무엇인지를 알려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7년 전- 당시 스물셋이던 ‘그 분’에 대한 이야기부터 풀어놔봐야겠다. 맘만 먹으면 이 사람 얘기만으로도 다섯 편은 더 나올 기세인데 불안하다. 여하튼, 스물넷 연애 포트폴리오. 다음 화부터 이어지는 본격 ssul풀이를 기대하시라.

사랑받아야 한다는 욕망은 사랑 자체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사랑받음과도 아무 상관이 없고 항상 그대는 어떻게 사랑하고 있으면 된다.

– 정현종, ‘사랑사설 하나; 자기 자신에게’, [고통의 축제] 중에서

세레모니 폭죽 불꽃놀이
이 글, ‘연애 포트폴리오’는 나름 연애 10주년 자축 세레모니라고 할 수 있다. (사진: singapore2010, CC BY 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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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필자가 [미스핏츠]에 올린 글입니다. 슬로우뉴스 편집원칙에 맞게 표제와 본문을 수정, 보충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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